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 위상 알린 US여자오픈 '이모저모'

‘상위권 싹쓸이’ 태극낭자들의 잔치

지난달 17일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GC에서 끝난 제72회 US여자오픈은 한국 골프팬들을 열광시켰고 미 대통령 트럼프마저 우승자 박성현을 향해 기립 박수케 했다. 올해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LPGA에 진출한 스타 골퍼 박성현은 LPGA 첫 승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장식했다. 아마추어 최혜진이 준우승을 거둔 것을 비롯해 10위 안에 8명의 한국 선수들이 포진했다. 한국에게 잔치마당이 된 US여자오픈의 이모저모를 들여다봤다.

올해 미국 진출한 박성현(24  ·KEB하나은행)은 그 이름에 걸맞게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했다. 첫날 58위에서 매 라운드 둘째날 21위, 셋째날 4위에 이어 최총라운드에서 1위에 오른 박성현은 닥공(닥치고 공격)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기적의 역전승
수퍼루키의 힘

3타차 단독 4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오른 박성현은 전반에만 2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12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공동 선두에 오른 박성현은 15번홀(파5)에서 5m가량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1타차 단독선두로 나갔다. 기세가 오른 박성현은 가장 어렵다는 17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2m 지점에 떨어뜨려 버디로 연결하면서 2위 그룹을 2타차로 따돌렸다.

그러나 우승을 코앞에 두고 박성현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위기를 맞았다. 세 번째 샷이 홀을 훌쩍 넘어간 것. 핀까지 15m가량의 거리였지만 그린 초입까지는 오르막 경사였다가 뒤로는 내리막이어서 어프로치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막힌 범프 앤 런샷으로 네번째 샷을 홀에 가깝게 붙여 파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선두와 3타 차 역전승이었다. 두 자릿수 언더파 우승은 2004년(멕 맬런 10언더파) 이후 13년 만이다. 

올해의 LPGA투어 신인상도 사실상 확실시 된다. 우승 상금 90만달러를 획득한 박성현은 시즌 상금 145만636달러로 유소연(170만2905달러)에 이어 단숨에 2위로 올라섰다.


박성현의 이번 우승에 캐디와의 호흡도 한몫 했다. 박성현은 첫 캐디 칸과 결별했다. 칸은 폴라 크리머(미국)와 12년간 함께 호흡을 맞췄고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박세리의 캐디도 맡았던 베테랑 캐디지만 박성현과는 좋은 호흡을 보이지 못했다. 박성현은 세심한 스타일의 칸보다 공격적 성향을 살려줄 캐디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결국 박성현은 6월 초 개막한 숍라이트클래식부터 전인지의 메이저 우승 도운 데이비드 존스와 함께했다. 공격적 성향인 박성현의 캐디로 낙점된 존스는 US여자오픈 우승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이번 박성현의 우승으로 72회째를 맞은 US여자오픈의 역대 한국 우승자는 8명, 우승컵은 9개가 됐다. 

1998년 박세리가 첫 우승자가 된 후 김주연(2005), 박인비(2008·2013), 지은희(2009), 유소연(2011), 최나연(2012), 전인지(2015), 박성현(2017)이 우승 계보를 이어갔다.

트림프마저 아낌없는 찬사
속 좁은 크리스티 평가절하

아마추어 골퍼 최혜진(18·학산고)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단독 2위에 오르며 대형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부산 학산여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최혜진은 4라운드를 선두 펑샨샨(28·중국)에 1타 뒤진 공동 2위로 출발했다. 

전반 2타를 줄이며 한 때 단독1위에 오르기도 한 최혜진은 16번홀(파3)에서 티샷을 물에 빠트리며 더블 보기를 범해 3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집중력을 잃지 않고 마지막 18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 최종합계 279타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에게는 상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54만달러(약 6억원) 상금은 공동 3위 유소연(27)과 허미정(28)에게 나눠서 돌아갔다. 하지만 최혜진의 279타는 아마추어 최저타 기록으로 남았다.


1967년 캐서린 라코스테(프랑스) 이후 50년 만에 아마추어 우승에 도전했기에 아쉬움은 컸다. 16번홀만 아니었더라면 리디아 고(20·PXG)가 보유한 메이저대회 최연소 신기록(18년4개월)과 US여자오픈 최연소 우승 기록을 동시에 갈아 치울 수 있었던 최혜진이다.

