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PGA' 더 CJ컵@나인브릿지 이모저모

흥행은 성공, 매너는 글쎄

‘더 CJ컵@나인브릿지’는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PGA투어 대회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PGA의 간판스타 저스틴 토머스와 제이슨 데이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며 3만5000여명의 갤러리들을 흥분시켰고, 이번 투어를 위해 만전을 기한 주최 측의 준비와 진행으로 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더 CJ컵@나인브릿지’가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진행됐다. 국내서 처음 열린 PGA투어인 이번 대회에는 세계 남자 골프무대에서 가장 핫한 저스틴 토머스, 제이슨 데이 등 내로라하는 골프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저스틴 토마스
챔피언 등극

올 시즌 PGA투어 세 번째 대회인 더 CJ컵@나인브릿지는 총상금만 925만달러(약 105억원)다.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와 WGC,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도를 빼고는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출전 선수 모두 78명. 올해 PGA챔피언십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24·미국)와 전 세계 1위 제이슨 데이(30·호주), 2013년 마스터스 챔피언 애덤 스콧(37·호주)이 일찌감치 참가 신청을 했다.

제주의 바람을 뚫고 초대 챔피언에 오른 선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세계랭킹 3위의 저스틴 토머스였다. PGA 통산 7승을 달성한 토머스는 “첫날 9언더파를 쳤는데 사흘 동안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도 우승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바람은 내게 아주 괴상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제주 바람은 대회 마지막 날에도 거셌다. 태풍‘란’의 영향으로 시속 40㎞의 강풍이 불었고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면서 타수를 까먹은 선수들이 속출했다.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가 전날보다 1타 준 4언더파 68타(팻 페레즈)에 그칠 정도였다. 잘 치는 것보다 실수를 덜 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3라운드까지 합계 9언더파 207타를 쳐 스콧 브라운(미국)과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토머스는 3번홀(파5)에서 티샷을 왼쪽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를 범해 선두에서 내려왔으나 9번홀(파5)부터 3연속 버디를 낚고 중간합계 10언더파를 이루면서 1위로 올라섰다.

초대 챔피언은 저스틴 토머스
손에 땀 쥐게 만든 연장 승부

이후 13번홀(파3)과 17번홀(파3)에서 각각 1타씩 잃은 뒤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로 마쳤다. 토머스는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2타를 쳐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마크 리슈먼(호주)과 공동 선두를 이룬 뒤 두 번째 연장전에서 승리해 상금 166만달러(약 18억8000만원)를 차지했다.

나인브릿지의 상징홀인 18번홀(파5·568야드)에서 펼쳐진 연장전은 세계 골프팬들에게 짜릿한 흥분과 스릴을 안겨주었다. 나인브릿지 18번홀은 연못을 두고 왼쪽으로 휘는 도그레그홀로 우승을 노리는 선수라면 반드시 투 온에 성공한 뒤 버디 이상의 스코어를 올려야 하는 승부처다.

첫 번째 연장 18번홀에선 압박감에 모두 티샷 실수를 저질렀다. 토머스는 러프에 빠졌고, 리슈먼은 카트 도로에 들어갔다. 하지만 리슈먼은 돌담과 나무 사이를 꿰뚫은 트러블샷의 진수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승부는 두 번째 연장홀에서 갈렸다. 리슈먼의 두 번째 우드 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진 반면 토머스의 두 번째 우드샷은 그린 가까이 붙었다. 결국 버디를 잡은 토머스가 2017~2018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 페덱스컵 우승으로 1000만 달러를 거머쥐고 2017 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뽑히는 등 최고로 올라선 토머스는 상금과 보너스로 지난 시즌에만 약 225억원을 벌었다. 토머스는 “독특한 우승컵에 한글로 이름을 새겨주셨는데, 이 기회에 한글로 내 이름 쓰는 법을 배워볼까 한다”며 웃었다.

한국 선수로는 김민휘(35)가 합계 6언더파 282타 4위로 가장 성적을 거뒀다.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에 도전했던 김민휘(25)는 이븐파 72타를 쳐 끝내 선두와 3타차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한때 선두에 1타차까지 따라붙었던 안병훈(26)은 버디를 6개나 잡았지만 1·13번 홀 트리플보기와 16번 홀 보기로 타수를 1타 까먹어 4언더파 284타 공동 11위에 그쳤다. 김경태(31)가 2오버파 290타로 공동 28위, 노승열(26)과 최진호(33)가 4오버파 292타로 공동 36위에 자리했다. 최진호는 “제주 바람은 (PGA투어 선수보다) 우리가 익숙한데 그 점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선수들은 1m도 채 안 되는 짧은 퍼트에서도 그린의 고유 굴곡인 한라산 브레이크와 바람을 함께 읽어내느라 보통 15분 정도인 한 홀을 끝내는 데 20분 이상을 써야 했다.

변수로 작용한 
변화무쌍 바람

지난 시즌 PGA는 저스틴 토머스를 빼고 논할 수 없는 한해였다. 26살 저스틴 토머스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PGA투어 2016-2017시즌에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다. 2017-2018시즌 두 번째 대회 ‘더 CJ컵@나인브릿지’에서 우승을 신고하며 이번 시즌 힘찬 시동을 걸었다.

