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구상’ 띄운 문재인 노림수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15 11:10:32
  • 호수 1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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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잡고 미일 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평창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선언해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줄기가 흐르는 모양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 북핵 해결에까지 이르는 ‘평창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의 취임 2년 차 신년사를 통해 평창구상 노림수를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서 집권 2년 차 국정운영 구상을 밝혔다. 국민들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남북 대화와 북핵, 한일 관계, 개헌을 화두로 던졌다. 

신년 기자회견
남 다른 소통

문 대통령의 새해 첫 기자회견은 각본 없이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미리 질문지를 나눠주지 않고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질문에 대해 즉석 답변해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소통방식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년사에서 처음 언급된 부분은 경제부분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초반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한 것을 두고 “‘사람중심 경제’라는 국정철학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며 “일자리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자 개개인 삶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문제 해결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소상공인 및 영세 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밝혔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노사정 대화의 장을 복원한다는 계획이다. 

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혁신성장·공정경제에 대한 청사진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은 우리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뿐만 아니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며 “2000개의 스마트공장을 새로 보급해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의 성과를 직접 느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경제에 대해서는 “반칙과 특권이 없는 사회, 더불어 잘사는 나라로 가기 위한 기반”이라며 “채용비리, 우월한 지위를 악용한 갑질 문화 등 생활 속 적폐를 반드시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제천 참사를 비롯한 각종 사건·사고로 국민들이 신음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은 안전에 대한 구체적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새해에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국민 안전을 정부의 핵심 국정목표로 삼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대규모 재난과 사고에 대해서는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상시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자살예방, 교통안전, 산업안전 등 ‘3대 분야 사망 절반 줄이기’를 목표로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세부적인 복지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 달부터 실시되는 대부업 법정 최고금리 24%, 오는 7월 시행예정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8600억 원 모태펀드 시중 지원, 연대보증제도 전면 폐지, 9월 시행예정인 기초연금 20만원서 25만원 인상 등을 언급했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민생과 피부에 와 닿은 정책들을 신년사에 발표함으로써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울러 정치권 최대 당면 과제인 ‘개헌’을 언급해 새로운 국정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며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국회가 책임 있게 나서주기를 거듭 요청한다”고 밝혀 야당을 압박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정착으로 국민의 삶이 평화롭고 안정돼야 한다”며 “한반도서 전쟁은 두 번 다시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당장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임기 중에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를 공고히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구상’을 구체화했다. 

평창 구상은 2월 치러질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러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 대통령의 평창구상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앞선 지난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조선중앙TV>를 통해 “새해는 (북한) 공화국 창건 70돌이며, 남조선에서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가 열리는 것으로 북과 남에 다 같이 의의 있는 해”라며 “남조선서 열리는 겨울철 올림픽 대회는 민족의 위상을 과시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성과적 개최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견지서 대표단 파견을 포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셈이다. 

김 위원장의 대남 유화메시지는 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검토 안을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지 열흘 만에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신년 기자회견서 정책비전 제시 
한미훈련 연기에 북, 참가 의지 내비쳐


이를 두고 우리 측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방안을 통해 북한 측이 대화에 참여할 여지를 줬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양국의 대화 무드는 급물살을 탔다. 2년여 만에 판문점 평화의집서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린 것이다. 

지난 9일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북한은 고위급대표단, 민족올림픽위원회대표단,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참관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을 평창에 파견키로 했다. 남측은 북한의 방문에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앞으로 실무회담을 통해 규모와 방남 경로, 절차, 숙박문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지만 북한 방문단은 역대 최대규모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회담은 단순히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뿐만 아니라 개회식 공동입장 및 남북공동문화행사 개최 등에 의견이 접근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북한이 함께 어우러지는 체육·문화의 장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회담 설명 자료서 “북측의 고위급대표단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북측이 자연스럽게 우리 측 및 국제사회와 소통하고 여러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단 정부가 이번 회담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를 우선 논의하겠다는 원칙을 세웠던 만큼 첫 번째 과제는 달성한 셈이다. 평창 문제서 나아가 이번 회담을 협의하는 과정서 남북관계 복원의 기반을 쌓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미 훈련 연기
북한 올림픽 참가

여기에다 이번 회담 성사과정서 2016년 2월 개성공단 폐쇄 이후 끊겼던 남북 판문점 직통 전화가 회담 논의를 위한 북측의 조치로 지난 3일 재개통됐다. 

또 회담 과정서 북측은 서해 지구 군 통신선이 복원됐다고 설명했고 지난 10일 오전 8시부터 이 통신선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남북한 군 당국을 연결하는 소통로가 복원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번 회담의 주요 과제는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문제였는데 이 문제는 북측의 의지로 비교적 쉽게 풀렸다”며 “부수적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한반도 평화를 만들 수 있는 기반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문 정부가 평창구상을 통해 북한과의 대화 창구를 연 것과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에 진일보했다는 평가와 별개로 아쉬운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우리 측이 북측에 제의한 설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꼽힌다.

산가족 고령화로 상봉이 시급함에도 남북 양측이 다양한 분야서 접촉과 왕래, 교류와 협력을 활성화하자고 합의했지만, 이산상봉과 관련된 내용은 공동보도문에 끝내 담기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이산가족문제는 시급성을 감안해 상봉 문제가 진전될 수 있도록 북측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를 통해 남북 고위급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꽉 막혀있던 남북 대화가 복원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평창올림픽을 통한 평화 분위기 조성을 지지했다. 한미연합훈련의 연기도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번 올림픽 통해 남북관계 개선 복안
북미 대화 물꼬…한반도 운전자론 성패

이어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다짐키도 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 올림픽이 되도록 끝까지 노력해야 한다”며 “나아가 북핵문제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평화올림픽이 북핵문제 해결에 시금석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입장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평창서 평화의 물줄기가 흐르게 된다면 이를 공고한 제도로 정착시켜 나가겠다”며 “북핵문제 해결과 평화정착을 위해 더 많은 대화와 협력을 이끌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는 평화를 향한 과정이자 목표”라며 “남북이 공동으로 선언한 한반도 비핵화가 결코 양보할 수 없는 기본 입장”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의 남북문제 질문에 대한 대답도 이어갔다. 한 언론사의 기자가 ‘과거처럼 유약하게 대화만 추구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한 의도와 향후 정상회담 목적과 정상회담 전제조건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 개선과 함께 북핵 문제 해결도 이뤄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따로 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북핵 문제가 해결돼야 남북 관계가 개선될 수 있고, 관계가 개선되면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해 북핵과 남북관계를 상보적 관계로 이해했다.  

아울러 정상회담을 비롯한 어떠한 만남도 열어 두고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하려면 정상회담 여건이 조성돼야 하고, 어느 정도 성과가 담보돼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여건이 갖춰지고 전망이 선다면 얼마든지 정상회담에 응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북핵 해결
남북 해결 

일각에선 미국이 평창올림픽의 평화적 개최를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미뤘지만 폐막 후 곧바로 훈련이 실시된다면 북한이 다시 전략적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쥔 현재의 분위기를 문 정부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가고, 그 과정서 북·미 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느냐에 따라 평창구상과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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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