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십니까’ 재기 꿈꾸는 김미희 전 의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37:44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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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으로 이정희 잃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과 함께 김미희 전 의원은 의원직이 박탈됐다. 국회를 나온 김 전 의원은 생계를 위해 시간제 약사로 근무하고 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김 전 의원은 최근 민중당에 합류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일요시사>는 청와대 앞 분수대서 김 전 의원을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김 전 의원은 어떻게 정계에 입문했을까. 1995년 김 전 의원은 ‘터사랑’이란 청년회에 일원으로 몸담았다. 터사랑서 그는 민주화·평화통일·노동자 및 농민의 삶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그러던 중 터사랑 회원들을 중심으로 김 전 의원이 정치권에 나서 줄 것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직접정치 실현

김 전 의원은 “당시 우리가 직접 지방의회에 들어가 보자. 우리의 주장을 정치에 실천해보자는 논의를 했다”며 “무소속으로 성남 수정구 태평3동 시의원에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을 깨고 당선된 김 전 의원은 다시 한 번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두 번째 시의원 활동 당시 민주노동당이 창당하면서 김 전 의원은 자연스럽게 민노당에 합류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성남시 중원구서 야권단일 후보로 나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통진당 소속으로 2년 여간 나랏일을 했던 김 전 의원은 당 해산과 함께 정치 일선서 물러나 지난해 10월 창당한 민중당에 몸을 풀었다. 민중당은 흙수저당, 비정규직 철폐당, 농민당, 엄마당 등이 뭉친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연합해 출범한 정당이다.

김 전 의원은 “민중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당의 중요한 정책이나 정세에 대한 대응, 후보 선출, 선거운동 지휘 등의 역할도 담당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민중당에 대해 “민중당은 직접정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직접정치란 어려운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직접 뭉쳐 당과 정책을 만들고 나아가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사실상 민중당의 전신이라고 평가받는 통진당의 해산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판결을 내렸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소신과 양심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이라도 헌재가 잘못을 인정하고 재심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해산과정의 문제를 조목조목 밝히기도 했다. 통진당 해산을 위해 당시 박근혜정부가 주장한 근거인 내란음모가 조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판과정서 실제로 내란음모는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검찰은 내란음모가 무죄로 선고될 것에 대비하여 재판 중간 공소장에 내란선동 혐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특히 현재 수감 중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근혜정권이 들어서면서 김기춘이라고 하는 조작사건 기술자가 비서실장에 들어와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했다”며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보면 김 전 실장이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고 기획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통진당 해산으로 국민들이 두 가지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진당 해산으로 이정희 대표라는 정치인과 이석기 전 의원을 잃었다”며 “진보정치에 훌륭한 두 사람이 정치무대서 사라진 것은 큰 아픔”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당 해산을 막지 못하고 진보정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두문불출하고 있다. 주변의 정치 재개 권유에도 이 전 대표는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로 9년형을 선고 받고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에 대해 “CNP라는 정치 기획사를 세워 진보정당 후보들의 여론조사, 선거전략, 선거운동 등에 기여했다”며 “현재 민중당 시도당위원장 및 전현직 의원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의원시절 활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은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CIA 활동 이력을 최초로 폭로해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 미군 방위비 분담금 잉여금 문제를 제기해 정치권에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직 박탈…약사로 근무 중 
민중당 합류 경기도당 상임위원장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이 대통령 특별사면을 통해 정치권에 재기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에게 출범 초기인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70%가 원하는 것은 하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비정규직전환 등은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반수가 원하는 것은 하고 있지 않다”며 양심수 석방 문제를 거론했다. 김 전 의원은 “양심수 석방은 독재정권도 임기 내에 실천한 부분”이라며 “이번에 많은 수의 석방을 하면서 양심수를 뺀 것은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통진당 해산으로 진보정치의 세가 크게 위축된 상황서 김 의원이 생각하는 진보정치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민중당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이라도 진보정당인 민중당이 집권을 한다면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몇 가지 있다”며 전면적 비정규직 정규직화, 식량주권 법제화, 북한과의 교류 등을 언급했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좋지만 보다 전면적 시행을 통해 일자리 안정을 꾀한다는 생각이다. 식량주권 법제화의 경우 국내의 현 식량 자급도 20%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식량자급도 100% 달성하기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국민들의 다소비 제품을 기초농산물로 정해 그 농산물을 국가가 제값을 주고 사주는 것”이라며 “국가수매제가 정착돼야 농민들이 풍흉에 상관없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문제도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요즘 민주노총 구호가 ‘노동조합하기 좋은 나라’”라며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이 헌법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노조 자체를 싫어하고 금기시 하는 것이 기업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진보정치(민중당)를 통해 노조를 철저히 보장하고 그들이 직접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13지방선거를 5달여 남겨둔 현 시점 김 전 의원에게 출마 계획을 물었다.

앞서 2010년 지방선거서 김 전 의원은 성남시장에 출마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한 바 있다. 다만, 당장 성남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까지 직접 출마하는 계획을 결심하진 않았다”며 “중앙당이나 도당 차원서 필요로 한다면 나설 생각이다. 그런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에 있을 21대 총선 출마에 대해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20년 총선에는 꼭 출마해 당선이 돼서 2014년 부당하게 박탈된 의원직을 되찾을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못다 한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과 별개로 민중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민중당 출신으로 안소희 현역 파주시의원과 송영주 전 경기도의원이 있다”며 “이분들이 다시 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선거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 결합

김 전 의원은 흩어진 진보정당의 결합을 언급했다. 그는 “민중당 말고도 녹색당, 민중민주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지금의 정의당까지도 예전 민주노동당 때는 모두 하나였다”며 “당장 당을 하나로 합치기는 어렵더라도 진보정당들이 서로 힘을 합쳐 적폐 청산, 사회대개혁,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김미희 전 의원은]

▲서울대학교 약학 학사
▲제2·3대 성남시의회 의원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민주노동당 성남시위원회 위원장
▲제19대 국회의원(경기 성남시중원구/통합진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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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