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화 프로가 만난 사람> 김승국 아소야마야미CC 부회장

일본서 써내려가는 성공 신화

구마모토 공항에 내려 조그만 도심을 벗어난 골프장 리무진 버스는 부드러운 산 릉선을 저속도로 해발 750m로 향한다. 파란 하늘아래는 온통 초록색이다. 넓은 고원은 장대하게 펼쳐진다. 몇 마리의 말과 소만 초원에서 평화롭게 풀 뜯는 모습 외엔 집도 절도 보이질 않는다. 버스에 내려 걷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지만 아소야마야미CC 골프장이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다.

골프장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1시간가량 차창 밖에 눈을 떼지 못하는데 저 멀리 유리벽 건물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다. 파란 물감과 흰 물감만 섞어놓은 하늘 아래 건축물이라 더 독특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초록색 위에 우뚝 선 건축물은 전체 외벽이 유리로 설계됐다.

최적의 환경

사방팔방 각이 있는 형식의 골프텔 건축 양식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심리적 내면을 중시하는 일본인의 문화가 건물에 녹아든 것 같다. 2015년 에스콰이어가 선정한 ‘아름다운 건축물’에 뽑히기도 했다. 

골프텔 전체 객실에서 아소산과 구주산을 파노라마처럼 볼 수 있다. 외부보다 내부는 소박하다. 샤워기로 몸을 적시면서도 바깥 풍광을 볼 수 있으니 여행자의 즐거움이 한층 더해진다. 인간과 자연을 떼어 놓을 수 없다는 철학을 지닌 자연주의 설계가가 자연을 소중이 여기라는 메시지도 함께 고려해서 착안한 작품이다.

세계적인 국립공원 아소산과 구주산 사이에 아소야마야미 골프 코스 리조텔은 최적의 환경과 기온을 자랑하고 있다. 이곳은 구마모토 시내와 평균 8℃ 이상 기온차가 생긴다고 한다. 지대가 높아 바람마저도 우리를 시원하게 맞이해 준다. 총27홀로 설계된 골프코스는 아소 코스, 소보 코스, 구주 코스27홀로 구성되어 있어 한달간 머물러도 지루하지 않다. 피톤치드가 다량 함유된 편백나무가 80%, 삼나무 20%로 골프장 전체에 빽빽이 둘러싸여 있다.


대기업 임원 출신의 운영 노하우
골프란 이름의 ‘도’를 알리다

“이곳은 정년퇴임하신 어른들이 주로 찾는 골프장입니다. 인간이 생활하는 데 최고로 적합한 해발 750M 고원지대에 편백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은 마시면 폐와 심장이 튼튼해진다”고 김 부회장은 골프장에 대해 설명한다.

“나에게 골프는 출발선입니다.” 김 부회장을 아소야마야미CC 현장에서 직접 만나 전반적으로 골프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정영진 골프장 대표와의 소중한 인연으로 미래 설계까지 계획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골프전문 경영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골프경영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더 넓은 시선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의 경영 혁신은 이렇게 시작된다. 회원의 가치가 높아지면 골프장 가치는 더불어 올라간다. 역으로 회원이 골프장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 주인의식이다. 벙커 정리도 스스로 하고 클럽이 지나간 흔적도 메우며 플레이하는 것이 골프 매너이기도 하다.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 마케팅 고문이었다. 삼성 복사기 마케팅 부분 1위 기업으로 성공시킨 이력을 갖고 있으며 이전에는 신도리코에서 30년 재직했다. 골프 입문은 16년 됐고 예전에는 삼성 임원이었기 때문에 안양 컨트리클럽에서 주로 운동을 했었다. 요즘은 직접 필드에서 현장 경영과 영업을 하므로 골프채를 잡을 여가가 생기질 않는다.

“우리는 골프장 1개로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3개 정도는 더 늘려서 회원들에게 다양한 서비스를 할 예정입니다. 골프장이 늘고 회원이 늘면 회원들에게는 최고의 가성비로 효율성 있게 골프와 여가를 보낼 수 있도록 경영 방침을 세울 것입니다. 또 최고의 골프 기업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최소한의 이윤만 창출해서 회원과 신뢰성을 구축해서 비전 있는 기업정신으로 운영될 것입니다.”

사방팔방 각잡힌 골프텔 건축 양식
공존의 의미를 담은 자연주의 설계


회원이 많아지면 기업을 더 키우고 지속적인 성장으로 일본에서 골프장 성공 신화를 만들고 싶은 게 정영진 대표와 김 부회장의 미래에 대한 설계이다. 지난해에는 일본 구마모토시에서 에너지 절감상도 받았다. 비용절감을 통해 얻어진 이윤 또한 재투자에 목적을 두고 있다. 골프텔이 노후되어 불편한 점이 다소 있다는 것도 숙지하고 있으며 정 대표가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식당에서 그냥 묵묵히 서빙 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정 대표 부부다. 김 부회장은 정 대표의 정신과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을 보고 감명 받아 이곳 골프장 경영에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김 부회장은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정 대표도 일을 즐기는 사람이다. 호흡이 맞는 2~3인만 모이면 기업도 사회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적자 운영으로 허덕이던 골프장을 한국인은 흑자 경영으로 전환했다. “구마모토시는 우리 골프장에 우호적입니다. 구마모토에 전세기 정기 노선을 시작하면서 공항은 분주히 돌아가고 경제 활성에 많이 도움이 된다며 한국인에게 고마워하며 우리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차별화된 접근법

골프와 경영은 인의를 지키는 것이다. 골프는 사람의 됨됨이를 일깨워 주는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점수도 스스로가 스코어카드에 기입한다. 플레이 중에 모르고 본인의 공을 건드리거나 남의 볼을 치게 되면 스스로에게 패널티를 주어 점수에 가산한다.

나보다 성적이 높은 사람에게 먼저 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나보다 핸디캡이 있는 사람에게는 배려해 주는 것이 골프 매너이다. 아소야마야미CC는 80세 이상 시니어들에게 코스 안으로 카트를 진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골프를 단지 건강과 놀이 유지를 위한 수단이나 승부욕을 충족시키는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골프라는 하나의 ‘도’속으로 관심을 돌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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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