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라이온스 감독 리더십 비밀 대해부

‘파란 유니폼’만 24년 삼성의 맏형 ‘일내다’

[일요시사=정혜경 기자] 삼성라이온스는 지난달 2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원정경기에 최형우와 강봉규의 적시타에 힘입어 두산을 5-3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삼성은 매직넘버를 모두 지우면서 자력으로 한국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었다. 삼성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5년만이다. 이처럼 빛나는 성과 뒤편엔 류중일 삼성라이온스 감독이 있었다. 그가 삼성을 우승으로 이끌 수 있던 배경은 대체 뭘까.

형님 리더십-항상 선수들 다독거리고 격려해 
소통-끊임없는 대화로 심리적 부분까지 배려


삼성라이온스는 지난해 12월30일 류중일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1월초에 취임식이 있었다. 선동열 전 감독의 퇴진과 함께 류 감독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류 감독은 취임 후 3개월 동안 수많은 루머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땜질용 감독 선임’이라거나,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까지 들었다. 이는 전임 선 감독의 퇴진이 워낙 갑작스럽게 이뤄진 데 따른 것이었다. 구단에서 새 감독을 부랴부랴 임명하다보니 무난한 카드로 류 감독을 선택했다는 얘기였다. 어차피 임시로 거쳐 가는 감독일 뿐, 성적이 나지 않으면 1년 만에 또다시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초보’ 딱지를 단 류 감독은 자신을 둘러싼 루머가 전부 오해였음을 몸소 증명했다. 류 감독은 부임 첫해 누구보다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어냈다. 삼성은 지난달 27일 두산을 꺾고 2011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지난 5일 현재 78승3무50패로 승률 0.609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감독 첫해 최다승(종전 삼성 선동열·74승·2005년)을 이미 뛰어넘었고 최고 승률(종전 삼성 선동열·0.606·2005년) 기록도 갈아치울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 팀에서 계속 뛰었던 ‘프랜차이즈 스타 감독’으로서 감독 첫해 정규시즌 1위를 기록한 것은 류 감독이 처음이다. 이 같은 성과는 그간 류 감독을 낮게 평가하던 이들을 머쓱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 동안의 우리 야구사를 돌아보면 초보 감독들이 돌풍을 일으킨 경우는 적지 않았다. 젊은 감독의 에너지가 팀의 기운과 어우러져 가진 것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탄탄한 팀을 물려받았다는 점도 분명 류 감독에겐 힘이 됐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류 감독의 리더십을 모두 설명할 순 없다.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요리사의 능력이 없다면 조화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류 감독이 이번 시즌에서 값진 결실을 이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인내-급한 상황에서도 적응기…부상선수 독려
내려놓음-참모들의 의견을 존중?많은 권한 부여

[형님의 리더십]

그 첫 번째 비결로는 특유의 ‘형님 리더십’이 꼽힌다. 류 감독은 항상 선수들을 다독거리고 격려하며 가족적인 분위기에서 팀을 이끌었다. 질책보다는 칭찬을 앞세웠다. 류 감독은 8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의미 없는 솔로홈런을 때린 선수라도 꼭 더그아웃 앞에 나가 엉덩이를 두드려줬다. 적극적인 공격, 자신감 있는 공격에 대한 격려였다.

올해 삼성 타선은 볼카운트 0-3에서 다음 공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류 감독이 히팅 사인을 그치지 않은 이유에서다. 그러다 아웃이 되더라도 채찍을 드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당근을 건네며 적극적인 공략을 칭찬했다. 경기에서 패한 경우엔 늘 자신에게 책임을 돌렸다. 선수 탓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를 통해 류 감독은 새내기와 주전 선수들의 조화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이 이번 정규시즌에서 여러 차례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던 것도 모두 류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통의 리더십]

두 번째 비결은 ‘소통’이다. 류 감독은 코치 시절부터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지도자다. 선수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눠 심리적인 부분까지 배려하려 애썼다. 이는 흔치 않은 일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훈련을 하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일 경우 류 감독은 “너! 저쪽으로 빠져.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는 말 대신 “너, 오늘 왠지 컨디션이 안 좋아 보인다. 다음에 하자”라고 한다. 선수가 거부해도 류 감독은 “싫을 때 억지로 하면 다칠 수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다음날 해당 선수는 십중팔구 보다 적극적으로 훈련에 임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수시절 삼성에서 뛴 마해영 ISPN 해설위원은 “프로 감독 대부분은 선수들과 직접 소통을 꺼리지만 류 감독은 다르다. 정해진 틀에 머무는 법이 없다”며 “열린 사고방식으로 선수들과 대화를 시도해 선수단에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인내의 리더십]

‘인내’도 류 감독이 이번 시즌에서 삼성을 1위로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류 감독의 인내가 가장 빛났던 것은 지난 7월 외국인 투수 2명을 바꿀 때였다. 2위와의 승차가 2경기뿐이었지만 등판을 서두르지 않았다. 오히려 2군에서 공을 던지며 한국야구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와 스스로 투구 컨디션을 조절할 여유를 줬다.

둘은 성적으로 배려에 보답했다. 매티스는 8경기에서 7차례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4승(1패)을 거뒀다. 저마노도 6경기에서 5승(1패)을 올리며 삼성의 상승세에 날개 역할을 했다. 매티스는 잇따른 호투에 대해 “2군에서 한국야구를 좀 더 많이 보고 연구할 수 있던 것이 주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배려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장원삼, 권혁 등에게도 똑같이 적용됐다. 투수진을 채근하지 않으며 가동할 수 있는 전력만으로 마운드를 효율적으로 운영했다. 부상 선수들에 대한 독려까지 더 해져 선수단은 여느 때보다 밝은 분위기를 내내 유지할 수 있었다.


[내려놓음의 리더십]

보통 신임 감독의 경우 조바심을 내면서 단기 성적에 집착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각종 루머에 시달리던 류 감독으로선 더욱 그렇다. 하지만 류 감독은 코치로만 11년을 재직하면서 얻은 지혜를 류 감독은 실제 팀운용에 접목시켰다. 참모들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한 것. 류 감독은 본인 전공이 아닌 투수 파트는 투수코치에게 상당히 많은 권한을 주면서 슬기롭게 팀을 이끌었다. 섣부른 간섭은 오히려 독이 될 뿐이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류 감독은 평소 “1년에 133경기를 하면서 감독 덕분에 이기는 경기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말한다. 결국 야구는 선수가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거꾸로 1년간 치르는 133경기 가운데 감독의 판단 착오로 지는 경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감독이 가진 막강한 권한은 곧 선택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류 감독은 코치들에 대한 무한신뢰로 이같은 가능성을 줄였다. 현장에서 해결해줄 거란 믿음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다.

지도자에는 용장, 지장, 덕장, 복장 등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그러나 류 감독은 이 가운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감독상을 보여주고 있다. 딱히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도, 매순간 계산기를 두드리는 치밀함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뭔가 허술한 듯 내보이는 유머와 자연스러움 속에, 선수들 스스로 알아서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 어쩌면 야구팬들은 새로운 명장의 탄생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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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