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했던 스토브리그 '총정리'

누가 새 둥지 찾았나 어떤 팀 새로 생겼나

새해 들어 프로 골퍼들이 속속 후원사를 찾게 되면서 안정적인 투어 생활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 스타성과 실력 등을 두루 갖추고도 1년간 메인 스폰서를 찾지 못하던 전인지가 KB금융그룹과 후원계약을 맺었고, 기업들의 골프단 창단도 이어졌다.

무술년 황금 개띠 스타 골퍼 전인지에게 새해 첫 달부터 좋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LPGA에서 활동하는 한국 여자 골퍼 중 스타성, 실력, 인성 등에서 첫손에 꼽히는 전인지는 5년 동안 메인스폰서를 맡던 하이트진로와 2016년 연말 계약이 종료된 뒤 2017년 1년 동안 메인 스폰서 없이 활동했다.

드디어 결정된 
탑 선수들 거취

Nefs와 계약이 종료된 박성현이 KEB하나은행과 메인스폰서 계약을 한 후에도 전인지의 스폰서 계약은 쉽게 성사되지 못했다. 2015년 국내 무대를 석권한 데 이어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전인지는 2016년 미국 무대에 뛰어들어 신인왕과 평균타수 1위에 주는 베어트로피를 받는 등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했다.

2017년에는 우승 없이 준우승만 5회를 차지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상금랭킹 11위, 평균타수 3위 등 정상급 활약을 펼쳤고 연말 세계랭킹 5위에 올랐다. 이렇듯 실력과 더불어 항상 환한 미소로 많은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전인지가 자신에게 걸맞은 메인스폰서를 찾는 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드디어 지난해 12월29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KB금융그룹 윤종규 회장이 전인지와 후원계약서에 사인함으로써 그동안 비어 있던 전인지의 모자 정면 자리에 KB금융 로고가 들어선다. 그동안 전인지는 모자 정면에 아무런 로고가 없는 ‘민모자’를 쓰고 경기했다.


전인지는 “메인 스폰서는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겠기에 지난 1년 동안 심사숙고해왔다”며 “KB금융그룹이 저의 꿈을 공감해주시고 뒷받침해주기로 하니 가슴이 설레고 기운이 솟구친다. 힘찬 새 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인지가 KB금융 후원을 받게 된 것은 2015년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으로 맺은 인연에서 비롯됐다고 전인지의 매니지먼트 회사는 설명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KB금융 스타챔피언십을 개최하고 있는 KB금융은 박인비, 이미향 등 두 명의 LPGA투어 선수와 오지현(21), 안송이(27) 등 2명의 KLPGA투어 선수를 후원하는 등 골프 마케팅에 적극적인 기업이다.

이번 전인지 메인 스폰서 계약의 구체적인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KB금융그룹 관계자는 “전인지의 실력과 인기, 인성에 걸맞은 최고 대우를 했다”고 설명했다. KB금융 윤종규 회장은 “전인지의 도전 정신과 뜨거운 열정을 오랫동안 지켜봤고 전인지의 성실함과 성장 가능성을 주목해 후원을 결정했다”며 “더 안정적인 훈련을 받고 좋은 경기를 펼치도록 물심양면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앞다둬 이뤄진 이적·계약연장
전인지, KB금융과 메인스폰서

데뷔 4년 만인 지난해에 2승을 거두며 신인왕에 오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의 샛별인 장이근은 지난달 11일 신한금융그룹과 2년간의 후원 계약을 맺어 신한금융그룹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유니폼을 착용하고 국내외 대회에서 활약하게 된다. 그동안 메인스폰서가 없었던 장이근은 김밥집 표식, ‘코리아’ 문구, 용품후원사 마크를 달고 뛰었다.

1993년생인 장이근은 2013년 프로에 데뷔했으며, 아시안 투어 Q스쿨을 수석 통과해 2016년 잉더 헤리티지 대회에서 PGA 디오픈 챔피언십 공동 44위를 기록하며 해외 무대에서도 활약을 펼친 선수다. 장이근은 지난해 국내 무대에서 코오롱 한국오픈과 티업·지스윙 메가오픈을 제패했다. 

