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의 메이저' 최연소 우승, 김시우 이야기

될성부른 떡잎서 활짝 핀 꽃으로

마스터스, US오픈, 디오픈 챔피언십, PGA챔피언십에 이어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 전 세계 골프계 최대 상금 대회로 불리는 이 대회의 올해 우승자는 만 21세의 김시우였다.

엄청난 상금 규모, 만만치 않은 골프 코스,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 대회에서 어리지만 침착한 강심장의 김시우는 끝까지 흔들림 없이 플레이하며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통산 2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김시우는 타이거 우즈, 세르히오 가르시아, 조던 스피스에 이어 22세 이전에 투어 2승을 올린 4번째 선수가 됐다.

미완의 대기서
태풍의 눈으로

김시우는 지난달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에서 참가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보기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만 21세의 나이에 마지막 라운드가 주는 압박감을 거뜬히 이겨낸 것.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적어낸 김시우는 한국과 미국 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아담 스콧(호주)이 세운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을 2년 이상 앞당긴 사상 최연소 대회 우승 기록이자 2011년 최경주(47·SK텔레콤)에 이어 두 번째로 플레이어스를 제패한 한국 선수가 됐다.

대회가 열린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는 결코 만만한 코스가 아니다. 특히 저주의 홀로 불리는 파3 17번홀은 올해도 많은 선수들에게 좌절을 안겼다.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7언더파를 쳐 선두에게 2타 뒤진 4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이번 대회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 없는 플레이를 펼친 유일한 선수였다. 이날 홈스와 스탠리에 2타 뒤진 4위로 출발한 김시우는 버디만 3개를 잡아냈고 후반 9개 홀은 모두 파로 마쳤다.

공동 선두였던 J.B.홈즈(미국)는 무려 12오버파를 치며 일찌감치 우승에서 멀어졌고, 카일 스탠리(미국)도 3오버파로 처졌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도 6오버파를 치면서 공동 7위에서 공동 30위까지 떨어졌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이 이날 하루에만 4타를 줄였지만, 보기도 2개가 있었다. 3위로 출발한 루이스 우스투이젠(남아공)이 2번 홀(파5)에서 1타를 줄이며 선두로 올라섰으나, 4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하며 순위가 떨어졌다. 이렇듯 우승권의 선수들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가운데서도 김시우는 흔들리지 않았다.


최종라운드 보기 없는 깔끔한 마무리
PGA투어 2승…역대 ‘두 번째’페이스

김시우의 우승은 7번홀(파4)에서 예감됐다. 두 번째 샷이 그린에 올라왔고 홀까지는 약 7m 60㎝. 버디 하기에는 쉽지 않은 거리를 남겨둔 상태였으나 김시우가 퍼팅한 공은 왼쪽으로 포물선을 그린 뒤 홀 오른쪽 끝을 지나 홀컵으로 쏙 들어갔다. 김시우가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8번홀이 지나고 파5 9번홀에서 또다시 기회가 찾아왔다. 세 번째 샷이 홀 약 5m50㎝를 남겨둔 쉽지 않은 거리였고 퍼팅 라인도 약간 내리막으로 까다로운 상황이었으나 김시우는 정확히 퍼팅 라인을 읽었고, 공은 제자리라도 찾아가듯 홀로 빠져들었다. 2위와 격차를 2타 차로 벌린 순간이었다.

이렇게 2타 차로 벌어진 상태에서 김시우는 후반 들어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안정적인 플레이로 임했다. ‘저주의 홀’이라 불리는 파3 17번홀, 워터해저드로 티샷한 공이 들어가면 승부는 알 수 없는 상황. 김시우는 침착하게 티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파로 막아냈다.

1995년 6월28일 서울에서 태어난 김시우는 여섯 살 때 골프를 시작했다. ‘싱글 핸디캡’ 골퍼인 아버지의 손을 잡고 연습장에 놀러갔다가 골프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여섯 살 꼬마가 자신의 키만 한 드라이버를 둘러메고 나타나 신기하게도 골프공을 똑바로 멀리 날리는 것을 보며 구경하던 골퍼들이 ‘한국의 타이거 우즈’라는 감탄과 찬사를 쏟아냈다.

초등연맹이 주최하는 마루망골프대회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6학년 때까지 4년 연속 제패한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은 전설로 남아 있고 중학교 때는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강원도 속초 교동초등학교 5학년 때 국가대표 상비군에 발탁됐고, 고교 진학 후 곧바로 국가대표에 오르며 골프 천재로 불렸다. 30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2학년 때였던 2012년에 경험 삼아 응시했던 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하면서 국내 프로 무대를 밟지 않고 곧바로 미국행을 택했다. 최연소 합격자였고 당연히 골프계는 그를 주목했다.

완벽한 마무리
변수는 없었다

그러나 만 18세 미만은 투어 활동을 제한하는 PGA투어 규정에 걸려 데뷔는 늦춰졌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투어 카드를 잃었고 그 이후 2부 투어인 웹닷컴투어에서 담금질을 거쳤다. 웹닷컴투어 성적에 의해 2015시즌에 PGA투어에 정식 복귀한 김시우는 지난해 8월 시즌 마지막 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서 우승하면서 자신이 ‘될성부른 떡잎’임을 챔피언십에서 입증했다.


