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발 터지는 BH 미스터리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8.01.02 10:29:42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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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더라’ 키우는 이상한 해명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가 출범된 지 반 년이 지났다. 적폐 청산을 강조하며 힘차게 출발한 문 정부는 곳곳서 암초를 만난 모양새다. 특히 전 정권에 ‘세월호 7시간’ 등 투명하지 못한 국정활동을 비판했던 문 대통령이 반대로 야권에 공세를 받고 있다. <일요시사>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청와대 미스터리를 살펴봤다. 
 

청와대 미스터리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과정서 처음 불거졌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방중을 마쳤다. 문제는 이튿날 터져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으로 국빈 만찬을 했음에도 현장 사진이 단 한 장도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한중 정상회담
의문의 만찬

전날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의 의장대 사열 등 공식 환영식에 이어 양국 정상회담이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청와대 기자단이 문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폈고 사진 취재도 가능했다. 

하지만 6시20분(현지시각)부터 8시까지 1시간40분 동안 이어진 국빈 만찬과 ‘한중 수교 25주년 문화 교류의 밤’ 일정에 한국 취재진은 아예 없었다.  

청와대에선 “양 정상의 모두발언이 없다”는 이유를 둘러댔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당일 중국 경호원의 한국 기자 폭행 사건으로 수행기자단 역시 어수선한 상태였다고 알려진다. 


이날 만찬장에는 청와대 전속 사진기자도 들어갔지만 청와대는 “기록용으로 들어 간 것”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만찬장 비공개는 문 대통령이 조어대 인근 식당서 아침으로 먹은 만두와 빵, 두유나 식당 관계자들과 사진 촬영까지 상세하게 브리핑한 것을 감안하면 정상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의 미심쩍은 행적에 중국 측이 만찬 장면을 일절 공개하지 않도록 우리 정부 측에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주최 측인 중국 역시 정부나 보도기구를 통해 만찬이나 공연 사진을 단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측 정상회담 결과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이 회담 전 환영 의식을 했다'는 언급만 있을 뿐 국빈 만찬을 열었다는 내용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단 이날 만찬에 한국 측에서 한류스타 송혜교와 추자현-위샤오광 부부, 배구선수 김연경 등이 배석한 사실만 청와대가 알렸을 뿐이다. 정치권에선 통상 외교 정상을 초청한 국빈 만찬자리는 메뉴, 술, 양 정상의 건배사 등 일거수일투족이 외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녀 상세히 공개하는 것을 정석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의 비공개 방침에 대해 야당의 한 정치인은 “두 양국 관계에 그쪽 국가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던 부분이 있다면 왜 그것이 비공개인지, 그것을 밝힐 수 없는 상황인지, 이런 것들을 얘기해서 정치적 공방으로부터 벗어나오는 것이 필요한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커지는 청와대 의혹들…갑자기 왜?
한중 정상회담서…의문의 1시간40분


최근에는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아랍에미리트(UAE) 방문을 두고 원전 무마 의혹이 터져나오면서 청와대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임 비서실장은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문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UAE를 방문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임종석 비서실장은 해외파견 부대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12월9일부터 12일까지 2박4일 일정으로 UAE 아크부대와 레바논 동명부대를 차례로 방문 중”이라고 언급했다. 
 

박 대변인은 “임 비서실장의 이번 특사 방문은 문 대통령을 대신해 중동지역서 평화유지 활동 및 재외국민 보호 활동을 진행 중인 현장을 점검하고 우리 장병들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외교 일정도 수행하게 된다”고 했다. 

이 과정서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왕세자와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도 예방했다. 

하지만 야당과 일부 언론들은 이 같은 설명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송영무 국방부장관이 앞서 해당 부대들을 방문한 것은 물론,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코앞에 둔 시기에 출국을 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임 비서실장의 북한 인사 접촉설이 제기됐지만 곧 UAE와 원전 문제를 두고 벌어진 마찰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의혹이 제기된 후 임 실장과 모하메드 왕세자가 면담하는 자리에 한국이 수주한 바라카 원자력 발전소 건설사업 총책임자인 칼둔 칼리파 알 무라바카 UAE원자력공사(ENEC) 이사회 의장이 참석한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의혹은 더 증폭됐다.

아울러 지난 2008년 한국전력 해외자원개발 자문역을 지낸 서동구 국가정보원 1차장도 UAE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져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의혹은 꼬리를 물고 ‘UAE 왕세자가 날짜를 지정해 이에 맞추느라 급해졌다’는 언론 보도마저 나왔다.

청와대 3실장 중 한 명이 가야 된다고 문 대통령이 언급하자 중국 방문과 무관한 임 비서실장이 가게 됐다는 것이다. 문제를 더욱 키운 건 청와대의 엇갈린 해명이 불거지면서부터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연말까지 해결해야 하는 ‘시급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MB정부 때 UAE에 원전을 수출한 다음에는 관계가 좋았는데 박근혜정부로 들어와 소원해졌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리베이트 마찰설
공사대금 체불설


엇갈린 청와대 반응을 정리하기 위해 한병도 정무수석은 지난 26일 국회를 방문한 자리서 UAE 관련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한 수석은 “임 실장의 UAE 방문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 목적서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차관급인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국회를 방문해 야당 지도부와 기자들에게 UAE 의혹에 대해 해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가 적극 해명에 나선 이유는 ‘UAE 왕가 비자금 관련설’ ‘리베이트 마찰설’ ‘한국업체 공사대금 체불설’ 등 여러 종류의 의혹과 가설이 난무하는 데 있다. 

