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떠도는 ‘터미널 괴담’ 오해와 진실

‘게이에 당했다’ 소문이 사실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서울터미널은 예전부터 ‘동성애자들의 일탈 창구’ ‘남자 몰카 위험지대’ 등 갖은 루머에 시달렸다. 최근 그저 떠도는 괴담이라고만 치부했던 괴담이 사실로 드러났다. 옆 칸 남성을 몰래 촬영하던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 이 사건 이후 동서울터미널 관련 경험담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동서울터미널 측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바닥을 친 이미지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21일, 동서울터미널 3층 남자화장실서 다른 남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40대 남성 A씨를 현장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옆 칸서 촬영
경고 무용지물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5시께 해당 화장실 끝 칸에 숨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칸막이 위로 옆칸 남성을 촬영했다. 경찰은 당시 같은 화장실서 손을 씻고 있던 박모씨(23)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서 벗어나려던 A씨를 붙잡았다. 

박씨는 “한 남성이 망을 보듯 주위를 둘러보며 화장실 안을 맴돌아 수상하게 생각했다”며 “최근 남성 대상 몰카 범죄가 많다는 소문이 떠올라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영상을 유포해 금전적 이익을 취득할 의도는 없었으며 본인 소장을 목적으로 영상을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추가 영상이나 피해자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동서울터미널 2·3층 남자화장실은 동성애자들의 성적 일탈 창구로 유명세를 떨쳤다. 동서울터미널 2, 3층 화장실 벽면에는 군인을 유혹하는 동성애자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군인, 학생, 청년들 노크 3번 하면 문 열어주세요!’ 등의 손글씨가 전화번호, 메신저 아이디(ID)와 함께 적혀 있다.

‘○○섹스’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손글씨와 나란히 적힌 전화번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워낙 자주 낙서가 쓰이기 때문에 화장실 곳곳에는 관리실 측이 지운 흔적도 많다.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선 동성애자뿐 아니라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들 대상의 몰래카메라(몰카)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승·하차장이 있는 1층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2·3층 남자화장실서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들이 성욕을 해소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다 보니 남자화장실로는 이례적으로 “이 곳은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항상 청결하고 다음사람을 배려하여 주십시오.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행동을 할 시에 그 즉시 불이익을 받게 됨을 양지해 주십시오. 저희는 주기적으로 순찰중이며, 비정상적 고객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점 숙지해주시고,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남자 화장실 몰래 촬영한 40대남 체포
스마트폰 이용 칸막이 위로 옆칸 촬영

몰카 범죄가 끊이질 않다 보니 터미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남자화장실을 순찰하고 있다. 이곳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달 화장실에 갔다 20대 남성이 소변을 보는 척하며 용변기 칸 안을 문틈으로 훔쳐보는 걸 목격했다. 

이 남성은 B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달아났다. 

7월에는 한 남성이 양변기를 밟고 올라서 옆칸에서 용변 보던 다른 남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걸 목격해 붙잡으려다 실패했다. 

B씨는 “남자화장실 몰카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편의점 주인 C씨는 “전국서 사람이 모이고 군인도 많다 보니 남자화장실 몰카범을 포함해 희한한 사람이 꽤 되지만 현장서 적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못 잡는다”며 “종종 화장실을 순찰해도 허탕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같은 건물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몰카 찍지 말라는 스티커만 붙이면 어떡하느냐”며 “관리나 단속이 전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화장실 벽면은 지나친 낙서와 광고지 때문에 주기적으로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있지만, 다시 그 위에 광고지가 붙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 가게 점원은 “3층 남자화장실의 경우에는 군 장병 라운지가 있고 인적이 드물어 동성애 관련 광고 등이 더 심하게 붙는다”며 “터미널서 스티커와 낙서를 떼다 못해 아예 페인트를 새로 칠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생긴다”고 말했다. 

군인이 타깃
동성애 천국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서 찍은 몰카와 동성애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의 블로그 ‘동서울터미널 군인 전문’에는 남자화장실을 이용하는 군인들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주로 군복을 입은 남성이 화장실서 스마트폰으로 음란 동영상을 시청하며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옆칸서 몰래 찍은 것이다. ‘국내 100% 리얼 짜릿 영상’이라고 홍보하는 이 블로그 속 동영상에는 몰카를 찍고 있는 중년 남성이 스테인리스 소재 가림막에 어렴풋이 비친다. 
 

이 화장실서 군복을 입은 남성에게 유사성행위를 해주는 동영상도 텀블러에 여럿 올라와 있다. 늘 황금색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하는 한 남성은 ‘2017년 10월7일 찍은 따끈한 영상입니다. 연휴 기간 동안 총 3번 했네요. 너무 좋습니다’라며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 

이 남성이 올린 동영상 배경 수십 곳이 모두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이었다. 

