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요망> 평창올림픽 ‘남겨진 숙제’

‘바이애슬론 알아?’ 알고 보면 더 재밌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2월9일부터 25일까지 치러질 겨울 축제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평창올림픽 참가 선수들은 15개 종목서 102개의 금메달을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인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에 비해 일반인에게 생소한 종목이 많다. <일요시사>가 평창올림픽 경기종목을 세부적으로 살펴봤다.
 

지난달 24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하 평창올림픽) G-200 행사가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피겨 여왕 김연아 선수를 언급하며 “6년 전 남아공 더반서 김연아 선수가 영어로 아주 세련되고 멋진 프레젠테이션을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대회가 200일 앞으로 다가왔다”며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르는 대규모 국제 행사인 만큼 정부로선 반드시 성공시킬 책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앙정부도 힘을 모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벌써 코앞…
성공 요건은?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등 3개 도시서 17일간 진행될 평창올림픽은 설상 7종목, 빙상 5종목, 슬라이딩 3종목 등 총 15종목, 102경기로 구성됐다. 설상 61개, 빙상 32개, 슬라이딩 9개 등 동계올림픽 사상 최다인 102개의 금메달이 주인을 기다린다. 

동계올림픽은 하계올림픽과 비교해 종목 수가 적다.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서 개최한 하계올림픽의 경우 28개 종목서 30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었다.


빙상 종목은 실내 얼음 위서 펼치는 경기다. 효자종목인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여왕 김연아로 대표되는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컬링이 있다. 설상은 문자 그대로 눈 위서 하는 것으로, 설상 종목에는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스키, 바이애슬론, 스키점프, 노르딕복합, 프리스타일 스키가 있다. 

슬라이딩은 도구를 사용해 레일서 미끄러지는 종목을 뜻한다. 루지, 봅슬레이, 스켈레톤 등이 있다.

빙상과 비교해 설상과 슬라이딩은 일반 사람들에게 다소 생소하다. 이 같은 상황은 실제 예매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2월9일부터 4월23일까지 개폐회식을 비롯, 종목별 입장권 1차 온라인 예매 신청을 받았다. 

신청 기간 동안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에는 배정 물량을 초과할 정도로 많은 신청자가 몰린 반면 설상과 슬라이딩 종목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전통의 메달밭인 쇼트트랙과 김연아의 활약으로 잘 알려진 피겨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과는 달리 설상이나 슬라이딩은 일반인에게 다소 낯설다. 설상의 바이애슬론의 경우 1960년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유래와 역사, 경기 방법은 물론 우리나라 선수들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개막
15개 종목에 102경기 열전

바이애슬론은 둘을 뜻하는 바이(bi)와 운동경기를 뜻하는 애슬론(athlon)의 합성어로, 서로 다른 종목인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사격이 결합된 경기다. 하계올림픽의 근대 5종과 비교해 동계 근대 2종 경기라 말하기도 한다. 


스키는 북유럽서 겨울철 이동수단으로 발달했다. 군대서도 스키는 전투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동수단으로 이용됐는데 여기에 사격이 합쳐져 군인들의 스포츠로 시작된 게 바이애슬론이다.

18세기 후반 노르웨이와 스웨덴 국경 지대서 양국의 수비대가 스키와 사격을 겨룬 것을 시초로 군인들 사이서 널리 행해졌다. 그러다 1958년 제1회 세계선수권대회를 시작해 1960년 미국 스쿼밸리서 열린 제8회 대회부터 남자 경기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서 열린 제16회 대회부터 여자 경기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바이애슬론 경기는 크게 개인, 스프린트, 계주, 추적, 단체출발로 나뉜다. 개인 경기의 경우 선수들은 30초 또는 1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주행 중 총 4차례의 사격을 실시하는데, 한 번에 5발씩 쏜다. 

사격 순서는 복사-입사-복사-입사의 순서다. 1발 실패할 때마다 1분의 벌점이 가산돼 주행 시간이 늘어난다. 스프린트는 30초~1분 간격으로 선수들이 출발해 주행 중 총 2차례 사격한다. 복사-입사의 순서로 한 번에 5발씩 쏘며, 표적을 맞추지 못하면 150m의 벌칙 주로를 주행해야 한다. 벌칙을 수행하면 약 23∼30초의 시간이 소요된다.

추적 경기의 출발 순서는 스프린트와 개인 경기의 결과로 정해진다. 앞 주자와의 시간차만큼 뒤 주자는 늦게 출발한다. 뒤 주자가 앞 주자를 앞지르면 이기는 경기다. 
 

역시 주행 중 4차례 사격을 실시해, 표적을 맞추지 못하면 150m의 벌칙 주로를 주행한다. 단체 출발은 동시에 출발해 결승점에 가장 먼저 도착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방식이다.

