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23 09:04:00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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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에 똥파리가 꼬이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국정지지율이 지방선거판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야권 인사들의 입당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외연확장’과 ‘인재영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위해 지역사회의 비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고공행진 중인 민주당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대선 이후 10% 중반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경우를 가정한 ‘통합 신당’은 소폭상승에 그쳐 시너지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조사 됐다. 

7개월간
50% 지지율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8∼12일 조사해 지난 15일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0.7%p 오른 51.6%로 2주 연속 상승하면서 50%대 초반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은 이명박정부의 ‘UAE 유사 시 한국군 자동 군사개입’ 비밀 군사협정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1.7%p 내린 16.9%로 지난주의 반등세가 멈추고 10%대 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세연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던 바른정당은 0.7%p 내린 5.3%로 지난주의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정당의 탈당 사태와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통합파와 통합반대파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난주 주간집계과 비슷한 5.1%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민주당은 7개월째 지지율 조사 때마다 타 정당의 꼭대기에 서 있다. 그러나 높은 인기에 비례해 고민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지율에 의존해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의원들이 속출하면서 의석 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이 민주당 입당을 위해 줄을 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은 권민호 거제시장이다. 지난 15일 민주당 경남도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권 시장 입당을 승인했다. 권 시장은 지난 3일 민주당 경남도당에 입당원서를 재출했는데 10일 첫 심사에선 승인을 보류했다. 

앞서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권 시장이 입당원서를 내자 반대를 외쳐왔다. 거제지역위원회는 “권민호 거제시장의 입당에 결사 반대한다”며 “각종 부정부패와 사익을 추구하는 개발계획 추진 의혹, 난개발, 부당노동행위, 추락하는 거제 경제의 책임을 지고 권 시장은 지금 당장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해야 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민홍철 위원장을 포함한 6인으로 구성됐다. 당원자격심사를 맡은 한 위원은 “권 시장의 입당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검토했다. 반대 사유가 의혹에 불과했고, 아직 법적으로 처벌되지는 않았다”며 “당원이 된 이후에 불법적인 사안이 있으면 당 차원서 관리가 될 것이라 보고 입당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역정가에선 권 시장의 행보를 전형적 ‘철새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해 4월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다. 
 

권 시장은 거제시장 3선에 나서지 않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경남도지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반대 여론에 부딪쳐 번번이 입당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번 승인 결과에 대해 권 시장은 “감사드린다. 입당 승인이 돼 참으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려했다. 거제시장을 7년6개월 하는 동안 손톱만큼도 의혹이 없었다. 입당 반대하는 분들이 숱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혹여 그 일로 입당 못하면 개인적으로도 불명예”라며 “밤낮으로 잠이 안 왔다. 해명자료도 단호하게 냈다. 입당을 허용해줘 고맙고 개인 명예가 회복돼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여당에 둥지 튼
철새 정치인들

한국당 텃밭인 대구서도 민주당 입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지역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대구지역 전·현직 지방의원 5명 이상이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던 최기원 전 수성구의회 의원도 지난해 11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한국당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구시당 측도 당적 이동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새로 입당한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텃밭인 부산 강서구에서는 유력 구청장 후보 두 명이 모두 한국당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눈길을 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선 당적을 옮긴 인사들끼리 구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노기태 현 강서구청장은 지난해 3월 민주당에 입당했고, 안병해 전 청장은 20대 총선 때 입당했다. 한국당에서는 아직 유력한 강서구청장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두 사람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자천타천 민주당 입당설에 휩싸이는 한국당 정치인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은 공주시장 출마를 위해 조만간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란 지역 신문의 보도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긴급 소집된 한국당 의원총회서 윤 의장은 “늦은 시간에 기자가 전화를 해 ‘한국당 탈당하고 민주당 가느냐’고 묻길래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고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며 “왜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줄곧 50%이상 지지율 
줄줄이 입당·복당…들끓는 여론 

하지만 확실히 당을 옮기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요구에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말 저런 말 할 수 있다. 이 자리서 나에게 앞으로 탈당을 안 하겠다고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내 인권과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거부해 입당설을 완전히 진화하진 못했다. 

한국당 이적 정치인에 대한 민주당 내의 시각은 둘로 갈리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현재 우리 당 지지율이 높지만 보수 텃밭의 경우 한국당 가입 이력이 없는 출마자를 찾기가 어려운 지역도 있다. 과거 한국당에 몸 담았던 인사라도 적극 영입해서 지역주의를 깨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또 다른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당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상황에선 아무리 보수 텃밭이라고 해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아예 우리 당 후보가 없다면 모를까. 그 지역서 활동해온 우리 당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며 “여러 명분을 내세우지만 최근 우리 당 지지율이 높아져서 오려는 것 아닌가.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당에 들어오면 잡음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갑중 진주시의원도 민주당 입당을 선언해 파란을 예고했다. 

