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8·27 전대 관전 포인트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7.24 10:25:50
  • 호수 112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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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가고 누가 오나?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이 제보조작 파문으로 수렁에 빠졌다. 현재는 검찰에 공이 넘어간 상황. 국민의당은 현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전당대회를 중요한 기점으로 보고 있다. 누가 위기의 국민의당을 구할 영웅이 될까.
 

국민의당은 문준용씨 취업특혜 제보조작 사건이 사실상 종결된 것으로 판단하고 전당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당사서 열린 여성핵심당원 혁신 릴레이 행사에서 제보조작 사건에 대해 “사실상 끝났고 종결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누가 나오나?

당 내부에서도 제보조작 사건은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최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머리자르기’ 발언을 대리사과하면서 제보조작 사건이 마침표를 찍었다는 시선도 강하다.

대선당시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을 맡았던 이용주 의원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여지가 남아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에 국민의당은 본격적으로 전당대회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지도부 구성에 나서고 있다. 국민의당은 지난 17일 전당대회를 관리할 중앙선거관리위원을 임명, 구성을 완료했다. 


선관위는 김관영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위원으로는 김경진·김삼화·정인화 의원, 배준현 비상대책위원, 고연호 전 대변인, 문형주 서울시 의원 등을 임명했다. 전당대회준비위원회도 조만간 인선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의당은 지도체제에 대한 논의도 시작했다. 당 혁신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회에 지도체제를 변경하는 안을 보고했다. 국민의당은 현재 집단지도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전당대회서 1위를 차지한 후보가 당 대표를 맡고 2∼5위를 기록한 후보들이 최고위원에 선출된다.

혁신위는 비대위에 보고한 ‘조직 및 운영 체제 변경안’을 통해 현재의 집단지도체제서 단일지도체제로 전환하고 최고위원회를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1위를 차지한 후보만 당 대표에 선출되는 것이다.

최고위원회가 폐지되고 상임집행위원회로 대체해 당 대표를 보좌하게 된다. 이는 당 대표에게 권한과 책임을 집중시키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조만간 의원총회를 열고 혁신위서 제기한 방안에 대해 당내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경선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자 당권주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아직 룰이 확정되지 않아 출마 선언을 주저하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출마에 대한 결심을 굳힌 이들은 사실상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일찌감치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정동영·천정배 의원을 비롯해 문병호 전 최고위원과 손학규, 김한길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치열한 당권 경쟁을 예고했다. 정 의원은 발빠르게 지난 11일 “당을 위기서 구해보고자 오는 8월27일 전당대회에 당 대표로 출마하고자 한다”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8월 전당대회는 당이 새롭게 태어나는 전당대회로 재창당 수준의 큰 변화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당원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당헌 1조에 2항을 신설해 ‘국민의당 당권은 당원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당원에게서 나온다’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보조작’ 검찰 손…전당대회 채비
단일지도 첫선…정·천·문 삼파전?

그는 “국민의당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국민주권 실현 전제로서 당원주권을 확실하게 구현해야 한다”고 제안키도 했다. 또 “위기에는 장수가 필요하다”며 “다른 것은 몰라도 위기를 돌파하는 데 저의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에 이어 천 의원도 당 대표 출마를 시사했다. 천 의원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서 “뼈저린 반성과 깊은 성찰이 가장 먼저 선행돼야 한다”며 “저의 모든 정치생명을 걸고 당의 위기를 이겨내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출마여부에 대해선 “당을 어떻게 살릴지 논의가 먼저”라며 “조만간 결심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당 대표로서의 비전과 견해를 보이겠다”고 했다. 

그는 현재 당의 문제점을 소통과 협치의 부족이라고 평했다. 천 의원은 “문재인정부에 소통과 협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당내의 소통과 협치는 부족하다”며 “당 대표가 된다면 좀 더 내부소통을 강화하고 일사불란한 자세로 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타자중심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리딩파티가 돼야 한다”며 “민주당 2중대라고 욕 먹어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못하면 비판하겠다. 민주당 뿐 아니라 타 당과의 통합은 절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즉 ‘신 자강론’을 펼친 셈이다. 바른정당을 협력대상으로 삼은 정 의원과도 결을 달리했다. 

앞서 안철수 전 대표와 함께 국민의당 창당 공동대표를 맡아왔던 천 의원은 지난 총선 직후 리베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당 대표서 물러났다. 정치권은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천 의원이 당권을 잡고 정치 일선에 복귀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최고위원도 당권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문 전 최고위원은 지난 1월15일 전당대회서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인천시당 당원과 대화서 “국민의당이 나아가야 할 길은 국민을 믿고 ‘제3의 대안’을 명확히 가고 새로운 정치의 정체성을 더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 대선과정서 오랜 칩거를 끝내고 국민의당에 합류한 손학규 전 대표의 출마도 점쳐지고 있다. 손 전 대표는 꾸준히 개혁과 개헌을 주장했고 정치 경험도 여타 후보들에 밀리지 않아 당원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한길 전 대표도 당권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대표측 관계자는 “아직 전당대회 출마를 결정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최근 당내 인사들의 출마 요청과 권유에 김 전 대표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당내 많은 인사들이 ‘김 전 대표가 당을 구하는 구원투수로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 전 대표를 찾아와 전대 출마를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선거체제 돌입


국민의당 한 관계자는 전당대회에 대해 “사실상 물밑에선 당권 경쟁이 시작된 상태”라며 “전대 룰 문제 논의가 시작되면서 당이 본격적인 선거체제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민의당 새 지도체제 후보들 생각은?

국민의당 당대표 출마 인사들 사이에서 ‘단일지도체제’에 대한 생각이 엇갈리고 있다. 정동영 의원은 당대표 중심의 단일지도체제를 꾸리자는 혁신안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금 당이 절대적인 위기인데, 강력한 대표 중심 체제를 구축해서 돌파해보자는 제안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병호 전 최고 위원도 “통상적인 상황에선 분권이 맞지만 지금은 보다 더 큰 책임을 대표에게 부여해야 당을 혁신할 수 있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천정배 전 대표는 “각 당이 지난 30년간 제왕적 총재에게 쏠린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정당민주화에 노력해왔는데, 이에 역행하는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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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