계주는 남자 2명, 여자 2명으로 팀을 구성해 진행된다. 남녀 각각 7.5㎞, 6㎞를 주행한다. 사격은 남자는 2.5㎞, 5㎞ 주행 후, 여자는 2㎞, 4㎞ 주행 후 치러진다. 계주 경기의 경우 3발의 예비실탄이 더 주어지는데, 이마저도 표적을 다 맞추지 못했을 경우 벌칙 주로를 수행한다. 

각 팀 첫 주자들은 동시에 출발하며, 두 번째 주자부터 교체 지역으로 들어온 앞 주자와 신체 접촉 후에 이어 출발한다. 혼성 계주는 계주와 경기 방식이 동일하지만 주자 출발 순서가 여자-여자-남자-남자로 정해져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러시아 각급 대표 출신 선수들의 귀화를 추진하며 바이애슬론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지난해엔 안나 프롤리나와 알렉산드르 스타로두베츠가 영입됐고, 올해 초 에카테리나 아바쿠모바, 티모페이 랍신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정식 승인을 받아 우리나라 팀에 합류했다.

빙상 인기↑
다른 종목은?

동계올림픽서 가장 위험한 종목으로 손꼽히는 프리스타일 스키도 세부 사항을 알면 더 신나게 즐길 수 있다. 공중곡예를 통해 예술성을 겨루는 스키 경기인 프리스타일 스키는 모글, 에어리얼, 스키 하프파이프, 스키 크로스, 스키 슬로프스타일 등 세부종목으로 구분된다. 

1960년대 미국, 변화를 갈망하던 젊은이들 사이서 유행했다. 1966년 미국 뉴햄프셔주 바틀릿의 아티타시서 알파인스키와 곡예를 결합한 형태의 대회가 처음 열렸고,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됐다.


일반적으로 모글(턱)은 자연적으로 생기거나 사람들이 스키를 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는 동안 눈이 패여 한곳에 쌓이면서 만들어지지만 프리스타일 스키 모글 경기에선 인위적으로 모글을 만들어 경기를 치른다. 

평균 경사 28도, 표고차 110m, 코스 길이 250m, 최소 코스 너비 18m로 이뤄진 슬로프에 인위로 만든 턱 지형서 진행된다. 코스 중간 부분에 2번의 점프 섹션이 있다. 턴 기술(60%)과 점프 공중동작(20%), 시간(20%)이 점수에 반영된다.
 

에어리얼 경기는 기계체조의 도마 종목과 유사하다. 스키를 신고 점프대를 도약해 공중 동작을 펼쳐 우열을 가린다. 싱글, 더블, 트리플 3가지 점프대 중 1가지를 선택해 공중 동작을 선보인다. 

싱글은 뒤로 1바퀴, 더블은 뒤로 2바퀴, 트리플은 뒤로 3바퀴 회전이 기본 동작이다. 선수들은 기본동작을 바탕으로 옆으로 한 바퀴, 두 바퀴 회전 등 화려한 공중 연기를 선보인다.

프리스타일 스키크로스는 4명이 1개 조를 구성, 뱅크·롤러·스파인·점프 등 다양한 지형지물로 구성된 코스서 경주하는 경기다. 올림픽 코스 규격은 표고차 130∼250m, 1050m의 길이, 평균 경사 12도, 슬로프 넓이 40m, 트랙 너비 6∼16m가 확보돼야 한다. 

아찔하고
스릴 넘쳐


스키 하프파이프는 기울어진 반원통형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점프와 회전 등 공중 연기를 선보이는 종목이다. 선수는 두 번 연기할 수 있고, 이 중 높은 점수로 순위가 결정된다.

스키 슬로프스타일은 레일, 테이블, 박스, 월 등 각종 기물들과 점프대로 구성된 코스서 열리는 경기로, 선수들은 본인이 연기할 기물을 선택할 수 있다. 올림픽에선 표고차가 최소 150m, 평균 12도 이상 경사의 슬로프, 최소 너비 30m, 6개 이상의 섹션, 3개 이상 점프대를 갖춰야 한다. 선수들은 2번 연기하고 그 중 높은 점수로 순위를 결정한다.

일반적으로 프리스타일 스키는 서양인에 비해 체구가 작고 민첩한 동양인들이 화려한 개인기로 경쟁력 있는 종목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 종목은 불모지에 가까웠지만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번 평창올림픽서 선전이 기대된다. 프리스타일 스키에는 총 10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설상서 매우 어려운 종목으로 분류되는 노르딕 복합도 평창올림픽의 또 다른 볼거리다. 노르딕 복합은 90m 스키점프 점수와 15㎞ 크로스컨트리 스키 점수를 합산해 순위를 결정하는 경기다. 

