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23 09:04:00
  • 호수 1150호
  • 댓글 0개

잔칫상에 똥파리가 꼬이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국정지지율이 지방선거판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야권 인사들의 입당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외연확장’과 ‘인재영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위해 지역사회의 비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고공행진 중인 민주당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대선 이후 10% 중반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경우를 가정한 ‘통합 신당’은 소폭상승에 그쳐 시너지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조사 됐다. 

7개월간
50% 지지율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8∼12일 조사해 지난 15일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0.7%p 오른 51.6%로 2주 연속 상승하면서 50%대 초반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은 이명박정부의 ‘UAE 유사 시 한국군 자동 군사개입’ 비밀 군사협정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1.7%p 내린 16.9%로 지난주의 반등세가 멈추고 10%대 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세연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던 바른정당은 0.7%p 내린 5.3%로 지난주의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정당의 탈당 사태와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통합파와 통합반대파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난주 주간집계과 비슷한 5.1%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민주당은 7개월째 지지율 조사 때마다 타 정당의 꼭대기에 서 있다. 그러나 높은 인기에 비례해 고민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지율에 의존해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의원들이 속출하면서 의석 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이 민주당 입당을 위해 줄을 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은 권민호 거제시장이다. 지난 15일 민주당 경남도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권 시장 입당을 승인했다. 권 시장은 지난 3일 민주당 경남도당에 입당원서를 재출했는데 10일 첫 심사에선 승인을 보류했다. 

앞서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권 시장이 입당원서를 내자 반대를 외쳐왔다. 거제지역위원회는 “권민호 거제시장의 입당에 결사 반대한다”며 “각종 부정부패와 사익을 추구하는 개발계획 추진 의혹, 난개발, 부당노동행위, 추락하는 거제 경제의 책임을 지고 권 시장은 지금 당장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해야 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민홍철 위원장을 포함한 6인으로 구성됐다. 당원자격심사를 맡은 한 위원은 “권 시장의 입당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검토했다. 반대 사유가 의혹에 불과했고, 아직 법적으로 처벌되지는 않았다”며 “당원이 된 이후에 불법적인 사안이 있으면 당 차원서 관리가 될 것이라 보고 입당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역정가에선 권 시장의 행보를 전형적 ‘철새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해 4월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다. 
 

권 시장은 거제시장 3선에 나서지 않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경남도지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반대 여론에 부딪쳐 번번이 입당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번 승인 결과에 대해 권 시장은 “감사드린다. 입당 승인이 돼 참으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려했다. 거제시장을 7년6개월 하는 동안 손톱만큼도 의혹이 없었다. 입당 반대하는 분들이 숱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혹여 그 일로 입당 못하면 개인적으로도 불명예”라며 “밤낮으로 잠이 안 왔다. 해명자료도 단호하게 냈다. 입당을 허용해줘 고맙고 개인 명예가 회복돼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여당에 둥지 튼
철새 정치인들

한국당 텃밭인 대구서도 민주당 입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지역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대구지역 전·현직 지방의원 5명 이상이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던 최기원 전 수성구의회 의원도 지난해 11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한국당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구시당 측도 당적 이동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새로 입당한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텃밭인 부산 강서구에서는 유력 구청장 후보 두 명이 모두 한국당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눈길을 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선 당적을 옮긴 인사들끼리 구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노기태 현 강서구청장은 지난해 3월 민주당에 입당했고, 안병해 전 청장은 20대 총선 때 입당했다. 한국당에서는 아직 유력한 강서구청장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두 사람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자천타천 민주당 입당설에 휩싸이는 한국당 정치인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은 공주시장 출마를 위해 조만간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란 지역 신문의 보도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긴급 소집된 한국당 의원총회서 윤 의장은 “늦은 시간에 기자가 전화를 해 ‘한국당 탈당하고 민주당 가느냐’고 묻길래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고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며 “왜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줄곧 50%이상 지지율 
줄줄이 입당·복당…들끓는 여론 

하지만 확실히 당을 옮기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요구에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말 저런 말 할 수 있다. 이 자리서 나에게 앞으로 탈당을 안 하겠다고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내 인권과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거부해 입당설을 완전히 진화하진 못했다. 

한국당 이적 정치인에 대한 민주당 내의 시각은 둘로 갈리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현재 우리 당 지지율이 높지만 보수 텃밭의 경우 한국당 가입 이력이 없는 출마자를 찾기가 어려운 지역도 있다. 과거 한국당에 몸 담았던 인사라도 적극 영입해서 지역주의를 깨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또 다른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당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상황에선 아무리 보수 텃밭이라고 해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아예 우리 당 후보가 없다면 모를까. 그 지역서 활동해온 우리 당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며 “여러 명분을 내세우지만 최근 우리 당 지지율이 높아져서 오려는 것 아닌가.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당에 들어오면 잡음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갑중 진주시의원도 민주당 입당을 선언해 파란을 예고했다. 

