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KTV 아가씨들의 말 못할 애환 <현지취재>

“돈 펑펑 한국남성 좋지만 변태라면 괴로워"


한국인의 중국 원정 성매매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의 경기 여파로 중국 섹스여행이 다소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가장 매력적인 섹스관광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중국에서는 한국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생각보다 많은 쾌락을 즐길 수 있고 더불어 마치 자신이 ‘황제’나 된 것 같은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특히 한국과는 또 다른 미인 스타일이 남성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사실이다. 2006년 3월1일 ‘중화인민공화국 치안관리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성매매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강력해졌다. 처벌 항목 자체가 종전의 73개에서 238개로 늘어났다. 당연히 외국인에게도 적용된다. 자칫하면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엇보다 한국 남성들의 섹스여행을 반기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중국의 KTV(룸살롱의 한 종류)에서 일을 하는 여성들이다. 그녀들에게 한국 남성들은 최고의 VIP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고통도 적지 않다. 한국 남성들의 ‘진상짓’을 다 받아내려면 여간 고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국 현지취재를 통해 중국 KTV 아가씨들의 애환을 직접 담아봤다.

강화된 처벌에도 줄지 않는 중국 원정성매매
한국 고객은 ‘진상짓’ 해도 최고의 VIP 대우

중국 칭다오는 대표적인 중국내 성매매 여행지이다. 한국에서도 가깝지만 일단 바닷가를 끼고 있기 때문에 여행지로서도 최적이다. 풍부하면서도 싱싱한 해산물, 그리고 ‘청도맥주’는 이곳의 또 다른 자랑거리이기도 하다. 이렇게 입지가 좋다보니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도 많고 접대를 하는 일도 많다. 당연히 KTV 등도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중국에서 한국인은 VIP
돈 잘 쓰는 손님 ‘띵호아’

이곳 현지에는 세 종류의 룸살롱이 있다. 바로 한국식, 일본식, 중국식이다. 한국인들은 대부분 한국식 룸살롱을 찾는다. 그런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을 뿐 아니라 호탕하고 화끈한 나름대로의 특징들이 고스란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족들과 패키지여행으로 중국을 가지 않는 이상 거의 대부분의 남성들이 중국에 가면 이런 KTV를 한번쯤 경험해보는 경우가 많다. 그저 일상적인 관광 코스로 가는 경우도 있고 아예 2차만을 전문적으로 노리면서 가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그만큼 많은 한국인들이 가기 때문에 이곳에서 일하는 ‘샤오지에’(小姐·아가씨)들은 대부분 한번 이상 한국 남성들을 경험한 경우가 많다. 일단 중국의 한국식 룸살롱은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 제일 큰 차이점이다. 술값도 비싸고 2차를 나갔을 때 팁도 후하다. 한국인들이 꼭 돈이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돈을 잘 쓰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이곳 아가씨들에게는 한국 남성들이 최고의 VIP인 경우가 많다. 중국식 룸살롱에서 2~3번 룸에 들어가서 일하느니 차라리 그냥 하룻밤 한국 손님들과 2차를 가는 것이 훨씬 편하다는 것.

이곳에서 만난 아가씨들은 거의 대부분 익명을 요구했다. 이름이 알려져 봐야 전혀 득 될 게 없기 때문이다. 비록 성매매를 하지 않는 것은 원칙으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아가씨들이 불법인 성매매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름을 밝히길 극구 꺼린다고 한다.

취재진이 만난 A양은 최근 한국 드라마 보기에 푹 빠졌다. 한국문화나 한국남성들이 좋아서라기보다는 그것이 한국말을 배우는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어쨌든 한국 남성들은 우리 같은 평범한 중국인들보다 돈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곳 중국도 빈부격차가 점점 더 심해져서 가난한 여성이 돈 많은 남성과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이렇게 계속해서 술집에 다니던가 아니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다른 유흥업소에서 일을 하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결국에는 일본인이나 한국인과 결혼을 하는 것이 새로운 인생을 위한 방법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일본인보다는 한국인을 공략할 생각을 한다. 일본인들은 너무 신중해서 결혼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돈도 많고 성격 역시 중국인들하고 맞는 게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동안 한국남성과 결혼을 하는 것이 꿈이다.”

