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PGA' 더 CJ컵@나인브릿지 이모저모

흥행은 성공, 매너는 글쎄

‘더 CJ컵@나인브릿지’는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PGA투어 대회로 시작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PGA의 간판스타 저스틴 토머스와 제이슨 데이 등 톱스타들이 총출동하며 3만5000여명의 갤러리들을 흥분시켰고, 이번 투어를 위해 만전을 기한 주최 측의 준비와 진행으로 대회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달 19일부터 22일까지 나흘간 ‘더 CJ컵@나인브릿지’가 제주 나인브릿지 골프장에서 진행됐다. 국내서 처음 열린 PGA투어인 이번 대회에는 세계 남자 골프무대에서 가장 핫한 저스틴 토머스, 제이슨 데이 등 내로라하는 골프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저스틴 토마스
챔피언 등극

올 시즌 PGA투어 세 번째 대회인 더 CJ컵@나인브릿지는 총상금만 925만달러(약 105억원)다. 마스터스 등 메이저 대회와 WGC,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정도를 빼고는 상금 규모가 가장 크다. 출전 선수 모두 78명. 올해 PGA챔피언십 우승자 저스틴 토머스(24·미국)와 전 세계 1위 제이슨 데이(30·호주), 2013년 마스터스 챔피언 애덤 스콧(37·호주)이 일찌감치 참가 신청을 했다.

제주의 바람을 뚫고 초대 챔피언에 오른 선수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세계랭킹 3위의 저스틴 토머스였다. PGA 통산 7승을 달성한 토머스는 “첫날 9언더파를 쳤는데 사흘 동안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도 우승했다”며 “시시각각 변하는 제주 바람은 내게 아주 괴상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제주 바람은 대회 마지막 날에도 거셌다. 태풍‘란’의 영향으로 시속 40㎞의 강풍이 불었고 바람의 방향도 수시로 바뀌면서 타수를 까먹은 선수들이 속출했다. ‘데일리 베스트 스코어’가 전날보다 1타 준 4언더파 68타(팻 페레즈)에 그칠 정도였다. 잘 치는 것보다 실수를 덜 해야 하는 형국이었다.


3라운드까지 합계 9언더파 207타를 쳐 스콧 브라운(미국)과 공동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나선 토머스는 3번홀(파5)에서 티샷을 왼쪽 해저드에 빠뜨리며 더블 보기를 범해 선두에서 내려왔으나 9번홀(파5)부터 3연속 버디를 낚고 중간합계 10언더파를 이루면서 1위로 올라섰다.

초대 챔피언은 저스틴 토머스
손에 땀 쥐게 만든 연장 승부

이후 13번홀(파3)과 17번홀(파3)에서 각각 1타씩 잃은 뒤 18번홀에서 버디를 잡고 공동선두로 마쳤다. 토머스는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이븐파 72타를 쳐 합계 9언더파 279타로 마크 리슈먼(호주)과 공동 선두를 이룬 뒤 두 번째 연장전에서 승리해 상금 166만달러(약 18억8000만원)를 차지했다.

나인브릿지의 상징홀인 18번홀(파5·568야드)에서 펼쳐진 연장전은 세계 골프팬들에게 짜릿한 흥분과 스릴을 안겨주었다. 나인브릿지 18번홀은 연못을 두고 왼쪽으로 휘는 도그레그홀로 우승을 노리는 선수라면 반드시 투 온에 성공한 뒤 버디 이상의 스코어를 올려야 하는 승부처다.

첫 번째 연장 18번홀에선 압박감에 모두 티샷 실수를 저질렀다. 토머스는 러프에 빠졌고, 리슈먼은 카트 도로에 들어갔다. 하지만 리슈먼은 돌담과 나무 사이를 꿰뚫은 트러블샷의 진수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승부는 두 번째 연장홀에서 갈렸다. 리슈먼의 두 번째 우드 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진 반면 토머스의 두 번째 우드샷은 그린 가까이 붙었다. 결국 버디를 잡은 토머스가 2017~2018시즌 첫 우승을 신고했다.

