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016 재계 달군 핫 키워드

올해 가도 내년이 더 걱정이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새해 첫날의 기억이 어제처럼 생생하건만 어느덧 한해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어렴풋이 떠오르는 사건·사고들은 지난 1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평탄하지 않았음을 느끼게 한다. 훗날 2016년을 되돌아보며 격변의 시대였다고 되새길지도 모를 일이다.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올 한해는 굵직한 재계 이슈가 연이어 터졌다. 재계의 판을 뒤흔들만한 폭발력을 지닌 사건들이 사회 문제로 부각기도 했다.

[끊어진 대화창구]
개성공단 폐쇄

정부는 지난 2월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를 내렸다. 대북지원사업이 북한의 직접적인 군사력 증강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이로써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곳은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했다. 특히 개성공단 생산 비중이 높은 섬유업종 입주기업의 피해가 막심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피해보상 방안은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5000여곳에 달하는 입주기업 및 협력업체를 구제할만한 방안은 턱없이 부족했다. 공단이 언제쯤 재가동될지조차 장담할 수 없다. 

입주기업들의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 결정이란 점도 논란이 됐다. 정부가 남북경협의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향후 기업들에게 참여를 독려할 명분을 없앴다는 비판도 거셌다. 지금까지도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방침을 무리하고 성급한 조치쯤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팽배하다.
 


[막내린 신화]
정운호게이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한때 화장품업계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하지만 정 대표가 시도한 광범위한 로비 의혹이 불거지면서 그의 성공스토리는 빛이 바랬다.

정 대표는 2003년 중저가 화장품 매장 ‘더페이스샵’을 론칭하며 국내에 중저가 화장품 붐을 일으켰다. 정 대표는 2009년 더페이스샵을 LG생활건강에 매각했다. 이때 정 대표가 거둔 시세차익만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정 대표는 더페이스샵을 판 뒤 2010년 3월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하며 다시 화장품사업에 뛰어들었다. 정 대표는 취임 후 6년 만에 네이처리퍼블릭을 연매출 2800억원 규모의 화장품 회사로 일궈냈다. 그는 화장품사업에서 승승장구했지만 구설수도 적지 않았다.

개성공단으로 시작해 최순실로 끝나
책임감 결여된 대규모 ‘모라토리움’

정 대표의 ‘성공신화’에 균열음이 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 100억원대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돼 실형(8개월)을 선고받으면서부터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실형을 다 채우고 나오게 되면 올 하반기로 예정된 네이처리퍼블릭의 상장 등 경영현안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정 대표가 여성 변호인을 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데 이어 구명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시도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됐다. 정 대표는 부장판사 및 검사장 출신 변호사에게 수십억원의 수임료를 주고 수사와 재판 단계에서 처벌 수위가 낮아질 수 있도록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입점을 위해 인맥과 브로커를 동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서울메트로 지하철 역사매장을 확보하기 위해 브로커를 동원해 공무원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도 드러났다.


[유령회사의 실체]
파나마 페이퍼스

지난 4월 ‘파나마 페이퍼스(Panama Papers)’로 명명된 비밀문서가 공개됐다. 유출된 자료 2.6TB는 독일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의 탐사보도 기자들이 익명의 취재원에게서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Mossack Fonseca)’의 내부자료를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파나마 페이퍼스가 모습을 드러내자 세계 각국은 사상 최대 규모의 조세 회피 의혹에 대한 관련 조사에 나섰다. 국내에서도 파나마 페이퍼스의 파급력은 엄청났다. 유출 데이터에 ‘Korea’로 검색되는 1만5000여건의 파일 중 한국 주소를 기재한 195명의 한국인 이름이 포함된 까닭이다.

시작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씨였다. 파나마 페이퍼스를 분석하던 조사단은 노씨가 노 전 대통령의 장남과 같은 이름이라는 점을 기반으로 생년월일과 사진을 검토한 결과 동일인물임을 확인하기에 이른다.

<뉴스타파>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추측되는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추가 공개를 공언했고 조금씩 해당 인물들의 정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 서성환 회장의 자녀인 서영배·서미숙씨, 박병룡 파라다이스 대표, 김광호 전 모나리자 회장, 조태권 광주요 회장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조세회피 의혹을 받은 유력 인사들만 40명이 넘었다. 
 

