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안철수 플랜B

또 철수…일단 피하고 보자?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승승장구하던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위기에 봉착했다. 기존 정치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며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정치권에서는 ‘철수 정치’라는 비아냥도 들려온다. 2선으로 물러난 그의 다음 계획은 과연 무엇일까?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지난달 29일, 선거 비용 리베이트 수수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했다. 지난 2월2일 국민의당 창당과 함께 당 공동대표로 선출된 지 149일 만이다.

국면탈출 위한
승부수 던졌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는 책임지는 것이다. 이번 일에 관한 정치적 책임은 전적으로 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언론에 홍보 리베이트 관련 의혹이 보도된 지 20일 만의 일이다.

국민의당의 계파 수장이자, 최대주주인 안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라는 초강수를 뒀다. 이번 사퇴는 지난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시절 7·30 재보선에서 패하자 “선거 결과는 대표들의 책임”이라며 물러난 데 이어 두 번째다. 그는 리베이트 사태가 처음 불거졌을 때 초기대응 실패라는 비판에 시달렸다.

사건 발생 초기 국민의당은 중앙선관위가 지난 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사무부총장을 검찰에 고발하자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안 전 대표도 9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고받았다”며 당 자체 조사를 신뢰했다. 하지만 추가 의혹이 보도되자 안 전 대표는 다음 날인 10일 “사실관계를 적극적으로, 객관적으로 확인하겠다”고 첫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후 4차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민심은 싸늘했다. 안 전 대표의 고정적 지지층으로 불리는 10%대 지지율이 흔들렸다.

상황은 지난달 27일 이후 급박하게 흘러갔다. 같은 날 리베이트 수수 의혹 혐의로 박선숙 의원이 검찰에 소환되고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다음날 안 전 대표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달 29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사퇴 의사를 피력했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만류했고 특히 국회부의장인 박주선 최고위원은 “당헌·당규대로 해야 한다. 지금 수습이 목적이지 현실도피를 해선 안 된다”며 “지금 안 대표가 책임져서 당이 수습이 되겠느냐”라고 반대했다.
 

그러나 안 전 대표는 이번 사태와 대표직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결국 천정배 공동대표와 함께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국민의당은 안 전 대표 사퇴 이후 긴급 최고위 회의를 열고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와 협의한 뒤 의결 절차를 거쳐 비대위를 구성할 예정이다. 비대위가 구성되면 최고위는 해산된다. 일련의 사태를 두고 박 원내대표는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당헌·당규 이상의 정치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의원총회에서) 그분들이 스스로 참석 안 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비대위원장 임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원내대표도 세 번째, 비대위원장도 세 번째”라며 “새로운 비대위원 그리고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 등과 함께 튼튼한 원내 중심의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전당대회를 위한 조직강화특별위원회도 흔들림 없이 일하도록 하겠다. 기강도 확실히 잡겠다. 신생 정당이기 때문에 3배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해 위기에 처한 당의 쇄신을 강조했다.

현실 도피?
지지율 반등


안 전 대표의 사퇴 결심 배경에는 그가 리베이트 사건 연루자 출당 등 강한 징계를 요구했음에도 의원총회에서 수용되지 않아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점이 거론된다. 또한 사퇴가 더욱 악화돼 결국 이반된 호남민심에 떠밀려 자리에서 내려오는 그림이 그려지면 향후 대권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건이 측근 비리로 확대될 경우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위기 때마다 등장한 ‘철수 정치’가 재현된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안 대표 측은 “어떤 대응책을 내놓아도 여론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 대표의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며 “내놓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내놓고 백의종군하겠다는 것이 어떻게 철수 정치냐”고 반문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대표의 사퇴를 두고 ‘리베이트 의혹’ 국면 탈출을 위한 승부수에 가깝다고 평하기도 한다. 앞서 국민의당은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해 당헌·당규대로 검찰이 기소하면 당원권을 정지키로 결정했지만 비상한 상황에 걸맞은 특단의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았다. 국민의당이 사법적 판단에 앞서 선제적으로 정치적 책임을 짐으로써 국면 전환계기를 만든 것이다.
 

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의 이번 결정을 두고 “안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2일 창당대회 대표 수락 연설에서 온몸을 던져 정치 부패, 가짜 정치 등 우리 정치를 지배해 온 낡은 관행과 문화를 완전히 퇴출시키고 정치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당 관계자는 “부패 문제를 외면한 채 새로운 정치를 실천할 수 없는 데다 선거 과정에서 일어난 것(리베이트 의혹)도 대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베이트 의혹 확산…결국 사퇴 표명
안철수표 초강수…지지율 반등 효과

리베이트 사태로 줄곧 곤두박질쳤던 지지율은 안 전 대표 사퇴 이후 반등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지역에서 더민주를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 지지도는 지난 조사 대비 0.8% 오른 16.3%로 집계돼 최근 한 달간 이어진 하락세를 극복했다.

리베이트 의혹에 여론의 뭇매를 맞을 시기에는 총선 직후 최저 지지율인 15.5%를 기록하기도 했다. 안 대표의 대권 지지율도 소폭 상승해 지난 조사때 보다 1.3% 오른 12.8%를 기록했다. 단순 지지율만 놓고 봤을 때 사퇴카드가 효과를 발휘한 셈이다.