강 시의원은 지난 17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참여해 진정한 지방자치와 서민을 위한 민생정치, 소통을 통한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는 데 저의 마지막 정치열정을 불태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입당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진주의 적폐를 청산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진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라며 “진주에 온존하는 구태 권력의 교체를 위해 썩은 물을 퍼내고 오물을 철거하겠다”고 주장했다. 

강 시의원은 오는 6월 진주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입당·복당 러시 
인재영입 딜레마

강 시의원의 민주당 입당 신청에 대해 진주참여연대는 ‘진주는 철새도래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강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도의원 공천으 제안하자 망설임 없이 한나라당에 입당했으며 당선돼 활동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2016년 총선서 박대출 의원을 지지했다. 총선 후 새누리당 복당까지 신청하는 등 구여권 주변을 맴돌았다”며 “강 의원의 정치활동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새로운 진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반성과 더불어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지역 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강 시의원은 “저 역시 사람인지라 떳떳한 길을 걸어 왔다고 자부하지는 않는다. 갈지자를 걸은 적도 있고, 발걸음이 꼬이기도 했다”며 “저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도 있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충심으로 해량 있으시길 바라며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강 시의원과 마찬가지로 유명호 전 증평군수도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유 전 군수는 2003년 재보궐선거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초대 증평군수에 당선됐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현 민주당 홍성렬 군수를 만나 3선에 실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에 입당해 군수 선거에 출마했지만 역시 낙선했다. 

따라서 이번 민주당 입당을 놓고 정치권서 뒷말이 분분하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홍성렬 군수가 2014년 재선 당시 3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며 “아마도 그 점을 내세워 민주당 공천신청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재선까지 하고 고령인 분이 정당까지 옮겨가며 선거 철새처럼 처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엔 전직 전남도의원 4명 등 64명이 민주당에 복당했다. 지난 4일 김창남 전 전남도의원을 비롯한 전직 도의원 4명, 신현호 전 전남도 민원실장과 일반당원 등 모두 64명이 최근 민주당 전남도당으로 복당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고 복당계를 제출한 김 전 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와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일반당원 등 72명에 대한 복당심사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도의원 등은 “민주당의 발전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복당을 결심했다”며 “오는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전략공천 시끌
규정 손보기
 

이처럼 정치인들의 민주당 입당·복당러시가 심화되면서 민주당의 고심도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외부인사 영입과 내부인재 발굴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의 고공행진에 따른 후보 난립 현상이 두드러져 제대로 된 후보 검증 및 필터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인재발굴위원회를 결성, 외부인사 영입과 동시에 내부인재 발굴에도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해당 기구는 당헌·당규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설치하는 기존 인재영입위원회로, 외부 인사 영입과 함께 내부 우수 인재도 발굴하기 위한 차원에서 해당 명칭으로 잠정 결정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이후 당원이 급증한 상태”라며 “단순히 과거와 같은 외부 영입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좋은 사람들도 발굴하고 육성하자는 취지서 인재발굴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재발굴위를 통해 영입하거나 발굴하는 인재에 대해서는 지방선거와 재보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당 일각에선 인재영입과 함께 전략공천 규정을 변경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겉으론 백의종군 속으론 권력욕심
인재 영입 나서고 공천 규정 고친다?

현재 민주당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전략공천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기초단체장 이하는 원천 금지돼있어 외부 영입인사를 영입해 출마시키기 위해선 관련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이 다양한 전략공천을 통해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 것이란 분위기가 퍼진 상황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선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야당이 현재처럼 전략공천 카드를 쓸 수 있는 상황서 우리 당이 예측 가능한 경기를 펼치면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같은 여러 상황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위원장들도 전략공천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기초 단체장 후보로 훌륭한 분을 영입했을 경우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분을 당내 경선에 붙여 상처를 내면 안 된다”며 “자기 사람 줄 세우기를 하는 무차별적 전략공천은 안 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제한적으로 전략공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당 내부에선 시스템 공천 등 현행 규정을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기초단체장 이하에 대해서도 10% 이내 범위서 중앙당 전략공천 방안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기획단 관계자는 “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당내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태”라며 “아직 의견이 100% 하나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폐지한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이 부활할 경우 공천권 행사 주체를 놓고도 당내 이견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민주당이 전략공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공천권 행사 
잡음 가능성↑

일련의 민주당 복당·입당 러시에 대해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율이 유별나게 높기 때문에 오는 지방선거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보수텃밭서도 민주당 입당을 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 지역서 활동해 온 우리 당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년 동안 철새정치인 몇 명인가 보니…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은 모두 94명으로 조사됐다.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을 보면 바른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의원들의 수가 79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당 12명, 더불어민주당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바른정당은 당적을 변경해 한국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들 가운데 국회의원이 24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55명은 시의원과 도의원이다. 최근까지 근근이 두 자릿수 의석을 지켰던 바른정당은 박인숙 의원의 탈당으로 9석으로 줄어들었다.

박 의원의 탈당을 두고 김성동 사무총장은 “쫓기듯 빠져나가는 뒷모습이 처량하다”며 “당원과 국민의 여망을 짓밟고 나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을 최고위원은 “변절로 국민을 우롱한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