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메이저' 최연소 우승, 김시우 이야기

될성부른 떡잎서 활짝 핀 꽃으로

마스터스, US오픈, 디오픈 챔피언십, PGA챔피언십에 이어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전 세계 골프계 최대 상금 대회로 불리는 이 대회의 올해 우승자는 만 21세의 김시우였다.

엄청난 상금 규모, 만만치 않은 골프 코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대회에서 어리지만 침착한 강심장의 김시우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플레이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김시우는 타이거 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 조던 스피스에 이어 22세 이전에 투어 2승을 올린 4번째 선수가 됐다.

미완의 대기서
태풍의 눈으로

김시우는 지난달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참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보기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만 21세의 나이에 마지막 라운드가 주는 압박감을 거뜬히 이겨낸 것.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적어낸 김시우는 한국과 미국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아담 스콧(호주)이 세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2년 이상 앞당긴 사상 최연소 대회 우승 기록이자 2011년 최경주(47·SK텔레콤)에 이어 두 번째로 플레이어스를 제패한 한국 선수가 됐다.

대회가 열린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는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특히 저주의 홀로 불리는 파3 17번홀은 올해도 많은 선수들에게 좌절을 안겼다.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7언더파를 쳐 선두에게 2타 뒤진 4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는 플레이를 펼친 유일한 선수였다. 이날 홈스와 스탠리에 2타 뒤진 4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버디만 3개를 잡아냈고 후반 9개 홀은 모두 파로 마쳤다.

공동 선두였던 J.B.홈즈(미국)는 무려 12오버파를 치며 일찌감치 우승에서 멀어졌고, 카일 스탠리(미국)도 3오버파로 처졌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6오버파를 치면서 공동 7위에서 공동 30위까지 떨어졌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이날 하루에만 4타를 줄였지만, 보기도 2개가 있었다. 3위로 출발한 루이스 우스투이젠(남아공)이 2번 홀(파5)에서 1타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섰으나, 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순위가 떨어졌다. 이렇듯 우승권의 선수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서도 김시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종라운드 보기 없는 깔끔한 마무리
PGA투어 2승…역대 ‘두 번째’페이스

김시우의 우승은 7번홀(파4)에서 예감됐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왔고 홀까지는 약 7m 60㎝. 버디 하기에는 쉽지 않은 거리를 남겨둔 상태였으나 김시우가 퍼팅한 공은 왼쪽으로 포물선을 그린 뒤 홀 오른쪽 끝을 지나 홀컵으로 쏙 들어갔다. 김시우가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8번홀이 지나고 파5 9번홀에서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세 번째 샷이 홀 약 5m50㎝를 남겨둔 쉽지 않은 거리였고 퍼팅 라인도 약간 내리막으로 까다로운 상황이었으나 김시우는 정확히 퍼팅 라인을 읽었고, 공은 제자리라도 찾아가듯 홀로 빠져들었다. 2위와 격차를 2타 차로 벌린 순간이었다.

이렇게 2타 차로 벌어진 상태에서 김시우는 후반 들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안정적인 플레이로 임했다. ‘저주의 홀’이라 불리는 파3 17번홀, 워터해저드로 티샷한 공이 들어가면 승부는 알 수 없는 상황. 김시우는 침착하게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파로 막아냈다.

1995년 6월28일 서울에서 태어난 김시우는 여섯 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싱글 핸디캡’ 골퍼인 아버지의 손을 잡고 연습장에 놀러갔다가 골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여섯 살 꼬마가 자신의 키만 한 드라이버를 둘러메고 나타나 신기하게도 골프공을 똑바로 멀리 날리는 것을 보며 구경하던 골퍼들이 ‘한국의 타이거 우즈’라는 감탄과 찬사를 쏟아냈다.

초등연맹이 주최하는 마루망골프대회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4년 연속 제패한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전설로 남아 있고 중학교 때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도 속초 교동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고, 고교 진학 후 곧바로 국가대표에 오르며 골프 천재로 불렸다.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2012년에 경험 삼아 응시했던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하면서 국내 프로 무대를 밟지 않고 곧바로 미국행을 택했다. 최연소 합격자였고 당연히 골프계는 그를 주목했다.

완벽한 마무리
변수는 없었다

그러나 만 18세 미만은 투어 활동을 제한하는 PGA투어 규정에 걸려 데뷔는 늦춰졌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투어 카드를 잃었고 그 이후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담금질을 거쳤다. 웹닷컴투어 성적에 의해 2015시즌에 PGA투어에 정식 복귀한 김시우는 지난해 8월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서 우승하면서 자신이 ‘될성부른 떡잎’임을 챔피언십에서 입증했다.


