‘장타왕의 귀환’ KPGA 김태훈 활약상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8.27 11:08:35
  • 호수 1181호
  • 댓글 0개

슬럼프 딛고 완벽한 부활 “보라~”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장타왕’ 김태훈이 귀환했다. 3년 만에 코리안투어 정상에 복귀한 것. 오랜 침묵을 깨고 들어 올린 우승컵이기에 더 뜻깊다. 
 

김태훈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코리안투어 동아회원권그룹 부산오픈서 극적인 막판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태훈은 지난 19일, 경남 양산시 통도 파인이스트골프장(파72)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서 보기 없이 버디만 9개를 잡아내며 9언더파를 기록, 최종 합계 13언더파로 2위 변진재를 1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1라운드 +4
불안한 출발

이날 김태훈이 기록한 9언더파 63타는 투어서 두 차례나 기록했던 개인 최소타 7언더파 65타를 2타 경신한 스코어다. 

모두가 김태훈의 우승을 예측하기는 힘들었다. 1라운드서 4오버파 공동 113위. 컷 통과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2라운드서 5언더파를 치면서 컷을 통과한 김태훈은 3라운드서 3타를 줄여 4언더파 공동 19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선두와는 5타나 차이가 나 역전 우승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김태훈의 샷은 첫 번째 홀부터 불꽃을 번쩍였다. 1번홀(파4)서 기분 좋은 4.5m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김태훈은 이후 5번홀(파4)까지 5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아 선두 추격에 고삐를 당겼다. 5번홀 8.5m 버디 퍼트를 제외하곤 모두 5m 이내 버디퍼트였을 정도로 아이언샷감이 발군이었다.

3년 만에 코리안투어 정상
긴 정체기 끝에 신들린 샷

김태훈의 상승세는 후반 들어서도 거침이 없었다. 10번홀(파4)서 11.5m 가량의 먼 거리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김태훈은 12번홀(파5)서 또 다시 한 타를 줄여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그리고 14번홀(파4)서 두 번째샷을 핀 3.5m 지점에 떨궈 버디를 추가해 마침내 단독선두가 됐다.

생애 첫 우승을 노렸던 변진재는 전반 9홀에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타를 줄였지만 후반에 주춤했다. 12번홀(파5) 버디로 김태훈을 1타 차까지 추격했지만 이후 티샷이 흔들리며 더 이상 버디를 추가하지 못했다.
 

이어진 15번홀(파4)에서는 4.5m가량의 버디퍼트를 성공시키고 나머지 3개홀서 무난히 파를 잡아 1타 차 단독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추격자인 변진재가 13번홀부터 6개홀서 타수를 줄이지 못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최종 13언더파
2위와 1타 차

또 이번 대회 1라운드서 권성열이 8언더파 64타로 수립한 코스레코드를 1타 경신한 새로운 기록이다. 김태훈은 코스레코드 신기록 수립으로 골프장으로부터 300만원의 격려금을 받았다. 이번 우승으로 지난 2015년 11월 LIS투어 챔피언십 제패 이후 무려 3년여 만에 개인통산 3승 고지에 올랐고 우승 상금 1억원을 손에 쥐었다. 


김태훈은 “첫날 OB 4방을 내는 바람에 공동 113위까지 밀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2라운드부터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한 게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며 “지난 2년간 부상 등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캐디로 고생해주시는 아버지(김형돈씨)의 격려와 아내의 내조가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부상과 스윙 교정으로 다소 부진한 시즌을 보냈지만, 지난해 말 결혼에 이어 올해 우승까지 차지하며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김태훈은 “아내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를 잘 해준다”고 덧붙였다.

김태훈은 초등학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약하다 큰아버지인 김준환 전 원광대 야구부 감독의 권유로 골프에 입문했다. 전국체전 2관왕 등 화려한 아마추어 이력을 뒤로한 채 2007년에 프로에 데뷔했다. 하지만 데뷔 초기 부진이 이어졌다.

김범식서 김태훈으로 개명까지 했다. 2013년 오랜 무명생활 끝에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보성CC클래식서 생애 첫 KPGA 우승을 차지한 김태훈은 8년간 무명 설움을 털어내며 한국 남자골퍼계의 '대세남'으로 자리매김했다. 솔라시도 파인비치 오픈과 CJ인비테이셔널 대회서 준우승하는 등 2013년 출전한 11개 대회 중 8차례나 톱10에 드는 저력을 과시하며 상금순위 4위에 올랐다. 