메가오픈에서는 28언더파 260 타를 기록해 한국 남자 프로골프 사상 72홀 최다 언더파, 최소타 신기록을 경신하며 스타성 있는 루키로 떠올랐다. 이번 후원 계약으로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 2010년과 2015년 상금왕을 차지한 김경태, 2016년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연장 승부 끝에 조던 스피스(미국)를 꺾고 우승한 송영한, 지난해 9월 DGB금융그룹 대구경북오픈에서 약관의 나이로 첫 우승을 기록한 서형석과 한솥밥을 먹게 됐다.


또한 장이근은 ‘마스터바니 에디션’ 골프웨어와의 후원계약도 체결했다. 마스터바니 에디션 관계자는 “올해 단독 브랜드로서 처음 프로골퍼 후원을 진행하는데 뛰어난 외모와 신체조건, 그리고 화려한 플레이와 스타성까지 겸비한 장이근 프로와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장이근 프로가 2018년 더욱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CJ그룹 계열사인 CJ대한통운은 계약이 만료된 이수민과 이창우를 방출하고 김민휘와 PGA투어 진출을 위해 웹닷컴투어서 활동 중인 임성재, 이동환과 이경훈, 강성훈까지 새로 영입했다. 이로써 기존 김시우와 안병훈 등 총 7명으로 팀이 재정비됐다. 이들 7명이 모두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동하고 있어 역대급 남자 골프단으로 평가받는다.

마케팅을 목적으로 골프단을 운영하는 국내 기업 중에서 계약 선수 전체가 PGA투어 멤버로 구성된 경우는 CJ대한통운이 처음이다. 이 역대급 골프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김시우는 두드러진 활약에 힘입어 지난해 말로 만료된 계약이 2022년까지 5년간 연장됐다.

후원사측 한 관계자는 PGA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연소 합격자로 2016년 윈덤 챔피언십과 지난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서 우승한 김시우의 활약을 평가해 계약기간을 다년으로 연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구체적 계약금은 양측 합의에 따라 밝혀지지 않았다.

별로 꽉채워
선수단 재편

다음으로는 탁구스타 안재형 ·자오즈민 부부의 아들인 안병훈이 있다. 안병훈은 2015년 유러피언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BMW PGA 챔피언십 우승 등으로 그해 신인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5년 KPGA투어 메이저급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 우승하면서 국내 골프팬들과 친숙해졌고 활동 무대를 본격적으로 미국으로 옮긴 2016년 PGA투어 취리히클래식에서 2위에 입상했다.

또 다른 멤버 김민휘는 2013년 PGA 2부인 웹닷컴투어를 거쳐 2015년 PGA투어 진출에 성공했다. 2012년 KPGA투어 신한동해오픈에서 한 차례 우승이 있지만 PGA투어에서는 아직 무관이다. 2016~2017시즌 페덱스 세인트주드 클래식 준우승으로 자신감을 갖게 된 김민휘는 2017~2018시즌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에서 열렸던 CJ컵@나인브릿지 4위, 11월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준우승 등 이번 시즌 7개 대회에 출전, 두 차례 ‘톱10’에 입상하면서 현재 상금순위 12위에 자리하고 있다.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다.

팀의 막내인 기대주 임성재는 지난달 17일 막을 내린 웹닷컴투어 시즌 개막전 바하마 클래식에서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다음 시즌 PGA투어 진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PGA투어는 웹닷컴투어 시즌 상금랭킹 25위 이내 선수에게 다음 시즌 시드를 준다. 임성재는 국가대표 출신으로 17세 때인 2015년 KPGA투어에 입문해 지난해까지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활동했다. JGTO투어에서 상금순위 12위에 오르며 일찌감치 가능성이 검증됐다.

건설사 앞장
신생팀 창단

마지막으로 골프단에 합류한 선수는 지난달 23일 후원 계약을 체결한 강성훈이다. 말이 필요가 없는 한국 남자골프 간판 중 한명인 강성훈은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금메달리스트이자 2008년 KPGA투어 신인상(명출상) 등을 수상한 선수다.

