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16>

8500만원 사채 빚에 일본 호빠 선수되다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천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어이쿠, 김동이씨, 제 발로 찾아왔어? 그래 돈은 가져왔나?”
 ‘일본에 있는 한국 호스트빠’가 바로 이런 곳이었구나.


■ 사채 빚 때문에 일본행
그들은 이미 누나를 찾아연락을 해서 돈을 내놓으라고 온갖 협박을 다했다고 한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나의 빚이 처음의 3000만원에서 무려 8500만원으로 올라갔다는 사실이다. 사채 빚이 그렇게도 무서운 것이었다. 이제 정말이지 나에게 남은 것은 죽음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도대체 내가 어떤 방법으로 8000만원이 넘는 돈을 구한단 말인가. 그들의 억지스러운 이자계산법에 내 목숨이 왔다갔다 할 정도였다. 그때 내 수중에는 8만원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만 다닌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나는 결국 사채업자들을 찾아갔다. 그곳에는 덩치 크고 인상은 정말로 험악하게 생긴 사람이 다섯 명이나 있었다. 나는 무릎을 꿇었다.
“어이쿠, 김동이씨, 제 발로 찾아왔어? 그래 돈은 가져왔나?”
“죄송합니다. 돈이 없어서 돈을 갚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 중에 한명이 나에게 갑자기 물었다.
“김동이씨, 여권 있어?”
제주도도 못 가본 나에게 여권이 있을 리가 있나. 해외는 구경도 한번 못해본 당시였다. 그렇게 나는 무려 5일간을 그 사무실에 갇혀 지냈다. 그래도 밥은 먹여주었으니 다행이었다. 그렇게 5일 동안 그들은 무척이나 바쁜 듯이 보였고 드디어 5일째 되는 날 그들 중 한명이 나에게 차에 타라고 했다.
“김동이씨, 지금 어디 가는지 알아?”
내가 알도리가 있는가.
“일본에 가는 거야, 일본!”
“네? 일본에는 왜요?”
“호스트빠 가는 거야. 가서 열심히 일해서 내 돈 갚으라고. 알았지?”
모든 게 어리둥절했지만, 그 당시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할 뿐이었다. 심지어 그들이 나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나는 작은 반항을 할 수 있을 뿐, 그 상황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처지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게 됐다. 빚 때문에, 타인의 의지로, 구체적인 목적지가 어딘지도 모른 채 나는 그냥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래간만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그간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내내 가슴은 무언가로 꽉 막힌 듯 먹먹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두렵고 공포스러운 것인지는 정말로 몰랐었다. 그래도 비행기 안에서는 최소한 그런 심정은 아니었다. 도대체 내 인생은 왜 이렇게 됐을까. 어디서부터 잘못 풀려서 지금 이 지경까지 된 것일까.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지금 당장 급한 건 그들의 돈을 갚는 일이었다.

■ JAL에서 내려다 본 일본
그렇게 비행기는 1시간 40분 정도를 날아갔다. 내가 내린 곳은 일본 나리타 공항이었다. 외국이라고 해서 무척이나 낯설고 생경한 곳이라고 생각했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았다. 그저 한국과 비슷한 공기, 비슷한 외모의 사람들, 그리고 비슷한 건물들이 있을 뿐이었다.
개찰구를 빠져나가자 온통 혼돈스러웠다. 나는 나를 데리러 온 사람의 얼굴조차 모르는 것이었다. 어리둥절하게 있는데 한 아줌마가 나에게 다가왔다.
“김동이씨 되세요?”
“아, 네, 맞아요.”
그녀는 다른 말없이 일단 여권부터 달라고 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여권을 넘기자 그녀는 내가 여권을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자신이 챙겨 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것은 그녀가 대신 내 여권을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서 여권을 강탈해 간 것이었다. 여권이 없으면 한국으로 되돌아갈 수도 없고, 불법 체류를 해도 나를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물론 나중에 여권을 분실하면 해외에 있는 우리나라 영사관을 찾아가면 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때는 정말이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다.
그녀는 그때부터 나에게 노골적으로 반말을 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처음이지?” “나이가 몇 살이야?”등의 질문을 했다. 특히 내가 25살이라고 하자 그녀는 “딱 좋은 나이네!”라며 웃었다. 도대체 뭐가 딱 좋은 나이라는 걸까. 다시 택시를 타고 1시간 정도를 가서 도착한 곳. 내 평생에서 가장 기억하기 싫은 일본의 지명, 바로 ‘지바’라는 곳이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 그녀는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듯한 말을 했다.
“동이씨, 월급은 20만 엔이고, 그 중에서 숙소비가 3만 엔, 부식비가 2만 엔이야, 그리고 도항은 한 달에 총 5번은 해야 하는데, 한번 못할 때마다 벌금이 있으니까 열심히 해라. 그래서 빨리 빚 갚아야지.”
당시 나는 엔화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그때까지 일본 돈은 구경도 못했으니 엔이 얼마를 의미하는지 알 리가 없었다. 거기다가 부식비나 숙소비는 알아듣는다 해도 ‘도항’이라는 것이 뭔지도 몰랐다.
드디어 지바라는 낯선 도시에 내렸다. 분위기는 처음 공항에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어투는 늘 반말에다 명령조, 그리고 거기다가 약간의 신경질까지 섞여 있었다. ‘내려’ ‘따라와’ ‘들어가’ ‘올라와’ … 늘 이런 식의 말 뿐이었다.
택시에서 내린 후 간 곳은 한 허름한 주택이었다. 위로 올라가니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했다.
“야이 새끼들아, 청소 좀 하고 살아라. 이게 집이야? 쓰레기통이지!”
누군가가 그녀에게 ‘사쪼, 오셨어요?’라고 했다. 나는 처음에 그녀의 이름이 사쪼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사쪼는 우리나라 말로 ‘사장’이라는 뜻이었다. 그곳에는 줄잡아 7~8명 정도의 내 또래의 남자들이 기숙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마마’라는 사람도 있었다. 사쪼가 나를 가리키며 마마에게 이야기했다.
“얘, 샤워시키고 옷 사 입히고 교육 잘 시켜가지고 가게로 데리고 와. 너희들도 시간 늦지 말고 가게로 오고.”
그때서야 나는 병구가 했던 말이 생각이 났다. 내가 은영씨, 명자씨와 헤어진 뒤에 만난 병구가 간다고 했던 ‘일본에 있는 한국 호스트빠’가 바로 이런 곳이었구나. 나는 걱정부터 앞섰다. 과연 내가 이곳에서 잘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 일해서 그 엄청난 돈을 다 갚을 수는 있을까. 그때 마마라는 사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이름이 뭐냐?”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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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