더불어 장타왕에 오르며 큰 인기를 끌었다.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97.09야드를 자랑하는 김태훈은 KPGA 연말 시상식서 장타왕을 수상하기도 했다.

준수한 외모
호쾌한 샷

그의 별명은 ‘테리우스’다. 훤칠한 키(183㎝)와 영화배우를 해도 될 만한 수려한 외모로 골프계 대표 미남으로 꼽힌다. 2013년 김태훈은 장타왕, 톱10 피니시 1위, 상금 4위까지 오르면서 국내 남자골프 무대에 새로운 대형스타가 탄생했다는 기대를 잔뜩 품게 했다.

2014년에는 올해 가장 기대되는 스타로 꼽힐 정도였다. ‘피겨 퀸’ 김연아의 매니지먼트사로 잘 알려진 올댓스포츠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기도 했다.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2015년에는 카이도골프 LIS투어 챔피언십서 우승하며 다승자가 됐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지난해 톱10에 오른 것은 5월 GS칼텍스 매경오픈 공동 8위가 유일했다. 올해도 상반기 9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도 10위 이내에 들지 못했다. 상반기 마지막 대회인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서 공동 11위에 오른 게 올 최고 성적이었다. 3년 동안 톱10에 네 번밖에 입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부진했다. 

지난해는 상금랭킹 35위로 쳐지며 점점 잊혀졌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올린 후 김태훈은 변했다. 시즌 초 그는 “가정을 꾸린 후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이제 골프만 잘하면 될 것 같다. 기술적인 면도 그렇고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찾았다. 올해 느낌이 좋다”며 올시즌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113위→28위→19위→우승
코스레코드로 역전 드라마

국내서 훈련하다 처음으로 해외서 동계훈련을 하고 스윙에도 변화를 줬던 그의 샷은 드디어 하반기 첫 대회서 폭발했다.

그동안 김태훈은 스포츠스타가 될 조건을 갖췄음에도 늘 ‘2%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바로 성적이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우승으로 김태훈은 부족한 2%를 채웠다.

한편 동아회원권그룹(회장 김영일)이 단독 주최한 이번 대회는 파3홀 4개에 모두 동일 시상품 홀인원 이벤트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대회 참가 선수가 홀인원을 하면 현금 5000만원(동아회원권그룹 제공), 골드바 1㎏(시가 5000만원 상당·삼성금거래소 제공), 야마하 제트스키(시가 3000만원·현대상공모터스 1대 제공)를 부상으로 받도록 했다. 