Q스쿨을 통해 2011년 PGA 투어에 진출한 후 지난해 4월 셸 휴스턴 오픈에서 준우승하는 등 정상 문턱에 다가갔으나 아직 첫 우승은 달성하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모교인 연세대 이름이 새겨진 모자를 쓰고 대회에 나서다 메인스폰서 로고를 달게 된 강성훈은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된 만큼 더 책임감을 느끼고, 집중력을 키워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우리 그룹이 국내 최초로 PGA투어 CJ컵@나인브릿지 대회를 오는 2026년까지 10년간 개최한다. 상금 등 제반규모 면에서 특급대회로 분류되는 이 대회가 손님들의 잔치로 끝나지 않으려면 뛰어난 국내 선수 발굴과 지원이 수반돼야 한다”며 “골프단을 PGA투어 멤버로 구성한 것은 바로 그런 차원에서다. 아울러 우리의 이번 전략이 자극제가 돼 국내 남자 프로골프의 발전에 기여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여자프로골프에서는 새롭게 팀을 창단한 기업과 기존 후원기업과 계약을 연장하거나 다른팀으로 이적하는 등 후원 계약 풍성하게 이뤄졌다. 주방가구 회사 넥시스는 지난해 12월28일 골프단 창단식을 열고 박유나 등 6명을 후원키로 했다.

2011년 대우증권클래식에서 우승한 박유나는 올 시즌 5개 대회에서 톱 10을 기록했다. 넥시스는 2015년 포스코 챔피언십 우승자인 최혜정,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의 김보아도 후원한다. 또 2부 투어의 유망주인 안소현과 이지현, 방송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임미소도 넥시스 모자를 쓴다. 국가대표 유해란(숭일고)에게는 주니어 육성 차원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최민호 넥시스 대표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국내 여자프로골퍼로 구성된 골프단을 창단해 무척 기쁘다. 창사 이래 매년 흑자를 기록 중인 넥시스처럼 소속 후원선수들도 함께 발전해 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올해 골프단 창단을 시작으로 대회 개최 등 지속해서 스포츠마케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부건설도 여자골프단을 창단한다. 2016년 KLPGA투어 신인왕 지한솔과 박희영의 동생인 박주영, 여기에 신인급 2~3명의 선수를 추가로 영입할 예정이다. 페어라이어 골프단도 지난달 16일 창단식을 가졌다. 올해 KLPGA투어에서 활동할 송남경과 2부 투어에서 활동할 김도연, 이예슬, 탁경은, 이지현3의 5명으로 구성됐다.

건설사들도 여자 골프 선수 후원에 적극적이다. 호반건설, 요진건설, 대방건설, 문영그룹도 경쟁적으로 여자 골프단을 운영하고 있다. KLPGA 2017시즌 6관왕에 오른 스타 이정은은 대방건설과 3년간 24억원을 받는 대형 계약을 맺었다.

KLPGA투어 통산 4승에 빛나는 김민선5은 기존 스폰서였던 CJ오쇼핑의 품을 떠나 문영그룹과 후원계약식을 통해 새 보금자리를 틀었다. 175㎝의 큰 키를 자랑하는 김민선5은 타고난 장타력을 앞세워 KLPGA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014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승씩을 추가해 통산 4승을 기록 중이다. 문영그룹은 김민선5을 비롯해 최가람, 박유준, 황율린, 안나린 등을 추가로 영입해 총 11명의 선수단을 꾸리게 됐다.


배선우와 홍란 등 이미 걸출한 선수를 보유하고 있던 삼천리는 올해 3승을 거든 김해림을 영입했다. 김해림은 롯데 모자를 벗고 삼천리와 계약을 맺었다. 삼천리는 3년간 열리던 삼천리 투게더 오픈을 내년부터 개최하지 않는 대신 선수 후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삼천리는 일본에서 활동하게 될 김해림의 투어 경비도 지원하게 된다. KLPGA투어 3승을 거둔 조윤지, 이주미도 삼천리가 후원한다.

KPGA 신인왕 장이근 신한금융으로
연일 쏟아진 골프단 창단 낭보

올해 5년 만에 우승하며 부활한 김자영은 SK네트웍스의 모자를 쓴다. 2012년 3승을 거두며 스타덤에 올랐다가 한 동안 슬럼프에 빠졌던 김자영은 우승과 함께 대기업 후원사를 맞게 됐다.

