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동계올림픽> ‘미리 보는 평창’ 대한민국 메달 유망주

빙판·설상 주인공 ‘나야 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인의 축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오는 9일부터 17일 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이번 대회는 사상 최대 규모인 총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해 15개 종목 306개의 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 우리나라는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로 종합순위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국내서 치러지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이하 평창올림픽)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역대 동계올림픽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만큼 경기에 걸린 금메달 수도 처음으로 100개가 넘는다. 선수들은 설상 70개, 빙상 32개 등 총 15개 종목 102개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우리나라는 전 종목에 144명의 선수들이 출전한다. 지난 2014 소치올림픽 당시 6종목 71명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우리 선수단은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로 역대 최고 성적인 종합 4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전까지의 최고 성적은 2010 밴쿠버올림픽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거둔 종합 5위다.

우리나라는 지난 17번의 동계올림픽서 금메달 26개를 따냈다. 그중 21개가 쇼트트랙, 4개는 스피드 스케이팅서 나왔다. 1개는 밴쿠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서 김연아 선수가 목에 걸었다. 이를 두고 메달 편중이 심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역으로 말하면 두 종목이 세계 최강 수준이라는 뜻도 된다. 이번 평창올림픽서도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은 우리나라에 메달을 안겨줄 효자 종목으로 분류된다.

세계 최강 최민정


최민정이 2014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서 전 종목을 석권하며 4관왕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제2의 심석희’라 불렸다. 이후 시니어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최민정은 2014∼2015시즌부터 월드컵 무대서 메달을 목에 걸기 시작했다. 파죽지세로 성장한 그는 이제 심석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여자 쇼트트랙 간판이 됐다.

현재 최민정의 몸 상태는 최고다. 2017∼2018시즌 1∼4차 월드컵서 금메달 8개를 쓸어 담았다. 500m, 1000m, 1500m까지 세계랭킹 1위다. 3000m 계주 역시 우리나라가 1위에 올라 있는 만큼 4관왕도 꿈은 아니다. 

현재 여자 쇼트트랙에선 500m 금메달이 한 번도 없다. 최민정이 금메달을 따낸다면 전이경, 진선유에 이은 쇼트트랙 여제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픔을 딛고 심석희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주장 심석희는 개막을 코앞에 두고 홍역을 치렀다. 여자 대표팀 코치로부터 손찌검을 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던 것. 우여곡절 끝에 돌아온 심석희는 스케이트화 끈을 다시 조이고 금빛 담금질에 매진하고 있다.
 

심석희는 지난 2014 소치올림픽 3000m 계주서 이를 악물고 트랙을 질주해 우리나라에 금메달을 안겼다. 당시 열일곱의 심석희가 보여준 열정과 투혼은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여전히 여자 대표팀 에이스인 심석희는 이번 대회서도 1000m, 1500m, 계주서 금메달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무서운 막내 황대헌


2014 소치올림픽서 메달을 하나도 따내지 못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명예회복을 벼르고 있다. 선봉장에는 황대헌이 섰다. 황대헌은 평창 올림픽 개막 2일째인 10일 우리나라에 첫 금빛 낭보를 전할 가능성이 높다.

밴쿠버 넘어 최고 성적 노려
각종 악재 딛고 막판 스퍼트

황대헌은 앞서 2∼3차 월드컵서 1500m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1차와 4차에서는 2위를 기록하는 등 절정의 기량을 선보였다. 그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종목은 5000m 계주. 황대헌은 “개인전 전 종목에 나간다. 모두 신경 쓴다”며 “그래도 계주가 가장 중요하다. 형들과 함께 잘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빙속 여제 이상화

이상화가 한국 빙상 최초로 올림픽 3연패에 도전한다. 이상화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결정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m서 금메달을 따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각오다. 세계로 범위를 넓혀도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서 3연패를 이뤄낸 선수는 여자 500m의 보니 블레어(미국)가 유일하다.
 

