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에게 들어본’ 박근혜 정신상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1.16 11:22:52
  • 호수 10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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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시계는 17세에 멈춰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국민은 혼란스럽다. 자신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이 아닌 생면부지의 최순실이 국정을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었다는 사실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국정 농단에 대한 특검 수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근혜 대통령의 정신세계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일요시사>는 정상적인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박 대통령의 내면을 알아보기 위해 심리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기행(奇行)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지난 1일, 예고도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취임 후 4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신년인사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때문에 출입기자들도 혼란스러웠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국민들 입장서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갑작스런 대통령의 등장이 아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들이었다.

이랬다 저랬다
“너무 뻔뻔하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삼성 합병 ▲문화계 블랙리스트 등 크게 3가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세월호 당일 미용시술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관련해서는 “특검이 완전히 나를 엮은 것”이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는 일전에 보지 못한 적극적 해명이었다. 국민의당 고연호 대변인은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나 몰라라’ 식으로 수사에 비협조하는 대통령이 새해 첫 날 기자들은 왜 만났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수사·탄핵심판 변론을 앞두고 여론전을 펼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 역시 당일 구두논평을 통해 “박 대통령은 ‘세월호 때 대통령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 ‘사실이 아닌 의혹 보도가 많다’는 등 자신을 변호하는 얘기만 쏟아냈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부분 비리혐의가 드러났는데도 모든 것을 허위, 왜곡, 오해로 돌리며 자신의 무고함만을 피력하는 박 대통령의 모습은 뻔뻔하기 이를 데 없다”고 비난했다.

그렇다면 심리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신년 기자간담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은) 혼자 결정해서 기자간담회를 할 사람이 아니다. 측근들과의 논의가 있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과 지금도 연락을 하고 있을 것이란 얘기가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지 않나.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측근들의 제안을 수용해서 연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모습을 봤을 때) 정국에 대한 독자적인 판단, 대책 수립 능력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면, 측근들의 태도 변화가 표현된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있은 후 단 한 번도 “무엇을 했다”고 속 시원히 밝힌 적이 없다. 반면 머리손질, 미용시술 등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만 “하지 않았다”고 방어만 할 뿐이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어쨌든 7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세월호와 관련 없는 일을 한 것 아닌가. 밝혀지면 큰일 나는 일, 국민적 공분을 불러올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뻗치고 있는 것”이라며 “밝힐 수 있으면 진작 밝혔을 것이다. 그런데 못 밝힌다는 것은 구린 데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주변서도 (7시간의 행적이) 밝혀졌을 때 큰일 난다고 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하기
싫은 박근혜”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거나 묵인·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굳이 작성 지시가 없었더라도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선 박 대통령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 소장은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박 대통령은 세상 사람을 다 의심하는 사람이라고 보면 된다. 세상을 방어적으로 대하고 누군가 자신을 공격하면 무의식적으로 그 사람이 자기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때문에 겁이 많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

그렇다면 그 불신의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 부모를 총격에 잃은 트라우마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버지(박정희)·어머니(육영수)의 죽음. 그리고 삶의 궤적이 박 대통령을 그렇게 끌고 왔다. (박 대통령에게) 세상은 온통 무서운 곳이다. 그런데 누가 자신을 공격하면 일반인이 느끼는 불쾌감 이상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박 대통령 입장에서는 공격하는 자들을 제거해야 한다. 이게 외부세계에 대한 공격적인 태도로 표출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공격적 태도는 임기동안 줄곧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과거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있던 시절, 박 대통령은 그를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었다.

“박 대통령은 측근들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야 하고, 때가 되면 죽여야 한다’고 말하면 거기에 동조하는 심리를 가졌다. 만약 박 대통령이 안정되고 건강한 심리를 가졌다면, 측근들이 그렇게 제안하더라도 ‘그렇게까지 사람들을 쳐낼 필요있나? 우리가 정치를 잘 하면 되지’라고 말했을 것 아닌가.”

앞서 김 소장은 박 대통령을 ‘연산군’에 비유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저서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서하다>서 조선의 10대 왕 연산군을 분석한 결과, 박 대통령이 이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다.

신년간담회도 누군가 지시했을 것
겁 많고 불신 심해 “비판 못 참아”

“과거 정조 때 왕을 비판하는 자들이 있으면 신하들이 달려와 ‘숙청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러면 정조는 ‘우리가 정치를 잘하면 자연스레 없어질 것인데 뭘 그러냐’는 식으로 넘겼다. 이게 건강한 심리를 가진 사람의 말이다. 그러나 연산군·박근혜 처럼 세상을 두려워하는 심리를 가진 사람은 ‘빨리 잡아서 죽여라’고 지시했다.”

