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 그린재킷의 주인, 세르히오 가르시아 '비화'

드디어 22년간 쌓인 한을 풀다

지난달 10일 미국 조지아 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골프대회답게 풍성한 얘깃거리를 남겼다. 1999년 19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한 이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통산 9승을 차지하며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지만 유독 메이저 대회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던 스페인의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우승컵을 안아 메이저 한을 풀었다.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은 1100만달러, 한화 125억원) 최종일 4라운드에서 저스틴 로스(영국)와 치열한 연장 승부 끝에 승리해 정상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가르시아는 우승 상금 198만달러(약 22억5000만원)를 받았다. 메이저 우승이 없는 세계 정상급 선수라는 꼬리표를 떼고 메이저 우승의 한풀이에 성공했다. 1996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아마추어 자격으로 메이저 대회 데뷔전을 치른 이후 햇수로 22년 만이고 74번째 도전 만이다.

그토록 원하던
메이저 첫 승

전날 공동 선두로 한 조에서 라운드한 가르시아와 로즈는 4라운드에서 물고 물리는 팽팽한 접전을 벌였다. 가르시아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은 뒤 3번홀(파4)에서 다시 버디를 추가해 2타 차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로즈가 4번홀(파4)에서 보기를 범해 격차는 더 벌어졌다. 그러나 올림픽 챔피언 로즈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6번홀(파3)부터 8번홀까지 3홀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가르시아를 따라잡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10번홀(파4)에서 가르시아가 보기를 범하자 로즈는 파 세이브에 성공해 단독 선두로 올라서며 기세를 올렸다. 악명 높은 ‘아멘코너’가 시작되는 11번홀(파4)에서는 가르시아의 티샷이 페어웨이 옆의 나무 사이로 들어가 보기가 되면서 로즈는 2타 차로 앞서나갔다. 이렇게 승부는 로즈에게로 기우는 듯했지만 백전노장 가르시아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로즈가 13번홀(파5)에서 1m 버디 퍼팅에 실패하자 가르시아는 이어진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 1타 차로 추격했고 15번홀(파5)에서 승부를 걸었다. 볼을 홀컵 4m 가까이 붙였고 기어코 이글 퍼팅에 성공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은 로즈와 동타를 이뤘다. 마지막 18번홀에서 가르시아와 로즈 모두 버디 기회를 놓쳐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갔다. 연장전에 오른 가르시아는 수많은 갤러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챔피언 퍼팅을 짜릿한 버디로 마무리하며 생애 첫 메이저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가장 인기 메이저대회 첫 승 신고
연장 접전 끝 거둔 짜릿한 역전승


2위 저스틴 로즈(영국)에 이어 찰 슈워젤(남아공)이 단독 3위(6언더파 282타), 매트 쿠차(미국)와 토마스 피터스(벨기에)가 공동 4위(5언더파 283타)에 올랐다.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했던 로리 맥길로이(북아일랜드)는 공동 7위(3언더파 285타)에 머물렀고 역전 우승을 노렸던 조던 스피스(미국)는 3타를 잃고 리키 파울러(미국) 등과 함께 공동 11위(1언더파 287타)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 선수 중에서 유일하게 컷을 통과한 안병훈(26)은 2타를 줄여 공동 33위(5오버파 293타)를 기록했다.

마지막까지 가르시아의 우승에는 위기가 있었다. TV 시청자 때문에 무산될 뻔한 것. 가르시아의 규정 위반 논란은 대회 마지막 날인 4라운드의 TV 중계화면 때문에 확산됐는데 13번홀(파5)에서 가르시아가 친 티샷이 왼쪽으로 꺾어지면서 나무 덤불 사이로 들어갔다. 가르시아는 1벌타를 받고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한 뒤 공을 드롭 했고 가르시아는 결국 파로 홀아웃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는 가르시아가 공을 치기 전에 덤불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공이 살짝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며 벌 타를 또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스터스 주최 측이 가르시아의 규정 위반 문제를 검토한 끝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가르시아의 우승을 확정 지었다.

