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떠도는 ‘터미널 괴담’ 오해와 진실

‘게이에 당했다’ 소문이 사실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서울터미널은 예전부터 ‘동성애자들의 일탈 창구’ ‘남자 몰카 위험지대’ 등 갖은 루머에 시달렸다. 최근 그저 떠도는 괴담이라고만 치부했던 괴담이 사실로 드러났다. 옆 칸 남성을 몰래 촬영하던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 이 사건 이후 동서울터미널 관련 경험담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동서울터미널 측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바닥을 친 이미지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21일, 동서울터미널 3층 남자화장실서 다른 남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40대 남성 A씨를 현장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옆 칸서 촬영
경고 무용지물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5시께 해당 화장실 끝 칸에 숨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칸막이 위로 옆칸 남성을 촬영했다. 경찰은 당시 같은 화장실서 손을 씻고 있던 박모씨(23)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서 벗어나려던 A씨를 붙잡았다. 

박씨는 “한 남성이 망을 보듯 주위를 둘러보며 화장실 안을 맴돌아 수상하게 생각했다”며 “최근 남성 대상 몰카 범죄가 많다는 소문이 떠올라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영상을 유포해 금전적 이익을 취득할 의도는 없었으며 본인 소장을 목적으로 영상을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추가 영상이나 피해자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동서울터미널 2·3층 남자화장실은 동성애자들의 성적 일탈 창구로 유명세를 떨쳤다. 동서울터미널 2, 3층 화장실 벽면에는 군인을 유혹하는 동성애자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군인, 학생, 청년들 노크 3번 하면 문 열어주세요!’ 등의 손글씨가 전화번호, 메신저 아이디(ID)와 함께 적혀 있다.

‘○○섹스’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손글씨와 나란히 적힌 전화번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워낙 자주 낙서가 쓰이기 때문에 화장실 곳곳에는 관리실 측이 지운 흔적도 많다.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선 동성애자뿐 아니라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들 대상의 몰래카메라(몰카)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승·하차장이 있는 1층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2·3층 남자화장실서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들이 성욕을 해소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다 보니 남자화장실로는 이례적으로 “이 곳은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항상 청결하고 다음사람을 배려하여 주십시오.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행동을 할 시에 그 즉시 불이익을 받게 됨을 양지해 주십시오. 저희는 주기적으로 순찰중이며, 비정상적 고객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점 숙지해주시고,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남자 화장실 몰래 촬영한 40대남 체포
스마트폰 이용 칸막이 위로 옆칸 촬영

몰카 범죄가 끊이질 않다 보니 터미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남자화장실을 순찰하고 있다. 이곳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달 화장실에 갔다 20대 남성이 소변을 보는 척하며 용변기 칸 안을 문틈으로 훔쳐보는 걸 목격했다. 


이 남성은 B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달아났다. 

7월에는 한 남성이 양변기를 밟고 올라서 옆칸에서 용변 보던 다른 남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걸 목격해 붙잡으려다 실패했다. 

B씨는 “남자화장실 몰카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편의점 주인 C씨는 “전국서 사람이 모이고 군인도 많다 보니 남자화장실 몰카범을 포함해 희한한 사람이 꽤 되지만 현장서 적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못 잡는다”며 “종종 화장실을 순찰해도 허탕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같은 건물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몰카 찍지 말라는 스티커만 붙이면 어떡하느냐”며 “관리나 단속이 전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화장실 벽면은 지나친 낙서와 광고지 때문에 주기적으로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있지만, 다시 그 위에 광고지가 붙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 가게 점원은 “3층 남자화장실의 경우에는 군 장병 라운지가 있고 인적이 드물어 동성애 관련 광고 등이 더 심하게 붙는다”며 “터미널서 스티커와 낙서를 떼다 못해 아예 페인트를 새로 칠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생긴다”고 말했다. 

군인이 타깃
동성애 천국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서 찍은 몰카와 동성애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의 블로그 ‘동서울터미널 군인 전문’에는 남자화장실을 이용하는 군인들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주로 군복을 입은 남성이 화장실서 스마트폰으로 음란 동영상을 시청하며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옆칸서 몰래 찍은 것이다. ‘국내 100% 리얼 짜릿 영상’이라고 홍보하는 이 블로그 속 동영상에는 몰카를 찍고 있는 중년 남성이 스테인리스 소재 가림막에 어렴풋이 비친다. 
 

이 화장실서 군복을 입은 남성에게 유사성행위를 해주는 동영상도 텀블러에 여럿 올라와 있다. 늘 황금색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하는 한 남성은 ‘2017년 10월7일 찍은 따끈한 영상입니다. 연휴 기간 동안 총 3번 했네요. 너무 좋습니다’라며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 

이 남성이 올린 동영상 배경 수십 곳이 모두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이었다. 

