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우의 시사펀치> 문재인정권에 당부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통해 등장한 문재인정권을 바라보면 조선시대 제9대 임금인 연산군을 권좌서 밀어낸 중종반정이 불현듯 떠오른다. 두 가지 측면에서다.

먼저 두 정권의 탄생 과정을 살펴보자. 중종은 우리 역사서 그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폭정을 일삼았던 연산군이 일개 상궁에 불과한 장녹수와 전비 등을 끼고 돌며 국정을 농단하다 권좌서 쫓겨나자 보위에 오르게 된다.

문 대통령 역시 정신상태, 즉 의식 세계가 극히 불안정한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을 정점으로 한 그저 그런 인간들로 하여금 국정을 농단토록 방조했던 일이 빌미가 되어 대통령 탄핵이라는 우리 정치사 최초의 사건으로 권력을 잡게 됐다. 두 정권의 등장 과정을 살피면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인다.

다음은 두 인물의 성향에 대해서다. 중종에 대해 살펴보자. 중종은 보위에 오르자 연산군 시절 행해졌던 여러 정책들에 대해 폐정(弊政)으로 몰아붙이고 새로운 이상정치를 실현하려 했다.

그를 위해 신진 사류인 조광조를 중용하여 훈구파를 견제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사림파를 중심으로 이상정치를 구현하려 했고 그 과정에 신진 사림세력의 과격하고 지나친 개혁정치로 기성 훈구파의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은 문 대통령에 대해서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기 한참 전부터 적폐(積弊)청산을 입에 달고 다녔다. 즉 이명박과 박근혜정권서 행했던 모든 정책들에 대해 과감하게 일소하겠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이와 맞물려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임종석 전 의원을 임명했다. 임 전의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임 전 의원의 비서실장 임명은 중종이 조광조를 발탁하고 중용했던 일과 대동소이하다. 아마도 조만간 훈구파, 즉 기존 기득권 세력들로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게다.

각설하고, 필자는 작금에 실시된 대통령 선거와 그 결과에 대해 썩 내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이 역사에서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임금 중 한 사람인 중종의 틀에서 벗어나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에 남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그런 의미로 문재인정권이 지향해야 할 일 두 가지만 언급하자.

첫째, 노무현정권 시절 자행됐던 국정농단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익히 <일요시사>를 통해 밝힌 바 있지만 노무현정권 시절에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뒤지지 않는 국정농단 사태가 있었고 문 대통령은 당시 정권의 핵심에 있었다. 하여 역지사지를 염두에 두고 국정에 임해야 할 일이다.

다음은 대통령이란 직책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비록 과반수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41.1%의 지지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한 패거리의 수장으로서 행했던 모든 행태서 벗어나, 아니 대통령이 되기 위한 수단으로 치부하고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변화에 대한 근시안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본으로 삼기를 권한다.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정권들로부터 모진 곤욕을 당했지만 어두웠던 이면은 역사의 뒤안길로 묻고 통합의 물꼬를 텄던 인물이다. 하여 그분의 뒤를 잇는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이제는 민족통합 완성에 매진해 부디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록되기 바란다.



※ 본 칼럼은 <일요시사>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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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