2014년 상금랭킹 3위, 2015년 상금랭킹 4위에 올랐다가 지난 2년간 스윙 교정으로 성적을 내지 못한 이정민도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이정민은 올해 상금랭킹 81위로 부진했지만 한화는 가능성을 믿고 후원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이라는 이름으로 골프단 간판을 바꿔단 한화는 LPGA투어에서 3승을 거둔 김인경과 지은희, 노무라 하루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국내 투어 3승을 한 김지현과 일본 투어에서 2승을 한 이민영도 한화 모자를 썼다. 

한화는 지난해 소속 선수들이 국·내외 무대에서 맹활약을 펼친 성과가 골프단 확대로 이어졌다. 한화는 김지현과 김인경, 이민영, 지은희 등이 2017시즌 한·미·일 필드에서 무려 10승을 합작했다.

하이트진로는 김하늘과 타이틀스폰서 계약을 3년 연장했다. 김하늘은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2008년 KLPGA투어에 데뷔해 통산 8승을 수확했고 2011년과 2012년에는 2년 연속 상금왕에 등극했다. 2015년부터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지난해는 3승을 쓸어 담아 더욱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JLPGA 투어의 골프 한류를 이끄는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다.

고진영에 이어 최예림도 하이트진로의 새 식구로 합류했다. 최예림은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점프(3부)투어와 드림(2부)투어를 거쳐 지난해 11월 시드순위전 6위로 단숨에 KLPGA투어 2018시즌 풀시드를 확보한 특급 루키다. 

KLPGA 최장 기간 후원사인 하이트진로는 2000년부터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주최함은 물론, 국내외에서 큰 활약을 펼친 스타플레이어들을 다수 배출하는 명문 골프단을 운영하며 한국 골프 발전에 힘쓰고 있다.

친환경 창호 선도기업 피엔에스(이하 PNS)도 KLPGA 루키 김지윤을 새식구로 맞이했다. 19살의 김지윤은 공격적인 경기운영과 아이언 샷, 쇼트게임 운영능력이 강점이다. 지난해 7월 점프투어 7차전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11월 펼쳐진 2018 KLPGA 정규투어 시드순위전 19위, 2018 시즌 개막전 ‘효성 챔피언십 with SBS’ 36위를 기록했다.

치열한 영입전 
용품 계약 활발

출범 3기를 맞은 PNS골프단은 김지윤을 포함, 기존 후원 선수인 LPGA 양희영, KLPGA 김소이, 김규리 등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PNS는 향후 유망 선수의 추가 영입과 체계적인 지원을 계획하고 있고, 골프단을 활용한 스포츠마케팅도 활발히 펼칠 방침이다.

한국미즈노는 LPGA투어에서 6승을 올린 김세영, KLPGA투어 통산 8승을 거둔 이정민, 퍼팅 달인 이승현 등과 용품 후원 계약을 맺으며 골프스타 마케팅을 강화했다. 6년째 미즈노 아이언을 사용하고 있는 김세영과 이정민은 재계약이고, 이승현은 이번에 처음 미즈노 아이언을 사용한다. 

LPGA무대에서 활약하다가 지난해 한국으로 복귀한 백규정, KLPGA 투어 3년 차 김아림과도 계약을 맺었다. LPGA 투어 베테랑 박희영도 계약을 연장했다. 박희영은 8년째 미즈노와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미즈노 아이언을 후원받게 된 남자 골퍼는 문경준과 이태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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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 오를 그 밥에 그 나물