세 살 때 선수 출신인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은 스페인 출신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별명은 ‘엘리뇨’다. 어린 시절 작은 체구에도 엘니뇨처럼 폭발적인 스윙을 한다고 해서 붙여졌다. 가르시아는 15세에 유럽 아마추어선수권에서 최연소 우승을 차지했고 1999년 19세의 나이로 프로에 데뷔해 유러피언프로골프(EPGA)투어를 휩쓸며 한때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2·미국)의 대항마로 떠오르기도 했다.

가르시아는 19세던 1999년 마스터스에서 아마추어 최고 성적인 공동 38위를 차지하며 ‘신동’으로 떠올랐고 그해 프로로 전향한 뒤 참가한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와 접전 끝에 아쉽게 준우승에 그쳤다.

‘유럽의 우즈’로 불렸던 그는 이후 PGA투어 9승, 유럽투어 12승 등을 기록했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2007 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연장 끝에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에게 우승컵을 내주는 등 메이저 대회 준우승만 네 번을 기록했다. 디 오픈 챔피언십(2007·2014년)과 PGA 챔피언십(1999년·2008 년)에서다.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도 2004년 우승에 도전했으나 공동 4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스페인 스포츠 전설 반열
그를 지탱해준 사랑의 힘


2002년 국내 메이저 대회인 한국오픈에 출전해 우승했던 가르시아는 샷을 할 때 30차례까지 왜글(손목풀기)을 하는 등 나쁜 경기 매너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가 있는 ‘축구의 나라’ 스페인에서 골프뉴스가 스포츠신문 1면에 오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가르시아의 마스터스 우승은 라파엘 나달(테니스), 이케르 카시야스, 사비 에르난데스(이상 축구), 파우 가솔(농구), 알베르토 콘타도르(사이클), 페르난도 알론소(F1 레이싱) 등 다른 종목의 스페인 스포츠 영웅들이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을 때 나온 쾌거라서 더욱 팬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스페인 국빈대접
전설들과 나란히

세르히오 가르시아가 남자골프 시즌 첫 메이저대회 제81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다음 날 스페인의 유력 스포츠 전문지에는 가르시아가 표지에 등장했다. <마르카>는 “드디어”라는 제목을 달았고, <일 문도 데포르티바>는 ‘마에스트로(거장)’라며 칭찬했다.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은 텔레그램을 통해 “스페인 골프의 특별한 승리였다”고 칭송했고,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도 트위터에 “놀랍다! 스페인 스포츠의 자랑”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그린재킷을 입은 가르시아의 위상은 현역 최고의 스페인 골퍼라는 타이틀을 넘어 이제는 골프뿐 아니라 전 종목을 통틀어 스페인을 대표하는 영웅이 됐다. 세베 바예스테로스,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과 같은 스페인 골프 전설의 계보를 잇는 선수가 됐다. 바예스테로스는 마스터스(1980·1983년)와 디오픈(1979 ·1984 ·1988년)에서 통산 5차례 메이저 챔피언이 됐고, 올라사발은 1994년과 1999년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파란만장했던
골프인생

가르시아가 우승한 날은 현지 시간으로 2011년 뇌종양으로 타계한 가르시아의 우상인 ‘스페인 골프 전설’ 세베 바예스테로스가 60년 전 태어난 날이었다. 가르시아는 첫 마스터스에 참가했던 1999년 연습 라운드에서 바예스테로스, 우즈와 함께 경기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가르시아는 “바예스테로스는 내가 마스터스에 참가할 때마다 많은 조언을 해준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며 “오늘 우승한 것도 오늘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예스테로스가 하늘에서 내 퍼팅과 샷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가르시아의 마스터스 우승에는 운도 따랐다. 의심의 여지 없이 마스터스의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세계 1위’ 더스틴 존슨이 대회를 앞두고 어처구니없는 부상을 당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 것이다.

