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PGA챔피언십 '후일담'

멈췄던 볼이 홀컵으로 ‘땡그랑’

올 시즌 4번째 메이저 대회 PGA챔피언십은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를 남겼다. 연습라운드이긴 했지만 선수들이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새로운 복장 규정이 적용된 첫 대회가 됐다. 또한 8월에 열리던 이 메이저 대회가 내년부터는 5월로 옮겨 열릴 예정이기도 하다. PGA챔피언십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지난달 14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제99회 PGA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우승자는 올 초부터 우승 행진을 이어 온 저스틴 토마스였다.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4승을 달성한 토마스는 지난해에만 해도 조던 스피스의 절친으로 더 잘 알려진 선수였는데, 이 대회에서 최연소 커리어 그랜드 슬램 달성을 바라보던 조던 스피스를 저지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절친이 가로막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 퀘일할로우골프클럽(파71·7600 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토마스는 버디 6개에 보기 3개 3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합계 8언더파 276타로 2타차 우승을 차지했다. 1, 3번홀에서 보기를 범한 토마스는 2, 7, 9번홀 버디로 타수를 회복한 뒤 후반전부터 우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특히 세 번의 기적같은 버디가 메이저 우승을 이끌었다.

10번(파5·592야드) 홀 7m거리에서 한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옆에 멈춰 섰다. 실소를 머금던 토마스가 볼을 집으려는 순간, 볼이 스르륵 홀컵으로 들어가며 행운의 버디가 나왔다. 13번(파3· 208야드)홀에서는 핀까지 12m 거리의 에지에서 한 칩샷이 그대로 홀인 되면서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18번 홀에서는 티샷이 벙커에 들어가면서 위기에 봉착했고 두 번째 샷도 깊은 러프로 들어갔다. 그린까지 올라와 맨 끝에 놓인 핀 위치를 확인한 토마스는 92야드 지점에서 세 번째 샷을 그린 중앙에 침착하게 올린 뒤에 보기 버트로 마무리했다.


저스틴 토마스 첫 메이저 정상
스피스 최연소 그랜드슬램 실패

올해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토마스는 시즌 초반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CIMB클래식우승을 시작으로 하와이에서 열린 SBS토너먼트챔피언스와 소니오픈을 연달아 우승하면서 3승을 거뒀다. 

기존 상금 520만4741달러(4위)에 우승 상금 180만달러를 추가하면서 상금 선두인 마쓰야마 히데키, 조던 스피스에 이어 3위로 올라섰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 최연소 달성 기회를 날린 조던 스피스(미국)는 최종합계 2오버파 286타로 공동 28위에서 대회를 마쳤다. 2015년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제패하고 올해 7월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에서도 우승한 스피스는 이번 대회까지 우승했더라면 남자골프 4개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최연소로 달성할 수 있었다.

라운드할 때 반바지를 착용하는 것에 대한 의견이 뜨겁다. 더운 여름날까지 긴 바지를 착용해야하는 남성 골퍼들의 경우 반바지 착용이 간절하지 않을 수 없다. PGA챔피언십을 앞두고 펼쳐진 연습라운드에서 선수들이 반바지를 입고 등장했다. PGA투어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었다.

그동안 남자 골프선수들은 보수적인 복장 규정으로 인해 아무리 더워도 반바지를 착용할 수 없었다. 반바지뿐 아니라 청바지, 트레이닝복 등도 모두 골프의 전통 있는 이미지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금지됐다.

그러나 지난 2월 폴 레비 미국골프협회(PGA of America) 회장이 “협회가 주관하는 모든 대회의 연습 라운드에서 반바지 착용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새로운 복장규정이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적용됐다. 


화려한 패션으로 ‘오렌지 보이’라는 별명을 얻은 리키 파울러(29·미국)는 회색 반바지를 입고 나왔고 조던 스피스(24·미국) 역시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갤러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젊은 선수들만 반바지 대열에 동참한 것은 아니었다. 폴 케이시(40·영국), 윌리엄 맥거트(39·미국) 등 베테랑 선수들도 다리를 드러내놓고 새로운 복장 규정을 만끽했다.

지난해 유러피언투어(EPGA) 회장에 부임해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고 있는 키스 펠리가 연습 라운드와 프로암에서 반바지를 허용했고 대런 클락(49·북아일랜드), 리 웨스트우드(44) 등 투어를 대표하는 베테랑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자 먼저 PGA투어에서도 이 같은 유럽발 복장 자유화 바람을 탔고 이후 미국골프협회, 일본프로골프(JGTO)투어 등도 속속 연습라운드에서 반바지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PGA투어는 일단 “복장 규정을 바꿀 계획이 전혀 없다”고 단호한 입장이지만 앞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8월 열린 마지막 PGA챔피언십
연습라운드에 반바지 첫 등장

AP통신은 지난달 8일 미국프로골프협회가 매년 시즌 4번째 메이저대회로 치러지던 PGA챔피언십을 내년부터 5월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PGA 오브 아메리카 CEO와 제이 모나한 PGA투어 커미셔너가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7~2018 시즌 투어 일정 변경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PGA챔피언십이 8월에서 5월로 옮겨지면 5월에 열렸던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3월로 앞당겨 치르게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3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을 시작으로 4월 마스터스, 5월 PGA챔피언십, 6월 US오픈에 이어 7월 브리티시오픈 순으로 열리게 된다. 이렇게 되면 PGA투어의 전반적인 일정 변경이 불가피하다.

PGA투어가 일정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올림픽에서 골프가 정식 종목으로 부활했고, 미국프로풋볼(NFL) 시즌 전에 페덱스 컵을 끝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열렸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선 남자골프 정상급 선수들이 개인적인 스케줄 등을 이유로 대거 불참했고 이에 더 많은 톱랭커들의 올림픽 참가를 유도하기 위해 PGA투어 일정 손질이 불가피하다는 여론에 맞닥뜨렸다. 골프는 2020 도쿄올림픽, 2024 파리올림픽까지 정식종목으로 유지된다.

풍성한 얘깃거리

PGA챔피언십 골프대회 개막에 앞서 지난달 9일 열린 ‘롱기스트 드라이브 대회’에서는 제이슨 코크락이 321야드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이 대회는 해마다 PGA챔피언십 개막에 앞서 열리는 이벤트성 대회로 1952년 시작됐다가 1984년 폐지됐다. 이후 2014년에 재개돼 올해는 재개된 이후로 네 번째 행사였다.

키 193㎝의 장신인 코크락은 이날 592야드 10번홀(파5)에서 열린 대회에서 320.5야드를 날렸고 공이 약 1피트 정도 굴러가면서 최종 321야드를 기록했다. 이날 코스가 비에 젖어 있어 공이 많이 구르지 않았다. 코크락에 이어 316야드의 타이럴 해튼(잉글랜드)이 2위에 올랐고 장타자 더스틴 존슨(미국)은 315야드로 3위를 차지했다. 

마스터스의‘파3 콘테스트’와 비슷한 성격의 이 대회에서 2014년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 2015년 아니르반 라히리(인도)가 우승했으며 지난해에는 안병훈(26)이 347야드를 기록해 345야드의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골드 머니 클립을 선물하고 상금 2만5000달러를 우승자 이름으로 자선기금으로 기부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