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사르 습지 ②태안 두웅습지

사구를 지키는 습지의 힘

두웅습지는 국내에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 가운데 강화 매화마름군락지 다음으로 규모가 작다. 전체 면적 6만5000㎡(약 2만평) 가운데 물에 잠긴 부분은 훨씬 좁아서 초등학교 운동장만 하다. 데크와 흙길로 된 습지 산책로를 한 바퀴 도는 데 15분이면 충분하다.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곳’이라는 정보에 순천만이나 우포늪 같은 곳을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십상이다.

두웅습지는 ‘사구 배후습지’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보통 사구 지대 뒤에는 평지나 산지가 있는데, 사구 지대와 산지 경계부에 담수가 고이면 배후습지가 형성된다. 두웅습지는 신두리해안사구의 배후습지라는 지형적인 의미와 희귀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적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2001년 태안신두리해안사구와 함께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했고, 2002년에는 환경부와 해상수산부에서 습지보호지역과 생태계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2007년에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다.

천연기념물 431호

겉모습만 보고 실망해서 돌아가지 말고 안내소 문을 두드려보자.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해설사가 상주한다. 30~60분 동안 두웅습지의 형성 과정과 의미, 습지에서 살아가는 동식물에 대해 들려준다.

두웅습지는 자그마한 규모에 비해 다양한 생물이 서식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멸종 위기 야생생물 금개구리다. 배 쪽이 황금처럼 누런빛을 띠는 금개구리는 참개구리보다 약간 작으며 밝은 녹색 등에는 줄무늬가 2개 있다. 개체 수가 적고 잘 움직이지 않아 찾기 힘들다. 5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번식기라서 울음소리를 듣거나 모습을 관찰할 확률이 높다. 습지 내 초록색 울타리를 친 곳이 금개구리 서식지다.

멸종 위기 야생생물 표범장지뱀과 맹꽁이도 두웅습지에 있다. 이밖에 유혈목이와 도롱뇽 같은 양서·파충류, 노랑부리백로와 왜가리, 알락꼬리마도요, 쇠기러기, 종다리, 흰물떼새 등 조류도 이곳을 둥지 삼아 살아간다. 시간대와 계절에 따라 관찰할 수 있는 생명체가 다른데, 개미귀신은 아무 때나 쉽게 보인다. 명주잠자리 애벌레로, 모래에 깔때기 모양 함정을 만들고 거기 빠진 개미나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다. 솔숲 아래 모래땅에 개미지옥이 많다. 두웅습지 해설 중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가장 인기 있는 부분이 개미귀신을 보여줄 때라고.


습지에서 살아가는 식물도 특색 있다. 눈에 자주 띄는 갈대나 억새, 부들, 해당화 외에 쉽싸리, 매자기, 부처꽃, 이삭사초, 창포, 애기마름, 참통발 등 설명을 듣고 보면 하나같이 소중한 습지식물이다. 두웅습지는 바닥이 신두리해안사구의 지하수와 연결돼 가뭄이 들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다. 덕분에 이곳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식물에게 안정적인 생태 환경을 제공한다. 두웅습지가 오염되거나 파괴되면 신두리해안사구까지 영향이 미친다. 신두리해안사구를 지금 모습 그대로 지켜주는 게 두웅습지인 셈이다.

두웅습지에서 신두리해안사구 주차장까지 차로 3분, 걸어서 20분 걸린다. 사구 안내도에 두웅습지가 표시되었고, 신두리사구센터 전시 중에 두웅습지가 한 코너를 장식한다. 습지 모형에 금개구리와 맹꽁이가 귀여운 얼굴로 맞이하고, 금개구리 울음소리도 나온다. 신두리사구센터는 신두리해안사구를 보호하고 방문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시설로, 사구를 둘러보기 전에 전시물을 관람하는 게 좋다.