지난 시즌 페덱스컵 우승으로 1000만 달러를 거머쥐고 2017 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뽑히는 등 최고로 올라선 토머스는 상금과 보너스로 지난 시즌에만 약 225억원을 벌었다. 토머스는 “독특한 우승컵에 한글로 이름을 새겨주셨는데, 이 기회에 한글로 내 이름 쓰는 법을 배워볼까 한다”며 웃었다.

한국 선수로는 김민휘(35)가 합계 6언더파 282타 4위로 가장 성적을 거뒀다. 최종 라운드에서 역전 우승에 도전했던 김민휘(25)는 이븐파 72타를 쳐 끝내 선두와 3타차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한때 선두에 1타차까지 따라붙었던 안병훈(26)은 버디를 6개나 잡았지만 1·13번 홀 트리플보기와 16번 홀 보기로 타수를 1타 까먹어 4언더파 284타 공동 11위에 그쳤다. 김경태(31)가 2오버파 290타로 공동 28위, 노승열(26)과 최진호(33)가 4오버파 292타로 공동 36위에 자리했다. 최진호는 “제주 바람은 (PGA투어 선수보다) 우리가 익숙한데 그 점을 잘 활용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선수들은 1m도 채 안 되는 짧은 퍼트에서도 그린의 고유 굴곡인 한라산 브레이크와 바람을 함께 읽어내느라 보통 15분 정도인 한 홀을 끝내는 데 20분 이상을 써야 했다.

변수로 작용한 
변화무쌍 바람

지난 시즌 PGA는 저스틴 토머스를 빼고 논할 수 없는 한해였다. 26살 저스틴 토머스는 지난 8월 막을 내린 PGA투어 2016-2017시즌에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를 휩쓸었다. 2017-2018시즌 두 번째 대회 ‘더 CJ컵@나인브릿지’에서 우승을 신고하며 이번 시즌 힘찬 시동을 걸었다.

올 시즌 일취월장한 기량으로 최강자에 오른 토머스의 길도 순탄치만은 않았다. 자신의 실력으로 이름을 알리기보다는 2015년 마스터스와 US 오픈 등 메이저 챔피언, 페덱스컵 챔피언으로 이미 명성을 날리던 조던 스피스(미국)의 절친이라는 수식어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토머스는 대학시절에는 스피스 못지않은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2009년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역대 세 번째 어린 나이(16세3개월24일)로 컷 통과에 성공했다. 2012년 앨라배마 대학교에 진학한 토머스는 1학년 때 그 해 가장 뛰어난 대학생 골퍼에게 주는 상을 받았다.

흥행 성공
기대 증폭

2013년 프로 전향 후 2부 투어인 웹닷컴을 전전하다 2015년에야 PGA투어에 데뷔했다. 그는 친구인 조던 스피스가 메이저 2승 등 통산 8승을 올리며 세계 랭킹 5위에 오르는 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다가 2015년 10월 CIMB클래식에서 처음으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5년에는 톱10에 7번 들었고 페덱스컵 랭킹 3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신인 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었다.

2015-2016 시즌에는 더 강해졌다. 시즌 두 번째 대회인 CIMB 클래식에 출전해 PGA 투어 첫 승을 신고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상승세는 계속됐다. 2016-2017 시즌에는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켰다. CIMB 클래식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고 SBS 토너먼트 오픈과 소니 오픈을 석권하며 PGA의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특히 소니 오픈에서는 1라운드에서 ‘꿈의 59타’를 시작으로 36홀 최저타 신기록(123타), 54홀 최저타 타이(188타), 72홀 최저타 신기록(253타)을 연거푸 작성했다. 6월 US 오픈에서는 3라운드에서 9언더파를 몰아치며 117년 US 오픈 역사상 단일라운드 최다언더파 신기록을 세웠다. PGA 챔피언십까지 거머쥐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을 차지했다.