[살균제 공포]
옥시 사태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이 대두된 건 지난 4월부터였다. 하지만 피해자가 보고된 건 5년 전이었다. 지난 2011년 원인미상 폐질환의 원인이 ‘가습기살균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부터 피해자들은 정부와 가해 기업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뒤늦게나마 검찰은 올해 5월부터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에 착수하면서 가습기살균제 기업 관계자를 잇달아 소환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가습기살균제 사태 진화작업에 나서자 가습기살균제 최대 가해 업체로 지목된 옥시레킷벤키저도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 앞에 섰다. 5월2일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옥시레킷벤키저 한국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5년 만의 늦은 사과를 전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가족모임, 한국소바자협회, 환경운동연합 등을 비롯한 37개의 환경·소비자 시민단체는 옥시레킷벤키저 제품에 대한 불매를 선언했다. 옥시 불매운동은 모든 연령층으로 확대됐다.

검찰은 신현우·존리 전 옥시 레킷벤키저 대표에게 각각 징역 20년과10년의 중형을 구형했다.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다가 숨지거나 다친 피해자들에게 살균제 제조업체가 배상하라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신청 현황을 살펴보면 피해자 접수만 5240명, 그 가운데 사망자 1088명으로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흐지부지 끝난]
롯데그룹 수사

검찰은 지난 6월부터 약 4개월에 걸쳐 대대적인 롯데그룹의 대규모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포함한 신영자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 신격호 회장의 세 번째 부인 서미경씨 등 총수 일가를 수사 대상에 올렸다.


이 과정에서 그룹 계열사 임직원 300여명이 줄줄이 소환돼 조사를 받으면서 롯데그룹은 말 그대로 쑥대밭이 됐다. 롯데케미칼의 수백억원대 탈세 의혹에 이어 채널 재승인 로비로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이 수차례 소환 되는 등 곳곳에서 악재가 터져 나오면서 그룹 경영이 마비됐다.

특히 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샀다. 롯데그룹의 국적 논란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치매설까지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이슈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롯데수사 성과는 외견상 화려했다. 신격호·신동빈·신동주 등 오너일가 5명을 포함해 총 24명이 조세포탈·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검찰이 밝혀낸 총수일가 범죄금액만 3755억원에 달했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 상장은 무산됐으며 롯데그룹이 추진한 대규모 인수합병도 취소됐다.

하지만 당초 핵심 의혹인 오너일가 비자금, 제2롯데월드·롯데홈쇼핑 인·허가 관련 비리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이미 다른 건으로 기소됐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주요 인사들이 모두 불구속 기소돼 검찰의 수사력에 한계를 보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해운·조선업 몰락]
한진해운의 침몰

한진해운 주채권단은 8월30일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자금지원 불가 결정을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이는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사실상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해운업 전반에 만만치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다. 국내 해운사의 컨테이너 해상수송 능력은 51만TEU(12일 기준)로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전(106만TEU)보다 59% 감소했다. 한진해운은 사실상 청산 수순에 접어든 상태다. 보유 선박의 90% 이상은 이미 처분됐고 상당수 핵심 인력이 내년 1월 삼라마이더스(SM)그룹으로 흡수될 예정이다.

연이어 터진 굵직한 사건들
대부분 기업들 푹푹 한숨만

한진해운 부실사태가 터지면서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총수 일가와 채권단, 감독기관인 정부에 대한 책임론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특히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는 원색적인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형국이다.

최 전 회장은 남편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이 사망한 이듬해인 2006년에 한진해운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그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조 회장에게 회사 지분은 물론 경영권까지 넘긴 이후 현재는 한진해운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뗐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의이 자율협약 신청을 발표하기 직전에 한진해운의 잔여 보유 주식을 전부 처분해 미공개 정보로 주식 거래를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최 전 회장이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출연한 개인재산은 100억원에 불과하다.
 

[최순실 후폭풍]
재벌 청문회

최순실게이트는 재계에 엄청난 파문을 불러 왔다. 재벌 총수 9명이 청문회 자리에 모이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것도 최순실게이트의 후폭풍 때문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가 열린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에 출연한 기업의 재벌총수들이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 출석하자 전 국민의 눈과 귀가 이들에 쏠렸다. 재벌 총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대가를 바라고 돈을 낸 게 아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청와대의 요청을 현실적으로 거절하기 힘들었을 뿐 사면, 경영 특혜, 세무조사 회피 등 대가를 기대하진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뜻하지 않게 전국경제인엽합회(전경련)의 존폐를 가늠할만한 발언도 쏟아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경련)해체를 논할 자격은 없지만 탈퇴하겠다”고 말했다. 정몽구 회장, 최태원 회장, 구본무 회장, 손경식 회장도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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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