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공략' 박성현의 파워

‘20억 후원’걸어 다니는 광고판

오랫동안 기다려온 박성현의 메인스폰서 계약이 드디어 성사됐다. 박성현은 지난달 16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KEB하나은행과의 후원 계약 조인식을 체결했다. 계약 액수는 20억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박성현은 한국에서 7승을 거둬 13억3000만원을 벌었고 짬짬이 출전한 LPGA투어와 일본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 9억원 가까이 챙겼다. 대회 상금으로만 약 22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는 아직 대회에 출전하지 않아 상금 수입은 없지만 첫 대회 출전을 앞두고 지난해 상금 총액 못지않은 돈을 이미 벌어들였다. 성적이 좋고 대중의 호감도가 높은 박성현에게 업체들의 후원 계약이 몰렸기 때문이다.

거액 돈다발

박성현은 지난달 16일 하나금융과 메인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계약에 ‘비밀 유지 조항’을 넣어 계약 조건과 금액은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대략 15억~20억원으로 추정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박성현의 계약은 옵션이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연봉 개념으로 지급하는 기본 금액 대신 세세한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후하게 쳐주는 방식이라는 것.

박성현의 매니지먼트사인 세마 스포츠 측은 “K선수는 넘어섰고 역대 최고라는 P선수가 받은 금액에 근접한다”고 귀띔했다. 여기서 K선수는 김효주다. 김효주는 2014년에 롯데와 연봉 13억원에 계약했고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는 별도였다. 대회 우승 때 상금의 70%, 5위 이내 입상 때 상금의 30%를 받았고 상금 랭킹 1위나 세계 랭킹 1위, 그랜드슬램 달성 때도 별도의 인센티브를 받는 식이었다. P선수는 박세리로, 2003년 CJ와 연간 20억원을 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역대 최고 수준의 스폰서 계약
인센티브 후하게 쳐주는 방식


박성현은 이런 어마어마한 돈을 받는 대가로 모자 정면에 ‘KEB Hana bank’ 로고를, 또 모자 왼쪽 측면에 ‘하나멤버스’, 셔츠 왼쪽 팔뚝 부분에 ‘하나카드’ 로고를 붙인다. 바지 왼쪽 허벅지에도 ‘하나금융그룹’ 로고가 들어간다. 메인스폰서답게 온몸에 ‘하나’라는 이름이 새겨진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하나금융은 국내 최고 선수인 박성현이 LPGA투어에 성공적으로 데뷔하고 세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공식후원하기로 했다”며 “넘버원이라는 하나금융그룹의 이상을 담아서 박성현이 LPGA투어에서도 성공적으로 도약하며 세계랭킹 1위를 달성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하나금융 외에 의류 브랜드 빈폴과 LG전자 로고를 각각 셔츠 왼쪽 가슴과 오른쪽 가슴에 넣는다. 업계에서는 이들 업체가 각각 연 3억원을 지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합치면 6억원이다.

또 국내 아우디 딜러사인 고진모터스와 후원 계약을 연장했다. 고진모터스는 1억원짜리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7을 박성현에게 제공했다. 박성현이 사용하는 테일러메이드 클럽과 나이키 신발도 해당 업체들로부터 별도의 계약금을 받았다. 박성현이 입고 걸치고 사용하는 물건 하나하나가 모두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게 아니라 돈을 받는 대신 쓰는 것이다. 지금까지 파악된 후원 계약만으로도 이미 박성현은 지난해 대회 상금액(22억원)을 넘어선 수입을 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박성현의 메인스폰서가 된 하나금융은 오랫동안 여자 골프 선수들을 후원해왔다. 그러나 지난 연말 유소연, 허미정 등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 등의 이유로 선수단 규모를 줄였는데 이후 박성현 측에서 제안을 받아 계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시작도 전에 작년 수입 초과
장래성·호감도 높은 평가

어떻게 보면 유소연 등을 내보내는 대신 박성현을 받는 트레이드 비슷한 상황이다. 유소연은 현재 세계랭킹 9위, 박성현은 10위다. 박성현은 지난해 한국에서 7승을 했고 상금왕을 비롯해 5관왕을 차지했다.


유소연 역시 스타플레이어다. LPGA투어에서 한동안 주춤하기도 했지만, 스윙을 바꾼 지난해 후반기부터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두 선수는 똑같이 공동 2위를 했다. 올해도 이미 혼다 타일랜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상태. 올해 두 선수 모두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숫자로 봐선 누가 더 좋은 성적을 낼지 가늠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기업의 선수 후원이 단지 성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장래성 및 팬 호감도 중요하다. 호쾌한 장타로 무장한 박성현은 세계랭킹 1위에 도전할 잠재력을 지녔고 ‘대세’라는 별명에 맞게 팬들에게 강하게 어필한다. 하나금융이 기존 선수들과 재계약하지 않고 박성현을 잡은 이번 결정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최대 효과를 보기 위한 선택이다.

박성현 선수의 후원 계약 기간은 2년이다. 세계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그 기간이 짧을 수도 있다. 그러나 충분한 잠재력을 인정했다면 후원사가 믿음을 가지고 뚝심 있게 기다려줘야 선수가 스트레스 없이 경기해나갈 수 있다. 나이키가 섹스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타이거 우즈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보여주는 미셸 위와도 10년 넘게 후원 계약을 이어가는 것처럼 하나금융이 잠재력 충분한 대어 박성현을 믿고 꾸준히 후원해주길 기대하는 의견이 많다.

상품성 최고

박성현은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기다렸던 LPGA투어 데뷔전을 치렀다. 영어 때문에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박성현은 올림픽 출전에 대한 꿈과 4년 안에 세계랭킹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박성현은 “데뷔전이 늦어졌지만, 그 대신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 도움이 됐다”며 “올해 새 스폰서도 만났고 새로운 클럽으로 교체하면서 시간이 필요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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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