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쇼크' 한반도 대지진 대예측

다음은 부산? 서울도 불안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 12일, 경북 경주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후 계속된 여진 발생에 대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한반도의 지질학적 구조상 대형 지진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입장과 역사적인 근거를 들어 대지진의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 충돌하기도 했다. 그동안 지진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우리나라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님이 증명됐다. 이 같은 인식이 퍼져 나가자 국민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지진에 대한 공포가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2일 20시32분 경상북도 경주서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한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최대 규모의 지진이다. 이어 지난 19일 밤 또다시 4.5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를 경주 지진의 여진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잦은 지진에 우려를 표시하며 한반도서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원자력발전소
커지는 불안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4.5 규모의 여진이 발생한 곳은 지난 12일 5.8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곳으로부터 남쪽으로 1.4∼1.5km 떨어져 있는 곳이다. 지난 12일에도 5.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뒤 남쪽으로 1.4km 떨어진 곳에서 5.8 규모의 본진이 일어났었다. 지진의 진원 깊이는 16km로 지난 5.8 규모의 지진(13km)보다 깊었다. 이번 여진 역시 부산에서 양산, 경주에 이르는 양산단층대와 평행한 단층대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지진연구센터 지헌철 센터장은 “양산단층 서쪽의 제2, 제3의 단층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여진이 발생하고 있다”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과정으로 지진 발생 빈도는 더 잦아지겠지만 규모가 더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 센터장은 이어 “앞으로도 규모 6.5 이하의 지진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한반도 대지진의 전조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진 역시 지진원을 분석한 결과 좌우 방향으로 비스듬히 뻗어있는 주향이동 단층의 왼쪽과 오른쪽이 어긋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지 센터장은 분석했다.

있으나 마나
기상청·안전처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도 “본진의 규모는 5.8로 굉장히 큰 편에 속했기 때문에 여진의 규모가 5대 초반까지도 가능하다”며 “위치도 본진의 위치랑 유사하고 규모도 본진보다 적기 때문에 여진이 맞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여진의 기간은 짧게는 수주, 길게는 수개월까지 가능하다”며 “당분간은 여진을 안심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들이 한반도에도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다.

지난 13일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학과 교수는 “과거 779년에 이번 경주 지진 진앙지와 거의 비슷한 곳에서 7.0 규모로 추정되는 지진이 발생했었다. 이 같은 역사만 봐도 경주를 포함한 한반도에 대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창환 전북대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현대과학으로 앞으로의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역사를 통해 추측은 가능하다. 역사상 한반도 대지진 주기는 300∼400년이다. 1600년대 중반에 7.4 규모로 추정되는 강진이 일어난 만큼, 현재 주기에 근접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5.8 규모 이후 계속 여진 발생
‘큰일’ 전조 아니냐 우려 확산

유인창 경북대 지질학과 교수는 “최근까지 한반도의 지진은 규모 2∼3짜리가 주를 이뤘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점차 강도가 세지더니 이번에 관측 사상 최대 규모인 5.8을 기록했다. 이는 앞으로 규모 6∼7의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지진으로 생기는 문제 중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원전일 것이다. 지진 공포와 함께 우리나라 동해 남부에 몰려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경북 동해안에는 경주 월성과 울산 고리 등 국내 원전시설이 대부분이 밀집해 있는 데다 석유화학단지와 같은 국가 주요 기반시설이 몰려 있어서 지진 위험성이 가장 높은 화약고나 다름없는 곳에 이런 시설을 지었는지 의문을 갖는 국민들이 많아졌다.

현재 경북 동해안에는 경주 월성원전 6기, 울진 한울원전 6기, 울산 고리와 신고리 원전 6기 등 원전시설이 밀집해 있다. 국내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건설예정 포함) 전체 34기 원전 가운데 28기의 원전이 이 지역에 몰려 있는 것이다. 더욱이 경주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이 있고 영덕에도 2기의 원전 건설이 예정돼 있다.

원전 측은 잇단 지진에도 원전 운전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은 “더 큰 지진이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19일 밤 규모 4.5의 지진은 원전에 영향 없이 안전 운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지난 12일 규모 5.8의 강진으로 정지한 월성원전은 정밀 안전점검을 수행하고 있고 이날 여진으로 인한 추가 영향 여부를 긴급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7.0 규모 발생
779년 상황 주목

월성원전 1∼4호기는 규모 5.8 강진으로 수동 정지해 일주일째 정밀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 지진으로 원전이 가동을 멈춘 것은 처음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규모 4.5의 여진이 원전 운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 원전은 발전소 아래 지점서 발생하는 진도 6.5∼7.0까지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가 돼 있다. 하지만 경주서 일주일 사이에 규모 5.1과 5.8의 지진에 이어 이번에 4.5의 여진이 발생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 7월5일에도 경주와 인접한 울산 해역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하는 등 강도가 센 지진이 잦아지면서 원전 주변 주민들은 공황상태에 빠졌다.

실제로 10년 전인 지난 2006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 지진의 절반 가까이가 원전이 밀집돼 있고 화학·조선·자동차 등 중대형 사업장이 많은 울산과 경주, 포항, 부산 등 경상도 일대에 몰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국내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 지진 절반가량이 경상도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지진 위험성이 한반도 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원전 주변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을 계기로 내진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를 점검하고 근본적으로는 이 지역이 원전 건설 지역으로 적합한 지역인지를 따져보는 등의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문가·학자마다 엇갈린 분석
‘안전지대 옛말’엔 한목소리

대지진은 대륙판의 경계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일본 열도 밑으로는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필리핀판, 북아메리카판이 관통하고 있다. 인도나 중국 지역서도 유라시아판과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이 충돌하는 히말라야산맥을 둘러싸고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판 위에 있으며 판의 경계는 없다.

고윤화 기상청장마저도 우리나라에서 규모 6.0대 초반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서 열린 지진대책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향후 규모 5.8에서 6.0 이상 심지어 6.0 초반을 넘어가는 지진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진도 6.5 이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앞으로 기상청은 지진 조기경보 시간을 현재 50초 내에서 7∼25초로 단축하기로 했다. 규모 5.0 이상의 내륙지진 조기경보 시간은 2017년에는 15초 내외로, 2018년에는 10초가량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고 밝혔다.

또 기상청은 정확하고도 면밀한 경주 지진조사를 위해 내년 3월31일까지 총 8명의 현장조사 대응팀을 운영하기로 했다.

확신 없는 정부
국민은 불안하다

대응팀은 서울대·부산대·부경대 등 학계 전문가와 함께 강진동 발생지역에서 현장조사를 벌여 지진 영향 범위와 정도를 파악한다. 계기 진도와 지질구조, 피해현황을 비교, 분석하는 업무도 한다. 지진정보 전달체계를 조사하고 현지 지역민으로부터 의견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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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