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인 대상’ 수상에 비친 박현주(미래에셋그룹 회장)의 허와 실

금융계의 신화? 투자자 신뢰 떨어뜨린 최악의 인물?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첫 번째 금융투자인 대상을 차지했다. 특유의 공격적인 투자 방식을 높게 평가 받은 데 따른 것이다. 당초 이번 수상에는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보였다. 박 회장은 금융계의 ‘신화’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상을 뒤엎고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첫 번째 금융투자인 대상에 적합한가’라는 의문이 들려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값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금융계의 아이콘 박현주의 허와 실을 짚어봤다.

제1회 금융투자인상 시상식서 대상 수상 영광 차지
성공 스토리 하버드대 사례연구 주제로 선정되기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제1회 금융투자인상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지난 7일 협회 창립 2주년을 맞아 금융투자인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금융투자인상을 제정하고 첫 수상자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을 선정, 이날 시상했다고 밝혔다.

대학생 때부터
주식 실전 경험

박 회장은 적립식·간접 투자개념을 새롭게 정립시켜 개인들의 안정적인 자산 형성에 기여한 점과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과 펀드상품 수출 등을 통해 자산운용업을 금융투자 산업의 탄탄한 축으로 성장시킨 공로를 높게 평가받았다.

금투협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글로벌 마인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도전하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으로 자본시장 종사자들에게 희망과 도전정신을 고양시킨 공적이 높이 평가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1958년생으로 광주에서 태어났다. 중농의 집안에서 자라나 전라도의 명문 광주일고를 거쳐 1978년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가 주식시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대학생 때의 일이다. 집에서 부쳐준 생활비를 밑천으로 명동 증권가를 누비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대학원생이던 1984년에는 작은 사설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했다. 증권 투자로 번 돈으로 서울 회현동 코리아헤럴드 빌딩 18층에 20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었다. 직원도 한 명 뒀다.

2년 뒤인 1986년, 박 회장은 투자자문회사를 접고 증권회사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투자자문회사 설립에 법적 근거가 없고 아직 개인사업자가 독자적 브랜드로 자본시장에 뛰어들 분위기가 아니라는 판단에서였다.

박 회장은 동원증권 영업부에 지원했다. 당시 증권가 최고스타였던 이승배 동원증권 상무(현 한셋투자자문 사장)의 영업스타일과 브로커로서의 자세를 배우고 싶었던 박 회장은 수차례 문전박대를 이겨내고 입사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불과 45일 뒤 대리로 승진했다.

그러던 1989년, 동원증권 중앙지점장으로 발탁되면서 박 회장은 본격적인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나이 33세, 최연소 지점장이었다. 2년만에 중앙지점을 전국 1등으로 올려놨다. 압구정 지점장으로서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 같은 전력을 바탕으로 1995년에는 이사로 승진했다. 이 역시 최연소 임원 승진 기록이었다. 하지만 1997년 6월 박 회장은 당시 구재상 압구정지점장, 최현만 서초지점장 등 8명의 ‘박현주 사단’과 함께 잘 나가던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미래에셋캐피탈(옛 미래창업투자) 창업을 위해서였다.

박 회장은 1998년 초 시중 금리가 연 30%를 향해 치닫고 있을 때 증시 폭락과 금리 인하, 채권 가격 급등을 예상하고 미래에셋 운용자금 200억원을 채권에 풀베팅했다. 대성공이었다. 예상대로 시중 금리가 20%대로 급락하면서 채권 값이 급등해 5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1999년에는 24억원을 투자했던 포털업체 다음의 주가가 6개월만에 폭등하며 1000억원에 가까운 매매차익을 가뿐히 거둬들였다.

1998년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설립한 뒤 자신의 이름을 붙인 뮤추얼펀드를 내놨다. 500억원 규모로 출범한 ‘박현주 1호’는 2시간30분만에 판매가 마감됐고, 박 회장의 주식운용 능력에다 증시 활황까지 겹쳐 1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다. 부록으로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뮤추얼펀드가 성공하자 다른 자산운용사들도 유사 상품을 앞다퉈 내놓는 등 뮤추얼펀드 붐을 일으켰다. 적립식펀드의 대중화를 이끌며 은행 예금 위주의 저축문화를 2004년 이후에는 적립식펀드 위주의 투자문화로 바꾸는 데도 기여했다. 연이은 성공에 힘입어 2005년에는 생명보험사를 인수해 증권과 자산운용, 보험으로 짜인 투자전문그룹으로 도약했다.

손대는 일마다 승승장구하는 박 회장에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됐다. ‘박현주가 샀다’는 소문만 나도 주가가 뛸 정도였다. ‘미래에셋의 글로벌 성장 스토리’와 ‘박현주 회장의 기업가정신’은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의 케이스스터디 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 CEO가 기업가정신 사례로 선정된 것은 박 회장이 처음이다.

인사이트펀드 한때 반토막 나면서 투자자에 치명상
투자자들 속 타들어가는데 거액의 펀드 수수료 챙겨

그러던 2007년 말, 박 회장은 일대의 위기에 직면했다. 그해 10월 말 시중 자금을 싹쓸이하며 펀드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인사이트 펀드’가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것.