올 시즌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최강자에 오른 토머스의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자신의 실력으로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2015년 마스터스와 US 오픈 등 메이저 챔피언, 페덱스컵 챔피언으로 이미 명성을 날리던 조던 스피스(미국)의 절친이라는 수식어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토머스는 대학시절에는 스피스 못지않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09년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역대 세 번째 어린 나이(16세3개월24일)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2012년 앨라배마 대학교에 진학한 토머스는 1학년 때 그 해 가장 뛰어난 대학생 골퍼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흥행 성공
기대 증폭

2013년 프로 전향 후 2부 투어인 웹닷컴을 전전하다 2015년에야 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는 친구인 조던 스피스가 메이저 2승 등 통산 8승을 올리며 세계 랭킹 5위에 오르는 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5년 10월 CIMB클래식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5년에는 톱10에 7번 들었고 페덱스컵 랭킹 3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신인 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2015-2016 시즌에는 더 강해졌다. 시즌 두 번째 대회인 CIMB 클래식에 출전해 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는 계속됐다. 2016-2017 시즌에는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CIMB 클래식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SBS 토너먼트 오픈과 소니 오픈을 석권하며 PGA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특히 소니 오픈에서는 1라운드에서 ‘꿈의 59타’를 시작으로 36홀 최저타 신기록(123타), 54홀 최저타 타이(188타), 72홀 최저타 신기록(253타)을 연거푸 작성했다. 6월 US 오픈에서는 3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치며 117년 US 오픈 역사상 단일라운드 최다언더파 신기록을 세웠다. PGA 챔피언십까지 거머쥐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더 CJ컵@나인브릿지 첫날 대회가 열린 제주 서귀포의 클럽나인브릿지(파72)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멋진 샷을 보기 위한 관중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10만원인 입장권은 1만장 이상 팔렸고 대회 첫날부터 4000명 넘는 갤러리들이 입장해 흥행을 예고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 정규투어 대회이자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인 만큼 많은 골프팬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12번홀(파5)에서 호쾌한 까치발 스윙으로 투 온에 성공하자 지켜보던 갤러리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가 정교한 샷으로 4연속 버디에 성공할 때는 아낌없는 박수가 터졌다. 

연습라운드와 프로암 때도 수많은 관중들이 대회장을 찾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첫날 가장 관심을 끈 토머스와 배상문(31), 팻 페레즈(미국) 조에는 수백명의 갤러리가 따라붙었다.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에 반응했고, 스윙 동작을 담기 위해 멀리서 동영상 촬영을 했다. 선수들이 페어웨이를 지날 때면 배경 삼아 셀카를 찍기 바빴다.

비싼 티켓값에도 연일 인산인해
미성숙한 갤러리 문화 ‘옥에 티’

대회를 주최한 CJ그룹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특급 대회인 만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했다. 곳곳에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선수들은 물론 관람객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협소한 주차공간 대신 경기장에서 약 4㎞ 떨어진 곳에 임시 주차장을 설치해 대회장 주변 교통난을 해소했고 주차장과 대회장을 오가는 셔틀 버스가 관중들을 끊임없이 실어 나르며 이동 편의를 제공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1라운드가 시작한 지난달 19일부터 나흘 동안 대회장을 방문한 갤러리들은 총 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평일 오전 시간대에 치러졌음에도 1라운드에 5500여명의 갤러리들이 운집했고 최종 라운드가 열린 22일에는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티켓 가격에도 1만3500여명이 대회장을 가득 메웠을 정도로 흥행했다.

최초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더 CJ컵@나인브릿지에 대해 PGA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하며 전체적인 운영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2일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PGA투어 국제사업부 타이 보타우 부사장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PGA투어 공식 대회인데, 선수들이 제주도에서 플레이를 하며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이번이 세 번째 대회인데, 아시아 시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이 보타우 부사장 역시 “앞으로 이 대회에 대해 KPGA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이 대회는 10년 계약이 이미 체결된 것처럼 굉장히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와 갤러리들의 많은 관심 속에 대회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있었다. 인기 있는 선수들에게 관중이 집중되다보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선수들의 조에는 따라 붙는 갤러리 한 명 없이 그들만의 경기를 하는 모습도 아쉬웠다.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도중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자원봉사자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토머스가 1라운드 도중 갤러리들에게 직접 자제를 당부했을 정도였다. 그 때부터 “노 카메라”는 새로운 홀에 들어서는 캐디들의 인사말이 됐다. 뿐만 아니라 티 샷을 앞둔 선수 앞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갤러리가 있는가 하면 마지막 날 11번홀에서 토마스가 티샷 한 볼이 러프에 떨어지자 갤러리가 주워서 던져주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갤러리 문화
여전한 숙제

방송 중계권 확대 등은 숙제로 남았다. 지상파 방송사 SBS의 중계 시간은 주말 라운드 오후 1~3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고 케이블 채널 SBS스포츠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생중계했지만 포털사이트와의 중계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모바일로는 시청이 불가능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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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