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의 행보는 대표직을 유지할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사퇴의사를 밝힌 후 “평의원으로서 국민을 위해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난 안 전 대표가 당분간 당 행사 참석 및 의정활동을 중단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퇴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열린 당 정책역량강화워크숍에 참석해 “공부하는 국민의당을 만들기 위한 아주 중요한 전통이다. 그런 전통을 이어가자는 뜻에서 참석했다”고 말해 우려를 불식시켰다. 안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기존과 별반 다르지 않는 정치행보를 보임으로써 정책 정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정책역량강화워크숍은 지난 5∼6월에 걸쳐 제20대 국회 당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다. 정책역량 강화, 정책정당으로서 당의 이미지 강화, 제20대 국회 핵심 정책의제 개발 및 추진 목적 등으로 진행됐다. 정쟁이 아닌 정책을 강조한 안 전 대표의 철학이 담긴 프로그램으로 알려진다.

손학규 러브콜
전화위복 계기

당초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파문이 일기 전 국회부의장과 핵심 상임위 2개를 확보함으로써 들뜬 분위기를 숨기지 못했다. 더불어 ‘새판짜기’를 언급하며 야권정계개편의 핵으로 부상한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에 러브콜을 보내면서 사실상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 플랜에 돌입했었다.


그러나 국민의당 리베이트 파문이 지지층 민심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안 전 대표의 대권행보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일각에서는 안 전 대표가 적기에 물러났기 때문에 대권행보에 박차를 가할 길을 닦았다고 평하기도 한다. ‘새정치’ 이미지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지만, 정치권의 예상과 달리 대표직을 던진 것은 기성 정치와의 차이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전 대표가 대권 행보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 대표 측 관계자는 “우선 안 전 대표가 ‘일하는 국회’와 교육혁명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이를 구현하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해 대외활동을 서서히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이번 선택이 홍보비 파동을 통해 남긴 부정적인 인식을 만회할지 단언할 수 없지만,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된 대응을 통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안 전 대표의 색깔과 일치된 목소리를 내놓았던 국민의당이 개헌론 등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불일치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속 손학규에 러브콜 “함께하자”
7∼8월 전국투어…대권행보 본격화

안 전 대표의 사퇴 이후 박 원내대표는 더민주 손학규 전 고문에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내면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강진 토굴에 계신 손 전 고문 같은 분들이 우리 당으로 들어와 활동도 하고 안 전 대표와 경쟁을 하는 구도가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전 고문을 안 전 대표의 대선 러닝메이트로 만들어 대선 경선 흥행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총선 이후 수차례 손 전 고문에게 국민의당에 합류할 것을 제안했고 목포에서 만났다. 하지만 아직 손 전 고문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더민주에는 문재인 전 대표라는 대주주가 있는 만큼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에 합류해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것이다.


사퇴한 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실질적 리더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치켜 세웠다. 이어 “안 전 대표가 당을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다”라며 “안 전 대표가 목표로 하던 대권가도를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일을 할 때 아무래도 당의 조직을 이용해 활동할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당장 대표직에서 내려온 안 전 대표의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과거 대표로서의 활동과 앞으로 평의원으로서의 목표는 행보는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의 구성이나 당의 의사결정에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운 만큼 민심다지기 행보에 나선 다는 생각이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은 지난달 30일 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브리핑을 열고 “당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주축이 돼서 7∼8월 전국 투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변인은 당의 얼굴로 안철수·천정배 전 공동대표를 꼽았다.

이번 투어는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돌아선 민심을 돌려세우는 한편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한 당의 조직을 정비하기 위해 진행된다. 국민의당은 전국 각지를 순회하며 간담회를 열어 민심을 청취하고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민심 다지기
칩거는 ‘NO’

국민의당에서는 안 전 대표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나서서 홍보를 하면 당원 모집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최근 진행되는 지역위원장 선정 등 조직 정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안 전 대표로선 손해 볼 게 없다”며 “당대표직을 유지했으면 수사에서 뭐가 나올 때마다 계속 욕을 먹었을 텐데 이제부턴 '할 일은 다 했다'고 할 수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 어디서 뭐하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이른 시일 내 정계에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광주세계웹콘텐츠페스티벌 개막식에서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손 전 고문에게 “서울은 언제 올라오실 거냐”고 물었다. 이에 손 전 고문은 “이제 올라가야죠”라고 답했다. 2년여의 전남 강진 칩거생활을 접고 상경해 본격적으로 정계 복귀할 것을 시사했다.

그는 꾸준히 당 안팎으로부터 정계복귀 요청을 받아왔지만 응하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4·13 총선 직전 김 대표로부터 총선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 받았지만 거부했다. 이후 ‘새판짜기’를 거론하면서 제56주년 ‘4·19혁명’ 기념식, 5월 말 방일 일정을 마치고 돌아왔다. 오는 8월에는 ‘대한민국 대개조’에 대한 자신의 구상을 담은 저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손 전 고문의 최측근은 “정치는 생물인지라 하루하루가 바뀌긴 하지만, 손 전 고문의 정치복귀·재개 가능성이 상당히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훈>
 

<기사 속 기사> 정동영은 언제 등판?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사퇴로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경제적 약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정치’를 위한 직접시공제 도입과 일자리정책 주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17대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를 지낸 정 의원은 그 동안 여의도와 거리를 유지했다. 리베이트 파문에 뚜렷한입장을 밝히지도 않았다.

당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호남 의원들 일부는 벌써부터 ‘정동영 역할론’을 꺼내들고 있다. 정 의원의 역할론이 힘을 받는 이유는 과거 대권주자로써 가지는 정치력과 4·13 총선 리베이트 의혹에 자유로운 도덕성 때문이다. 특히 전북 정치권에서는 국민의당 구도를 언급하면서 정 의원의 등장이 전북, 전남·광주의 지역갈등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북 정치권의 한 인사는 “당 이미지를 바꾸지 않고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담대한 진보와 공정한 분배라는 정 의원 정치철학이 지지율 회복의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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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