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왕따’ 신조어 모음

  • 김태일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8.21 10:21:19
  • 호수 112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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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까지 아재? ‘알아야 낀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원래 어떤 말을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대체 불가한 ‘신조어’가 있다. 우리의 마음을 곧이곧대로 대변해주는 것은 물론 입에 착 달라붙는 어투 덕에 신조어는 어느새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일상어가 돼가고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르면 나만 바보 되는’ 신조어들을 소개한다.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서도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필수 단어들

▲고흐흑 바흐흑 = 우는 소리를 표현한 신조어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천재 화가 고흐의 이름 마지막 글자가 ‘흐’로 끝나는 것에 착안해 탄생한 말이다. 우는 소리를 흉내 낼 때 흔하게 사용하는 ‘흐흐흑’을 바흐와 고흐의 이름 끝에 붙여 ‘바흐흑’ ‘고흐흑’이라는 재치있는 단어를 만들었다. 

웃긴 상황서 쓰는 용어도 있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이름 끝에 ‘키키’를 붙여 웃음소리를 흉내 냈다. 매우 웃긴 상황에선 ‘키키’의 갯수를 늘려 ‘차이코프스키키키키…’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패고 = ‘패션고자’의 줄임말이다. 중요한 생활 감각이 된 패션 안목이 떨어지는 사람을 의미한다. 대략 2010년 전후부터 ‘셀카고자’ ‘연애고자’ 등과 함께 쓰이기 시작했다. 


고자는 남성의 성적 불능을 의미하므로 기성세대에겐 혐오감을 줄 만하지만 젊은 세대에겐 좀더 약화된 의미인 ‘훌륭하지 않음’ ‘초보임’ 등으로 받아들여진다. ‘나, 패고인데 옷 좀 봐주라 ㅜㅜ’처럼 젊은 세대는 자신을 기꺼이 고자라 부르기도 한다.
 

▲참각막 = 안목이라는 말과 뜻이 비슷한 2017년 신조어다. 참은 ‘진짜’라는 뜻의 접두어, 각막은 ‘분별력의 심벌’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듀스 101> 등의 오디션 프로그램 팬들이 가수 지망생들을 분별하면서 유행시켰다. 사용 예는 “난 정말 참각막을 가졌던 것이야”처럼 자기 인정, “님들 참각막 칭찬 칭찬”처럼 타인 인정의 부류로 나뉜다.

해마다 사전 발매
기성세대에 인기

▲카공족 = 카페서 공부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직장에 얽매이지 않는 프리랜서, 디지털 노마드(nomad 유목민)도 늘어나고 있어 이동이 자유로운 업무공간을 찾는 카공족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고막여친(남친) = 음색이 달달하고 속삭이듯 감미로워 위로가 되는 가수 또는 방송인을 부르는 말이다. 2012년께부터 윤건, 홍대광, 최낙타 등이 고막 남친으로, 2016년부터는 후아유, 심규선, 볼빨간 사춘기 등이 고막여친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나일리지 = 요즘 10대들이 가장 혐오하는 것은 ‘나일리지’라고 한다. 나일리지는 나이와 마일리지의 합성어로, 나이가 많은 것을 앞세워 무조건 대우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의 행동을 일컫는 말이다. 
 

마일리지와 달리 나일리지는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과 같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에 따른 이득이나 권리를 당연히 누리려 하는 기성세대의 행동을 비판한 말이기 때문이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
시대 반영 문화 표현

▲관태기 = 관태기는 ‘관계+권태기’로,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것에 회의적인 상태를 뜻한다. 관태기에 빠진 사람은 ‘관태족’이라고 칭하는데 가장 큰 원인은 인간관계서 받는 스트레스다. 이들은 ‘자발적 아웃사이더’ ‘나홀로족’ 등으로 이어진다.

▲홧김비용 = 스트레스를 받아 홧김에 소비하는 비용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홧김비용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값에 많은 지출을 한다거나 기분 전환을 위해 새로운 화장품을 사는 등 계획에 없던 즉흥적인 소비를 일컫는다. 

이는 충동구매와 비슷한 소비 행태지만 ‘만약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밖에도 조금만 주의했으면 쓰지 않았을 ‘멍청비용’이라는 용어도 있다. 이는 미리 돈을 뽑아 놨다면 쓰지 않아도 됐을 현금인출기(ATM) 수수료나 할인 기간을 놓쳐 제값을 주고 상품을 구입했을 경우를 가리킨다. 또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쓰는 ‘쓸쓸비용’이라는 용어도 있다.

▲금턴 = ‘금(金)턴’은 말 그대로 금처럼 소중한 인턴이라는 의미다. 정규직 전환이 약속돼있거나 전환율이 높은 인턴 자리를 구직자들이 금턴이라고 부르는 것. 인맥이 없으면 갈 수 없는 양질의 인턴자리를 뜻하는 ‘금턴’과 반대되는 말로 허드렛일이나 단순 노동만 반복하는 ‘흙턴’도 있다.
 

▲궁예질 = 후삼국시대 태봉의 왕 궁예의 치세 말년에 그가 정적들을 도륙할 때 쓰던 대표적 명분인 관심법을 비꼬며 만들어진 신조어다. KBS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서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주로 넷상에서 타 유저 또는 유명인의 속내를 지레 짐작하며 뭔가를 제멋대로 단정짓는 유형의 선동꾼을 비꼬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그리고 ‘어이쿠 궁예 납셨네’ 등의 바리에이션도 있다.

나만 몰라?

신조어는 근래에 들어서만 생긴 것은 아니다. 매 세대마다 새로운 신조어가 생겨나고 기성세대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반복된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점점 더 활발해지면서 각종 편의나 재미 등을 위해서 신조어들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난해해지고 있다. 이제는 기성세대들도 젊은 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신조어 공부를 해야 할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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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