이상화가 금메달을 따기 위해선 현재 500m 세계랭킹 1위 고다이라 나오를 넘어서야 한다. 고다이라는 이상화가 무릎 부상으로 고전하는 사이 월드컵, 세계선수권대회 등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최근 기록 차이가 줄고 있고 열광적인 홈팬들의 응원이 더해진다면 해볼만 하다는 생각이다.

초대 챔피언? 이승훈

이승훈은 이번 대회서 처음 정식 종목이 된 매스스타트의 첫 금메달을 노린다.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시작했다 쇼트트랙으로 종목을 바꾼 뒤 다시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가 된 그는 2010 밴쿠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000m서 금메달, 5000m서 은메달을 따내며 ‘빙상 남신’으로 떠올랐다.
 

2014 소치올림픽에 이어 세 번째 출전인 평창 올림픽서 그는 남자 5000m, 1만m, 매스스타트, 팀 추월 등 4개 종목에 출전한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들이 400m 트랙을 16바퀴, 6400m를 돌며 각 기점마다 획득한 점수를 더해 순위를 가리는 종목이다. 

현재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인 이승훈은 월드컵 4차 대회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담금질을 마쳤다.

부상을 넘어라 김보름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김보름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향한 뒤 중·장거리 종목서 강세를 보였다. 장거리 레이스인 매스스타트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김보름은 지난 2016∼2017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최근 김보름의 몸 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지난해 11월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1차 대회서 허리 부상을 입은 게 컸다. 2차 대회는 출전하지 못했고 3차서 11위를 기록하면서 세계랭킹이 10위까지 떨어졌다. 그래도 4차 대회서 동메달을 따내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 올리고 있다.

꿈꾸던 도전 최다빈

최다빈은 지난달 26일 대만 타이베이 아레나서 열린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서 총점 190.23점으로 여자 싱글 종합 4위에 올랐다. 개인 최고기록에는 뒤졌지만 시즌 최고 점수라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최다빈은 지난해 모친상 등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부츠와 부상 문제도 따라 다녔다. 하지만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자국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부담도 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빙상보다 설상 종목에 금메달이 더 걸려있지만 우리나라는 ‘설상 불모지’나 다름없다. 이번 대회서도 빙상 종목에는 32개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설상은 그 두 배가 넘는 70개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서 사상 첫 설상 종목 메달에 도전한다.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첫 금 사냥 윤성빈


스켈레톤 ‘신성’ 윤성빈이 우리나라에 사상 첫 설상 종목 금메달을 안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준비는 완벽하게 마친 상태다. 윤성빈은 총 8차에 걸친 월드컵 대회 중 1∼7차에 출전해 금메달 5개, 은메달 2개를 휩쓸며 압도적인 기량을 자랑했다.
 

4년 전 출전 선수 중 16위를 기록했던 윤성빈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금메달 후보 0순위로 부상했다. 하루에 두 번, 이틀에 걸쳐 총 4차례 활주하는 스켈레톤은 한 번의 실수가 순위를 좌우한다. 전 세계에 있는 전용 트랙마다 전체 길이와 곡선이 다른 만큼 일찌감치 코스 적응훈련에 돌입한 윤성빈은 홈 이점을 누릴 수 있을 전망이다.

[배추보이]
[이상호]

이상호는 어린 시절 고랭지 배추밭을 개량한 눈썰매장서 훈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추보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노보드 알파인 종목서 메달을 노리는 그는 한국 스키에 첫 메달을 안기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스노보드 알파인은 스노보드를 타고 가파른 경사를 누가 빨리 내려오는지 속도를 겨루는 종목이다.

전통의 강호 쇼트트랙부터
불모지였던 바이애슬론까지

이상호는 2017∼2018 시즌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랭킹 9위를 기록하고 있다. 100분의 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만큼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앞서 그는 지난해 3월 터키서 열린 월드컵서 2위에 올라 한국 스키 사상 최초로 월드컵 메달을 획득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한국 스키 역사를 새로 쓴 바 있다.

문턱 넘는다 최재우

최재우는 각종 대회서 ‘우리나라 최초’라는 수식어를 단골로 달았다. 하지만 번번이 메달 문턱서 좌절하는 일도 많았다. 15세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된 후 2014 소치 올림픽 1차 예선서 10위를 기록해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2차 예선서 실수로 코스를 이탈해 실격했다.

