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안 보이는 우즈의 부진

현실의 벽에 부딪힌 ‘골프황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지난달 3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유러피언투어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 2라운드에서 허리 통증으로 기권했다. 일주일 후에는 SNS를 통해 제네시스 오픈과 혼다 클래식 불참을 선언했다. 현재 우즈의 상태와 그를 바라보는 주변의 여러 시선들을 정리해보았다.

2014년 이전 우즈가 PGA에서 세운 기록들과 성적들은 경이롭고 독보적이었다. 메이저 14승을 포함해 PGA투어 79승을 올리는 18년 동안 우즈는 다섯 번의 기권과 아홉 차례 컷오프를 당한 것이 전부였다. 6년 동안은 단 한 번도 기권이나 컷오프를 당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23개 대회에서 우즈는 11번이나 기권과 컷오프를 반복했다. 2014년 4월 등 수술을 받은 후에는 19개 대회에 참가해 72홀 완주를 한 게 아홉 차례밖에 되지 않을 정도다.

부상·컷오프
연이은 부침

2015년 8월 윈덤 챔피언십 이후 재활에만 매달렸던 우즈는 지난해 12월 히어로 월드챌린지로 복귀를 알리며 기대를 모았다. 올 1월에는 19개월 만에 PGA 투어 대회에 출전했지만 성적은 기대를 크게 밑돌았다. 파머스 인슈어런스에서는 컷 탈락했고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에서는 허리 통증으로 기권했다. 급기야 SNS를 통해 제네시스 오픈과 혼다 클래식 불참을 선언하기에 이른다.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을 기권했을 때 전문가들은 우즈의 허리 통증이 은퇴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듀크대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셀렌 패리크 교수는 “500일 이상 치료와 휴식, 그리고 재활을 거친 우즈가 복귀하자마자 벌써 허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심각한 사안”이라며 “조금 더 악화되면 은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즈가 기존 스윙을 그대로 유지하면 계속 같은 부위에 통증을 느낄 수 있다”며 “스윙을 바꾸더라도 다른 부위에 새 통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비관적인 견해를 내놨다.

우즈의 주치의 역시 당분간 대회 출전을 자제하라고 충고했다. 주치의 의견을 받아들여 우즈는 예정돼 있던 2개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우즈는 자신의 SNS를 통해 “주치의가 앞으로 2주 동안 치료를 하고 등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며 “내가 바라거나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긋지긋 허리부상 ‘개점휴업’
부활 꿈꾸지만…아직은 역부족

복귀 시작부터 5주 동안 4개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 무리라는 견해가 많았는데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컷 탈락한 우즈가 곧바로 12시간 비행해 두바이로 향한 것이 허리에 무리가 됐을 수 있다. 테일러메이드와의 계약 조건에 최소 경기 출전과 인센티브 조항이 꽤 많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것 역시 우즈가 무리하게 대회 일정을 잡는 이유가 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끊임없이 “괜찮다”며 자기 최면을 걸고 있지만 몸에 금방 다시 탈이 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우즈 자신이나 골프팬 모두 부인하고 싶지만 지금 우즈는 어쩌면 36홀도 소화하기 힘든 최악의 상황일지도 모른다.

현재 상태로는 PGA투어 첫 메이저 대회인 4월 마스터스 토너먼트 출전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40대에 접어든 우즈가 스윙을 자신의 몸 상태에 맞게 변화하는 등 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몸 상태가 적어도 4라운드를 소화할 수 있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현실적으로 이달 안에 PGA투어 출전 가능성조차 불투명하다.

몸 성치 않고
마음은 굴뚝

우즈의 부활을 기다려온 골프계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더 이상 황제는 없다”는 평가부터 은퇴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우즈의 복귀시점을 예상하기도 힘들다.

