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성장론 프레임

경제 말고 뭣이 중헌디?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 안철수 전 대표가 경제프레임 띄우기에 한창이다. 박근혜정부의 경제 실정을 지적하는 두 후보는 본격적으로 싱크탱크를 구성하면서 경제이슈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가 주장하는 성장론이라는 경제프레임이 말만 바꾼 언어유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야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성장론’ 프레임이 쏟아지고 있다. 성장론이 줄을 잇는 이유는 이명박-박근혜정부를 거치면서 낙수효과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 저성장으로 인해 양극화와 격차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성장론에 국민, 공정, 동반의 키워드를 붙여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강조하고 있다.

경제이슈 선점
싱크탱크 사활

최근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문 전 대표가 지난 6일, 싱크탱크를 출범하면서 ‘국민성장론’을 기치로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창립총회 심포지엄서 현재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권교체를 넘어선 ‘경제교체’가 필요하고, 성장의 열매가 국민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국민 성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조연설서 ‘국민 성장’에 대해 “국민 개개인 삶이 나아지는, 정의로운 성장”이라고 정의했다.

성장으로 생긴 소득이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야 함을 강조하면서 부채주도 성장이 아닌 소득주도 성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민 성장’의 조건으로 공정·기회·미래투자·지역분권을 제시했다. 학벌, 지연, 인맥이 아닌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정한 사회를 국민 성장의 출발점으로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은 완전히 실패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실패”라며 “두 정권의 실패는 오로지 그들의 무능과 무책임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이 정체 상태인 지지율을 제고하고 한계로 지적된 확장성을 보완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특히 서민·중산층·자영업자·중소기업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는 물론 대기업까지 함께 잘 사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야권뿐만 아니라 취약 지지층까지 지지층을 확대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전 대표 측근은 “문 전 대표가 계속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가 국민이 잘 사는, 국민이 돈 버는 성장”이라며 “기본 콘셉트는 대표가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앞글자만 바꾼 성장론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새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국민 성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제대통령’과 ‘국민성공시대’, 박근혜 대통령의 ‘국민행복시대’라는 대선 슬로건의 아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은 약점이라는 분석이다.

문 전 대표는 대선 경선이 시작될 때까지 국민 성장에 포커스를 맞춘 경제행보를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안으로는 재벌개혁, 비과세감면 폐지, 누진세 완화, 난임시술 지원 등에 방점을 찍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 정책대안을 내놓는다는 구상이다.

화난 김종인
친문 죽이기?

일찍이 ‘공정성장’을 경제 화두로 내세운 바 있는 국민의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안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본인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2기를 출범시켰다. 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 선임된 최상용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냉전의 틀을 넘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양극화의 틀을 깨는 것”이라며 “‘내일’은 시대정신에 담긴 국민 요청을 정책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안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 “새로운 정치, 다른 정치, 바른 정치로 보답하겠다”며 “정치 주체를 바꾸고, 공정성장론을 제1의 경제기조로 삼고, 정치적으로 ‘합리적 개혁노선’을 따라 새 정치를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정성장론에 대해서는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에 목을 매는 경제는 이제 넘어야 한다”며 “개인도 기업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혁신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생겨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13총선에선 공정성장의 목표로 ▲공적·질적 성장 ▲일자리 개선 및 비정규직 대책 ▲불평등격차 해소 등과 같은 6개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아울러 공정성장 3법으로 불리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벤처기업육성 특별조치법, 조세특례제한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진해왔다.

최근 안 전 대표는 ‘창업국가론’을 추가로 경제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성장론’에 선명성을 불어 넣고 있다. 아울러 SNS를 통해 박근혜정부의 창업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청년의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꽃피우고 성공으로 열매 맺을 때, 그 사회는 성장하게 되고 일자리도 저절로 창출된다”며 “청년층의 창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성공신화가 곳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가 창업에 화두를 던짐과 동시에 문 전 대표도 벤처기업과 벤처 투자업체를 방문해 안 전 대표의 ‘창업국가론’을 견제했다.

