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 떠도는 ‘터미널 괴담’ 오해와 진실

‘게이에 당했다’ 소문이 사실로…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동서울터미널은 예전부터 ‘동성애자들의 일탈 창구’ ‘남자 몰카 위험지대’ 등 갖은 루머에 시달렸다. 최근 그저 떠도는 괴담이라고만 치부했던 괴담이 사실로 드러났다. 옆 칸 남성을 몰래 촬영하던 남성이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 이 사건 이후 동서울터미널 관련 경험담들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동서울터미널 측에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미 바닥을 친 이미지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21일, 동서울터미널 3층 남자화장실서 다른 남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40대 남성 A씨를 현장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옆 칸서 촬영
경고 무용지물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5시께 해당 화장실 끝 칸에 숨어 스마트폰을 이용해 칸막이 위로 옆칸 남성을 촬영했다. 경찰은 당시 같은 화장실서 손을 씻고 있던 박모씨(23)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서 벗어나려던 A씨를 붙잡았다. 

박씨는 “한 남성이 망을 보듯 주위를 둘러보며 화장실 안을 맴돌아 수상하게 생각했다”며 “최근 남성 대상 몰카 범죄가 많다는 소문이 떠올라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영상을 유포해 금전적 이익을 취득할 의도는 없었으며 본인 소장을 목적으로 영상을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추가 영상이나 피해자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미 오래 전부터 동서울터미널 2·3층 남자화장실은 동성애자들의 성적 일탈 창구로 유명세를 떨쳤다. 동서울터미널 2, 3층 화장실 벽면에는 군인을 유혹하는 동성애자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군인, 학생, 청년들 노크 3번 하면 문 열어주세요!’ 등의 손글씨가 전화번호, 메신저 아이디(ID)와 함께 적혀 있다.

‘○○섹스’ 등 성관계를 암시하는 손글씨와 나란히 적힌 전화번호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워낙 자주 낙서가 쓰이기 때문에 화장실 곳곳에는 관리실 측이 지운 흔적도 많다.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에선 동성애자뿐 아니라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들 대상의 몰래카메라(몰카)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승·하차장이 있는 1층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2·3층 남자화장실서 부대 복귀를 앞둔 군인들이 성욕을 해소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러다 보니 남자화장실로는 이례적으로 “이 곳은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입니다. 항상 청결하고 다음사람을 배려하여 주십시오.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다른 사람에게 불쾌한 행동을 할 시에 그 즉시 불이익을 받게 됨을 양지해 주십시오. 저희는 주기적으로 순찰중이며, 비정상적 고객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점 숙지해주시고,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남자 화장실 몰래 촬영한 40대남 체포
스마트폰 이용 칸막이 위로 옆칸 촬영

몰카 범죄가 끊이질 않다 보니 터미널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남자화장실을 순찰하고 있다. 이곳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달 화장실에 갔다 20대 남성이 소변을 보는 척하며 용변기 칸 안을 문틈으로 훔쳐보는 걸 목격했다. 


이 남성은 B씨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자 달아났다. 

7월에는 한 남성이 양변기를 밟고 올라서 옆칸에서 용변 보던 다른 남성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걸 목격해 붙잡으려다 실패했다. 

B씨는 “남자화장실 몰카 때문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고 말했다. 편의점 주인 C씨는 “전국서 사람이 모이고 군인도 많다 보니 남자화장실 몰카범을 포함해 희한한 사람이 꽤 되지만 현장서 적발하지 않으면 사실상 못 잡는다”며 “종종 화장실을 순찰해도 허탕치는 게 다반사”라고 말했다. 

같은 건물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몰카 찍지 말라는 스티커만 붙이면 어떡하느냐”며 “관리나 단속이 전혀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실제 화장실 벽면은 지나친 낙서와 광고지 때문에 주기적으로 페인트칠을 새로 하고 있지만, 다시 그 위에 광고지가 붙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한 가게 점원은 “3층 남자화장실의 경우에는 군 장병 라운지가 있고 인적이 드물어 동성애 관련 광고 등이 더 심하게 붙는다”며 “터미널서 스티커와 낙서를 떼다 못해 아예 페인트를 새로 칠하지만 그때마다 다시 생긴다”고 말했다. 

군인이 타깃
동성애 천국

동서울터미널 남자화장실서 찍은 몰카와 동성애 동영상이 온라인상에서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텀블러의 블로그 ‘동서울터미널 군인 전문’에는 남자화장실을 이용하는 군인들을 몰래 촬영한 동영상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주로 군복을 입은 남성이 화장실서 스마트폰으로 음란 동영상을 시청하며 자위행위를 하는 모습을 누군가가 옆칸서 몰래 찍은 것이다. ‘국내 100% 리얼 짜릿 영상’이라고 홍보하는 이 블로그 속 동영상에는 몰카를 찍고 있는 중년 남성이 스테인리스 소재 가림막에 어렴풋이 비친다. 
 

이 화장실서 군복을 입은 남성에게 유사성행위를 해주는 동영상도 텀블러에 여럿 올라와 있다. 늘 황금색 마스크를 쓴 채 등장하는 한 남성은 ‘2017년 10월7일 찍은 따끈한 영상입니다. 연휴 기간 동안 총 3번 했네요. 너무 좋습니다’라며 음란 동영상을 올렸다. 

이 남성이 올린 동영상 배경 수십 곳이 모두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이었다. 

얼마 전에는 한 누리꾼이 직접 경험했다고 고백한, 동서울 터미널 화장실 괴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혼자 할머니댁에 가기 위해 터미널에 간 그는 갑작스럽게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갔지만 1·2층 화장실 모두 사람이 가득했다. 