골프계 테리우스
결혼 이후 훨훨

현금과 골드바의 50%는 불우이웃성금으로 기탁하는 조건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현금과 부상품을 합산하면 1억3000만원에 달했다. 행운의 주인공도 나왔다. 대회 3라운드서 이형준(26)이 8번홀(파3·174m)서 6번 아이언으로 홀인원을 잡고 우승상금(1억원)보다 더 많은 상품을 챙겼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노욕?’ 한덕수 대선행 진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이미 내란죄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 그래서 살길을 열어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다. 과연 그 절실함은 ‘방탄’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일,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 9월부터 거론됐다. 한 전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등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서 목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던 시점이었다. 그 당시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건재했다. 따라서 모두가 차기 대선이 오는 2027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여기던 시점이었다. 윤 어게인 대타 역할?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헌법재판소서 파면돼 정계서 사라졌다. 차기 대선은 오는 6월3일로 앞당겨졌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란 절대 강적을 이길 방법을 놓고,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에선 다양한 논의가 일어났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는 그 다양한 논의 중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비롯돼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서 퍼졌던 ‘윤 어게인’이 구체적으로 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한 전 총리는 지난달 8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이완규 법제처장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주요 보직 임명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이 처장이 내란 공모 혐의 피의자란 사실도 큰 문제였다. 한 전 총리와 이 처장은 이미 지난해 12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지난 2월엔 소환 조사까지 받았다. 이 처장을 지명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였기 때문에 “한 전 총리가 추후 진행될지도 모르는 국민의힘 정당해산심판 방어에 협조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심도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란 거대한 사건의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끼리 상부상조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의심이었다. 이는 곧 “윤 어게인의 구체적 구현일 수도 있다”는 흐름으로 연결됐다. 윤 어게인의 본질은 윤 전 대통령의 복귀 추진이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을 지냈고, 파면됐다. 헌법·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다시는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친윤(친 윤석열)계 진영 일각서도 이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의 정신과 노선을 계승한다는 취지를 본질로 삼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 대신 출마하는 것”이란 해석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전 총리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윤 전 대통령을 총리로 지명할 수도 있다”는 설까지 나오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년 중임제인 헌법 규정 때문에 지난 2008년엔 3선을 위한 출마를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통합 러시아 대표가 대신 출마해 당선됐고, 푸틴 대통령은 총리로서 실권을 휘둘렀다. 메드베데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의 첫 대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내는 등 정치 경력이 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정치 경험이 전혀 없다. 메드베데프 대표조차 대통령 재임 당시 바지사장·허수아비로 통했다. 따라서 한 전 총리가 설령 대통령으로 당선되더라도 독자적인 정치 행보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한 전 총리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정치 기반은 국민의힘 내 친윤계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현실적 구도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처럼 총리로서 국정을 주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까지 나온 것이다. 푸틴·메드베데프처럼… ‘윤 총리’ 임명 관측도 이 같은 조롱 섞인 관측에 굴하지 않고, 한 전 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만 75세의 나이에 강한 정치적 집념을 보이는 이유로는 ‘내란 혐의 피의자’라는 현실적인 상황이 언급된다. 김 전 장관은 수사기관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면서 “계엄법 규정대로 한 전 총리를 거쳐 윤 전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한 전 총리도 비상계엄 실행에 참여한 것이 된다. 물론 한 전 총리는 이를 일관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진술이 아니더라도, 한 전 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회의 심의 소집 협조·참여 ▲계엄 해제를 위한 국무회의 소집 건의 회피의 다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내란죄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이제는 ‘내란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사람도 없다. 이렇게 되면, 한 전 총리가 새 정부 출범 이후 수사기관에 줄곧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 재판을 거쳐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한 전 총리로선 생존을 위해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 후보의 집권을 막거나, 자신의 생존을 담보하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스로 대선에 출마해 이 후보의 경쟁자를 자처함으로써, 향후 진행될 가능성이 큰 수사에 대해 “대선 경쟁자에 대한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국민의힘에도 큰 여파를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수시로 대표·비상대책위원장을 교체하면서 집요하게 당 장악에 집착했다. 지난 2022년 7월엔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가 공개됐고, 윤 전 대통령은 여기서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를 일컬어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라고 지칭했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거나 반발하는 것을 ‘내부 총질’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여당을 대하는 태도와 비슷했다. 대통령이 당 장악에 집착하면, 내부서 차기 주자를 키우기 어렵다. 국민의힘의 인물난은 전직 대통령들의 지나친 당 장악 집착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러면서 외부인을 대선후보로 옹립하는 기조가 이어지는 악순환으로 연결됐다. 국민의힘이 한 전 총리에게 강한 시선을 두는 이유 중 하나로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반면교사를 거론할 수 있다. 권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중진들은 겉으로는 윤 전 대통령에게 전혀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감정이 있다. 사실은 당권 경쟁?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2022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한다”는 취지의 헝가리식 저출산 대책을 제시했다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일각의 반발에 부딪혔다. 