문·안 각각 국민 성장·공정 성장 띄우기
너는 틀리고 나는 맞고…서로 물고 뜯기

주목할 점은 안 전 대표와 달리 문 전 대표는 현 정부의 벤처 창업에 대해서는 다소간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는 점이다. 문 전 대표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족한 게 희망과 기회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결국 일자리가 만들어내는 것이며,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취업이나 창업밖에 없다”면서 “벤처라는 게 어차피 많은 실패와 함께 갈 수밖에 없다. 실패한 창업자들도 다시 재기 기회를 얻고 칠전팔기할 수 있는 그런 사회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선으로 물러난 더민주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유력 대선주자인 문 전 대표의 ‘공정성장론’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2일 자신의 SNS서 “말장난 같은 성장변형론들이 나오고 있다”며 “이미 글로벌 경제는 양극화와 전반적 성장정체 현상을 보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유희로 문제의 본질을 가려서는 안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전 비대위원장은 문 전 대표를 향해 경제민주화에 대한 이해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당 안팎에선 비주류에 속하는 김 전 비대위원장이 자신의 전문분야인 경제를 앞세워 ‘문재인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의 계속되는 비판에 문 전 대표 측은 불만에 가득 찬 모양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이 회동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측은 추석 전부터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국민성장론’에 관한 설명을 하려고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 싱크탱크 부소장인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도 최근 한 라디오 인터뷰서 "김종인 전 대표에게 국민 성장이라는 개념이라든지 방향이라든지 이런 것을 상세하게 말씀을 드린 바가 없다"며 "문재인 전 대표가 기조강연한 내용들과 김 전 대표가 얘기하는 것이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차이가 있다면 우리들한테 와서 가르쳐도 주고 우리들도 말할 기회도 있고 그렇게 해야 된다"고 말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물고 뜯기
주도권 쟁탈


더민주 박영선 의원도 문재인, 안철수로 대변되는 ‘성장론’ 프레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박 의원은 지난 1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유력 대선주자들의 경제 비전에 대해 “국민 성장이라는 단어는 애매모호하다”며 “무엇을 지향하는지가 불분명한 단어”라고 말해 문 전 대표를 압박했다.

또 안 전 대표가 주창하는 ‘공정 성장’과 맥을 같이하는 ‘창업국가론’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대변해줄 수 없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내년 대선 화두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균형성장론’을 새롭게 들고 나오면서 문 전 대표 및 안 전 대표와 색깔을 달리했다.

최근에는 ‘대동경제론’이라는 자신만의 프레임을 들고 나온 바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장론’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복지 확대보다 성장론을 내세우고 있는 유력 대선주자들에 대해 “그동안 서울시장으로서 채무를 7조6000억 정도 줄이고 복지는 4조를 8조로 늘렸다”며 “복지라는 것이 보통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복지는 인간에 대한 투자이고, 사회에 대한 투자”라고 말해 야권 대선주자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99대 1의 불평등 구조를 바꾸고 복지를 확대하느냐”며 “정말 경제 성장을 위해서도 (복지는) 중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비대위워장 및 박 의원 등의 ‘성장론’ 비판의 이면에는 경제프레임의 주도권 쟁탈전이 숨어 있다. 경제프레임은 대선주자와 대선캠프에 있어서는 특히나 중요하다. 양극화에 지친 일반 서민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국민들은 생계와 관련된 경제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유력 대선주자들은 본인 만의 경제프레임 띄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경제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하고, 경제를 바꿀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면 대선 승리를 장담키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비주류로 통하는 김 전 위원장과 박 의원은 문 전 대표 주도의 ‘성장론’에 합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음으로써 ‘문재인 대세론’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도 야권서 쏟아지는 ‘성장론’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냈다. 다만 안 전 대표 측이 주장하는 경제프레임에는 호평을 내린 반면,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에는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 안 전 대표와 연대를 모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유 의원은 지난 10일 SNS에 지난 9일 안 전 대표가 “대한민국은 창업국가가 돼야 한다”고 올린 글에 대해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밝혔다. 최근 유 의원은 혁신성장론을 거론하면서 독자적 경제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그는 “안 의원이 그 동안 주장해 오셨던 공정성장에서 벗어나 창업국가를 말하기 시작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책 아류?…선명성은 어떻게 하나
유승민-안철수 연대 속셈…중원 공약 포석

