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7)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맞선 서주원씨

“부당해고는 살인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쉰일곱 번째 주인공은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홀로 맞서 분투 중인 서주원씨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63시티에선 한국공인중개사협회(이하 한공협) 창립 3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이날 행사에는 여야 유력 정치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1986년 창립한 한공협은 전국 23개 시·도지부를 갖춘 회원수 10만명(개업 공인중개사)의 방대한 조직이다. 

3개월 만에 해고

2015년 2월 한공협 홍보실 실장으로 입사한 방송작가 서주원씨는 그해 5월 거대 조직을 상대로 싸움을 걸었다. 입사 3개월 만이다.

서주원 작가의 고향은 전북 부안군 위도다. 위도는 전래동화 <효녀 심청>의 인당수와 조선시대 문인 허균의 소설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이상향 율도국의 배경이 된 섬이다. 서 작가는 2남3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 작가에 따르면 당시 위도에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그는 전북 전주 상산고에 진학하면서 섬을 벗어나 뭍으로 나왔다. 섬에서 뭍으로, 지방서 서울로. 서 작가의 삶은 떠돌이 생활의 연속이었다.


“욕심이 많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늘 현재보다 나은 삶을 꿈꿨고, 변화를 바랐고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컸어요. 그런 제 성격이 굴곡진 삶을 만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기자를 꿈꿨지만 실패했다. 이후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한국방송작가협회의 문을 두드렸지만 교육과정 이수 후 사무국 직원으로 2년 근무했을 뿐 결국 원하는 길로 가지 못했다. 글에 대한 욕망은 방송작가가 되면서 분출됐다. 

국악방송서 우리 고유 음악과 명창들의 인생을 조명하기도 했고, KBS에선 북한 전문 프로그램 <통일 열차>를 구성하는 등 많은 방송에 참여했다.

수습 3개월 끝나자마자 해고
23개월간 법정 투쟁 ‘승리’

글쟁이의 생활은 팍팍했다. 서 작가가 한국외식업중앙회를 거쳐 한공협까지 흘러간 것은 생계에 대한 압박 때문이었다. 2015년 2월 서 작가는 온라인 채용공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한공협의 홍보실장 공채에 지원했다.

“면접을 두 번 봤는데 그때 집행부서 저한테 물어본 건 협회보인 <한국부동산뉴스>를 잘 만들 수 있는지, 회장의 대내외 인사말을 잘 작성할 수 있는지, 보도자료를 잘 쓸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글을 썼고, 집행부서도 그 점을 높이 샀던 것 같습니다.”

2015년 2월10일부터 근무를 시작한 서 작가의 홍보실 체제는 수습 3개월이 끝나는 날, 정확히 5월8일에 끝났다. 한공협 중앙인사위원회는 당시 회장과 사무총장이 평가한 근무성적 평정을 들어 서 작가의 본 채용을 거절했다. 


입사 3개월 만에 해고된 서 작가는 즉시 반발했다. 

그는 자신이 협회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정부서 협회에 불리한 정책을 발표했고, 그로 인한 회원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자신을 방패로 일을 무마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가 말한 정부 정책은 부동산 중개수수료 조정, 이른바 ‘반값 복비’ 논란이었다.

2014년 11월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부동산 중개수수료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집을 사고팔거나 임대·임차할 때 공인중개사에게 지급하는 중개수수료를 조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공인중개사법에 따르면 주택 중개에 대한 보수는 국토부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지자체 조례로 정하게 돼있다. 권고안이 발표되자 반값 복비를 둘러싼 논쟁이 시작됐다.

공인중개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한공협은 반값 복비 정책에 크게 반발했다. 한공협 회원만 이용 가능한 홈페이지 ‘회원광장’ 게시판에는 2015년 2∼4월 사이 국토부의 중개수수료 권고안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집행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한다.

“당장 생계에 영향을 미칠 정부 정책이 나왔는데 협회서 제대로 대응을 못하니 회원들의 불만이 컸습니다. 제가 해고당한 건 반값 복비 정책에 대한 대응 실패를 홍보실 책임으로 몰아가려는 집행부의 술수라고 생각합니다.”

서 작가는 맨 몸으로 한공협과의 싸움에 돌입했다. 변호사와 노무사도 없이 진행한 23개월간 다툼에서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은 모두 그의 손을 들어줬다. 

지방노동위는 “회장과 사무총장이 실시한 근무성적 평정은 중앙인사위원회의 평가 자료가 된다. 그런데 이 같은 평가에 이르게 된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한공협이)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를 들어 그의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중앙노동위 역시 “근로자의 경력과 입사 당시의 근무환경 등에 비춰볼 때 그 업무 평가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부당해고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서 작가는 올해 3월31일 한공협으로 복직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나타났다. 그의 직책이 홍보실장이 아니라 그보다 한 직급 낮은 홍보과장으로 결정된 것이다.

복직했지만 직급은 낮아져
휴가 돌아온 날 지부 발령


서 작가의 해고 기간 동안 홍보과장을 맡고 있던 J씨는 <한국부동산뉴스> 발행, 회장 인사말 작성, 언론 응대 등 홍보실의 실무를 맡고 있었다. 또 대내외 행사 촬영과 취재 역시 과장의 몫이었다. 

다시 말해 서 작가는 복직과 동시에 홍보실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업무 일부와 홍보실의 실무까지 도맡아 담당하게 됐다.

“글은 큰 부담이 아니었지만 카메라는 다뤄본 적이 없어 정말 어려웠습니다. 몇 번이나 홍보실장에게 사진 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지만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과장급으로 강등된 서 작가는 행정과 경리 업무는 물론 협회 1층 게시판에 게시물을 붙이는 작업까지 맡아서 처리했다. 여기에 홍보실장은 서 작가에게 매일 업무일지를 요구했다. 팩스를 통해 들어온 문서를 늦게 확인했다는 이유로 경위서를 써서 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마저도 4개월이 끝이었다.

“7월31일 여름 휴가 마지막날 서울 서부지부로 발령이 났더라고요. 휴가 전에 어떤 언질도 없었습니다.”

그는 현재 서울 서부지부 정보망사업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회원 관리와 전화 상담을 맡고 있다. 한공협서 최근 공들이고 있는 사업, 즉 한방에 대한 질문이 많아 공부도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로 홍보 일을 해왔던 그에게 전화 응대는 말 그대로 ‘생전 처음 해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공협 총무부 관계자는 서 작가가 홍보과장으로 복직한 것에 대해 “서주원씨가 복직할 무렵 이미 2년 가까이 업무를 수행한 홍보실장이 있었다”며 “서씨가 복직하기 전 대법원 판례 등 검토를 마친 사항이고 지방노동위원회서도 정상 복직으로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또 “그가 서부지부로 간 것은 협회 순환보직에 의해 회장님이 인사 발령한 것”이라며 “현재 서씨가 이 사안과 관련해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퉈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장서 과장으로

“다 뒤엎고 그만두고 싶지만 먹고 살 길이 막막해서 참고 또 참으면서 있습니다. 부당해고는 살인입니다. 저는 노동 인권 사각지대 한공협의 노동자에 대한 슈퍼 갑질은 하루 빨리 청산해야 할 적폐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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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