현지 언론은 우즈에게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골프채널>은 우즈의 복귀 준비가 미흡한 것 같다며 “5주 사이 4개 대회에 출전하는 강행군을 발표한 건 무리수였다”고 지적했다. <야후스포츠>는 “3월에 우즈가 나설 만한 대회는 아놀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하나뿐”이라고 전망했다.


한물간 우즈?
우승은 언제쯤

캐디 출신인 <ESPN> 분석가 마이클 콜린스는 “스티브 스트리커가 우즈를 봤을 때 ‘좋아 보이지 않는다. 뭔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토리 파인스에서 우즈를 만난 팻 페레즈 역시 ‘좋지 않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며 “왜 우즈가 두바이 대회에 출전을 강행했는지 모르겠다. 우즈를 본 모든 사람들이 뭔가 이상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우즈의 전 스윙코치 부치 하먼 역시 “우즈는 4차례 무릎 인대 수술과 3차례 허리 수술을 받은 데다 이미 40대에 접어들었다”며 “우즈보다는 어린 유망주에게 관심을 쏟는 게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먼은 또 “1년 반 만에 돌아온 우즈는 여전히 주말 경기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며 “2000년대 전성기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도박사들도 우즈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낮췄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포츠 베팅 전문 업체 ‘웨스트게이트’는 우즈의 마스터스 우승 배당률이 25배에서 50배까지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1달러를 걸어 우승하면 50달러를 받는 확률까지 떨어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러 주변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즈의 에이전트 마크 스타인버그는 “정확한 팩트는 우즈가 현재 통증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상을 딛고 경쟁 무대로 복귀하려는 우즈의 시도와 노력은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사상 최고의 골퍼가 툭하면 컷 탈락하거나 기권하는 모습에 골프팬들은 안쓰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복귀에 대한 차가운 시선
반전은커녕 은퇴 걱정

또 우즈가 부상에서 돌아온다 해도 예전 같은 입지가 아니다. 우즈는 통산 79승을 거둬 평생 PGA투어에서 뛸 수 있지만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는 없다.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PGA 챔피언십은 4번씩 우승해 평생 출전이 가능하다. 디오픈 역시 60세까지 출전할 수 있다. 다만 US오픈은 2008년 우승 후 10년이 되는 2018년까지만 출전 가능하다. 또 세계랭킹이 낮아 3월 WGC-델 테크놀로지스 매치 플레이를 비롯해 WGC-멕시코 등에 출전할 수 없다.

우즈도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잡지 <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우즈는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기 때문에 아주 좋은 몸 상태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복귀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힘들고, 너무나 잔혹했다. 침대 밖으로 나올 때 도움이 필요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즈는 “언제나 조금 아플 것이다. 그렇더라도 경기에 뛸 수 있을 정도는 될 것”이라며 “다시 상위 레벨에서는 경기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 적도 많았다. 그러나 내가 경기에 나설 수 있고 적당한 레벨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우즈는 매 순간 목표를 우승으로 잡았다고 말하며 골프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우즈의 현 상황에서 은퇴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당장 은퇴하는 것도 쉽지 않다.

우즈는 복귀를 앞두고 브리지스톤과 골프공, 테일러메이드와 클럽 계약을 체결했다. 또 타이거 우즈 재단과 골프 코스 디자인 사업도 하고 있기에 섣불리 은퇴를 결정하기 어렵다. <ESPN>도 “우즈의 은퇴는 뛸 수 없을 때가 될 것”이라면서 “스폰서 등 여러 이유로 당장 은퇴는 어렵다”고 전했다.

굳건한 의지
좁아진 입지


PGA투어 규정에 은퇴는 없다. 공식적인 은퇴가 아니라 그저 골퍼가 “은퇴한다”고 말하면 그걸로 끝이다. “골퍼는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이라 표현한다. 골프팬의 입장에서 무리하게 경기를 계속하라고 할 수도 없고 은퇴하라고도 할 수 없다. 다만 지금의 우즈는 건강을 회복하며 조금 더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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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