김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2승을 차지했다. 미국 출신이 아닌 선수가 22세 전에 PGA투어에서 2승을 차지한 것은 가르시아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2위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 등 세계랭킹 10위권 내 최강 골퍼들이 모두 출전해 우승컵을 다툰 이 초대형 ‘쩐의 전쟁’에서 김시우는 대회 최연소(21세10개월14일) 우승 기록을 세웠다.

통 큰 기부
훈훈한 선행

이번 우승에 대해 김시우는 “자신의 롤모델 최경주 선수의 조언과 마스터스 챔피언 가르시아를 보고 따라 연습한 집게발 퍼팅 그립이 우승의 견인차였다”고 밝혔다.

김시우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통 큰 기부까지 결정했다. 이번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상금 189만달러(약 21억원)중 대한골프협회에 1억원, PGA투어에 10만달러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아버지를 통해 밝혔다. 대한골프협회에 기부를 결정한 것은 자신이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기량을 연마해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고마움의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PGA투어 기부금은 자선기금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1974년에 창설된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의 잔치’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매년 총상금을 증액해 지구촌 골프계 최대 상금 대회라고 불린다. 우승상금은 4대 메이저 평균치를 능가한다.

1982년부터는 PGA투어 본부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파72  ·7245야드)를 개최지로 선택해 역사성을 부각시켰고 2006년 세계적인 코스설계가 피트 다이(미국)를 초빙해 무려 4000만달러(451억원)를 쏟아부어 대대적인 코스 리뉴얼까지 완성했다. 2014년에는 연장전을 PGA챔피언십과 같은 3개 홀(16~18번홀 스코어 합산)로 확대해 일단 메이저에 걸맞은 모양새를 갖췄다. 

지난해에는 2006년 이후 10년 만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해 도전에 따른 확실한 보상과 위험이 따르도록 난도를 조정했다. PGA투어 측은 보수공사 후 열린 첫 대회에서 우승자가 두 자릿수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김시우 선수가 최종합계 10언더파를 기록하며 그 예상은 빗나갔다.

순식간에 올라간 입지
진기록 양산해 화제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45야드)에는 전설적으로 악명 높은 저주의 홀이 있다. 바로 파3 17번홀. 17번홀 그린은 연못 한가운데 섬처럼 자리 잡고 있어 ‘아일랜드 그린’으로 불린다. 티잉그라운드에서 홀까지 120m 안팎에 불과해 거리상 아이언샷으로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린의 지름이 24m에 불과하고, 그린 주변은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홀컵을 그린 가장자리에 붙여 선수들을 괴롭혀왔다. 짧은 거리지만 티샷이 조금만 틀어지면 여지없이 그린 옆 연못에 ‘퐁당’ 빠지기 때문에 매년 대회마다 수십 개의 공이 물속에 빠진다. PGA가 공식 집계한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 홀에서 634개의 티샷이 물속으로 사라졌고 매년 대회마다 45개가 넘는 공이 수장됐다. 

올해는 대회 최종라운드까지 총 67개의 공이 물에 빠지면서 2007년 93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잭 블레어, 조던 스피스, 필 미켈슨, 질 퓨릭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17번홀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만이 1라운드 이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우승자 특전 역시 남다르다. 5년간 PGA투어카드(일반 투어 2년)를 보장하고, 세계랭킹 포인트는 80점, 페덱스컵은 600점으로 메이저와 똑같다.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3년간 출전권과 그해 PGA챔피언십 시드도 주어진다. ‘초대 챔프’ 잭 니클라우스(미국)를 비롯해 그렉 노먼(호주), 데이비드 듀발(미국), 타이거 우즈(미국) 등 당대 세계랭킹 1위가 모두 이 대회의 역대 챔프다.


김시우의 이번 대회 수확은 풍성하다. 만 21세에 우승하며 2004년 애덤 스콧(호주)이 우승하던 때의 23세를 뛰어넘어 이 대회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우승상금을 거머쥐며 시즌 상금랭킹 13위(234만6599달러)로 올랐고 PGA투어 5년 시드를 받아 신분 걱정 없이 골프에 매진할 수 있다. 마스터스, US오픈, 디 오픈 등 메이저대회 3년 출전권도 확보했다. 지금까지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어본 적이 없는 김시우는 대회 후 발표된 19주차 세계랭킹에서 전주 75위에서 47계단 뛰어오른 28위에 자리했다.

랭킹 급상승
풍성한 수확

페덱스컵 포인트도 600점을 받아 167점에서 767점으로 페덱스컵 랭킹 22위(5월 말 기준)에 올라 있다. 정규 시즌을 마친 뒤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랭커 125명만 출전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 페덱스컵은 4개의 플레이오프 대회를 치르며 최종 우승 땐 1000만 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돈방석’에 앉은 것은 물론 각종 대회에 초청될 경우 초청료가 크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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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