잔칫상 오를 그 밥에 그 나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인 기세를 앞세워 쟁점 법안들을 한순간에 처리하려고 한다. 수많은 위험과 과제를 풀어야 하는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엔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주요 후보 4명이 출마할 예정이다. 약점도 4인 4색이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다음 달 19일 충북 청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주목받았던 유력 당권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나경원 의원 등 4명이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 좌장으로 알려진 6선 조경태 의원과 장성민 경기 안산갑 당협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돌고 돌아 4파전 예고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에겐 매우 어려운 숙제들이 수북하게 쌓여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의 기세와 압도적인 의석수를 토대로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농업 4법 ▲상법 추가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달 11일엔 검찰을 완전히 폐지한 후 기존 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옮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07석에 불과해서 실질적으로 해당 법안을 막을 힘이 없다. 또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당 대표 유력 후보 중 1명인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끊는다”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놓고, 박 전 원내대표는 “아직도 반성 없이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에 국민 혈세가 투입돼 내란을 옹호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내란 종식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당해산심판 청구 및 인용 가능성을 피부로 느끼도록 위협하면서 자금줄을 끊는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같은 날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지난 7일엔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의 출국을 금지했다. 특검의 수사 상황에 따라 ‘줄초상’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승부수로 제시했다가 좌초된 5대 개혁안에 담긴 국민의힘의 체질 개선 문제도 새 당 대표의 골머리를 썩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계는 5대 개혁안을 좌초시키면서 친윤계 일원인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키는 등 여전한 힘을 드러냈다. 5대 개혁안 중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추진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는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안건이었다. 신임 당 대표가 이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숙제는 내년 6월 진행될 지방선거다.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은 벌써 낮게 진단되고 있다. 실제로 패배하면, 다음 달 선출되는 당 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숙제와 뻔한 죽음이 예상되는 ‘독이 든 성배’라고 할 수 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4명은 대권주자급 위상을 가진 정치인들로 이들 모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어려운 숙제를 잔뜩 안고,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새 정부와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대권주자급 위상을 가진 대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전대 다가오는데 또 같은 얼굴들 대표 유력 주자 약점 들춰보니… 하지만 후보 4명은 각자 결함과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새 지도부가 구성됐다고 해서 저 많은 과제가 술술 풀릴 가능성은 매우 작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서울희망포럼 강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맞서 내가 싸우겠다”며 “국민이나 당이 위축될 때 침묵하지 않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의 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지명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시도했던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를 회의적으로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지난달 13일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의 국정 전횡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등 야당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당무감사가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인지 회의적”이란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이 몰두하는 것은 ‘빅텐트’다. 김 전 장관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시한 비전은 ▲권력의 잘못에 맞설 수 있도록 107명이 제대로 뭉친 국민의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낙연 전 총리·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과의 빅텐트 및 연대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당 체질 개선이란 측면에서 김 전 장관의 ‘빅텐트’에 대한 집착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빅텐트를 거론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총리의 지지 선언은 이끌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는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도 스스로 제안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태도를 바꿔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후보와 친윤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대선에서 41%를 득표하는 등 비교적 선전했지만, 이 ‘비교적 선전’은 국민의힘의 처참한 상황에 비해 선전했다는 것일 뿐, 진짜로 선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여전히 빅텐트에 집착하고 있다. 빅텐트 정당은 다양한 세력을 묶고 그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 당내 화합조차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을 탈당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단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다시 빅텐트 김문수 집착 심지어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 시절 구상했던 빅 텐트엔 전 목사 등 광장 세력도 포함됐다. 이처럼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관악산에서 열심히 턱걸이를 해도 고령에 따른 판단력 문제가 따라다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이 윤석열정부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연이어 발탁됐던 이유로는 “고령의 보수 정치인에 대한 예우”란 평가가 계속 나왔다. 이 평가엔 “정치적 영향력과 지도력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발탁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당사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선택은 일부 돋보였다. 하지만 과감한 정치적 선택도 정확한 판단력과 맞물려야 그 빛을 발한다. 