얼마 전에는 한 누리꾼이 직접 경험했다고 고백한, 동서울 터미널 화장실 괴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자 할머니댁에 가기 위해 터미널에 간 그는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지만 1·2층 화장실 모두 사람이 가득했다. 

그렇게 가게 된 3층 화장실. 근데 분위기가 묘했다. 누리꾼은 “변기칸 문에 남자 성기랑 게이 관련된 낙서도 많고 뭔가 게이? 집합소? 느낌이 났다. 화장실 안엔 저랑 어떤 뚱보 아저씨밖에 없었다. 그 아저씨는 저랑 몇 칸 떨어진 곳에 들어갔고 전 별일 있겠어? 하고 일을 봤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런데 몇 칸 떨어진 곳에 간 아저씨가 갑자기 누리꾼의 바로 옆 칸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살짝 무서웠다고. 

스티커, 낙서…
단속도 소용없다

누리꾼은 “잠시 뒤 무슨 소리가 나서 위를 올려다봤는데 벽 위로 머리 하나가 나오더니 저랑 딱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인지 찍더라. 마치 영화 <도가니>서 나온 그 장면처럼 저를 감상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 몸이 덜덜 떨리고 땀이 나고 온갖 생각이 다 들고 엄청 무서웠다. 막 마취시켜서 성폭행하려는 건 아닌지. 칼로 갑자기 찌르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고. 112에 전화하려다가 그 전에 해코지 당할까봐 전화도 못하고. 뭘 쳐다보냐고 하니까 다행히 머리를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무섭더라”라고 아찔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어렵게 털어놨다. 

대충 짐을 챙겨 밖으로 뛰쳐나온 그는 이후로도 잘 때도 누가 자신을 보는 것 같고 선풍기마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이상한 기분에 한동안 힘들었다고 한다. 

끝으로 “트라우마라는 게 왜 생기는지 알겠더라. 그때 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는지 너무 후회된다”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실제로 이를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괴담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타 커뮤니티 및 SNS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대한민국 남자화장실 중 몰카 조심해야하는 장소 중 하나가 동서울 터미널 3층 화장실이다. 화장실 곳곳에 몰카 설치돼있고 거기서 볼일 보면 그 장면 그대로 동영상으로 녹화돼 사이트에 올라간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뭣 모르고 갔다가 파트너 찾으러 나온 게이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정말 위험한 장소니 늦은 시간대에는 절대 가지 말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몰카범 소문이 퍼지면서 터미널 내는 초상집 분위기다. 상인들은 “구멍이 뚫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예 벽면을 철제로 바꾼 지 오래”라며 “그럼에도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관리소 이례적으로 경고문 부착
상인들이 직접 순찰 나서기도

일부에선 “경찰이 스티커만 붙이고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아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에는 여전히 퇴폐 유흥업소 광고와 성적인 내용이 담긴 낙서가 가득하다. 최근 몰카 논란에 경찰이 화장실 칸마다 몰카 경고 스티커를 붙여놨지만 스티커 위에 다시 유흥업소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장실에 붙어 있는 광고지는 대부분 ‘남성 사우나’ 또는 ‘찜방’으로 불리는 동성애 유흥업소 광고로, 전화번호와 함께 선정적인 문구가 쓰여 있다. 

한 업소는 “스티커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며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건 사람들에게 주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서울터미널 화장실 논란에 대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화장실에 대해서도 자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화장실 몰카 유통창구인 텀블러를 운영하는 야후는 미국 법을 들어 성인음란물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몰카범 체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 법률은 아동음란물은 매우 엄격히 처벌하면서도 성인음란물에는 관대한 편이다. 

야후가 2012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수사 협조를 요청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텀블러를 통한 음란물 유포가 심각해지자 일각에선 텀블러 접속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남자 몰카 피해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통 성범죄 사건은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저지르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동성 간의 성범죄, 특히 남성 간의 성범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남자 몰카 피해자는 2015년 120명서 지난해 160명으로 늘었으며 올해 1∼8월에는 이미 12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다. 즉, 남성 몰카 피해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 간의 성범죄 사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상 피해자들의 대처는 아직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남성들은 성폭력 피해사실을 남에게 알리는 경우가 여성에 비해 매우 드물었다고 나타났다. 

남자는 대부분 몰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거의 없어 주의를 덜 기울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피해자가 더 많을 거라고 경찰은 예상했다. 

남 몰카 증가
경각심 부족

성범죄와 관련된 법조항을 보면 피해자를 ‘부녀’로 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즉 남성도 성범죄 피해자에 포함이 되며, 처벌도 똑같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한 변호사는 “오해에 의한 남성 간의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을 때 스스로 가벼운 사안이라 여겼다가 사건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며 “성범죄의 경우 처벌이 강력해지는 추세이므로 사건 초기부터 성범죄 전담 변호사의 조력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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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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