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면 더 볼만한 풍경·소리 ④안동 농암종택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비를 찾아서

 

7월 장마철에는 우리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안동 농암종택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구름이 내려앉은 청량산 줄기가 수묵화를 그려내고, 낙동강 물소리는 더욱 세차다. 농암 이현보 선생의 손때가 묻은 긍구당에서 하룻밤 묵어보자. 넓은 마루에 앉아 빗소리, 강물 소리, 새소리에 귀 기울이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농암 이현보는 조선 중기 때 문신이자 시조 작가다. 1498년(연산군 4) 식년 문과에 급제하고, 32세에 벼슬길에 올라 예문관검열, 춘추관기사, 예문관봉고 등을 거쳐 38세에 사간원정언이 된다. 

그러나 서연관의 비행을 논하다가 안동에 유배되고, 나중에 중종반정으로 복직돼 30년 이상 조정을 위해 일한다. 1542년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와 시를 벗삼아 지낸다. 

전통이 살아 숨쉬는 곳

조선시대 자연을 노래한 대표적인 문인으로, 국문학 사상 강호 시조 작가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품으로 전해오는 ‘어부가’를 장가 9장, 단가 5장으로 고쳐 지은 것과 ‘효빈가’ ‘농암가’ ‘생일가’ 등 시조 8수가 남았다. 
 

농암종택에 도착하니 비가 그쳤다. 단비를 뿌린 구름은 청량산으로 느릿느릿 걸어간다. 비 오는 날 한옥의 운치를 즐기려는 계획은 살짝 어긋났지만, 그래도 촉촉한 풍경이 반갑다. 무거운 구름이 내려앉은 청량산 줄기는 농암종택의 한옥과 어우러져 그윽한 풍경을 빚어낸다. 
 


농암 선생의 17대 종손 이성원씨가 긍구당으로 안내한다. 긍구당(肯構堂)은 선생이 태어나고 자란 농암종택의 별채로 당호는 ‘조상의 유업을 길이 잇다’라는 뜻이다. 고려 때 농암 선생의 고조부가 지은 소박한 건물이다. 

마루에 오르니 낙동강 물소리가 시원하다. 나무에 가려 낙동강은 보이지 않지만 소리 덕분에 유장하게 흐르는 강줄기가 떠오른다. 방에는 색이 고운 원앙금침이 깔렸다.
 

“여기서는 산과 강을 함께 봐야 해요. 건물만 보고 가는 분이 있는데, 그러면 농암종택을 모르는 거야. 산은 높지도 낮지도 않고, 강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아요.”
 

이씨를 따라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본다. 능선과 한옥의 지붕이 부드럽게 이어진다. 과연! 고개가 끄덕여진다. 농암종택이 본래 자리했던 도산서원 앞 분천마을은 1976년 안동댐 건설로 수몰됐다. 

1996년 이씨가 이곳에 터를 잡고, 10여년 동안 여기저기 흩어진 종택과 사당, 긍구당, 분강서원 등 문화재를 한데 모아 지금의 농암종택을 만들었다. 종택을 개방한 건 이씨의 결정이다. 안동의 어느 집안도 해본 적 없는 일이다. 
 

이씨가 애일당과 강각에 다녀오라며 열쇠를 건넨다. 긍구당서 나오면 농암 선생을 모신 분강서원이 있고, 좀 더 강변으로 가면 건물 두 채가 보인다. 앞에 있는 애일당은 구순이 넘은 부친을 위해 농암이 지은 건물이다. 

부친이 늙어가는 것을 아쉬워하며 ‘하루하루를 사랑한다’는 뜻에서 애일당(愛日堂)이라 이름 지었다. 선생은 부친을 포함한 노인 아홉 분을 모시고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추며 즐겁게 해드렸다고 한다. 
 


애일당 뒤에 자리한 강각에 오르니 세찬 물소리와 함께 낙동강과 벽련암이 펼쳐진다. 강각(江閣) 앞에서 강물은 여울을 만나기에 물소리가 클 수밖에 없다. 물소리를 듣는 수성각(水聲閣)이란 이름이 더 어울려 보인다. 마루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시간이 느릿느릿 흘러가는 느낌이다. 
 

농암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선비로 조선 시대 유일하게 은퇴식을 하고 정계서 물러났다. 임금은 금포와 금서대를 하사했고 퇴계 이황은 전별시를 지어 선물했다. 한강까지 이어진 행차를 보고 도성 백성들이 담장처럼 둘러섰다고 한다. 

농암이 고향으로 돌아와 강각서 읊은 시가 ‘어부가’다. 농암은 부모님을 공경하며 자연서 유유자적 지내고 싶어 임금의 계속되는 상경 명령에도 끝내 응하지 않았다. 나라에서는 종일품 숭정대부의 품계를 내려 예우했다. 명예를 포기해 더 큰 명예를 얻은 셈이다. 
 

강각서 강변으로 내려오면 퇴계오솔길(예던길)이 이어진다. 퇴계가 집에서 청량산 갈 때 걷던 길이다. 한동안 낙동강을 따라 조붓한 길이 이어진다. 15분쯤 지나 ‘공룡 발자국’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발길을 돌리는 게 적당하다. 

긍구당에 오니 저물 무렵이다. 마당을 서성이며 땅거미가 풍경을 집어삼키는 걸 바라본다. 산이 검게 변하고, 구름은 비명처럼 푸른빛을 토하며 서서히 블랙홀 같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긍구당 마루에 누워 어둠 저편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 기울인다. 개울물 소리가 공처럼 튄다. 소쩍새가 운다. 쏙독새는 어둠을 쫀다. 호랑지빠귀는 밤하늘에 구슬프게 휘파람을 분다. 
 