북유럽, 특히 노르웨서 발달했고 1924년 제1회 샤모니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뛰어난 기술과 대담성을 필요로 하는 스키 점프와 강인한 체력을 요구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를 모두 치러야 한다.

동계올림픽에선 남자 부문 3종목만 진행된다. 개인 경기의 경우 스키점프를 먼저 뛴 후 크로스컨트리 스키 경기를 진행한다. 출발 순서는 스키점프 경기 결과서 좋은 기록을 받은 순으로 결정된다. 
 

팀 경기는 4명이 각각 스키점프를 뛰고,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5㎞씩 탄다. 스키점프 기록이 가장 좋은 팀이 제일 먼저 출발하고 그 다음부터는 스키점프 기록을 기준으로 1점당 1.33초씩 늦게 출발한다. 계주처럼 한 선수가 5㎞를 돌고 터치라인 내에서 다음 선수에게 인계해 마지막 선수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팀이 우승이다.

설상·슬라이딩 국내 인지도↓
선수들 메달 사냥 위해 구슬땀

슬라이딩 3종목은 봅슬레이, 루지, 스켈레톤이다. 봅슬레이의 경우 유명 예능프로그램서 다루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 루지는 프랑스어로 썰매를 뜻한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알프스 산악지방의 썰매 놀이서 유래된 이후 스포츠 경기로 발전했다. 

루지는 썰매에 누운 채 얼음 트랙을 활주해 시간을 겨루는 경기다. 1964년 제9회 동계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선수 각각 한 명 또는 두 명씩 출발하며, 개인 종목은 이틀에 걸쳐 4번 주행한 기록을 합산한다. 2인승은 하루에 2번, 팀 릴레이는 하루에 1번 주행한 기록을 더하는 방식인데 1000분의 1초까지 기록을 잰다. 

경기 방식은 썰매에 앉아 출발선 양쪽의 손잡이를 잡고 앞뒤로 밀고 당기는 동작을 반복해 탄력을 받아 출발한다. 안전확인 신호(Track is Clear)가 떨어진 후 30초 안에 출발해야 한다. 루지는 3대 썰매 경기 중 속도가 가장 빠르다. 다음은 봅슬레이, 스켈레톤 순이다.
 

우리나라 루지 국가대표 선수들은 가상현실 시뮬레이션(VR)을 활용해 훈련에 매진 중이다. VR을 이용한 훈련은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시속 120km 이상으로 달리는 슬라이딩 종목은 영상에 따라 주행자세, 방향 전환, 무게 중심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루지가 하늘을 보고 누워 발부터 나간다면 스켈레톤은 엎드린 자세로 머리가 먼저 나가는 종목이다. 1928년 동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뒤 중단과 복귀의 부침을 겪고 2002년부터 다시 정식종목이 됐다. 

스켈레톤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겨울에 짐을 운반하기 위해 썰매를 이용하던 것에서 유래된 터보건의 한 가지다. 처음 스포츠 경기로 발전한 곳은 스위스로, 1906년 오스트리아서 첫 선수권대회가 개최됐다.

종목 불모지서
선수들 맹훈련

고속질주의 위험성 때문에 정식종목서 빠졌다가 들어가길 반복했다. 썰매 종목 중 유일하게 남녀 개인종목으로 이뤄져 있다. 선수들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서 총 4차례 활주해 그 시간을 합산한 것으로 순위를 매긴다. 

커브를 돌 때의 압력은 중력의 약 4배에 이르고 평균 시속은 100km에 달한다. 어깨와 무릎을 이용해 방향을 조종한다. 남자 경기의 경우 썰매와 선수의 중량을 합쳐 115kg을 넘을 수 없다. 여자는 92kg을 초과하면 안 된다. 무게가 부족할 경우 썰매에 납을 부착해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평창올림픽 메달 전망

우리나라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서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등 메달 20개 이상, 종합 4위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전까지 최고 성적은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따 종합 5위에 오른 2010 벤쿠버동계올림픽이다.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는 종목은 단연 쇼트트랙이다. 쇼트트랙은 역대 동계올림픽서 우리나라가 따낸 금메달 26개 중 21개를 책임진 전통의 메달밭이다. 쇼트트랙은 지난 4월 남녀 대표선수 5명을 뽑아 훈련을 거듭했다.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심석희와 최민정이 건재하고 이유빈, 김예진 등 유망주가 힘을 보탠다.

스피드 스케이팅의 빙속 여제 이상화는 여자 500m 3연패에 도전한다. 매스스타트의 간판 이승훈과 여자 장거리 김보름, 남녀 단거리 모태범과 박승희도 메달권이다. 윤성빈을 필두로 한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은 동계올림픽 사상 최초로 메달을 노린다. 포스트 김연아를 노리는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의 간판 차준환, 여자 싱글의 최다빈도 기대주로 이름을 올렸다. <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