최혜진의 US여자오픈 출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US여자오픈 한국 지역 예선에서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고, 본 대회에서는 아마추어로 가장 높은 34위에 올랐다. 올해도 예선을 거쳐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최혜진은 이번 대회 4라운드 모두 언더파를 기록했고, 그린 적중률 공동 5위(75.0%), 퍼트 공동 8위(평균1.58개), 평균 비거리 12위(245.96야드), 페어웨이 적중률 공동 13위(82.1%)에 올랐다.

중학교 3학년 때 태극마크를 달았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거는 등 일찌감치 아마추어 최강으로 군림해온 최혜진은 이번 시즌 한국여자오픈 4위에 이어 초정 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5년 만에 국내 무대 정상에 오른 아마추어가 됐다. 오는 8월 만 18세가 된 뒤 9월쯤 프로로 전향할 계획이다.

최혜진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상금을 받지 못해 유감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우선시 한 목표는 이곳에 출전해 경쟁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내가 2위로 마쳤다는 것이 더 의미 있고 더 큰 영광이다. 상금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혜진의 롤모델은 골프 여제 박인비다.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부상을 딛고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큰 감명을 받았고 이후‘세계 1위, LPGA 진출’ 등의 목표 외에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추가됐다.

올 KLPGA투어 대상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은(21·토니모리)은 첫 출전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김세영(24·미래에셋), 이미림(27·NH투자증권), 양희영(28·PNS창호)이 공동 8위(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에 입상하는 등 이번 대회 톱 10에 8명의 한국 선수가 포진했다.

떠오르는 샛별
그녀를 주목하라

사흘내 단독선두에 자리하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기대됐던 펑산산은 동반자인 최혜진에게 시종일관 끌려 다니는 플레이 끝에 3타를 잃고 공동 5위(최종합계 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공동 3위(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에 입상하면서 1인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허미정(28  ·대방건설)도 이날 4타를 줄여 자신의 US여자오픈 최고 성적인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LPGA 베테랑 선수 크리스티 커(40·미국)는 한국 여자골프의 강세 이유를 분석하면서 한국을 다소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질투심을 드러냈다. 미국 골프전문 매체 <골프닷컴>은 US여자오픈이 끝난 지난달 18일 “최근 10년간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가 7차례 우승했고, 올해 대회에선 1위부터 4위까지 한국 선수들이었다”며 “미국 선수 중에서는 공동 11위 마리나 알렉스가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고 비교했다.

한국 독무대
최강 재확인

<골프닷컴>은 한국 여자골프 선수들이 중요한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이유를 크리스티 커에게 물었다. 커는 “한국 선수들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나 <골프닷컴>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한국 선수는 28명, 미국 선수는 54명이었다”며 제대로 된 분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골프닷컴>은 “두 나라의 운동 유망주들이 어떤 종목에 끌리는지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골프닷컴>은 “미국은 운동에 재능이 있는 소녀들이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바라보거나 상금이 큰 테니스 쪽으로 진출한다”며 “또는 축구나 수구를 하는 등 여러 선택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성현 LPGA 첫승 신고…신인왕 예약
아마추어 돌풍 최혜진…10위권 내 8명

그러자 커는 “한국에서는 골프 아니면 공부”라며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즉 미국에서는 좋은 운동 신경을 가진 여자 선수들이 여러 종목으로 퍼져 나가지만 한국은 골프에 집중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크리스티 커는 2015년 8월에는 한국 선수들을 가리켜 “하루에 10시간씩 훈련하는 기계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에 박인비는 다른 기자회견에서 “커가 한국 선수들을 기계에 비유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들(미국 선수들)은 더 좋은 기계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US여자오픈이 열린 골프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유한 미국 뉴저지 주 베드민스터 트럼프 내셔널 골프장이었다. 개막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장소 논란이 뜨거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선 이후에도 US여자오픈 개최 장소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마이크 데이비스 미국골프협회(USGA) 이사를 만나 “개최지를 바꾸면 고소하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이 증폭됐다. 