더 CJ컵@나인브릿지 첫날 대회가 열린 제주 서귀포의 클럽나인브릿지(파72)에는 세계 정상급 선수들의 멋진 샷을 보기 위한 관중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10만원인 입장권은 1만장 이상 팔렸고 대회 첫날부터 4000명 넘는 갤러리들이 입장해 흥행을 예고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PGA 정규투어 대회이자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는 기회인 만큼 많은 골프팬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12번홀(파5)에서 호쾌한 까치발 스윙으로 투 온에 성공하자 지켜보던 갤러리들 사이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전 세계랭킹 1위 제이슨 데이(호주)가 정교한 샷으로 4연속 버디에 성공할 때는 아낌없는 박수가 터졌다. 

연습라운드와 프로암 때도 수많은 관중들이 대회장을 찾아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첫날 가장 관심을 끈 토머스와 배상문(31), 팻 페레즈(미국) 조에는 수백명의 갤러리가 따라붙었다. 선수들의 샷 하나하나에 반응했고, 스윙 동작을 담기 위해 멀리서 동영상 촬영을 했다. 선수들이 페어웨이를 지날 때면 배경 삼아 셀카를 찍기 바빴다.


비싼 티켓값에도 연일 인산인해
미성숙한 갤러리 문화 ‘옥에 티’

대회를 주최한 CJ그룹은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특급 대회인 만큼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만전을 기했다. 곳곳에 자원봉사자들을 배치해 선수들은 물론 관람객들의 안전과 질서유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협소한 주차공간 대신 경기장에서 약 4㎞ 떨어진 곳에 임시 주차장을 설치해 대회장 주변 교통난을 해소했고 주차장과 대회장을 오가는 셔틀 버스가 관중들을 끊임없이 실어 나르며 이동 편의를 제공했다.

대회 조직위에 따르면 1라운드가 시작한 지난달 19일부터 나흘 동안 대회장을 방문한 갤러리들은 총 3만5000여명으로 집계됐다. 평일 오전 시간대에 치러졌음에도 1라운드에 5500여명의 갤러리들이 운집했고 최종 라운드가 열린 22일에는 1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티켓 가격에도 1만3500여명이 대회장을 가득 메웠을 정도로 흥행했다.

최초로 국내에서 진행되는 더 CJ컵@나인브릿지에 대해 PGA투어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하며 전체적인 운영에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2일 제이 모나한 커미셔너는 PGA투어 국제사업부 타이 보타우 부사장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PGA투어 공식 대회인데, 선수들이 제주도에서 플레이를 하며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있다”며 “아시아에서 이번이 세 번째 대회인데, 아시아 시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이 보타우 부사장 역시 “앞으로 이 대회에 대해 KPGA의 역할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이 대회는 10년 계약이 이미 체결된 것처럼 굉장히 장기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와 갤러리들의 많은 관심 속에 대회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지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도 있었다. 인기 있는 선수들에게 관중이 집중되다보니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 선수들의 조에는 따라 붙는 갤러리 한 명 없이 그들만의 경기를 하는 모습도 아쉬웠다.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도중 카메라 셔터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자원봉사자들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마음대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였다. 토머스가 1라운드 도중 갤러리들에게 직접 자제를 당부했을 정도였다. 그 때부터 “노 카메라”는 새로운 홀에 들어서는 캐디들의 인사말이 됐다. 뿐만 아니라 티 샷을 앞둔 선수 앞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갤러리가 있는가 하면 마지막 날 11번홀에서 토마스가 티샷 한 볼이 러프에 떨어지자 갤러리가 주워서 던져주는 황당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갤러리 문화
여전한 숙제

방송 중계권 확대 등은 숙제로 남았다. 지상파 방송사 SBS의 중계 시간은 주말 라운드 오후 1~3시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고 케이블 채널 SBS스포츠도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생중계했지만 포털사이트와의 중계권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탓에 모바일로는 시청이 불가능해 팬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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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