다음 날 아침, 새소리에 눈을 떴다. 강각 앞의 강변을 산책한다. 간밤에 비가 그치고 세수한 듯 맑은 하늘이 나왔다. 강가서 연방 물수제비를 떠본다. 이성원 씨가 식사하라고 부른다. 이성원 씨 부부와 오붓하게 담소하며 아침을 먹는 시간도 농암종택의 큰 매력이다. 

청량산·낙동강이 어우러진 농암종택
비 오는 날, 한옥 운치와 함께 금상첨화

농암종택서 나와 2km쯤 가면 강 건너편으로 작은 정자가 있다. 정자 앞으로 미끈한 소나무 한 그루가 강물에 비친 제 얼굴을 본다. 고산정은 퇴계의 제자 금난수가 1560년대에 지은 정자로 주변 경관이 빼어나 농암과 퇴계를 비롯한 선비들이 즐겨 찾았다. 
 

가송리서 남쪽으로 20분쯤 달리면 안동군자마을에 닿는다. 주차장에서 바라보면 산기슭 경사면에 고택이 옹기종기 모였고, 뒤로 미끈한 소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싼 풍경이 고풍스럽다. 농암종택과 더불어 하룻밤 묵어가기 좋은 고택이다. 
 

군자마을은 조선 초기부터 광산 김씨 예안파가 약 20대에 걸쳐 600여년 동안 살아온 외내에 있던 문화재와 고가를 옮겨다 세운 마을이다. 오천리가 군자마을이 된 것은 입향조인 김효로의 종손과 외손 일곱 명이 ‘오천 칠군자’라 불렸기 때문이다. 

대표적 인물이 퇴계의 수제자 후조당 김부필이다. 군자마을 가장 높은 곳에 후조당의 사랑채와 별당이 자리한다. 퇴계가 애제자를 위해 쓴 후조당 현판이 별당 대청에 걸렸다. 
 


사랑채와 별당을 구경했으면 탁청정을 둘러볼 차례다. 탁청정은 1541년 김유가 지은 가옥에 딸린 정자로, 영남 지방의 개인 정자 가운데 으뜸으로 꼽힌다. 정면 3칸, 측면 2칸에 팔작지붕이고 명필 한석봉이 쓴 현판이 걸렸다. 탁청정 마루에 앉아 연못과 고택을 바라보는 맛이 일품이다. 
 

군자마을서 나와 안동호를 따라 7분쯤 가면 도산서원 주차장에 닿는다. 도산서원의 건축물은 민가처럼 검소하게 꾸민 것이 특징이다. 서원은 퇴계가 제자를 가르치고 기거한 도산서당 영역과 퇴계 사후에 선생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도산서원 영역으로 나뉜다. 

도산서당은 1561년 퇴계가 직접 설계하고 지은 삼간집이다. 가운데 온돌방은 퇴계가 기거한 완락재, 동쪽의 대청은 암서헌이다. 대청이 좁아 궁여지책으로 평상을 댄 것만 봐도 퇴계의 검소함을 알 수 있다. 

이육사의 삶 ‘이육사문학관’

마지막 여행지는 이육사문학관이다. 육사는 퇴계의 14세손으로 본명은 이원록이다. 육사의 저항성과 문학성은 퇴계의 학통서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이육사문학관은 대대적 리모델링을 거쳐 올해 2월 재개관했다. 전시관과 영상실, 세미나실 등 복합 시설을 갖췄다. 

동선을 따라가면 이육사의 짧지만 강렬한 생애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육사가 생을 마감한 베이징 감옥을 재현한 방에서는 울컥했다. “내 고장 칠월은 /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그의 대표작 ‘청포도’를 읊조리며 안동 여행을 마무리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농암종택→고산정→안동군자마을→도산서원→이육사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안동군자마을→고산정→농암종택 
[둘째 날] 농암종택→이육사문학관→도산서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농암종택 http://www.nongam.com
- 안동군자마을 http://www.gunjari.net
- 도산서원 http://www.dosanseowon.com
- 이육사문학관 http://www.264.or.kr
- 안동관광(안동시청 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tourandong.com

문의 전화
- 안동시청 체육관광과 054)840-6391
- 농암종택 054)843-1202
- 안동군자마을 054)852-5414
- 도산서원 054)856-1073
- 이육사문학관 054)852-7337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안동, 무궁화호 하루 7회(06:40~21:13)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32회(06:00~23:0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소백로→온천로→온혜교차로서 태백·봉화 방면 좌회전→퇴계로→가송길→농암종택

숙박 정보
- 농암종택 : 도산면 가송길, 054)843-1202, http://www.nongam.com(명품고택)
- 안동군자마을 : 와룡면 군자리길, 054)852-5414, 
http://www.gunjari.net(한옥스테이)
- 안동호반자연휴양림 : 도산면 퇴계로, 054)840-8265, 
http://huyang.gb.go.kr 

식당 정보
- 도산대가(안동찜닭·간고등어정식): 도산면 퇴계로, 054)852-6660, http://www.dosandaega.wo.to
- 뉴서울갈비(갈비): 안동시 음식의길, 054)843-1400
- 보문식당(약산채밥상·보리밥): 안동시 번영길, 054)854-6009 
- 까치구멍집(헛제삿밥·한정식): 안동시 석주로, 054)821-1056, http://andongrice.com 

주변 볼거리
경상북도산림과학박물관, 퇴계종택, 안동호반자연휴양림, 유교문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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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