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지지율 고공행진 딜레마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23 09:04:00
  • 호수 1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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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에 똥파리가 꼬이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지지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당이 고심에 빠졌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높은 국정지지율이 지방선거판에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야권 인사들의 입당 러시가 시작된 것이다. 민주당은 ‘외연확장’과 ‘인재영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위해 지역사회의 비판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일요시사>는 고공행진 중인 민주당의 속사정을 살펴봤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대선 이후 10% 중반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한 경우를 가정한 ‘통합 신당’은 소폭상승에 그쳐 시너지 효과가 미비한 것으로 조사 됐다. 

7개월간
50% 지지율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8∼12일 조사해 지난 15일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주 대비 0.7%p 오른 51.6%로 2주 연속 상승하면서 50%대 초반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당은 이명박정부의 ‘UAE 유사 시 한국군 자동 군사개입’ 비밀 군사협정 논란이 확산된 가운데, 1.7%p 내린 16.9%로 지난주의 반등세가 멈추고 10%대 중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세연 의원이 탈당을 선언했던 바른정당은 0.7%p 내린 5.3%로 지난주의 반등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정당의 탈당 사태와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통합파와 통합반대파 간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국민의당은 지난주 주간집계과 비슷한 5.1%를 기록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민주당은 7개월째 지지율 조사 때마다 타 정당의 꼭대기에 서 있다. 그러나 높은 인기에 비례해 고민도 늘어나는 모양새다. 

지지율에 의존해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의원들이 속출하면서 의석 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제1야당인 한국당 소속 정치인들이 민주당 입당을 위해 줄을 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인물은 권민호 거제시장이다. 지난 15일 민주당 경남도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어 권 시장 입당을 승인했다. 권 시장은 지난 3일 민주당 경남도당에 입당원서를 재출했는데 10일 첫 심사에선 승인을 보류했다. 

앞서 민주당 거제지역위원회는 권 시장이 입당원서를 내자 반대를 외쳐왔다. 거제지역위원회는 “권민호 거제시장의 입당에 결사 반대한다”며 “각종 부정부패와 사익을 추구하는 개발계획 추진 의혹, 난개발, 부당노동행위, 추락하는 거제 경제의 책임을 지고 권 시장은 지금 당장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해야 할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당원자격심사위원회는 민홍철 위원장을 포함한 6인으로 구성됐다. 당원자격심사를 맡은 한 위원은 “권 시장의 입당에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 검토했다. 반대 사유가 의혹에 불과했고, 아직 법적으로 처벌되지는 않았다”며 “당원이 된 이후에 불법적인 사안이 있으면 당 차원서 관리가 될 것이라 보고 입당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역정가에선 권 시장의 행보를 전형적 ‘철새 정치인’으로 보고 있다. 권 시장은 지난해 4월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민주당 입당을 타진했다. 
 

권 시장은 거제시장 3선에 나서지 않고 오는 6월 지방선거 때 경남도지사에 출마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 지역위원회의 반대 여론에 부딪쳐 번번이 입당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번 승인 결과에 대해 권 시장은 “감사드린다. 입당 승인이 돼 참으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려했다. 거제시장을 7년6개월 하는 동안 손톱만큼도 의혹이 없었다. 입당 반대하는 분들이 숱한 의혹을 제기했는데 혹여 그 일로 입당 못하면 개인적으로도 불명예”라며 “밤낮으로 잠이 안 왔다. 해명자료도 단호하게 냈다. 입당을 허용해줘 고맙고 개인 명예가 회복돼 다행”이라고 언급했다. 

여당에 둥지 튼
철새 정치인들

한국당 텃밭인 대구서도 민주당 입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 지역신문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대구지역 전·현직 지방의원 5명 이상이 민주당에 입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던 최기원 전 수성구의회 의원도 지난해 11월 민주당에 입당했다. 

한국당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긴 정치인들은 자신의 이름이 공개되는 것을 꺼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대구시당 측도 당적 이동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며 새로 입당한 정치인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당 텃밭인 부산 강서구에서는 유력 구청장 후보 두 명이 모두 한국당서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겨 눈길을 끈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선 당적을 옮긴 인사들끼리 구청장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될 전망이다. 

