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들어본’ 박근혜 정신상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22:52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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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계는 17세에 멈춰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은 혼란스럽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아닌 생면부지의 최순실이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국정 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일요시사>는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내면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기행(奇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일, 예고도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후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신년인사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출입기자들도 혼란스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갑작스런 대통령의 등장이 아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들이었다.

이랬다 저랬다
“너무 뻔뻔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삼성 합병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크게 3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세월호 당일 미용시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관련해서는 “특검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는 일전에 보지 못한 적극적 해명이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나 몰라라’ 식으로 수사에 비협조하는 대통령이 새해 첫 날 기자들은 왜 만났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수사·탄핵심판 변론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 역시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세월호 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 ‘사실이 아닌 의혹 보도가 많다’는 등 자신을 변호하는 얘기만 쏟아냈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부분 비리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모든 것을 허위, 왜곡, 오해로 돌리며 자신의 무고함만을 피력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심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혼자 결정해서 기자간담회를 할 사람이 아니다. 측근들과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지 않나.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측근들의 제안을 수용해서 연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모습을 봤을 때) 정국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 대책 수립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면, 측근들의 태도 변화가 표현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단 한 번도 “무엇을 했다”고 속 시원히 밝힌 적이 없다. 반면 머리손질, 미용시술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만 “하지 않았다”고 방어만 할 뿐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어쨌든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 없는 일을 한 것 아닌가. 밝혀지면 큰일 나는 일, 국민적 공분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뻗치고 있는 것”이라며 “밝힐 수 있으면 진작 밝혔을 것이다. 그런데 못 밝힌다는 것은 구린 데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주변서도 (7시간의 행적이) 밝혀졌을 때 큰일 난다고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하기
싫은 박근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묵인·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굳이 작성 지시가 없었더라도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선 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소장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세상 사람을 다 의심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세상을 방어적으로 대하고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이 자기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때문에 겁이 많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그렇다면 그 불신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 부모를 총격에 잃은 트라우마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버지(박정희)·어머니(육영수)의 죽음. 그리고 삶의 궤적이 박 대통령을 그렇게 끌고 왔다. (박 대통령에게) 세상은 온통 무서운 곳이다. 그런데 누가 자신을 공격하면 일반인이 느끼는 불쾌감 이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격하는 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게 외부세계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표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공격적 태도는 임기동안 줄곧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 박 대통령은 그를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었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고, 때가 되면 죽여야 한다’고 말하면 거기에 동조하는 심리를 가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안정되고 건강한 심리를 가졌다면, 측근들이 그렇게 제안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쳐낼 필요있나? 우리가 정치를 잘 하면 되지’라고 말했을 것 아닌가.”

앞서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저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서하다>서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이 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신년간담회도 누군가 지시했을 것
겁 많고 불신 심해 “비판 못 참아”

“과거 정조 때 왕을 비판하는 자들이 있으면 신하들이 달려와 ‘숙청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 정조는 ‘우리가 정치를 잘하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인데 뭘 그러냐’는 식으로 넘겼다. 이게 건강한 심리를 가진 사람의 말이다. 그러나 연산군·박근혜 처럼 세상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가진 사람은 ‘빨리 잡아서 죽여라’고 지시했다.”

현재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심리학 이론으로 박 대통령의 언행을 설명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에 ‘리플리 증후군’ ‘발달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접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처럼 여러 증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 이론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 심리학계가 외국, 특히 미국 심리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해석하는 활동을 한다. 그런데 기존 이론으로 인물 분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인물·심리 분석에 이용되는 심리학 이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난 이론 자체를 혁신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확립하고 있는 이론에 기초해 분석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기본적인 심리 패턴, 감정이 중요한 것이지 그 사람이 무슨 증후군을 가졌다고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의 심리
연산군 유사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김 소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박 대통령이 국민 다수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이 아닌 소수의 극우 보수집단과 최순실 집안에 의해 만들어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박 대통령은 결국 소수의 측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한 김 소장의 말은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 분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전문가다. 그는 앞서 박 대통령을 ‘발달장애 상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 정신연령이 17세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의 단서는 무엇일까.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황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라고 했을 때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발달장애의 구체적인 근거가 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자신이 경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심각한 발달장애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보여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비이성적 행동이나 표현을 써왔다. 이는 발달장애의 구체적 단서가 될 수 있다.”

김태형 “최씨 집안이 만든 대통령”
황상민 “스스로 사고·판단 안 돼”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이 대표적인 예다. 최순실은 지난 11일, 두 번째 공판서 연설문 수정 사실을 인정했다. 독일로 출국하기 전까지 대통령 연설문과 말씀 자료를 수정해왔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평소 대통령의 철학을 알아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황 전 교수의 진단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누군가로부터 (간담회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요청에 따라 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사용해 연설문을 고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전후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과 대화해본 사람은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상대방의 추가 질문에 연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이 먼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말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털어 놓을 게 없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만약 세월호 7시간 동안 미용시술을 받고 있었다면 본인이 그 부분을 스스로 말할 수 있겠나. 만약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면 ‘전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기되는 의혹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순 있다. 그러나 그 외 자신이 직접 했던, 또는 당했던 그 상황에 대해서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7시간?
“절대 말 안해”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핵심 피의자들이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만나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라고 말했을까. 아니면 국가 문화융성사업에 나름 기여해달라고 말했을까. 문화융성사업에 기여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가장 정상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로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특검이 피의자들에게 ‘돈을 요구했나’라고 물으면 ‘무슨 소리냐. 난 그런 적 없다’고 답한다. 지금 그 사람들은 말장난을 하고 있다. 이게 변호인단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서 증인들이 출석해 벌이는 짓이다. 마치 집에서 부모가 애를 두들겨 패면서 ‘이건 너 잘 되라고 하는 짓’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이런 짓을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재 자극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노림수

헌법재판관들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을 질책했다. 지난 12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 출석한 이 행정관이 대부분의 질문을 회피하려 하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증언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의 형사책임을 불러오기 때문이냐”고 소명을 요구했다. 이 행정관은 시종일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증인신문서 청구인(탄핵 소추위원) 측 최규진 변호사가 “청와대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를 보러 나가거나 들어올 때 부서에 배차된 공용차량 이용을 했느냐”고 묻자 “카니발이 업무차량인건 맞지만, 업무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어 최 변호사가 “나가고 들어오는 매 건마다 승인절차를 안 하지 않았느냐” “‘기치료 아줌마’ 등 속칭 보안손님을 데리고 들어온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한 건 말씀 못 드린다”고 반복했다.

이처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질문에도 이 행정관이 답변을 회피하자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겸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본인이나 가족의 범죄사실이 아님에도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장에게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박 소장이 소명을 요구했지만, 이 행정관은 끝내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밀 문항이 있다. 법률에 의해서 직무관련 내용을 말씀 못 드리는 것”이라고 회피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답답하다는 듯 “최순실의 과거 청와대 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 그게 범죄와 연결돼있느냐. 본인 가족과 연결돼있느냐”며 추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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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