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정치인 잔혹사

돈 주고 배지 달려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리베이트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의원과 마찬가지로 18대 양정례, 19대 김재연 전 의원 등 비례대표 출신의 여성정치인들도 국회 개원과 동시에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바 있다. 구설수에 오른 젊은 여성정치인들의 과거 행적을 <일요시가>가 낱낱이 파헤쳐봤다.

국민의당 김수민 의원이 4·13총선 때 당 선거대책위 홍보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선거 관련 업체로부터 2억원대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고발돼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는 지난 9일, 선거공보 제작업체 A사, TV광고 대행업체 B사 등 6곳을 압수수색해 회계장부와 전산자료 등을 확보했다.

각종 의혹, 소문…

A사 대표는 총선 때 김 의원이 운영하는 '브랜드호텔'을 통해 국민의당 선거 물량을 따낸 뒤 허위계약서를 꾸며 브랜드호텔에 1억1000만원의 뒷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B사도 마찬가지로 브랜드호텔에 6820만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자사명의 체크카드를 발급해주는 수법으로 국민의당 당직자에게 60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리베이트의 중심에는 김 의원이 대표로 재직한 브랜드호텔이 있다. 김 의원은 “당 법률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다음 기회에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청년·여성 몫 비례대표 후보로 상위 순번인 7번을 받아 20대 국회 최연소 의원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배경을 두고 금수저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김 의원의 부친은 새누리당 충북도당 부위원장인 김현배씨로 알려진다.


김씨는 (주)도시개발 대표이사로 새누리당 전신인 민주자유당서 비례대표(14대 국회)를 지낸 경력이 있다. 김 의원은 청주대학교를 운영하는 청석학원 설립자의 증손녀로 알려져 있다.

김 의원이 비례후보 7번을 공천 받았을 때 당 일각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 “김 의원은 사회적 약자를 고용하지도 않았고 흙수저도 아니다” “청년을 대표할 자질도 보이지 않는다” 등 반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김 의원은 영입 인사라는 이유로 비례공천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는 데도 불구하고 공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내 주요 인사들은 ‘정치관행’이라는 항변을 내놓으면서 의혹을 증폭시켰다. 특히 국민의당은 이번 사태가 공천 의혹으로 확산되는 데 부담을 느낀 듯 공천 의혹에 대해서는 진상조사 대상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김 의원 파문을 두고 한 현역 의원은 “과거 양정례 의원 공천헌금 사건도 있어 검증된 인물로만 비례대표를 뽑자고 주장했는데 결국 사단이 났다”고 성토키도 했다. 김 의원의 리베이트 및 공천과정 의혹은 18대 국회 당시 친박연대 양정례 전 의원을 떠올리게 한다. 2008년 당시 양 전 의원은 친박연대 비례대표 1번, 최연소 여성 당선자, 이색적인 외모 등으로 화제가 됐다.

하지만 당선 직후 학력 부풀리기와 공천과정 의혹이 불거졌다. 친박연대의 비례대표 신청자 명단에는 양 당선자의 학력이 연세대학교 졸업으로 기재돼 있으나 그는 안양대를 다닌 것으로 밝혀졌다.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여성회장과 새시대새물결 여성청년 간사 경력 사실 여부도 구설수에 올랐다. 재산누락도 문제가 됐는데 2008년 당시 그의 부동산 재산은 3억원 상당의 다가구주택을 비롯해 토지 1건, 건물 8건 등 모두 29억원이 넘었다. 그러나 후보 시절인 2008년 3월 선관위에 본인 부동산으로 토지 4건, 16억원만 신고해 13억원을 누락시켰다.

김 의원과 양 전 의원의 또 다른 공통점은 바로 금수저라는 것. 양 전 의원의 모친이 건풍건설의 대표이사이자 서울시의원, 자유민주연합 당무위원을 지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돈 많은 ‘어머니의 후광’으로 비례1번을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결정적으로 공천과정에서 친박연대에 특별당비 15억원을 건네고 비례대표직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2009년 5월 의원직을 상실했다.


20대 국회에 논란의 중심에 선 젊은 여성정치인이 김수민 의원이었다면 19대에는 통합진보당의 김재연 전 의원이 있다. 김 전 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선출 프로젝트인 위대한 진출에 참가했다.

위대한 진출은 통합진보당에서 모집한 10만 명의 2030세대 선거인단이 온라인투표로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행사다. 경선 결과 김 전 의원은 46.46%의 득표율로 비례후보가 됐다.
 

19대 총선 이후인 2012년 5월4일 통합진보당 진상조사위원회는 비례대표경선이 총체적 부실, 부정이었다고 밝혔다. 당 전국위원회는 대표단 총사퇴와 김 전 의원을 포함한 비례대표후보 14명의 전원 사퇴 권고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그는 “청년비례선거는 100% 온라인선거로 치러졌다”며 “문제투성이 진상조사보고서를 근거로 청년비례 사퇴를 권고한 전국위원회 결정은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각종 의혹의 김수민-양정례 평행이론?
말많고 탈많은 ‘금수저’ 청년비례대표

당 최고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도 사퇴권고안을 통과시켰지만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신분을 국회에 등록했다. 그는 “상황에 떠밀려서 사퇴를 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 같지만 내일, 그 다음은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의원직을 고수했다. 김 전 의원은 당기위원회에 의해 최종 출당조치 됐다.

하지만 정당법상 국회의원의 출당은 당 소속 국회의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최종 의결해야 하기 때문에 당적은 유지됐다. 이후 2년여간 의원직을 지켜온 김 전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및 소속 국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결정하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당시 재판부는 “해산되는 위헌정당 소속 국회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할 경우, 위헌적인 정치이념을 실현하려는 활동을 허용해 실질적으로 해산정당이 계속 존속하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라며 “해산정당의 국회의원직을 상실시키지 않는다면 정당해산제도가 가지는 헌법수호와 방어적 민주주의 이념·원리에 어긋나 정당해산 결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비록 낙선됐지만 총선 과정에서 각종 논란에 휩싸인 여성정치인들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청년비례대표 예비후보 최유진 당 뉴파티위원회 소통기획단장은 지난 3월16일 후보직을 사퇴했다. 최 예비후보는 당 공천관리위원회 관계자가 의정활동계획서 작성을 첨삭해주는 등 노골적으로 심사 준비를 도와줬고, 국민의당 창당발기인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최 예비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와 관련된 모든 논란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며 “책임을 회피할 생각이 없으며 청년 비례대표후보 자격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그도 금수저 논란은 피해가지 못했다. 최 예비후보의 아버지는 최병모 전 판사로 더미래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다.

최 예비후보는 “금수저, 외압, 뒷배경 등의 단어로 칠십 평생 지켜 오신 아버지의 명예를 딸인 제가 한 순간에 허물어뜨린 것 같아 죽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적절치 않다”

최근 김수민 의원 등으로 문제가 불거진 청년비례대표제를 두고 국민의당 이상돈 의원은 “30대 청년들이 정치권에 들어오는 게 적절치 않다”며 “어떻게 보면 인생은 긴 과정인데 30대가 되면 자기 분야에서 일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권에서 괜히 청년 표를 얻기 위해서 청년비례가 유행이 됐는데 개인적으로 저는 그렇게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그건 보는 사람 관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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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