결국 대회는 트럼프 내셔널GC에서 열렸고, 그는 제72회 US여자오픈 골프대회를 2라운드부터 사흘 연속 관람했다. 주요 20개국(G20) 회담을 마치고 유럽에서 돌아온 날 곧바로 대회장으로 날아온 트럼프 대통령은 15번홀(파5) 옆에 마련한 프레지던츠 박스에 렉시 톰슨, 크리스티 커, 폴라 크리머 등 미국 선수들을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격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회 시상식에도 참석해 우승자에게 트로피를 건네줄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을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골프사랑은 각별했다. 미국 대통령이 미국골프협회 주최 대회를 참관한 것은 역대 3번째이며, US여자오픈 방문은 처음이었다.

압도적 기량
트럼프도 놀라

박성현이 코스를 이동하는 순간 유리창 너머로 트럼프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서 박수를 보내는 모습이 비쳤고 최혜진이 15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던 상황에서 트위터를 통해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무척 흥미롭다”고 적었다. 경기 후에는 “박성현의 대회 우승을 축하한다”라고 글을 올렸다. 미국 선수들은 그들의 내셔널 타이틀 대회에서 누구도 톱10에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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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칫상 오를 그 밥에 그 나물

잔칫상 오를 그 밥에 그 나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인 기세를 앞세워 쟁점 법안들을 한순간에 처리하려고 한다. 수많은 위험과 과제를 풀어야 하는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엔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주요 후보 4명이 출마할 예정이다. 약점도 4인 4색이다.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다음 달 19일 충북 청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임기 만료로 물러난 이후 주목받았던 유력 당권주자는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전 대표 ▲안철수 의원 ▲나경원 의원 등 4명이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 좌장으로 알려진 6선 조경태 의원과 장성민 경기 안산갑 당협위원장도 출마를 선언했다. 돌고 돌아 4파전 예고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에겐 매우 어려운 숙제들이 수북하게 쌓여 기다리고 있다. 이재명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직후의 기세와 압도적인 의석수를 토대로 ▲노란봉투법 ▲방송 3법 ▲농업 4법 ▲상법 추가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이달 임시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달 11일엔 검찰을 완전히 폐지한 후 기존 권한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옮기는 법안을 발의했다. 국민의힘의 의석수는 107석에 불과해서 실질적으로 해당 법안을 막을 힘이 없다. 또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 당 대표 유력 후보 중 1명인 박찬대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범을 배출한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을 끊는다”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놓고, 박 전 원내대표는 “아직도 반성 없이 내란을 옹호하는 정당에 국민 혈세가 투입돼 내란을 옹호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내란 종식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당해산심판 청구 및 인용 가능성을 피부로 느끼도록 위협하면서 자금줄을 끊는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같은 날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의 자택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지난 7일엔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받는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의 출국을 금지했다. 특검의 수사 상황에 따라 ‘줄초상’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승부수로 제시했다가 좌초된 5대 개혁안에 담긴 국민의힘의 체질 개선 문제도 새 당 대표의 골머리를 썩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 친윤(친 윤석열)계는 5대 개혁안을 좌초시키면서 친윤계 일원인 송언석 의원을 원내대표로 당선시키는 등 여전한 힘을 드러냈다. 5대 개혁안 중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 추진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는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안건이었다. 신임 당 대표가 이를 완전히 무시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숙제는 내년 6월 진행될 지방선거다. 국민의힘이 승리할 가능성은 벌써 낮게 진단되고 있다. 실제로 패배하면, 다음 달 선출되는 당 대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사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많은 숙제와 뻔한 죽음이 예상되는 ‘독이 든 성배’라고 할 수 있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4명은 대권주자급 위상을 가진 정치인들로 이들 모두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했다. 앞으로 국민의힘은 어려운 숙제를 잔뜩 안고, 기세가 오를 대로 오른 새 정부와 거대 여당을 상대해야 한다. 그래서 대권주자급 위상을 가진 대표가 절실히 필요하다. 전대 다가오는데 또 같은 얼굴들 대표 유력 주자 약점 들춰보니… 하지만 후보 4명은 각자 결함과 한계를 갖고 있다. 따라서 새 지도부가 구성됐다고 해서 저 많은 과제가 술술 풀릴 가능성은 매우 작다.