신두리사구와 산의 경계에 담수 고여 형성
멸종 위기 금개구리, 표범장지뱀 등 서식지

사구 탐방할 때 모래언덕과 순비기언덕까지 가는 A코스(1.2km, 30분 소요)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구의 속살을 두루 살피기 좋은 B코스(모래언덕-초종용군락지-고라니동산-엽낭게달랑게-순비기언덕, 2km, 1시간 소요)를 추천한다. 시간이 넉넉하면 곰솔생태숲, 작은별똥재, 해당화동산이 더해진 C코스(4km, 2시간 소요)도 좋다. 6월에는 해당화가 만발해 매혹적인 향기를 풍기고, 통보리사초와 갯그령, 갯방풍 등 사구식물의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국제수목학회가 아시아 최초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에 선정한 천리포수목원은 1년 내내 꽃이 피고 진다. 6월에는 작약과 수국, 아이리스가 주인공이다. 큰 연못 주변에 아이리스가 만발하고, 큰 연못과 작은 연못 사잇길에 수국이 탐스럽다. 민병갈기념관 뒤로 난 숲길을 넘어가면 작약원이 나타난다. 작약원 옆 희귀·멸종 위기 식물 전시원에는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이자 공룡시대 나무인 울레미소나무가 있다. 해변 쪽에 설치된 데크 산책로, 수련이 가득한 습지원, 설립자의 뜻을 이어 해마다 손 모내기를 하는 논, 동화처럼 꾸민 어린이정원 등 곳곳이 보물처럼 아름답다. 수목원에 마련된 숙소에서 묵으며 수목원을 나만의 정원처럼 누리는 가든스테이도 인기다.

백사장 길이 약 2km, 너비 100m에 이르는 만리포해수욕장은 서해안을 대표하는 해변이다. 경사가 완만하고 물이 깊지 않아 아이들이 놀기 좋다. 유명세만큼 식당과 숙소가 즐비하다. 파도가 좋은 날이면 서핑을 하는 이도 종종 볼 수 있다. 서핑의 천국 캘리포니아를 본떠 ‘만리포니아’라고 불린다.
태안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국보 307호)은 백제 시대 것으로, 우리나라 초기 마애불 형태를 보여준다. 가운데 본존불이 있고 좌우에 협시를 두는 일반적인 삼존불 배치와 달리, 중앙에 키 작은 관음보살을 두고 왼쪽에 석가여래, 오른쪽에 약사여래를 새긴 점이 특이하다. 바위를 깎아 감실을 만들고, 그 안에 불상을 새겨 아늑한 느낌이다.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에서 고개를 돌리면 ‘태을동천(太乙洞天)’이라 새긴 큰 바위가 보이고, 10분 더 걸으면 태안1경 백화산 정상이다. 해발 284m로 야트막하지만 주변에서 가장 높아 시야가 탁 트인다. 군사시설로 54년간 묶였다가 지난 2017년 일반에 개방했다. 날씨가 좋을 때면 태안 읍내는 물론, 만리포와 안면도 쪽 바다까지 보인다.


낙지+박 ‘박속낙지탕’

여행의 대미는 풍성한 해산물을 자랑하는 태안의 여름 밥상으로 장식한다. ‘갯벌의 산삼’으로 불리는 낙지를 박과 함께 끓인 박속낙지탕을 맛보자. 더위에 지친 입맛을 살리고 기운을 돋우기에 제격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두웅습지, 태안신두리해안사구→만리포해수욕장→천리포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동문리 마애삼존불입상→백화산 전망대→두웅습지, 태안신두리해안사구→모항항, 
둘째 날: 천리포수목원→만리포해수욕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금강유역환경청 www.me.go.kr/gg
- 신두리사구센터 http://sinduri.x-y.net
- 태안군청 오감관광 www.taean.go.kr/tour.do
- 천리포수목원 www.chollipo.org
- 만리포넷(만리포해수욕장) www.malipo.net

문의 전화
- 태안군청 문화관광체육과 041)670-2762
- 신두리사구센터 041)672-0499
- 천리포수목원 041)672-9982
- 만리포관광협회 041)672-9662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태안,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40~20:0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10~20:1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 txbus.t-money.co.kr,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서산 IC→운암로→운산교차로에서 서산 방면 우회전→서해로→두야교차로에서 이원 방면 우회전→태흥로→무내교차로에서 이원 방면 좌회전→원이로→옥파로→닷개삼거리에서 신두리 방면 왼쪽→신두로→신두1길→두웅로→두웅습지

숙박 정보
- 하늘과바다사이리조트: 원북면 신두해변길, 041)675-2111, www.sky-sea.co.kr
- 피노키오펜션: 소원면 만리포2길, 041)672-3824, www.pinocchiopension. com
- 천리포수목원 가든스테이: 소원면 천리포1길, 041)672-9985, www.chollipo.org

식당 정보
- 원풍식당(박속낙지탕): 원북면 원이로, 041)672-5057
- 꾸지나무골회수산(모둠회): 이원면 꾸지나무길, 041)674-7850
- 통나무집사람들(게국지): 원북면 원이로, 041)672-1600 

주변 볼거리
구름포해변, 모항항, 학암포해변, 어은돌항, 파도리해변, 갈음이해변, 안흥성, 몽산포해변, 네이처월드, 안면해수욕장, 안면도자연휴양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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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