실체와 무관하게 논란이 계속 될 경우 최재형 감사원장 후보자와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 절차를 비롯한 민생법안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한 수석은 “너무 많은 의혹이 생산되고, 또 확대 재생산돼 정치적 이슈처럼 불거지는 것에 대해 굉장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서 UAE 관련 사정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어찌하겠나’라는 물음엔 “아직 제안 받은 적도 없고, 제안이 온다면 한 번 이야기해봐야 할 것 같다”며 적극적으로 해명 의지를 밝혔다. 

한 수석과 별개로 같은 자리에 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외교 사안은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있고, 없는 것도 있다”며 “상대가 있어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못하는 점도 있지만, 그것이 어떤 대화 내용을 숨기려는 차원은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가 적극 해명에 나서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야당은 총공세에 돌입한 모양새다. 지난 26일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임 실장의 UAE 방문 의혹 진상을 규명할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미 현지에서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원전 관련 수주가 끊겨 관련 업체들이 하나둘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며 “청와대가 그저 ‘쉬쉬’하면서 넘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 원내지도부 역시 “현지대사관이 나서서 교민 입단속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지금까지 UAE 방문과 관련해 정부 관계자의 말이 각각 다르고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탄저균 도마 
도대체 왜?

이어 “정부는 의혹이 더 부풀려지기 전에 임 비서실장의 UAE 방문 전말 등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뚜렷한 해명을 못하고 있는 상황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청와대가 취임 초기부터 모든 일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국정운영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사태 해결 과정이 국민들의 문 정부에 대한 신뢰를 결정짓는 중요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탄저균 미스터리’도 청와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3일 <뉴스타운>은 ‘청와대 식구들, 탄저균 백신 수입해 주사맞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해당 기사에 따르면 청와대가 탄저균 백신 500개를 3050만원에 긴급 구매했고, 현충일에 식약청에 공문을 보내 백신 주사약 수입을 명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대통령경호실발 문건까지 공개됐는데 이는 지난 10월13일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미 폭로한 내용이라고 해당 언론은 밝혔다. 탄저균은 가루 형태로 존재해 감염되면 폐혈증,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탄저균에 노출된 사람은 항생제를 다량 투여하지 않으면 10명 중 9명은 사망에 이르게 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언론의 보도로 촉발된 탄저균 논란은 정부와 야당 간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지난 24일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참고자료를 내 탄저균 백신 도입이 이전 정부 때 추진된 사안이며 예방이 아닌 치료목적의 구매였다고 설명했다.

박 대변인은 “모 언론매체는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는 과정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극히 소극적이었으며 반론조차 받지 않았다”며 “스스로 ‘아마도 500명이 이 백신주사를 맞을 것’이라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적시하기까지 했다”며 법적 조처를 강구할 방침을 세웠다. 

임 실장 갑작스런 UAE행…엇갈린 해명
탄저균 구입 드러났는데 전 정부 핑계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도 “미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가 있었을 때 이전 정부가 치료제 목적으로 예산을 잡았고 이 정부는 (예산)집행만 한 것”이라며 “문재인정부 들어 생긴 일인 것처럼 말하는 자체도 아주 잘못됐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북한 내용과 섞어서 현 정부가 기획된 구매를 한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는데 바로 잡아달라”며 “국민에게 명료하게 사실관계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탄저 백신은 탄저 감염 시 항생제와 병행해 사용하면 치료 효과가 커질뿐, 해당 백신은 국내 임상시험이 시행되지 않아 예방접종은 고려하지 않고 치료 목적으로만 이용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질병관리본부는 생물테러 대응요원과 국민 치료 목적으로 1000명분의 탄저 백신도입을 완료해 이 또한 모처서 보관 중이라고 청와대는 전했다. 

청와대의 해명에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 대변인은 지난 25일 논평을 통해 “청와대 경호처가 지난 11월 대통령과 청와대 직원이 사용할 탄저균 백신 350도즈(1회 접종분)를 도입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논란이 일자 백신은 예방주사용이 아니고, 테러대응요원과 국민 치료용으로 1000명분도 도입했다고 변명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5000만 국민이 북한 핵 인질도 모자라 생화학무기 인질이 될 위기에 놓여있는데 고작 1000명분 구입을 해명이라고 하는 것인가”라며 “문재인정권서 사람은 350명의 청와대 직원과 1000명만 사람인가 보다”고 비꼬았다. 

논란만 확산
“명확히 밝혀라”

일련의 청와대발 미스터리에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은 “한중 정상회담, UAE 의문, 청와대 탄저균 백신 구입 등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카더라’는 더욱 증폭된다”며 “촛불혁명의 산물이며 적폐 청산 등 국가 대개혁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할 책임이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지지도나 어떤 정당을 초월해 역대 어떤 대통령과도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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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