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서울희망포럼 강연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맞서 내가 싸우겠다”며 “국민이나 당이 위축될 때 침묵하지 않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의 당 대표 출마 선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매개로 김 전 비대위원장을 지명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시도했던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에 대한 당무감사는 김 전 장관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이를 회의적으로 생각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전 장관의 측근인 국민의힘 김재원 전 대선후보 비서실장은 지난달 13일 YTN <뉴스파이팅>에 출연해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의 국정 전횡을 전혀 제어하지 못하는 등 야당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당무감사가 지금 당장 시급한 일인지 회의적”이란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장관이 몰두하는 것은 ‘빅텐트’다. 김 전 장관이 사실상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면서 제시한 비전은 ▲권력의 잘못에 맞설 수 있도록 107명이 제대로 뭉친 국민의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이낙연 전 총리·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과의 빅텐트 및 연대였다. 하지만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당 체질 개선이란 측면에서 김 전 장관의 ‘빅텐트’에 대한 집착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에도 빅텐트를 거론했다. 김 전 장관은 이 전 총리의 지지 선언은 이끌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는 끝내 성사시키지 못했다. 한덕수 전 총리와의 단일화도 스스로 제안했다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후 태도를 바꿔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의 불씨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김 전 후보와 친윤계의 갈등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대선에서 41%를 득표하는 등 비교적 선전했지만, 이 ‘비교적 선전’은 국민의힘의 처참한 상황에 비해 선전했다는 것일 뿐, 진짜로 선전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여전히 빅텐트에 집착하고 있다. 빅텐트 정당은 다양한 세력을 묶고 그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지도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대선후보 시절 당내 화합조차 제대로 끌어내지 못했다. 국민의힘의 전신 새누리당을 탈당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했단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다시 빅텐트 김문수 집착 심지어 김 전 장관이 대선후보 시절 구상했던 빅 텐트엔 전 목사 등 광장 세력도 포함됐다. 이처럼 상황 판단을 정확히 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관악산에서 열심히 턱걸이를 해도 고령에 따른 판단력 문제가 따라다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김 전 장관이 윤석열정부 당시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연이어 발탁됐던 이유로는 “고령의 보수 정치인에 대한 예우”란 평가가 계속 나왔다. 이 평가엔 “정치적 영향력과 지도력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에 부담 없이 발탁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선후보 교체 시도 당시 당사 후보실을 점거하는 등 젊은 시절 노동운동을 연상시키는 과감한 선택은 일부 돋보였다. 하지만 과감한 정치적 선택도 정확한 판단력과 맞물려야 그 빛을 발한다. 대권·당권주자가 없단 약점이 있는 친윤계가 그나마 지향점이 비슷한 김 전 장관을 당 대표로 옹립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중도를 공략해 다시 정권을 되찾으려면 당 체질은 필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따라서 김 전 장관이 빅텐트에 집착하는 옛 관성을 버리지 못하면, 여당과 제대로 맞설 제1야당 대표가 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남는다.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선 “어려운 상황에서 정면 승부하는 결기가 부족하다”는 일부의 평가가 있다. 한 전 대표는 중요한 정치적 고비마다 편한 길을 가려는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민주당 이재명 당시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당시 대표를 심판 대상으로 규정한 ‘이조 심판론’이란 구호를 내걸었다가 ‘108석 당선’이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여당 대표가 야당 대표들에 대한 심판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할 이유로 제시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전 대표가 정치 인생에서 제일 빛났던 순간은 지난해 12월3일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였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반대하면서 “국민과 함께 이를 막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친한계 의원들을 국회로 소집한 후 민주당과 협조해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등 원로 인사들은 한 전 대표를 극찬했다. 조 대표는 지난 2월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여당 대표가 계엄을 좌절시키긴 어렵다”며 “보통 이런 걸 ‘별의 순간’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친윤계와 합의해 지난해 12월7일 진행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1차 표결 불참을 결정했다. 이어 다음날엔 한 전 총리와 함께 “총리와 여당 대표의 당정 협의를 강화해 국정 공백을 메운다”는 담화를 발표했다. 