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대통령 만든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19 10:42:49
  • 호수 11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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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경(찰)-공(수처) 삼각 견제가 최상”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결여됐던 희망이 채워지고 있다. 분열로 가득했던 지난 정권의 흔적은 점차 희미해져 간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국민들은 미래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로 번져가는 모습이다. 변화는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지만 그 한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물심양면으로 힘쓴 사람들이 있다. <일요시사>는 이들을 만나 문재인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공유했다.
 

2015년 12월 문재인(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은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영입한다고 발표했다. 영입인사 1호였다. 거듭 정치에 뜻이 없다고 밝혀왔던 그가 입장을 바꾼 이유에 대해 궁금증이 커져갔다.

그 후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그는 가장 대중적이면서 높은 인지도를 가진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그간 풍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오히려 누구보다 심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탄핵 찬반의원 명단을 공개해 보수 측의 표적이 된 건 유명한 일화이자 그의 신념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당시 그는 비난을 예상했음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그런 그의 행동을 ‘소신’이라 칭찬했고, 반대 측에서는 ‘오만’이라 비하했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표 의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한 일을 행동에 옮긴 것만은 부정 못할 사실이다. 그렇게 한국의 CSI(Crime Scene Investigator)는 죽어가는 정치판에 뛰어들어 원인을 파헤치고 주범들을 심문해 개혁의 포인트를 찾고자 오늘도 분주히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표 의원과 일문일답.

- 대선 기간 중 문 대통령과 관련해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는지?
▲수원에서 집중유세를 할 때였다. 문 대통령께서 연설을 마친 후 단상 아래 계시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그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데 위험해보였다. 악수하는 과정서 조금만 힘을 가하면 앞으로 확 넘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팔을 잡아드렸다.


과거 경찰 생활하던 시절의 경험을 살려 현장의 안전을 지키는 것도 나에게 주어진 또 다른 역할이라는 점을 그때 깨달았다. 그날부터 난 단상을 내려가 시민들을 진정시키며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는 경호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다.

- 6개월 당직 정지로 선대위 활동을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박주민, 정춘숙 등 친한 동료 의원들이 선대위 등에서 역할을 하는 것을 곁에서 지켜보셨을 텐데, 아쉽지 않으셨는지?
▲전혀 아쉽지 않았다. 내 스타일 자체가 현장을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오히려 마음이 가벼웠다. 혼자서 자유롭게 지역을 누비면 되니까. 앉아서 회의하는 것보다 현장서 지원유세하고 거리서 춤도 추고(하하)... 오히려 좋았다.
 

- 대중과의 스킨십을 꺼려하지 않는다. 기존 정치인이 가진 권위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인지, 아니면 타고난 성향인지 궁금하다.
▲둘 다 해당된다. 내가 정치를 하기 전 바라봤던 정치인의 모습은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권위주의다. 국민들께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선거 때는 90도로 고개 숙이다가 당선되면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니는 모습. 

마치 자신은 특별하다는 권위적인 자세가 너무 싫었다. 그런 부분을 바꾸고 싶었다. 권위 없이 소탈하게 시민들과 살로 부대끼며 하는 정치가 훨씬 좋다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표 의원의 방식이라 받아들이겠다.
▲그렇다. 기본적으로 거리에서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스킨십 나누는 걸 좋아한다.

수사권 조정 “지선 전에 꼭”
경찰대 카르텔 “개혁 대상”

- 문 대통령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예상이 어렵겠지만, 언제쯤 실현될 수 있다고 보나?
▲가장 이상적인 시기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다. 문 대통령께서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고 국회도 그 시기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만약 시기를 놓친다면, 다음 총선이 새로운 마지노선이 될 것이다.


-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의 전제로 경찰 개혁을 들었다. 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경찰대 출신 간부들이 만든 카르텔을 개혁 1순위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동의한다. 나도 경찰대 출신이지만, 일부 권력 지향적인 경찰대 출신 인사들이 고속승진하면서 자기네들끼리의 카르텔을 형성해왔다. 이는 다른 경찰관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결국 폐쇄적 엘리트 집단에 대한 반감으로 작동한다. 군대의 하나회·알자회, 검찰의 우병우사단과 같이 이 부분도 반드시 개혁해야 한다.

-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
▲먼저 권력과 유착해 고속승진한 사람에 대한 인적 청산이 있어야 한다. 최순실·우병우 등에 기대 전횡을 누리고 자기네들끼리 카르텔을 형성한 사람이 경찰 고위직에 있는지 조사해 그들에게 과오에 걸맞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

- 검찰 일각에선 검경 이중 수사 구조가 인권 침해를 예방한다며 현상 유지를 주장한다.
▲첫째, 이중 수사 구조에 인권 침해 예방 효과가 있다는 주장은 전적으로 동의한다. 둘째, 하지만 그것이 현재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 아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재심>과 같이 엉뚱한 사람을 살인범으로 만드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 검경 관계는 한쪽이 지배하고 다른 쪽이 종속당한 구조다. 

그러나 검경 모두 권력이라는 우산 아래서 한통속으로 지내왔다. 그러다 보니 수사권 조정으로 다투다가 큰 사건이 터지면 서로 뭉친다. 정윤회 문건을 경찰이 과연 몰랐을까? 우병우와 관련된 일들을 경찰 정보라인이 파악하지 못했을까? 못했다면 경찰 정보라인이 필요 없을 정도로 무능한 것이다.

검경은 둘로 찢어놔야 한다. 지금 같은 구조에선 순기능을 기대할 수 없다. 공수처·검찰·경찰, 이렇게 세 개의 기관이 서로 상호 견제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 가볍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것 하나 질문하겠다. 최근 ‘삼국지 덕후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석하셨던데, 좋아하는 인물이 누군지?
▲조자룡을 가장 좋아한다.

- 인기 많은 스타일을 좋아하시나 보다.
▲(하하) 그것도 이유지만, 권력을 탐하지 않는 모습이 좋다. 또 장판파에서 적진을 단신으로 헤쳐 나가 주군의 아이를 구하는 등 실력을 갖췄으면서 그 시대의 정의도 지켜낸 점이 매력적이다. 너무너무 좋아한다.

- 이미지가 비슷하다.
▲(하하) 실력은 없지만, 방향성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chm@ilyosisa.co.kr>


[표창원은?]

▲경북 포항 출생
▲경찰대 행정학 학사
▲엑시터대 대학원 석·박사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경찰청 범죄심리분석 자문위원
▲아시아경찰학회 회장
▲현 20대 국회의원(경기 용인시정/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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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