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평정한 유소연 파워

신지애, 박인비…한국인 세 번째 여왕

2015년 10월부터 무려 85주간 세계랭킹 1위를 이어가던 리디아 고를 끊임없이 추격하던 아리야 주타누간과 유소연이 돌아가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지난달 12일 매뉴라이프 클래식에서 우승하며 주타누간이 세계 1위에 올라 2주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켰고 같은 달 26일 유소연이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올랐다.

유소연(27·메디힐)은 대회 2라운드에서 코스레코드인 10언더파 61타를 치며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하지만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퍼트 난조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날 유소연이 기록한 퍼트 수는 33차례였다. 그러나 결정적 순간에 빼어난 경기 운영으로 위기에서 벗어났다.

정상 등극

5타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에 임한 유소연은 한때 양희영에게 2타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다. 11번홀(파3)에서 이번 대회 유일한 보기가 나온 데다 양희영이 11번, 12번홀(파4)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바짝 따라붙었다. 하지만 맹렬하게 추격하던 양희영이 13번(파4), 14번홀(파5)에서 연속보기를 범하면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올 시즌 첫 2승에, 자신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한 시즌 첫 2승이자 통산 5번째 우승이었다. 이 대회 전까지 세계 1위 아리야 주타누간(태국)에게 0.48점, 2위 리디아 고(뉴질랜드)에게 0.02점 뒤진 유소연은 우승 직후 발표된 세계랭킹에서 평점 8.83점을 기록, 주타누간(8.58점)과 리디아 고(7.93점)를 단숨에 추월했다.

우승 상금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를 받은 유소연은 시즌 상금 100만달러를 가장 먼저 돌파(121만2820달러)하며 상금랭킹 선두를 탈환했다. 올해의 선수, 그린적중률, 톱10 피니시 등 주요 부문에서도 1위를 꿰찼다.


아칸소 우승으로 랭킹 1위 우뚝
‘꾸준함’이 성공 비결로 꼽혀

한국 선수가 여자골프 세계 1위에 오른 것은 2010년 신지애, 2013년 박인비 다음으로 세 번째다. 유소연은 2006년 창설된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초대 1위’였던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비롯해 로레나 오초아(멕시코·통산 158주)와 신지애, 미야자토 아이(일본), 크리스티 커(미국), 청야니(대만),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박인비, 리디아 고, 주타누간에 이어 세계 1위에 등극한 11번째 선수다.

‘꾸준함의 대명사’로 유명한 유소연은 초청선수로 출전한 2011년 US오픈에서 우승, 이듬해 퀄리파잉스쿨을 거치지 않고 LPGA투어에 입성했다. 3승째였던 2014년 8월 캐나다오픈 우승 이후 지난 4월 ANA 인스퍼레이션까지 2년6개월 가까이 우승하지 못했지만 이달 초 숍라이트클래식까지 64개 대회 연속 컷 통과를 이어가는 꾸준한 성적을 낸 끝에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2014년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LPGA투어 통산 3승을 올린 뒤 4승까지는 2년6개월여를 기다려야 했지만 4승에서 5승까지는 석 달도 걸리지 않았다.

유소연의 올 초 세계랭킹은 9위였다. 세계 1위를 목표로 하는 선수라기보다는 우승 가뭄을 씻는 게 급해 보였다. 유소연은 지난해 LPGA투어에서 준우승 두 번을 포함, 톱5에 6차례 들었지만 우승에는 이르지 못했다. 

지난 2015년은 더 심했다. 준우승 두 번 등 톱5에 9차례나 진입하고도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통산 9승에 2011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우승자이니 기량은 검증됐는데, 이상하게 기량만큼 우승이 터지지는 않는 선수로 평가됐다.

유소연은 올 시즌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가 부진이 이어지며 애를 태워야 했다. ANA 인스퍼레이션 우승을 포함해 8경기 연속 ‘톱10’에 드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타던 유소연은 그러나 1위 다툼이 치열했던 볼빅 챔피언십에서 56위에 그쳤고 숍라이트 클래식에선 컷오프의 수모를 당했다. 64경기 연속 컷통과 대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스윙 교정…모험 끝 이룬 쾌거
인고의 세월 이겨낸 값진 열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세계랭킹에서 9위를 했던 유소연은 올 시즌 초반 우승 없이도 꾸준한 성적을 내며 3월 마지막 주 자신의 개인 최고순위인 3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꾸준함의 비결에 대해 유소연은 “매 순간 더 좋아지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결과는 신께 맡긴다”고 했다. 바이올린·피아노·필라테스·발레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것도 필드에서 늘 새로운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지난 4월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2년6개월 만에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던 그는 당시 준우승자 렉시 톰슨(미국)에게 내려진 시청자 제보 4벌타 사건의 수혜자라는 말로 속앓이를 했다. 그러나 마음을 비워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고 돌아오니 그 전에 바랐던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이뤄졌다.

유소연은 여기서 잠시 스스로를 비우기로 했다. 2주간 휴식을 선언하고 이 기간 약점으로 꼽혔던 퍼팅연습에 주력한 뒤 돌아와 출전한 대회가 바로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이다.

유소연은 지난해 1월 LPGA투어 휴식기에 코치를 바꾸고 스윙을 교정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당시 남자골프 세계 1위 조던 스피스(미국)의 코치인 캐머론 매코믹을 찾아가 과감히 스윙을 바꾼 이유는 ‘오래도록 골프를 잘 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 효과가 금방 나타나진 않았다. 꾸준히 ‘톱10’에 들었지만, 우승하지 못하면서 세계랭킹 10위 밖으로 벗어났고 한국 선수들 사이의 경쟁에서 밀려 2016 리우 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진정한 최강자

그래도 유소연은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사실상 스윙 교정의 최종 목표는 세계랭킹 1위에 있었다. 유소연은 세계 12위에 머물던 지난해 10월 “세계랭킹은 1위 말고 다른 순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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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