2014 소치올림픽 이후 턴 기술 보완에 나선 그는 지난해 12월 핀란드 월드컵서 6위, 중국 대회서 4위를 차지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년 반 정도 최재우에 대한 심리지원을 진행한 황승현 한국스포츠개발원 연구위원은 “(최재우는) 챔피언 기질이 있다”고 평가했다. 심적 안정까지 장착한 그는 평창올림픽서 시상대에 서겠다는 각오다.

출격만 남았다 원윤종-서영우

봅슬레이는 첫 동계올림픽인 1924년 샤모니 대회부터 정식 정목이었지만 아시아권 선수가 메달을 딴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남자 봅슬레이 2인승 원윤종과 서영우는 이번 대회서 첫 이정표를 세우겠다는 각오다.
 

이들은 지난 2016년 1월 열린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월드컵 5차 대회서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아 최초 타이틀을 따낸 바 있다. 2016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두 선수는 지난해 다소 주춤했지만 평창 올림픽 메달권을 정조준하면서 훈련에 매진 중이다. 

그 결과 지난해 11월 월드컵 3차 대회서 6위까지 순위를 끌어 올리는 등 상승세를 탔다. 내친 김에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목표로 마지막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푸른 눈의 국가대표’인 귀화선수가 19명이 출전한다. 

전체 우리나라 선수단 144명의 13%에 달하는 숫자로,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다양한 출신의 선수들이 평창 무대에 오를 전망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아이스하키다. 남자 아이스하키 7명, 여자 아이스하키 4명 등 총 11명이 귀화선수다. 

이외에도 크로스컨트리 1명, 프리스타일 스키 1명, 루지 1명, 바이애슬론 4명, 피겨 아이스댄스 1명 등이 태극마크를 달고 평창을 누빈다.

애국가 듣는 귀화 선수들

안나 프롤리나, 예카테리나 압바쿠모바, 티모페이 랍신 등 세 선수는 올림픽 출전을 위해 러시아서 우리나라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들은 바이애슬론 불모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서 메달을 거머쥐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을 결합한 것으로 러시아가 특히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세 선수 가운데 랍신은 2008년부터 2016년까지 러시아 대표를 지냈고, 국제 바이애슬론연맹 월드컵서 6차례나 우승한 전력이 있는 베테랑이다. 랍신의 등장은 대표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는 바이애슬론 종목 사상 첫 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평창에 오는 해외 스타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9일부터 25일까지 17일 동안 진행된다. 총 92개국 선수 3000여명이 참가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회인 만큼 해외 스타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우리나라 선수들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스타들이 실력을 뽐낼 무대가 될 평창 올림픽. 해외 스타들의 활약은 또 다른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스키 여제’ 린지 본(미국, 알파인 스키)= 린지 본은 현재 단연 최고의 겨울스포츠 스타다. 알파인 스키 최강자인 본은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활강서 금메달을 땄고, 국제스키연맹 월드컵 통산 79회 우승으로 여자 선수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평창서 금메달을 따고 명예로운 은퇴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새 피겨여왕’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 피겨 스케이팅)= 메드베데바는 여자 싱글 우승 1순위로 꼽힌다. 2016, 2017년 세계선수권 챔피언인 메드베데바는 2010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갖고 있던 세계신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점프 기계’라고 불릴 정도로 기량은 의심할 나위 없지만 오른 발등 골절로 공백기를 가진 게 변수다.

▲‘스키의 왕’ 에릭 프렌첼(독일, 노르딕 복합)=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가 결합한 노르딕복합은 유일하게 여자 경기가 열리지 않는 종목이다. 그만큼 초인적인 신체 능력이 필요하다. 에릭 프렌첼은 이 같은 노르딕복합 종목서 꾸준히 왕좌를 지키는 중이다. 그는 2012∼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5년 연속 월드컵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대다수의 선수들은 주종목이 있지만 그는 크로스컨트리와 스키점프 모두 세계적인 수준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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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