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5)두 번 쫓겨난 사연

“나는 성희롱을 하지 않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어느 누구든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쉰다섯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성희롱 혐의로 조직서 쫓겨난 후 고군분투 중인 국민생활체육전국당구연합회 전 사무처장 A씨입니다.
 

A씨의 가방에는 문서가 가득했다. 국민생활체육전국당구연합회(이하 연합회)나 사단법인 대한당구연맹(이하 연맹),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 등에서 받은 자료였다. 그 외에도 A씨는 사건을 나름대로 정리한 문서를 한 뭉텅이 꺼냈다. 날짜별, 시간별로 꼼꼼하게 정리된 사건 일지였다.

성희롱 쟁점

2015년 5월 A씨는 연합회 이사로 임명됐다. 그 전까지 A씨에게 당구는 취미에 불과했다. 평범하게 당구를 즐기던 그가 동호인을 관리하는 조직에 들어가게 된 것은 지인의 요청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자리를 메우기 위해 받은 직책이었다. 문제는 A씨가 이사에 임명될 무렵 연합회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점이다.

당장 이사 임명 2개월 뒤인 2015년 7월부터 연합회 사무처장에 대한 투서가 들어오는 등 조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투서에는 사무처장의 연합회 사조직화, 잡지 수익 횡령 등 비리 의혹이 적혀 있었다. 

사무처장은 연합회에 사표를 내려 했지만 대의원총회에선 이를 수리하지 않았다. 대신 진상조사위원회를 열어 상황을 파악하기로 결정했다. A씨는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에 선정됐다. 이사로 임명된 지 4개월 만에 연합회 터줏대감이던 사무처장의 비리 의혹을 조사하라는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 때 진상조사위원을 맡았던 게 모든 일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당시 연합회는 작은 조직이었지만 파벌 싸움이 극심했습니다. 저는 내부에 아는 사람도 없었고 조직서 누구에게도 빚진 게 없는 몇 안 되는 사람이었습니다.”

지인 요청에 이사직 맡아
사무처장 됐지만 ‘왕따’

연합회 사무처장은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파면이 결정됐다. A씨는 그 자리서 연합회 안정화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사무처장 자리가 징계로 공석이 됐고 연맹과 통합 등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인 상황서 조직을 안정화 시켜야 하는 임무를 맡게 된 셈이다. 

2개월 뒤 연합회 이사회는 A씨를 신임 사무처장으로 승인했다. 하지만 사무처장 인준을 받은 건 3개월이 지나서였다.

“정말 긴 3개월이었습니다. 저는 사무국 사람들 사이서 완벽하게 소외된 사람이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밥을 같이 먹은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사무국 직원들은 제게 ‘A씨 여기는 민간인이 오는 곳이 아니에요. 어디 다른 데 가 있으세요’ 같은 말을 서슴없이 했습니다. 저를 사무처장으로 대접해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지난해 3월 사무처장 인준을 받은 뒤에도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사무처장이었지만 사무국 직원들은 그의 말을 외면했다. 연합회와 연맹의 통합, 각종 대회 등으로 조직이 분주한 상황에서도 A씨는 완벽하게 고립돼있었다. 

그러던 중 A씨는 같은 해 7월 스포츠비리신고센터로부터 조사 통보를 받는다. 사무국 여직원이 그가 3∼4월경 자신을 성희롱을 했다며 6월에 민원을 넣었다는 것이다.
 

“제가 여직원 성희롱 혐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에 가서야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정말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3개월 전 얘기라 기억도 희미했습니다. 특히 여직원 입장에서는 제가 가해자가 되는 건데 저희는 3개월 간 한 공간에 있었어요. 상식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사 당일 이사회 등 일정이 빡빡했던 A씨는 조사관이 내민 문서에 덜컥 서명을 했다고 한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었다. 자신이 문서에 서명을 하면서 성희롱 혐의에 대해 인정한 꼴이 됐다는 주장이었다. 

기분이 찜찜했던 A씨는 사흘 뒤 다시 스포츠비리신고센터를 찾아가 첫 조사에 대해 해명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 A씨가 서명한 문서는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연맹의 통합 회장이 선출됐다. 3월 천신만고 끝에 통합된 이후 5개월 만에 뽑힌 초대 회장이었다. 통합 연맹에서 A씨의 자리는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사무국 업무를 맡아야 했지만 9월 이후 모든 업무서 배제됐다. 

통합 연맹 초대 회장은 언론과 인터뷰서 “비리에 관련된 사람들은 조직에 두지 않겠다”는 입장을 천명했고, A씨는 그 대상으로 지목된 상태였다.

“회장님, 부회장님, 전무님 할 것 없이 고위직 분들은 저를 볼 때마다 ‘너 아직도 안 나갔냐?’라며 사직을 종용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사표를 낼만큼 저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

여직원 성희롱 혐의로 ‘파면’
지노위 승소했지만 또 쫓겨나

A씨가 사표를 내지 않고 버티면서 그의 직위는 곤두박질쳤다. 그는 지난해 10월1∼3일 치러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기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채 통합 연맹 사무실을 구하기 위해 부동산을 찾고 이삿짐을 나르고, 정리하는 등의 업무를 맡았다. 보통 행사 때 사무처장이 담당하는 참석자 의전과는 한참 동떨어진 업무다.

이후 10월27일 인사위원회가 열렸고 A씨는 결국 파면 처리됐다. 전날 통합 연맹 부회장이 찾아와 “성희롱 혐의 받으면서 더럽게 나갈 거냐, 깨끗하게 나갈 거냐”라며 신변을 정리하라는 제안을 거절한 뒤였다. 

A씨는 재심을 청구했지만 올해 1월 결국 최종 파면 결정이 났다. 2015년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8개월간 단 한 번도 직급에 대한 대접을 받지 못한 채 끝난 시간이었다.

최종 파면 결정 이후 A씨는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청구했다. 2월20일 연맹 측 관계자와 노무사, A씨가 동석해 심문이 이뤄졌고, 그 날 저녁 ‘인정’ 처분이 나왔다. A씨가 청구한 구제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지노위 조사관은 A씨에게 “승소”라는 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노위 판정에 안도하면서도 한 달 뒤 집으로 온 판정서에 대해서는 분통을 터트렸다.

“판정서에는 두 가지 내용이 한꺼번에 기록돼있습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제가 여직원을 성희롱한 게 맞다고 기재했고, 또 다른 부분에서는 성희롱까지는 보기 어렵다고 적었습니다. 그러면서 복직은 허용했어요, 또. 지노위 판정대로면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근무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게 어떤 의도의 판정서인지 정말 답답합니다.”

A씨는 일단 4월21일 복직 명령에 따라 출근했지만 2시간 만에 대기발령 처분을 받았고, 24일 인사위원회에서 재파면 당했다. A씨가 제시한 문서에 따르면 그가 복직하기 전 대기발령 처분 관련 문서는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애초부터 조직은 그를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또다시 파면

“제 나이가 올해로 55세입니다. 집에는 80대 노모가 몸이 아파 고생 중입니다. 두 사람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고 공사판서 4월까지 안전 요원으로 일했습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5시까지 꼬박 일하면 일당 8만원이 주어집니다. 복직 명령이 떨어져 그 일도 그만뒀는데 또 다시 파면 당했습니다. 이제 제 인생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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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