얼마 전에는 한 누리꾼이 직접 경험했다고 고백한, 동서울 터미널 화장실 괴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자 할머니댁에 가기 위해 터미널에 간 그는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지만 1·2층 화장실 모두 사람이 가득했다. 


그렇게 가게 된 3층 화장실. 근데 분위기가 묘했다. 누리꾼은 “변기칸 문에 남자 성기랑 게이 관련된 낙서도 많고 뭔가 게이? 집합소? 느낌이 났다. 화장실 안엔 저랑 어떤 뚱보 아저씨밖에 없었다. 그 아저씨는 저랑 몇 칸 떨어진 곳에 들어갔고 전 별일 있겠어? 하고 일을 봤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런데 몇 칸 떨어진 곳에 간 아저씨가 갑자기 누리꾼의 바로 옆 칸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살짝 무서웠다고. 

스티커, 낙서…
단속도 소용없다

누리꾼은 “잠시 뒤 무슨 소리가 나서 위를 올려다봤는데 벽 위로 머리 하나가 나오더니 저랑 딱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인지 찍더라. 마치 영화 <도가니>서 나온 그 장면처럼 저를 감상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 몸이 덜덜 떨리고 땀이 나고 온갖 생각이 다 들고 엄청 무서웠다. 막 마취시켜서 성폭행하려는 건 아닌지. 칼로 갑자기 찌르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고. 112에 전화하려다가 그 전에 해코지 당할까봐 전화도 못하고. 뭘 쳐다보냐고 하니까 다행히 머리를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무섭더라”라고 아찔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어렵게 털어놨다. 

대충 짐을 챙겨 밖으로 뛰쳐나온 그는 이후로도 잘 때도 누가 자신을 보는 것 같고 선풍기마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이상한 기분에 한동안 힘들었다고 한다. 


끝으로 “트라우마라는 게 왜 생기는지 알겠더라. 그때 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는지 너무 후회된다”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실제로 이를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괴담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타 커뮤니티 및 SNS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대한민국 남자화장실 중 몰카 조심해야하는 장소 중 하나가 동서울 터미널 3층 화장실이다. 화장실 곳곳에 몰카 설치돼있고 거기서 볼일 보면 그 장면 그대로 동영상으로 녹화돼 사이트에 올라간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뭣 모르고 갔다가 파트너 찾으러 나온 게이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정말 위험한 장소니 늦은 시간대에는 절대 가지 말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몰카범 소문이 퍼지면서 터미널 내는 초상집 분위기다. 상인들은 “구멍이 뚫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예 벽면을 철제로 바꾼 지 오래”라며 “그럼에도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관리소 이례적으로 경고문 부착
상인들이 직접 순찰 나서기도

일부에선 “경찰이 스티커만 붙이고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아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에는 여전히 퇴폐 유흥업소 광고와 성적인 내용이 담긴 낙서가 가득하다. 최근 몰카 논란에 경찰이 화장실 칸마다 몰카 경고 스티커를 붙여놨지만 스티커 위에 다시 유흥업소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장실에 붙어 있는 광고지는 대부분 ‘남성 사우나’ 또는 ‘찜방’으로 불리는 동성애 유흥업소 광고로, 전화번호와 함께 선정적인 문구가 쓰여 있다. 

한 업소는 “스티커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며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건 사람들에게 주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서울터미널 화장실 논란에 대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화장실에 대해서도 자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화장실 몰카 유통창구인 텀블러를 운영하는 야후는 미국 법을 들어 성인음란물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몰카범 체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 법률은 아동음란물은 매우 엄격히 처벌하면서도 성인음란물에는 관대한 편이다. 

야후가 2012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수사 협조를 요청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텀블러를 통한 음란물 유포가 심각해지자 일각에선 텀블러 접속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남자 몰카 피해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통 성범죄 사건은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저지르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동성 간의 성범죄, 특히 남성 간의 성범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남자 몰카 피해자는 2015년 120명서 지난해 160명으로 늘었으며 올해 1∼8월에는 이미 12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다. 즉, 남성 몰카 피해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 간의 성범죄 사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상 피해자들의 대처는 아직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남성들은 성폭력 피해사실을 남에게 알리는 경우가 여성에 비해 매우 드물었다고 나타났다. 

남자는 대부분 몰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거의 없어 주의를 덜 기울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피해자가 더 많을 거라고 경찰은 예상했다. 

남 몰카 증가
경각심 부족

성범죄와 관련된 법조항을 보면 피해자를 ‘부녀’로 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즉 남성도 성범죄 피해자에 포함이 되며, 처벌도 똑같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한 변호사는 “오해에 의한 남성 간의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을 때 스스로 가벼운 사안이라 여겼다가 사건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며 “성범죄의 경우 처벌이 강력해지는 추세이므로 사건 초기부터 성범죄 전담 변호사의 조력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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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