대권·당권주자가 없단 약점이 있는 친윤계가 그나마 지향점이 비슷한 김 전 장관을 당 대표로 옹립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도를 공략해 다시 정권을 되찾으려면 당 체질은 필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김 전 장관이 빅텐트에 집착하는 옛 관성을 버리지 못하면, 여당과 제대로 맞설 제1야당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선 “어려운 상황에서 정면 승부하는 결기가 부족하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다. 한 전 대표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편한 길을 가려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당시 대표를 심판 대상으로 규정한 ‘이조 심판론’이란 구호를 내걸었다가 ‘108석 당선’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이유로 제시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정치 인생에서 제일 빛났던 순간은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였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반대하면서 “국민과 함께 이를 막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친한계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한 후 민주당과 협조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원로 인사들은 한 전 대표를 극찬했다. 조 대표는 지난 2월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여당 대표가 계엄을 좌절시키긴 어렵다”며 “보통 이런 걸 ‘별의 순간’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친윤계와 합의해 지난해 12월7일 진행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1차 표결 불참을 결정했다. 이어 다음날엔 한 전 총리와 함께 “총리와 여당 대표의 당정 협의를 강화해 국정 공백을 메운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헌법재판소가 한 전 총리 탄핵 심판 결정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각계각층에선 한 전 대표를 일컬어 “권력 찬탈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격렬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급부상 당시 한 전 대표는 ▲조속한 직무 정지 ▲탄핵소추 표결 불참 ▲탄핵 찬성 등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계속 바꿨다. 그러다가 탄핵소추가 가결된 직후 친윤계의 반발과 최고위원 전원 사퇴 등이 이어지면서 당 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이후 한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 패배 후 대선 유세에 참여했고, 친한계를 움직여 대선후보 강제 교체 반대에 참여하는 등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친윤계와의 뿌리 깊은 갈등은 여전하고, 당 대표 출마에 대한 의견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 등 ‘결기 부족’이란 일각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김민석 총리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농성이 되고 말았다. 나 의원은 냉방이 잘 되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교적 가격이 비싼 김밥과 유명 메이커 커피를 곁들이고 탁상용 선풍기까지 갖췄다. 이런 상황을 알린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촬영해 스스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나 의원 자신이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캠핑이나 바캉스 같다”고 비웃었다. 지난 2018년 5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지난 1일 MBC <뉴스외전>에서 “로텐더홀에서 출판기념회 하듯이 농성한다”고 비판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피서 농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주말엔 로텐더홀에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30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나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남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지층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작 농성의 대상인 김 총리는 같은 날 나 의원을 방문해 “식사는 했느냐”면서 “단식은 하지 말라”고 비웃었다. 김 총리의 기세는 하나도 꺾이지 않았고, 민주당은 지난 3일 김 총리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대선 경선 그대로 옮겨지나 수많은 난제…독이 든 성배? 그러자 나 의원은 다음날 농성을 해제했다. 나 의원이 6일 동안 진행한 농성은 나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후 진행될 대정부 투쟁의 회의적 가능성을 드러냈을 뿐이다. 당 대표 당선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지 의문이 커진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오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후 겨우 8분 만에 사퇴했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엔 “국민의힘은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라면서 “메스를 들어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 의원은 송 비대위원장에게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와 관련해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건의를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도·수도권·청년 중심으로 혁신위를 구성하려던 안 의원의 구상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혁신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 내정 이전부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따라서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엔 “친윤계와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어 일찌감치 “친윤계가 이전처럼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왜 혁신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함께 돌아다녔다. 안 의원은 “‘쌍권(권영세·권성동)’ 숙청을 혁신안으로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따라서 “혁신하는 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명분은 챙겼다. 하지만 여전히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나 홀로 버티고 있다. 친윤계와의 연대설이 돌아다녔던 이유도 안 의원에게 세가 없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안 의원도 김 전 장관처럼 친윤계와 치명적으로 갈등한 이력이 생겼다. 김 전 장관과 달리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명분은 얻었을지 몰라도, 실리는 스스로 걷어찬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메스를 들어 고름과 종기를 적출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남는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 계보를 거느린 한 전 대표도 친윤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과 장 당협위원장의 출마 선언은 주요 후보 4명에 비하면 비중 있게 취급되진 않는다. 다만 조 의원에 대해선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고, 좌장인 조 의원이 대신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수장과 좌장이 동시에 출마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숙제 뻔한 결말? 여러 폭탄을 끌어안고 죽을 가능성이 더 큰 당 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출혈은 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는 틈을 타 압도적인 기세를 타고 쟁점 법안들을 연이어 처리하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독이 든 성배 취급을 받는 국민의힘 대표 자리에 앉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자중지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 내부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