헌법재판소가 한 전 총리 탄핵 심판 결정에서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각계각층에선 한 전 대표를 일컬어 “권력 찬탈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격렬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급부상 당시 한 전 대표는 ▲조속한 직무 정지 ▲탄핵소추 표결 불참 ▲탄핵 찬성 등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의견을 계속 바꿨다. 그러다가 탄핵소추가 가결된 직후 친윤계의 반발과 최고위원 전원 사퇴 등이 이어지면서 당 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났다. 이후 한 전 대표는 대선후보 경선 패배 후 대선 유세에 참여했고, 친한계를 움직여 대선후보 강제 교체 반대에 참여하는 등 일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친윤계와의 뿌리 깊은 갈등은 여전하고, 당 대표 출마에 대한 의견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는 등 ‘결기 부족’이란 일각의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김민석 총리 지명 철회 등을 요구하면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을 진행했다. 하지만 안 하느니만 못한 농성이 되고 말았다. 나 의원은 냉방이 잘 되는 국회 로텐더홀에서 비교적 가격이 비싼 김밥과 유명 메이커 커피를 곁들이고 탁상용 선풍기까지 갖췄다. 이런 상황을 알린 사람은 이 모든 것을 촬영해 스스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나 의원 자신이었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캠핑이나 바캉스 같다”고 비웃었다. 지난 2018년 5월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면서 단식 농성을 했던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도 지난 1일 MBC <뉴스외전>에서 “로텐더홀에서 출판기념회 하듯이 농성한다”고 비판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피서 농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주말엔 로텐더홀에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30일 YTN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나 의원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자신의 인상을 남기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지층에게 인상을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 남는다. 정작 농성의 대상인 김 총리는 같은 날 나 의원을 방문해 “식사는 했느냐”면서 “단식은 하지 말라”고 비웃었다. 김 총리의 기세는 하나도 꺾이지 않았고, 민주당은 지난 3일 김 총리 임명동의안을 가결했다. 대선 경선 그대로 옮겨지나 수많은 난제…독이 든 성배? 그러자 나 의원은 다음날 농성을 해제했다. 나 의원이 6일 동안 진행한 농성은 나 의원이 당 대표에 당선된 후 진행될 대정부 투쟁의 회의적 가능성을 드러냈을 뿐이다. 당 대표 당선 가능성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지 의문이 커진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7일 오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임명된 후 겨우 8분 만에 사퇴했다. 안 의원은 지난 2일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엔 “국민의힘은 악성 종양이 뼈와 골수까지 전이된 말기 환자”라면서 “메스를 들어 보수 정치를 오염시킨 고름과 종기를 적출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안 의원은 송 비대위원장에게 “대선후보 강제 교체 시도와 관련해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전 원내대표에 대한 인적 청산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건의를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도·수도권·청년 중심으로 혁신위를 구성하려던 안 의원의 구상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국민의힘 혁신 당 대표가 되기 위해 도전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했다. 안 의원은 혁신위원장 내정 이전부터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이 크게 점쳐졌다. 따라서 혁신위원장 내정 당시엔 “친윤계와 손을 잡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어 일찌감치 “친윤계가 이전처럼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텐데, 왜 혁신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도 함께 돌아다녔다. 안 의원은 “‘쌍권(권영세·권성동)’ 숙청을 혁신안으로 제시했다가 거절당했다”는 사실을 직접 공개했다. 따라서 “혁신하는 당 대표가 될 수 있다”는 명분은 챙겼다. 하지만 여전히 안 의원은 국민의힘에서 나 홀로 버티고 있다. 친윤계와의 연대설이 돌아다녔던 이유도 안 의원에게 세가 없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안 의원도 김 전 장관처럼 친윤계와 치명적으로 갈등한 이력이 생겼다. 김 전 장관과 달리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명분은 얻었을지 몰라도, 실리는 스스로 걷어찬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당 대표로 당선되더라도, 메스를 들어 고름과 종기를 적출할 수 있을지 큰 의문이 남는다. 현역 의원 20명 안팎 계보를 거느린 한 전 대표도 친윤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당 대표직에서 사퇴했기 때문이다. 조 의원과 장 당협위원장의 출마 선언은 주요 후보 4명에 비하면 비중 있게 취급되진 않는다. 다만 조 의원에 대해선 “한 전 대표가 불출마하고, 좌장인 조 의원이 대신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수장과 좌장이 동시에 출마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숙제 뻔한 결말? 여러 폭탄을 끌어안고 죽을 가능성이 더 큰 당 대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출혈은 피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정부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대로 혁신하지 못하는 틈을 타 압도적인 기세를 타고 쟁점 법안들을 연이어 처리하려고 한다. 그런 가운데 독이 든 성배 취급을 받는 국민의힘 대표 자리에 앉게 될 사람은 누구일까? 자중지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 내부의 먹구름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