이어 부위원장직서 해임됐고, 당 대표 출마마저 저지당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국민의힘 인요한 의원이 주도하던 혁신위원회와의 갈등 끝에 사퇴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게 대표직 유지를 조건으로 총선 불출마를 요구했지만, 김 의원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김 의원에 대한 격노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자신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던 날 윤 전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자 “뭐하는 거야, 이게 지금”이라고 말하는 등 순간적으로 반발 심리를 드러냈다. 이렇듯 국민의힘 주요 중진과 경선 출마자 중 상당수는 윤 전 대통령과 상당한 갈등 끝에 손해를 본 기억이 있다. 이들이 윤 전 대통령 같은 강성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하는 것을 원할 가능성은 적다. 이번 대선서 범 국민의힘 계열 대선후보들은 이 후보와의 승부서 이길 가능성이 적으므로, 경선은 사실상 당권 경쟁으로 인식되는 측면이 있다. 대권후보들도 당권에 강한 아쉬움이 있다. 당 대표에 취임했다가 당내 주류들과의 갈등 끝에 힘없이 물러났던 경험이 있고, 당으로부터 등을 떠밀려 출마했던 선거서 패배해 치욕을 겪은 적이 있다. 이들이 다시 당권주자로 등장하는 것을 중진들이 원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따라서 당 대표를 다시 세운다고 하더라도, 의원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나갈 사람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평생 관료로 살았고, 국민의힘·민주당 정권서 모두 총리를 지냈던 한 전 총리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카드라고 할 수 있다. 비록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고 인정했다지만, 한 전 총리는 “여당 대표와 정기적으로 회동하면서 책임총리의 권한을 행사한다”는 과도 정부체제를 발표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들은 적도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한 전 총리가 이래도 따르고, 저래도 따를 것”이라고 인식했을 여지가 있다. 그래서인지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에게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수사 피해 대선 출마? 자당 대선후보와 외부 대선후보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자당 대선후보에 대한 적대감으로부터 비롯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단일화도 노 전 대통령에게 적대적인 당시 새천년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후보 단일화 협의회(이하 후단협)를 구성해 노 전 대통령을 압박한 후 진행됐던 것이었다. 이 갈등은 노 전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으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직계 의원들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그러자 새천년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조해 노 전 대통령을 탄핵했다. 이 같은 연유로 당시의 후단협은 지금도 안 좋은 이미지로 남아있다. 그런데도 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외부 정치 원로에게 단일화 지원을 요청했단 것은 당내 대권주자들과의 불신·갈등을 외부로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다. 약점이 있는 사람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다. 한 전 총리는 현재 내란중요임무종사자란 의심을 받고 있다. 형법 제87조 제2호에 따르면, 내란중요임무종사자는 최대한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해도 5년 이상의 징역형이다.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혐의가 적용돼 수사를 받고 있어서 국민의힘의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 지원을 매개로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은 하나가 될 수 있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이란 구호로 함께 묶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점이 있다고 해서 아무 목소리도 못낼 것이란 기대는 섣부른 것일 수도 있다. 한 전 총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 사람은 한 전 총리의 부인 최아영 여사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지난해 12월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서 “최 여사는 화가이자 미술계의 큰손”이라며, “무속에 너무 심취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 여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무속의 지배를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부인 무속·해몽 일화 정치 공세 가능성도 최 여사에 대해선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서도 같은 논란이 제기됐던 적이 있다. 민주당 이해식 의원은 “최 여사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어느 여성이 강남에 있는 유명 점집을 함께 드나드는 사이란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한 전 총리는 “공직 생활 동안 명리학에 대한 배우자의 관심이 공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 일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최 여사가 무속에 관심을 가진단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거론됐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지난 2014년 8월 <조선일보> 연재 칼럼 <조용헌 살롱>서 최 여사의 해몽 과정을 언급했다. 칼럼에 따르면, 최 여사는 한 전 총리가 무역협회장이 되기 전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자신의 침실로 들어오는 꿈을 꿨다.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이 되기 전엔 헬리콥터 조종사가 권총으로 부부를 쏘는 꿈을 꿨다. 부총리가 되기 전엔 스프링 콩콩을 타고 뛰는 꿈을 꿨다. 현재 소유 중인 주택을 사들이기 전엔 집이 물에 잠겨 물바다가 되는 꿈도 꿨다. 최 여사는 특이한 꿈을 꾸면 ‘영험한 해몽가’로 알려졌던 고 임훈씨와 해몽 상담을 했다고 전해진다. 최태민씨 일가가 박근혜 전 대통령 일가에 접근한 연결고리 중 하나가 해몽이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심상치 않은 대목이라고 볼 여지가 있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해몽은 야심을 동반한단 측면서 의미심장하다. 신라 원성왕과 조선 태조 이성계 등 권좌에 오른 사람의 설화 중엔 꿈과 해몽이 곁들여진 사례가 많다. 최 여사가 정기적으로 해몽가를 방문했단 것이 사실이라면,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이 사실이라면, 두 전직 대통령의 전례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이 세 번째 배신을 당할 가능성으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 두 전직 대통령은 임기 내내 주변인의 구설수로부터 야당의 공세가 시작돼 파면됐단 공통점이 있다. 대선서 낙선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정당들로부터 파상 공세를 당해 체면을 구기거나 끊임없이 이어질 정치 공세의 소재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다. 문제는 한 전 총리까지 포함한 빅텐트를 친다고 해서, 밝은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 후보는 시종일관 강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달 27일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명백한 중범죄자를 봐주는 것이 정치적으로 바람직한지는 국민 판단에 따를 일”이라고 말했다. 압도적 의석 이재명 경고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천명했던 이 후보가 윤 전 대통령 등 비상계엄 관련 사안에 대해선 이를 적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과 그 여당을 일극 체제로 지배하는 대통령을 배경으로 진행될 각종 수사 등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특히 이 후보는 한 전 총리에 대해서도 “내란 주요 종사자들과 부화뇌동자들이 여전히 정부의 중요 직책을 갖고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란 세력이 끊임없이 귀환을 노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강조했다.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의 발언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하다. 한 전 총리와 국민의힘의 ‘몸부림’은 이를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