그렇게 가게 된 3층 화장실. 근데 분위기가 묘했다. 누리꾼은 “변기칸 문에 남자 성기랑 게이 관련된 낙서도 많고 뭔가 게이? 집합소? 느낌이 났다. 화장실 안엔 저랑 어떤 뚱보 아저씨밖에 없었다. 그 아저씨는 저랑 몇 칸 떨어진 곳에 들어갔고 전 별일 있겠어? 하고 일을 봤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런데 몇 칸 떨어진 곳에 간 아저씨가 갑자기 누리꾼의 바로 옆 칸으로 옮겼다. 이때부터 살짝 무서웠다고. 

스티커, 낙서…
단속도 소용없다

누리꾼은 “잠시 뒤 무슨 소리가 나서 위를 올려다봤는데 벽 위로 머리 하나가 나오더니 저랑 딱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동영상인지 찍더라. 마치 영화 <도가니>서 나온 그 장면처럼 저를 감상하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 몸이 덜덜 떨리고 땀이 나고 온갖 생각이 다 들고 엄청 무서웠다. 막 마취시켜서 성폭행하려는 건 아닌지. 칼로 갑자기 찌르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고. 112에 전화하려다가 그 전에 해코지 당할까봐 전화도 못하고. 뭘 쳐다보냐고 하니까 다행히 머리를 내리긴 했지만 그래도 무섭더라”라고 아찔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어렵게 털어놨다. 

대충 짐을 챙겨 밖으로 뛰쳐나온 그는 이후로도 잘 때도 누가 자신을 보는 것 같고 선풍기마저 자신을 쳐다보는 듯한 이상한 기분에 한동안 힘들었다고 한다. 


끝으로 “트라우마라는 게 왜 생기는지 알겠더라. 그때 왜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는지 너무 후회된다”라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실제로 이를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해당 괴담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타 커뮤니티 및 SNS에도 비슷한 사례들이 쏟아졌다. 이를 접한 한 누리꾼은 “대한민국 남자화장실 중 몰카 조심해야하는 장소 중 하나가 동서울 터미널 3층 화장실이다. 화장실 곳곳에 몰카 설치돼있고 거기서 볼일 보면 그 장면 그대로 동영상으로 녹화돼 사이트에 올라간다”라고 경고했다. 

특히 “뭣 모르고 갔다가 파트너 찾으러 나온 게이로 오해받을 수도 있고 정말 위험한 장소니 늦은 시간대에는 절대 가지 말기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몰카범 소문이 퍼지면서 터미널 내는 초상집 분위기다. 상인들은 “구멍이 뚫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아예 벽면을 철제로 바꾼 지 오래”라며 “그럼에도 화장실을 사용할 때마다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답했다. 

관리소 이례적으로 경고문 부착
상인들이 직접 순찰 나서기도

일부에선 “경찰이 스티커만 붙이고 추가 대책을 내놓지 않아 문제가 반복되는 것 같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서울터미널 화장실에는 여전히 퇴폐 유흥업소 광고와 성적인 내용이 담긴 낙서가 가득하다. 최근 몰카 논란에 경찰이 화장실 칸마다 몰카 경고 스티커를 붙여놨지만 스티커 위에 다시 유흥업소 광고가 붙어 있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화장실에 붙어 있는 광고지는 대부분 ‘남성 사우나’ 또는 ‘찜방’으로 불리는 동성애 유흥업소 광고로, 전화번호와 함께 선정적인 문구가 쓰여 있다. 

한 업소는 “스티커를 보고 찾아오는 사람이 많다”며 “스티커를 보고 전화를 건 사람들에게 주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경찰 관계자는 동서울터미널 화장실 논란에 대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순찰을 돌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화장실에 대해서도 자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자화장실 몰카 유통창구인 텀블러를 운영하는 야후는 미국 법을 들어 성인음란물 수사에 비협조적이라 몰카범 체포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미국 법률은 아동음란물은 매우 엄격히 처벌하면서도 성인음란물에는 관대한 편이다. 

야후가 2012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수사 협조를 요청할 창구도 마땅치 않다. 경찰 관계자는 “텀블러를 통한 음란물 유포가 심각해지자 일각에선 텀블러 접속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남자 몰카 피해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보통 성범죄 사건은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저지르는 일이 대부분이지만 최근에는 동성 간의 성범죄, 특히 남성 간의 성범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경찰청에 따르면 남자 몰카 피해자는 2015년 120명서 지난해 160명으로 늘었으며 올해 1∼8월에는 이미 125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한다. 즉, 남성 몰카 피해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 간의 성범죄 사건이 늘어나고 있지만 사실상 피해자들의 대처는 아직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남성들은 성폭력 피해사실을 남에게 알리는 경우가 여성에 비해 매우 드물었다고 나타났다. 

남자는 대부분 몰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이 거의 없어 주의를 덜 기울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피해자가 더 많을 거라고 경찰은 예상했다. 

남 몰카 증가
경각심 부족

성범죄와 관련된 법조항을 보면 피해자를 ‘부녀’로 한정하지 않고 ‘사람’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 말은 즉 남성도 성범죄 피해자에 포함이 되며, 처벌도 똑같이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한 변호사는 “오해에 의한 남성 간의 성범죄 혐의를 받고 있을 때 스스로 가벼운 사안이라 여겼다가 사건이 잘못되는 경우가 많다”며 “성범죄의 경우 처벌이 강력해지는 추세이므로 사건 초기부터 성범죄 전담 변호사의 조력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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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