강 시의원은 지난 17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참여해 진정한 지방자치와 서민을 위한 민생정치, 소통을 통한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는 데 저의 마지막 정치열정을 불태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입당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진주의 적폐를 청산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진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라며 “진주에 온존하는 구태 권력의 교체를 위해 썩은 물을 퍼내고 오물을 철거하겠다”고 주장했다. 

강 시의원은 오는 6월 진주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입당·복당 러시 
인재영입 딜레마

강 시의원의 민주당 입당 신청에 대해 진주참여연대는 ‘진주는 철새도래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강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도의원 공천으 제안하자 망설임 없이 한나라당에 입당했으며 당선돼 활동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2016년 총선서 박대출 의원을 지지했다. 총선 후 새누리당 복당까지 신청하는 등 구여권 주변을 맴돌았다”며 “강 의원의 정치활동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새로운 진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반성과 더불어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지역 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강 시의원은 “저 역시 사람인지라 떳떳한 길을 걸어 왔다고 자부하지는 않는다. 갈지자를 걸은 적도 있고, 발걸음이 꼬이기도 했다”며 “저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도 있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충심으로 해량 있으시길 바라며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강 시의원과 마찬가지로 유명호 전 증평군수도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유 전 군수는 2003년 재보궐선거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초대 증평군수에 당선됐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현 민주당 홍성렬 군수를 만나 3선에 실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에 입당해 군수 선거에 출마했지만 역시 낙선했다. 

따라서 이번 민주당 입당을 놓고 정치권서 뒷말이 분분하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홍성렬 군수가 2014년 재선 당시 3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며 “아마도 그 점을 내세워 민주당 공천신청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재선까지 하고 고령인 분이 정당까지 옮겨가며 선거 철새처럼 처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엔 전직 전남도의원 4명 등 64명이 민주당에 복당했다. 지난 4일 김창남 전 전남도의원을 비롯한 전직 도의원 4명, 신현호 전 전남도 민원실장과 일반당원 등 모두 64명이 최근 민주당 전남도당으로 복당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고 복당계를 제출한 김 전 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와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일반당원 등 72명에 대한 복당심사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도의원 등은 “민주당의 발전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복당을 결심했다”며 “오는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전략공천 시끌
규정 손보기
 

이처럼 정치인들의 민주당 입당·복당러시가 심화되면서 민주당의 고심도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외부인사 영입과 내부인재 발굴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의 고공행진에 따른 후보 난립 현상이 두드러져 제대로 된 후보 검증 및 필터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인재발굴위원회를 결성, 외부인사 영입과 동시에 내부인재 발굴에도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해당 기구는 당헌·당규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설치하는 기존 인재영입위원회로, 외부 인사 영입과 함께 내부 우수 인재도 발굴하기 위한 차원에서 해당 명칭으로 잠정 결정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이후 당원이 급증한 상태”라며 “단순히 과거와 같은 외부 영입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좋은 사람들도 발굴하고 육성하자는 취지서 인재발굴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재발굴위를 통해 영입하거나 발굴하는 인재에 대해서는 지방선거와 재보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당 일각에선 인재영입과 함께 전략공천 규정을 변경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겉으론 백의종군 속으론 권력욕심
인재 영입 나서고 공천 규정 고친다?

현재 민주당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전략공천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기초단체장 이하는 원천 금지돼있어 외부 영입인사를 영입해 출마시키기 위해선 관련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이 다양한 전략공천을 통해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 것이란 분위기가 퍼진 상황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선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야당이 현재처럼 전략공천 카드를 쓸 수 있는 상황서 우리 당이 예측 가능한 경기를 펼치면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같은 여러 상황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위원장들도 전략공천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기초 단체장 후보로 훌륭한 분을 영입했을 경우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분을 당내 경선에 붙여 상처를 내면 안 된다”며 “자기 사람 줄 세우기를 하는 무차별적 전략공천은 안 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제한적으로 전략공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당 내부에선 시스템 공천 등 현행 규정을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기초단체장 이하에 대해서도 10% 이내 범위서 중앙당 전략공천 방안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기획단 관계자는 “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당내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태”라며 “아직 의견이 100% 하나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폐지한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이 부활할 경우 공천권 행사 주체를 놓고도 당내 이견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민주당이 전략공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공천권 행사 
잡음 가능성↑

일련의 민주당 복당·입당 러시에 대해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율이 유별나게 높기 때문에 오는 지방선거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보수텃밭서도 민주당 입당을 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 지역서 활동해 온 우리 당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년 동안 철새정치인 몇 명인가 보니…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은 모두 94명으로 조사됐다.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을 보면 바른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의원들의 수가 79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당 12명, 더불어민주당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바른정당은 당적을 변경해 한국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들 가운데 국회의원이 24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55명은 시의원과 도의원이다. 최근까지 근근이 두 자릿수 의석을 지켰던 바른정당은 박인숙 의원의 탈당으로 9석으로 줄어들었다.

박 의원의 탈당을 두고 김성동 사무총장은 “쫓기듯 빠져나가는 뒷모습이 처량하다”며 “당원과 국민의 여망을 짓밟고 나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을 최고위원은 “변절로 국민을 우롱한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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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