초이스와 ‘2차’ 전쟁
한국 남성에게 찜 당하기

그녀에게 한국 남자와의 결혼이 ‘미래의 꿈’이라고 한다면 매일 매일 초이스를 받고 2차를 나가는 것은 ‘현재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도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함께 룸에 들어가 초이스를 받는 과정 자체가 이미 10대1, 혹은 많은 경우 50대 1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녀들은 이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나름의 노하우도 쌓아나가고 있다. 일단 화장법 자체를 많이 연구한다고 한다. 한국 연예인들의 화장법을 자기 나름대로 연구하고 그것을 따라하면서 최대한 한국여성들의 모습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짙은 화장으로 자신의 모습을 튀어 보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앞서의 A양과 함께 일을 하는 B양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샤오지에, “변태 성욕자 제일 싫어” ‘손사레’
계곡주 혹은 룸에서 즉석 성관계 요구 당혹

“요즘에 한국에서는 짙은 화장을 하지 않는 추세라고 한다. 반면에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외국에 나와서는 색다른 걸 원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그래서 두 개를 모두 다 시험해 본 적이 있다. 결과는 청순한 화장을 선택하는 남성들이 많았다. 아무래도 익숙한 화장법이 더욱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뒤로는 짙은 화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초이스가 되기 위해서는 몸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가슴에 좀 자신이 있다 싶으면 앞가슴이 푹 파인 옷을 입는 경우가 많고 허리와 다리에 자신이 있다면 약간 옆으로 비껴서 전신의 라인이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녀들의 초이스 전쟁은 이미 룸에 들어가기 전부터 시작된다. 처음 룸에 입장해서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 손님들이 보이면 그때부터 애교작전이나 눈빛을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2차를 위한 전쟁도 만만치 않다. 손님 중에서는 ‘성매매는 하지 않을 것이다’고 하는 남성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기에 술을 먹고 노래를 부르는 중에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해 남성을 흥분시킨다는 것. 이것도 먹히지 않을 때는 성기부위를 슬쩍슬쩍 자극해 더욱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변태 성욕자는 NO
“막무가내 들이댄다”
 
그러나 샤오지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일부 남성들의 변태성향이다. 중국에서는 흔치 않은 북창동식 놀이문화를 즐기려고 하는 부류들도 있다고 한다. 몸을 이용해 계곡주를 만들어 달라고 한다든지 혹은 옷을 전부 벗고 놀자고 하는 이들, 때로는 아예 룸 안에서 즉석 성관계를 시도하는 남성들도 있다고 한다. 그녀들 역시 비록 스스로를 ‘프로’라고 생각한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런 것에까지 익숙하지는 못하다고 한다.

“제일 무서운 사람들이 변태 성욕자들이다. 그들은 한마디로 매너와 예의를 모르고 막무가내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려고 든다. 우리 업소에서는 그런 것들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 문제는 그것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때로는 자신의 요구가 관철이 되지 않을 때는 마담을 불러서 아가씨를 바꿔달라고 하기도 하고 오히려 술값을 깎으려고 한다. 룸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결국 룸 밖에서 볼 때는 아가씨의 잘못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결국 아가씨들이 고생을 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샤오지에들은 그 모든 수난을 웃음으로 이겨내고 그날의 술자리를 끝마쳐야 한다. 그러나 더욱 괴로운 경우는 그러한 변태 손님들이 함께 2차를 나가자고 할 때이다. 만약 나갈 경우에는 그날 밤 톡톡히 고생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얇은 지갑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2차를 나갔을 경우에는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사람이 많지 않아 더욱 더 위험하다고.

한국남성들의 이러한 행위들 때문에 샤오지에 사이에서는 ‘이해 못할 한국인’이라는 인식이 퍼져있다. 물론 이는 변태적인 남성을 의미하기는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 변태적 성향과는 다르게 너무나 예의바르고 매너가 있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중국 성매매 원정 여행은 현재로서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고 볼 수도 있다. 일단 외국을 나가서는 한국의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고 결국에는 중국 공안당국의 힘에 의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 공안이 그다지 강력한 단속을 하지 않고 있다. 한국 남성들이 ‘글로벌 시민’으로서의 보다 성숙한 의식을 가질 것을 주문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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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