김시우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PGA투어 통산 2승을 차지했다. 미국 출신이 아닌 선수가 22세 전에 PGA투어에서 2승을 차지한 것은 가르시아에 이어 두 번째다. 세계랭킹 1위 더스틴 존슨(미국), 2위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 등 세계랭킹 10위권 내 최강 골퍼들이 모두 출전해 우승컵을 다툰 이 초대형 ‘쩐의 전쟁’에서 김시우는 대회 최연소(21세10개월14일) 우승 기록을 세웠다.

통 큰 기부
훈훈한 선행

이번 우승에 대해 김시우는 “자신의 롤모델 최경주 선수의 조언과 마스터스 챔피언 가르시아를 보고 따라 연습한 집게발 퍼팅 그립이 우승의 견인차였다”고 밝혔다.

김시우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통 큰 기부까지 결정했다. 이번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상금 189만달러(약 21억원)중 대한골프협회에 1억원, PGA투어에 10만달러를 기부하겠다는 뜻을 아버지를 통해 밝혔다. 대한골프협회에 기부를 결정한 것은 자신이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로 활동하면서 기량을 연마해 오늘을 있게 한 원동력이 됐다는 고마움의 표시로 받아들여진다. PGA투어 기부금은 자선기금으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1974년에 창설된 더플레이어스챔피언십(총상금 1050만달러)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들의 잔치’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매년 총상금을 증액해 지구촌 골프계 최대 상금 대회라고 불린다. 우승상금은 4대 메이저 평균치를 능가한다.

1982년부터는 PGA투어 본부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 소그래스TPC(파72  ·7245야드)를 개최지로 선택해 역사성을 부각시켰고 2006년 세계적인 코스설계가 피트 다이(미국)를 초빙해 무려 4000만달러(451억원)를 쏟아부어 대대적인 코스 리뉴얼까지 완성했다. 2014년에는 연장전을 PGA챔피언십과 같은 3개 홀(16~18번홀 스코어 합산)로 확대해 일단 메이저에 걸맞은 모양새를 갖췄다. 

지난해에는 2006년 이후 10년 만에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해 도전에 따른 확실한 보상과 위험이 따르도록 난도를 조정했다. PGA투어 측은 보수공사 후 열린 첫 대회에서 우승자가 두 자릿수 언더파를 기록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김시우 선수가 최종합계 10언더파를 기록하며 그 예상은 빗나갔다.

순식간에 올라간 입지
진기록 양산해 화제

‘더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7245야드)에는 전설적으로 악명 높은 저주의 홀이 있다. 바로 파3 17번홀. 17번홀 그린은 연못 한가운데 섬처럼 자리 잡고 있어 ‘아일랜드 그린’으로 불린다. 티잉그라운드에서 홀까지 120m 안팎에 불과해 거리상 아이언샷으로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린의 지름이 24m에 불과하고, 그린 주변은 연못으로 둘러싸여 있다. 대회조직위원회는 홀컵을 그린 가장자리에 붙여 선수들을 괴롭혀왔다. 짧은 거리지만 티샷이 조금만 틀어지면 여지없이 그린 옆 연못에 ‘퐁당’ 빠지기 때문에 매년 대회마다 수십 개의 공이 물속에 빠진다. PGA가 공식 집계한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 홀에서 634개의 티샷이 물속으로 사라졌고 매년 대회마다 45개가 넘는 공이 수장됐다. 

올해는 대회 최종라운드까지 총 67개의 공이 물에 빠지면서 2007년 93개 이후 10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잭 블레어, 조던 스피스, 필 미켈슨, 질 퓨릭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도 17번홀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세르히오 가르시아만이 1라운드 이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우승자 특전 역시 남다르다. 5년간 PGA투어카드(일반 투어 2년)를 보장하고, 세계랭킹 포인트는 80점, 페덱스컵은 600점으로 메이저와 똑같다.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3년간 출전권과 그해 PGA챔피언십 시드도 주어진다. ‘초대 챔프’ 잭 니클라우스(미국)를 비롯해 그렉 노먼(호주), 데이비드 듀발(미국), 타이거 우즈(미국) 등 당대 세계랭킹 1위가 모두 이 대회의 역대 챔프다.


김시우의 이번 대회 수확은 풍성하다. 만 21세에 우승하며 2004년 애덤 스콧(호주)이 우승하던 때의 23세를 뛰어넘어 이 대회 최연소 우승자가 됐다. 우승상금을 거머쥐며 시즌 상금랭킹 13위(234만6599달러)로 올랐고 PGA투어 5년 시드를 받아 신분 걱정 없이 골프에 매진할 수 있다. 마스터스, US오픈, 디 오픈 등 메이저대회 3년 출전권도 확보했다. 지금까지 세계랭킹 50위 안에 들어본 적이 없는 김시우는 대회 후 발표된 19주차 세계랭킹에서 전주 75위에서 47계단 뛰어오른 28위에 자리했다.

랭킹 급상승
풍성한 수확

페덱스컵 포인트도 600점을 받아 167점에서 767점으로 페덱스컵 랭킹 22위(5월 말 기준)에 올라 있다. 정규 시즌을 마친 뒤 페덱스컵 포인트 상위 랭커 125명만 출전할 수 있는 플레이오프 대회에도 나갈 수 있다. 페덱스컵은 4개의 플레이오프 대회를 치르며 최종 우승 땐 1000만 달러의 보너스가 주어진다. ‘돈방석’에 앉은 것은 물론 각종 대회에 초청될 경우 초청료가 크게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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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