노기태 현 강서구청장은 지난해 3월 민주당에 입당했고, 안병해 전 청장은 20대 총선 때 입당했다. 한국당에서는 아직 유력한 강서구청장 후보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 현재로서는 두 사람이 가장 유력한 후보다.  

지방선거가 다가올수록 자천타천 민주당 입당설에 휩싸이는 한국당 정치인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은 공주시장 출마를 위해 조만간 민주당에 입당할 것이란 지역 신문의 보도로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긴급 소집된 한국당 의원총회서 윤 의장은 “늦은 시간에 기자가 전화를 해 ‘한국당 탈당하고 민주당 가느냐’고 묻길래 떠도는 이야기일 뿐이고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 것이 전부”라며 “왜 이런 논란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줄곧 50%이상 지지율 
줄줄이 입당·복당…들끓는 여론 

하지만 확실히 당을 옮기지 않겠다고 약속해달라는 요구에는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사람이 살다보면 이런 말 저런 말 할 수 있다. 이 자리서 나에게 앞으로 탈당을 안 하겠다고 말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내 인권과 인격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거부해 입당설을 완전히 진화하진 못했다. 

한국당 이적 정치인에 대한 민주당 내의 시각은 둘로 갈리고 있다. 


한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현재 우리 당 지지율이 높지만 보수 텃밭의 경우 한국당 가입 이력이 없는 출마자를 찾기가 어려운 지역도 있다. 과거 한국당에 몸 담았던 인사라도 적극 영입해서 지역주의를 깨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또 다른 민주당 의원 보좌진은 “당 지지율이 이렇게 높은 상황에선 아무리 보수 텃밭이라고 해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아예 우리 당 후보가 없다면 모를까. 그 지역서 활동해온 우리 당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며 “여러 명분을 내세우지만 최근 우리 당 지지율이 높아져서 오려는 것 아닌가.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한꺼번에 당에 들어오면 잡음만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주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강갑중 진주시의원도 민주당 입당을 선언해 파란을 예고했다. 

강 시의원은 지난 17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에 참여해 진정한 지방자치와 서민을 위한 민생정치, 소통을 통한 통합의 정치를 이룩하는 데 저의 마지막 정치열정을 불태우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입당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진주의 적폐를 청산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진주’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라며 “진주에 온존하는 구태 권력의 교체를 위해 썩은 물을 퍼내고 오물을 철거하겠다”고 주장했다. 

강 시의원은 오는 6월 진주시장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입당·복당 러시 
인재영입 딜레마

강 시의원의 민주당 입당 신청에 대해 진주참여연대는 ‘진주는 철새도래지가 아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강 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도의원 공천으 제안하자 망설임 없이 한나라당에 입당했으며 당선돼 활동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고, 2016년 총선서 박대출 의원을 지지했다. 총선 후 새누리당 복당까지 신청하는 등 구여권 주변을 맴돌았다”며 “강 의원의 정치활동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새로운 진주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정치공학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반성과 더불어 깊은 성찰을 해야 할 때다”라고 주장했다. 

지역 사회의 시선을 의식한 듯 강 시의원은 “저 역시 사람인지라 떳떳한 길을 걸어 왔다고 자부하지는 않는다. 갈지자를 걸은 적도 있고, 발걸음이 꼬이기도 했다”며 “저의 정치적 행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계신 분도 있을 것이다. 이 점에 대해 충심으로 해량 있으시길 바라며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 올린다”고 말했다. 

강 시의원과 마찬가지로 유명호 전 증평군수도 새누리당 출신이지만 이번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유 전 군수는 2003년 재보궐선거서 당시 한나라당 소속으로 초대 증평군수에 당선됐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서 한나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2010년에도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현 민주당 홍성렬 군수를 만나 3선에 실패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새누리당에 입당해 군수 선거에 출마했지만 역시 낙선했다. 

따라서 이번 민주당 입당을 놓고 정치권서 뒷말이 분분하다. 

한 지역 정치권 인사는 “홍성렬 군수가 2014년 재선 당시 3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며 “아마도 그 점을 내세워 민주당 공천신청을 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재선까지 하고 고령인 분이 정당까지 옮겨가며 선거 철새처럼 처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최근엔 전직 전남도의원 4명 등 64명이 민주당에 복당했다. 지난 4일 김창남 전 전남도의원을 비롯한 전직 도의원 4명, 신현호 전 전남도 민원실장과 일반당원 등 모두 64명이 최근 민주당 전남도당으로 복당했다. 