존슨은 개막 전날 숙소 계단에서 넘어져 허리와 팔꿈치를 다쳐 불운도 불운이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가 부족했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존슨은 경기 시작 전까지 “일단 몸 상태를 지켜보겠다”고 말했지만 결국 기권했다. 이로 인해 미국 <골프다이제스트>는 ‘역대 골프 황당한 부상 10개’를 소개하며 존슨의 부상을 1위로 꼽았다.

지난해 마스터스에서 5타까지 앞서가던 중 12번홀(파3)에서 쿼드러플(+4) 보기를 범하며 대니 윌릿(잉글랜드)에게 우승을 내줬던 조던 스피스는 올해 역시 1라운드 15번홀에서 세 번째 샷을 그린 앞 해저드에 빠뜨렸다. 그 후 그린 주변에서 헤맸고 3퍼트로 한 홀에서만 4타를 잃는 악몽이 재현됐다. 이 때문에 스피스는 지난해 12번홀의 나쁜 기억마저 되살아나며 이날 열린 마지막 라운드 12번홀(파3)에서 더블 보기를 적어내며 11위로 아쉬운 마무리를 했다.

평생의 앙숙으로 불리던 타이거 우즈 역시 허리 수술 등 부상으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마스터스를 포기했다. 가르시아는 우즈에게 “우즈를 집에 초대해 프라이드치킨을 대접하겠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다. 프라이드치킨은 주로 흑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이다. 가르시아가 우즈에게 사과와 함께 쪽지를 건넸고 우즈가 이를 받아들이며 둘의 앙금은 풀렸다. 숙적 우즈가 없는 무대에서 우승했고 우즈는 가르시아의 우승을 흔쾌히 축하해주었다.


또한 어니 엘스(48·남아공)는 이번 대회 1, 2라운드에서 72타와 75타로 버텼으나 주말에 83타, 78타로 부진해 컷을 통과한 53명 중 최하위에 그치며 결국 그린재킷을 얻지 못하고 마스터스와 작별하게 됐다. 2012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메이저 통산 4승째를 거둔 엘스는 최근 5년간 메이저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마스터스 무대에 섰지만 향후 세계랭킹 50위, 투어 대회 우승 등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기 때문에 이번으로 마스터스와는 작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엘스는 지금까지 마스터스에 모두 23차례 출전해 2002년과 2004년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엘스는 “마스터스는 나를 위한 대회가 아닌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마스터스 마지막 날 가르시아의 우승이 확정되자 한 미모의 여성이 그린 위로 올라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그녀는 가르시아의 약혼녀이자 골프채널 리포터 출신인 앤젤라 애킨스로 가르시아는 올해 애킨스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은 그린 위에서 진한 포옹을 했다.

가르시아는 지난 1월 골프 선수 출신으로 미국골프채널 리포터로 활동하던 안젤라 애킨스와 약혼했고 오는 7월 결혼할 예정이다. 미래를 약속한 안젤라 애킨스에게 가르시아는 마스터스 우승이라는 최고의 선물을 선사했다. 경기 도중 홀에 침을 뱉고 클럽을 던지거나 갤러리를 향해 욕설을 하고 신경질을 내는 등 악동과 다혈질 이미지로 유명한 가르시아는 “애킨스를 만나면서 성격이 긍정적으로 변했고 코스에서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린재킷 입고
결혼식 입장?

22년 메이저 무관의 설움을 털어낸 가르시아는 미국 NBA <투데이쇼>에 출연해, 결혼식에서 그린재킷을 입을 것이냐는 질문에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고 애킨스는 “내 남자의 그린재킷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린재킷은 1년간 마스터스 우승자가 소유한 뒤 다음 해에 반납해 마스터스 챔피언스 라커룸에 전시되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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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