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지내십니까’ 재기 꿈꾸는 김미희 전 의원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37:44
  • 호수 1149호
  • 댓글 0개

“통진당 해산으로 이정희 잃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해산과 함께 김미희 전 의원은 의원직이 박탈됐다. 국회를 나온 김 전 의원은 생계를 위해 시간제 약사로 근무하고 있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던 김 전 의원은 최근 민중당에 합류해 재기를 꿈꾸고 있다. <일요시사>는 청와대 앞 분수대서 김 전 의원을 만나 근황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김 전 의원은 어떻게 정계에 입문했을까. 1995년 김 전 의원은 ‘터사랑’이란 청년회에 일원으로 몸담았다. 터사랑서 그는 민주화·평화통일·노동자 및 농민의 삶에 대한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그러던 중 터사랑 회원들을 중심으로 김 전 의원이 정치권에 나서 줄 것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직접정치 실현

김 전 의원은 “당시 우리가 직접 지방의회에 들어가 보자. 우리의 주장을 정치에 실천해보자는 논의를 했다”며 “무소속으로 성남 수정구 태평3동 시의원에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상을 깨고 당선된 김 전 의원은 다시 한 번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두 번째 시의원 활동 당시 민주노동당이 창당하면서 김 전 의원은 자연스럽게 민노당에 합류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성남시 중원구서 야권단일 후보로 나서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통진당 소속으로 2년 여간 나랏일을 했던 김 전 의원은 당 해산과 함께 정치 일선서 물러나 지난해 10월 창당한 민중당에 몸을 풀었다. 민중당은 흙수저당, 비정규직 철폐당, 농민당, 엄마당 등이 뭉친 민중연합당과 새민중정당이 연합해 출범한 정당이다.

김 전 의원은 “민중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다”며 “당의 중요한 정책이나 정세에 대한 대응, 후보 선출, 선거운동 지휘 등의 역할도 담당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민중당에 대해 “민중당은 직접정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직접정치란 어려운 문제를 겪고 있는 이들이 직접 뭉쳐 당과 정책을 만들고 나아가 정책이 실현될 수 있도록 선거에 출마해 당선이 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의원은 사실상 민중당의 전신이라고 평가받는 통진당의 해산에 대해서도 소회를 밝혔다. 

그는 “헌법재판소가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판결을 내렸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은 소신과 양심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이라도 헌재가 잘못을 인정하고 재심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해산과정의 문제를 조목조목 밝히기도 했다. 통진당 해산을 위해 당시 박근혜정부가 주장한 근거인 내란음모가 조작이라는 것이다. 그는 “재판과정서 실제로 내란음모는 없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검찰은 내란음모가 무죄로 선고될 것에 대비하여 재판 중간 공소장에 내란선동 혐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특히 현재 수감 중인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그는 “박근혜정권이 들어서면서 김기춘이라고 하는 조작사건 기술자가 비서실장에 들어와 내란음모 사건을 조작했다”며 “고 김영한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보면 김 전 실장이 헌재에 압력을 행사하고 기획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통진당 해산으로 국민들이 두 가지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통진당 해산으로 이정희 대표라는 정치인과 이석기 전 의원을 잃었다”며 “진보정치에 훌륭한 두 사람이 정치무대서 사라진 것은 큰 아픔”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 의원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당 해산을 막지 못하고 진보정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두문불출하고 있다. 주변의 정치 재개 권유에도 이 전 대표는 출마를 고사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 의원은 내란선동 혐의로 9년형을 선고 받고 수원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에 대해 “CNP라는 정치 기획사를 세워 진보정당 후보들의 여론조사, 선거전략, 선거운동 등에 기여했다”며 “현재 민중당 시도당위원장 및 전현직 의원들이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의원시절 활동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은 김종훈 장관 후보자의 CIA 활동 이력을 최초로 폭로해 낙마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 미군 방위비 분담금 잉여금 문제를 제기해 정치권에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직 박탈…약사로 근무 중 
민중당 합류 경기도당 상임위원장

김 전 의원은 이 전 의원이 대통령 특별사면을 통해 정치권에 재기하길 희망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에게 출범 초기인 현 정부에 대한 평가를 부탁했다. 그는 “문재인정부는 국민의 70%가 원하는 것은 하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 비정규직전환 등은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과반수가 원하는 것은 하고 있지 않다”며 양심수 석방 문제를 거론했다. 김 전 의원은 “양심수 석방은 독재정권도 임기 내에 실천한 부분”이라며 “이번에 많은 수의 석방을 하면서 양심수를 뺀 것은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통진당 해산으로 진보정치의 세가 크게 위축된 상황서 김 의원이 생각하는 진보정치의 미래에 대해 물었다. 그는 민중당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지금이라도 진보정당인 민중당이 집권을 한다면 현실화할 수 있는 정책들이 몇 가지 있다”며 전면적 비정규직 정규직화, 식량주권 법제화, 북한과의 교류 등을 언급했다.


현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좋지만 보다 전면적 시행을 통해 일자리 안정을 꾀한다는 생각이다. 식량주권 법제화의 경우 국내의 현 식량 자급도 20%를 10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식량자급도 100% 달성하기 위해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국민들의 다소비 제품을 기초농산물로 정해 그 농산물을 국가가 제값을 주고 사주는 것”이라며 “국가수매제가 정착돼야 농민들이 풍흉에 상관없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문제도 언급했다. 김 전 의원은 “요즘 민주노총 구호가 ‘노동조합하기 좋은 나라’”라며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이 헌법상 권리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노조 자체를 싫어하고 금기시 하는 것이 기업하는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진보정치(민중당)를 통해 노조를 철저히 보장하고 그들이 직접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6.13지방선거를 5달여 남겨둔 현 시점 김 전 의원에게 출마 계획을 물었다.

앞서 2010년 지방선거서 김 전 의원은 성남시장에 출마했지만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야권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한 바 있다. 다만, 당장 성남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김 전 의원은 “현재까지 직접 출마하는 계획을 결심하진 않았다”며 “중앙당이나 도당 차원서 필요로 한다면 나설 생각이다. 그런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에 있을 21대 총선 출마에 대해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2020년 총선에는 꼭 출마해 당선이 돼서 2014년 부당하게 박탈된 의원직을 되찾을 것”이라며 “주민들에게 못다 한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과 별개로 민중당 경기도당 상임위원장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것임을 밝혔다. 그는 “민중당 출신으로 안소희 현역 파주시의원과 송영주 전 경기도의원이 있다”며 “이분들이 다시 주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방선거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당 결합

김 전 의원은 흩어진 진보정당의 결합을 언급했다. 그는 “민중당 말고도 녹색당, 민중민주당, 사회변혁노동자당, 지금의 정의당까지도 예전 민주노동당 때는 모두 하나였다”며 “당장 당을 하나로 합치기는 어렵더라도 진보정당들이 서로 힘을 합쳐 적폐 청산, 사회대개혁,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김미희 전 의원은]

▲서울대학교 약학 학사
▲제2·3대 성남시의회 의원
▲민주노동당 중앙위원
▲민주노동당 성남시위원회 위원장
▲제19대 국회의원(경기 성남시중원구/통합진보당)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