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들어본’ 박근혜 정신상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22:52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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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계는 17세에 멈춰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은 혼란스럽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아닌 생면부지의 최순실이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국정 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일요시사>는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내면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기행(奇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일, 예고도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후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신년인사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출입기자들도 혼란스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갑작스런 대통령의 등장이 아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들이었다.

이랬다 저랬다
“너무 뻔뻔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삼성 합병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크게 3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세월호 당일 미용시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관련해서는 “특검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는 일전에 보지 못한 적극적 해명이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나 몰라라’ 식으로 수사에 비협조하는 대통령이 새해 첫 날 기자들은 왜 만났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수사·탄핵심판 변론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 역시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세월호 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 ‘사실이 아닌 의혹 보도가 많다’는 등 자신을 변호하는 얘기만 쏟아냈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부분 비리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모든 것을 허위, 왜곡, 오해로 돌리며 자신의 무고함만을 피력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심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혼자 결정해서 기자간담회를 할 사람이 아니다. 측근들과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지 않나.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측근들의 제안을 수용해서 연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모습을 봤을 때) 정국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 대책 수립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면, 측근들의 태도 변화가 표현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단 한 번도 “무엇을 했다”고 속 시원히 밝힌 적이 없다. 반면 머리손질, 미용시술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만 “하지 않았다”고 방어만 할 뿐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어쨌든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 없는 일을 한 것 아닌가. 밝혀지면 큰일 나는 일, 국민적 공분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뻗치고 있는 것”이라며 “밝힐 수 있으면 진작 밝혔을 것이다. 그런데 못 밝힌다는 것은 구린 데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주변서도 (7시간의 행적이) 밝혀졌을 때 큰일 난다고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하기
싫은 박근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묵인·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굳이 작성 지시가 없었더라도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선 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소장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세상 사람을 다 의심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세상을 방어적으로 대하고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이 자기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때문에 겁이 많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그렇다면 그 불신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 부모를 총격에 잃은 트라우마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버지(박정희)·어머니(육영수)의 죽음. 그리고 삶의 궤적이 박 대통령을 그렇게 끌고 왔다. (박 대통령에게) 세상은 온통 무서운 곳이다. 그런데 누가 자신을 공격하면 일반인이 느끼는 불쾌감 이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격하는 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게 외부세계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표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공격적 태도는 임기동안 줄곧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 박 대통령은 그를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었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고, 때가 되면 죽여야 한다’고 말하면 거기에 동조하는 심리를 가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안정되고 건강한 심리를 가졌다면, 측근들이 그렇게 제안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쳐낼 필요있나? 우리가 정치를 잘 하면 되지’라고 말했을 것 아닌가.”

앞서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저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서하다>서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이 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신년간담회도 누군가 지시했을 것
겁 많고 불신 심해 “비판 못 참아”

“과거 정조 때 왕을 비판하는 자들이 있으면 신하들이 달려와 ‘숙청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 정조는 ‘우리가 정치를 잘하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인데 뭘 그러냐’는 식으로 넘겼다. 이게 건강한 심리를 가진 사람의 말이다. 그러나 연산군·박근혜 처럼 세상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가진 사람은 ‘빨리 잡아서 죽여라’고 지시했다.”

현재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심리학 이론으로 박 대통령의 언행을 설명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에 ‘리플리 증후군’ ‘발달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접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처럼 여러 증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 이론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 심리학계가 외국, 특히 미국 심리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해석하는 활동을 한다. 그런데 기존 이론으로 인물 분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인물·심리 분석에 이용되는 심리학 이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난 이론 자체를 혁신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확립하고 있는 이론에 기초해 분석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기본적인 심리 패턴, 감정이 중요한 것이지 그 사람이 무슨 증후군을 가졌다고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의 심리
연산군 유사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김 소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박 대통령이 국민 다수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이 아닌 소수의 극우 보수집단과 최순실 집안에 의해 만들어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박 대통령은 결국 소수의 측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한 김 소장의 말은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 분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전문가다. 그는 앞서 박 대통령을 ‘발달장애 상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 정신연령이 17세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의 단서는 무엇일까.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황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라고 했을 때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발달장애의 구체적인 근거가 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자신이 경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심각한 발달장애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보여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비이성적 행동이나 표현을 써왔다. 이는 발달장애의 구체적 단서가 될 수 있다.”

김태형 “최씨 집안이 만든 대통령”
황상민 “스스로 사고·판단 안 돼”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이 대표적인 예다. 최순실은 지난 11일, 두 번째 공판서 연설문 수정 사실을 인정했다. 독일로 출국하기 전까지 대통령 연설문과 말씀 자료를 수정해왔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평소 대통령의 철학을 알아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황 전 교수의 진단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누군가로부터 (간담회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요청에 따라 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사용해 연설문을 고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전후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과 대화해본 사람은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상대방의 추가 질문에 연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이 먼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말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털어 놓을 게 없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만약 세월호 7시간 동안 미용시술을 받고 있었다면 본인이 그 부분을 스스로 말할 수 있겠나. 만약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면 ‘전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기되는 의혹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순 있다. 그러나 그 외 자신이 직접 했던, 또는 당했던 그 상황에 대해서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7시간?
“절대 말 안해”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핵심 피의자들이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만나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라고 말했을까. 아니면 국가 문화융성사업에 나름 기여해달라고 말했을까. 문화융성사업에 기여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가장 정상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로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특검이 피의자들에게 ‘돈을 요구했나’라고 물으면 ‘무슨 소리냐. 난 그런 적 없다’고 답한다. 지금 그 사람들은 말장난을 하고 있다. 이게 변호인단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서 증인들이 출석해 벌이는 짓이다. 마치 집에서 부모가 애를 두들겨 패면서 ‘이건 너 잘 되라고 하는 짓’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이런 짓을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재 자극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노림수

헌법재판관들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을 질책했다. 지난 12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 출석한 이 행정관이 대부분의 질문을 회피하려 하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증언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의 형사책임을 불러오기 때문이냐”고 소명을 요구했다. 이 행정관은 시종일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증인신문서 청구인(탄핵 소추위원) 측 최규진 변호사가 “청와대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를 보러 나가거나 들어올 때 부서에 배차된 공용차량 이용을 했느냐”고 묻자 “카니발이 업무차량인건 맞지만, 업무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어 최 변호사가 “나가고 들어오는 매 건마다 승인절차를 안 하지 않았느냐” “‘기치료 아줌마’ 등 속칭 보안손님을 데리고 들어온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한 건 말씀 못 드린다”고 반복했다.

이처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질문에도 이 행정관이 답변을 회피하자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겸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본인이나 가족의 범죄사실이 아님에도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장에게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박 소장이 소명을 요구했지만, 이 행정관은 끝내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밀 문항이 있다. 법률에 의해서 직무관련 내용을 말씀 못 드리는 것”이라고 회피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답답하다는 듯 “최순실의 과거 청와대 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 그게 범죄와 연결돼있느냐. 본인 가족과 연결돼있느냐”며 추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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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