인사이트 펀드는 한 달만에 4조원어치가 팔렸지만, 6개월 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수익률이 곤두박질쳤다. 펀드는 지난 2008년 11월19일 현재 설정액 4조6000억원에 순 자산액이 1조9700억원 정도로 평가됐다. 2조5000억원을 날리고 만 것이다. 이는 투자액의 60%정도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인사이트 펀드의 몰락이 ▲분산투자라는 원칙 무시 ▲펀드 운용에 대한 지나친 자신감 ▲투자자들의 ‘묻지 마’ 식 투자 등 여러 요인이 빚어낸 합작품이라고 분석했다. 인사이트 펀드는 ‘효율적인 분산투자로 시장 위험에 대처한다’는 미래에셋 홍보와 달리 대부분 운용 자금을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에 투자해 손실을 키웠다. 결국 박현주라는 브랜드를 믿고 묻지 마 투자에 나섰던 개인들은 원금이 반토막나는 아픔을 감수해야만 했다. 명성만큼 큰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쪽박을 찬 투자자들의 가슴은 시커멓게 타들어감에도 미래에셋이 거액의 펀드 수수료를 챙긴 사실이 드러나면서 온갖 악평이 난무했다. 고객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면서 수수료는 수수료대로 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미래에셋은 연 최고 3.49%의 높은 수수료를 적용, 판매한 지 3개월만에 150억원이 넘는 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액 60%
2조5000억 날려

여론이 들끓자 박 회장은  배당금 반납 카드를 들고 나왔다. 자신에게 배당될 200억원대 배당금을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비난의 목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수조원을 날려놓고 200억원대, 그것도 개인 재산이 아닌 배당금 포기로 감당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회장이 사재를 털어 사회헌납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연속적인 대박 덕에 금융투자업계에서 ‘전설적인 존재’로 군림했던 박 회장에게 인사이트 펀드는 재앙이었다.

인사이트 펀드의 악몽이 지속되자 박 회장은 결국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국내 언론과 가진 공식 인터뷰는 2007년 11월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4월 오랜 침묵을 깨고 뉴욕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했지만 일방적으로 뉴욕시장 진출 계획을 밝힌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비난의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잠잠해질 만 하다가도 배당 소식만 나오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아직 손실을 벗어나지 못한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데다 미래에셋의 펀드 운용 성과가 저조한 데도 불구, 수백억대의 배당금을 챙겨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박 회장은  154억원의 두둑한 배당금을 받았다. 당시 미래에셋의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설정액 10억원 이상, 중소형주펀드, 인덱스펀드, 테마형펀드 등 제외) 1년 평균 수익률은 20.91%로 전체 44개 운용사 가운데 29위인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기준으로 2년 평균 수익률은 -4.51%로 39개 회사 중 22위에 그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후 힘을 못 쓰고 있다.

물론 박 회장도 이 같은 상황을 지켜만 본 것은 아니다. 이에 대한 돌파구로 박 회장은 부동산 사업에 눈을 돌렸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를 인수하고, 그룹 내 부동산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에서 KRIA를 분리시키는 등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이 결과 박 회장은 쏠쏠한 재미를 봤다. 2008년 말 ‘미래에셋 기흥연수원’을 한국토지주택공사에 450억원에 매각해 두 배 가까이 매각 차익을 거둔 데 이어 국내외 유수 빌딩을 사들이며 부동산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가 마냥 박 회장의 뜻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았다. 무리한 투자로 낭패를 본 경우도 적지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서울 여의도 지상 53층 규모의 파크원 오피스 타워를 8047억원에 매입키로 결정, 일부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개발 사업이 ‘지상권 문제’로 부지 소유자 통일교재단과 시행사 스카이랜드 간 법정공방이 가시화되면서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만일 갈등이 장기화되거나 사업 자체가 무산될 경우 사실상 미래에셋은 손실이 불가피하다.

1인 중심 지배구조
누구도 거역 못해


또 지난 2009년 미래에셋맵스의 대표 부동산 공모펀드인 ‘미래에셋맵스아시아퍼시픽부동산 공모1호’ 펀드도 구설에 휘말렸다. 이 펀드는 금융 한파로 4000억원 규모에 달하는 미국 씨티그룹센터 계약을 철회한 데 이어 홍콩 벨에어 아파트 투자에서도 손실을 입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 세종로 옛 금강제화빌딩 일대(세종로1지구 재개발사업)에 건립키로 계획한 그룹 신사옥도 전 시행사 디비스코리아 측과 ‘시행권’을 차지하기 위한 법정다툼으로 아직까지 답보 상태다.

현재 박 회장은 펀드 시장에서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린 최악의 인물이라는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반면, 과감한 도전정신만은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제1회 금융투자인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될 수 있던 것도 이 점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회장의 지나치게 공격적인 운용은 자칫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강세장에선 ‘대박’을 터뜨릴 수 있지만 하락장을 만나면 ‘쪽박’ 차기 십상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박 회장의 결정에 대해 미래에셋 내부에선 아무도 “노”라는 의견을 내지 못한다. 미래에셋 지배구조가 박 회장 1인 중심으
로 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박 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최대 주주다. 또 미래에셋캐피탈은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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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