민주당 전남도당은 당원자격심사위원회를 열고 복당계를 제출한 김 전 의원을 비롯한 선출직 공직자와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일반당원 등 72명에 대한 복당심사를 통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 전 도의원 등은 “민주당의 발전과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복당을 결심했다”며 “오는 지방선거서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전략공천 시끌
규정 손보기
 

이처럼 정치인들의 민주당 입당·복당러시가 심화되면서 민주당의 고심도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선을 앞두고 외부인사 영입과 내부인재 발굴에 본격 돌입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문 대통령과 당 지지율의 고공행진에 따른 후보 난립 현상이 두드러져 제대로 된 후보 검증 및 필터링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인재발굴위원회를 결성, 외부인사 영입과 동시에 내부인재 발굴에도 전력을 쏟을 방침이다. 해당 기구는 당헌·당규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설치하는 기존 인재영입위원회로, 외부 인사 영입과 함께 내부 우수 인재도 발굴하기 위한 차원에서 해당 명칭으로 잠정 결정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대선 이후 당원이 급증한 상태”라며 “단순히 과거와 같은 외부 영입뿐만 아니라 우리 내부에 있는 좋은 사람들도 발굴하고 육성하자는 취지서 인재발굴위를 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인재발굴위를 통해 영입하거나 발굴하는 인재에 대해서는 지방선거와 재보선 출마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당 일각에선 인재영입과 함께 전략공천 규정을 변경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겉으론 백의종군 속으론 권력욕심
인재 영입 나서고 공천 규정 고친다?

현재 민주당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전략공천이 가능하도록 돼있다. 기초단체장 이하는 원천 금지돼있어 외부 영입인사를 영입해 출마시키기 위해선 관련 규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야당이 다양한 전략공천을 통해 지방선거 판세를 흔들 것이란 분위기가 퍼진 상황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선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야당이 현재처럼 전략공천 카드를 쓸 수 있는 상황서 우리 당이 예측 가능한 경기를 펼치면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같은 여러 상황들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지역위원장들도 전략공천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수도권의 재선 의원은 “기초 단체장 후보로 훌륭한 분을 영입했을 경우 본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분을 당내 경선에 붙여 상처를 내면 안 된다”며 “자기 사람 줄 세우기를 하는 무차별적 전략공천은 안 되지만 선거 승리를 위해 제한적으로 전략공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 당 내부에선 시스템 공천 등 현행 규정을 사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기초단체장 이하에 대해서도 10% 이내 범위서 중앙당 전략공천 방안은 표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기획단 관계자는 “선거가 점점 다가오면서 당내서 여러 의견이 나오는 상태”라며 “아직 의견이 100% 하나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지난 2015년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폐지한 ‘기초단체장·기초의원’에 대한 전략공천이 부활할 경우 공천권 행사 주체를 놓고도 당내 이견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민주당이 전략공천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공천권 행사 
잡음 가능성↑

일련의 민주당 복당·입당 러시에 대해 민주당 의원실 한 관계자는 "민주당 지지율이 유별나게 높기 때문에 오는 지방선거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보수텃밭서도 민주당 입당을 원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그 지역서 활동해 온 우리 당 사람도 생각해야 한다.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잡음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년 동안 철새정치인 몇 명인가 보니… 

2017년 1월부터 2018년 1월까지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은 모두 94명으로 조사됐다.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을 보면 바른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의원들의 수가 79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당 12명, 더불어민주당은 3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바른정당은 당적을 변경해 한국당으로 당적을 변경한 정치인들 가운데 국회의원이 24명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55명은 시의원과 도의원이다. 최근까지 근근이 두 자릿수 의석을 지켰던 바른정당은 박인숙 의원의 탈당으로 9석으로 줄어들었다.

박 의원의 탈당을 두고 김성동 사무총장은 “쫓기듯 빠져나가는 뒷모습이 처량하다”며 “당원과 국민의 여망을 짓밟고 나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오을 최고위원은 “변절로 국민을 우롱한 대가가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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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