하지만 문 전 대표의 국민 성장에 대해서는 “기존의 소득주도성장을 벗어나지 못한 분배론일 뿐, 성장의 해법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야권의 성장론에서 성장의 진정한 해법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평가절하했다.

유 의원의 엇갈리는 평가에 대해 정가에선 유 의원과 안 전 대표의 연대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줄곧 합리적 보수 세력과의 연대를 주장해왔다. 이에 유 의원이 중도층 표심을 노리고 안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유승민 연대는 줄곧 정가를 떠돌던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지난 5월까지만 하더라도 국민의당이 중심이 되고 유 의원이 국민의당에 흡수되는 모양새의 연대였지만, 최근에는 유 의원이 안 전 대표를 띄움으로써 중도층 표심을 자극해 여권 대선주자로 나서려고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결국 표면상으로는 안 전 대표의 경제정책을 지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본인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띄우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비문진영이 문재인 제동에 나섰다면 안철수 사당화 논란이 일기도 했던 국민의당 내부에선 안 전 대표의 경제프레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국민의당 대선주자는 안철수라는’ 암묵적 공식에 균열이 생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지난 9일 “국민 성장이네, 공정 성장이네, 동반성장이네, 다 한가한 소리들”이라며 “성장하지 말자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이날 자신의 SNS에 “지금 심각한 경제위기다. 경제를 살리는게 시급하다”며 “한국적 민주주의가 독재하자는 이야기였듯이 수식어가 붙는 것은 다 가짜”라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국민 성장을 강조한 문재인 전 대표, 공정성장을 강조한 안철수 전 대표 등의 성장론에 제동을 걸었다. 그는 ‘선성장 후분배’를 강조하는 정치인으로 알려지는데, 국민, 공정, 동반을 입힌 성장론이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안 전 대표측은 “당내 대선후보를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유 의원은 앞서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 전 대표가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맞느냐’는 질문에 “글세, 아직 모르겠다”고 답했다. 천정배 전 공동대표도 유 의원 발언에 두둔하고 나섰다.

천 전 대표는 “아직 국민의당은 대선 룰조차 만들어 놓지 않았다”고 안철수 독주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당의 한 중진의원은 “더민주나 새누리당보다 좀 더 크고 역동적인 판을 만들려면 현재(안 전 대표 독주 체제)로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 클릭 왜?
중원 공약

특히 야권 주자들이 앞 다퉈 성장론을 제시하는 것은 눈에 띄는 변화로 여겨진다. ‘성장’은 ‘효율’ ‘경쟁’ 등과 함께 전통적으로 보수의 어젠다를 대표해 왔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선 주자들이 성장론을 강조하는 것은 ‘중원 공략’을 위한 포석”이라면서 “그만큼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잠룡들의 성장론
‘혁신성장’부터 ‘더불어성장’까지

여권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 ‘혁신성장’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 김 전 대표는 벤처 창업, 4차 산업혁명 등 혁신을 통한 성장을 주장하고 있고, 유 의원은 과학기술 혁신, 교육 개혁, 재벌 개혁 등 생산성 제고를 통한 성장을 주장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기회 균등을 통한 공존과 상생의 성장을 의미하는 ‘공생 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야권에서는 김부겸 의원이 ‘더불어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성장은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공존을 통한 성장을 의미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복지성장’을 주장한다. 복지를 통한 빈곤과 불평등, 양극화 해소에 방점을 찍었다. 충청대망론의 기수로 꼽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성장복지의 상생’을 강조했다. 이는 성장과 복지의 상생을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