현재 많은 심리학자들이 다양한 심리학 이론으로 박 대통령의 언행을 설명하려 시도하고 있다. 이에 ‘리플리 증후군’ ‘발달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 등 다양한 진단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김 소장은 이론을 바탕으로 한 접근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박 대통령처럼 여러 증상을 가진 사람의 경우 이론만으론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 심리학계가 외국, 특히 미국 심리이론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해석하는 활동을 한다. 그런데 기존 이론으로 인물 분석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인물·심리 분석에 이용되는 심리학 이론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난 이론 자체를 혁신하는 활동을 해왔다. 그래서 내가 확립하고 있는 이론에 기초해 분석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기본적인 심리 패턴, 감정이 중요한 것이지 그 사람이 무슨 증후군을 가졌다고 규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지금의 심리
연산군 유사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부터 김 소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대통령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박 대통령이 국민 다수에 의해 선택된 대통령이 아닌 소수의 극우 보수집단과 최순실 집안에 의해 만들어진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사람을 믿지 못하는 박 대통령은 결국 소수의 측근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예상한 김 소장의 말은 현 상황을 정확히 진단한 분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상민 전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오랜 기간 박 대통령의 심리를 분석해 온 전문가다. 그는 앞서 박 대통령을 ‘발달장애 상태’라고 진단한 바 있다. 최순실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기 전부터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분석, 정신연령이 17세라는 결과를 내놨다.

그렇다면 발달장애의 단서는 무엇일까.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황 전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라고 했을 때 스스로 설명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발달장애의 구체적인 근거가 된다. 대부분의 성인은 자신이 경험한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은 정작 자신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 심각한 발달장애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박 대통령은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보여준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이전부터 비이성적 행동이나 표현을 써왔다. 이는 발달장애의 구체적 단서가 될 수 있다.”

김태형 “최씨 집안이 만든 대통령”
황상민 “스스로 사고·판단 안 돼”

최순실의 연설문 수정이 대표적인 예다. 최순실은 지난 11일, 두 번째 공판서 연설문 수정 사실을 인정했다. 독일로 출국하기 전까지 대통령 연설문과 말씀 자료를 수정해왔다는 것이다. 최순실은 “평소 대통령의 철학을 알아서 의견을 제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는 사람”이라는 황 전 교수의 진단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지난 1일 기자간담회는 (박 대통령이) 누군가로부터 (간담회를) 하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 요청에 따라 한 행동으로 봐야 한다. 최순실이 태블릿PC를 사용해 연설문을 고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박 대통령의 말을 들어보면 전후맥락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박 대통령과 대화해본 사람은 모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얘기한다. 또한 박 대통령은 상대방의 추가 질문에 연속적으로 대화를 진행하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이 먼저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말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털어 놓을 게 없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할 것이다. 만약 세월호 7시간 동안 미용시술을 받고 있었다면 본인이 그 부분을 스스로 말할 수 있겠나. 만약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면 ‘전 약에 취해 자고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제기되는 의혹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고 부정할 순 있다. 그러나 그 외 자신이 직접 했던, 또는 당했던 그 상황에 대해서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세월호 7시간?
“절대 말 안해”

황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과 핵심 피의자들이 ‘지금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통령이 재벌 총수들과 만나 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라고 말했을까. 아니면 국가 문화융성사업에 나름 기여해달라고 말했을까. 문화융성사업에 기여해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가장 정상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말로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특검이 피의자들에게 ‘돈을 요구했나’라고 물으면 ‘무슨 소리냐. 난 그런 적 없다’고 답한다. 지금 그 사람들은 말장난을 하고 있다. 이게 변호인단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서 증인들이 출석해 벌이는 짓이다. 마치 집에서 부모가 애를 두들겨 패면서 ‘이건 너 잘 되라고 하는 짓’이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이런 짓을 우리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헌재 자극한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노림수

헌법재판관들이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을 질책했다. 지난 12일,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 출석한 이 행정관이 대부분의 질문을 회피하려 하자 박한철 헌재소장은 “업무 관련 사항에 대해 증언할 수 없다고 하는데 본인의 형사책임을 불러오기 때문이냐”고 소명을 요구했다. 이 행정관은 시종일관 보안상의 이유를 들어 ‘모르쇠’로 일관했다.

이날 증인신문서 청구인(탄핵 소추위원) 측 최규진 변호사가 “청와대서 근무하는 동안 업무를 보러 나가거나 들어올 때 부서에 배차된 공용차량 이용을 했느냐”고 묻자 “카니발이 업무차량인건 맞지만, 업무에 관해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답했다.

이어 최 변호사가 “나가고 들어오는 매 건마다 승인절차를 안 하지 않았느냐” “‘기치료 아줌마’ 등 속칭 보안손님을 데리고 들어온 적 있느냐”고 질문하자 “내 담당업무가 아니라 모른다” “업무 특성상 출입 관련한 건 말씀 못 드린다”고 반복했다.

이처럼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질문에도 이 행정관이 답변을 회피하자 국회 탄핵소추위원장 겸 법사위원장인 권성동 의원은 “본인이나 가족의 범죄사실이 아님에도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며 재판장에게 조치를 요청했다.

이에 박 소장이 소명을 요구했지만, 이 행정관은 끝내 “대통령 경호에 관한 법률을 보면 기밀 문항이 있다. 법률에 의해서 직무관련 내용을 말씀 못 드리는 것”이라고 회피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답답하다는 듯 “최순실의 과거 청와대 출입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것이냐. 아니지 않느냐. 그게 범죄와 연결돼있느냐. 본인 가족과 연결돼있느냐”며 추궁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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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