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키맨 손학규 쟁탈전

‘손 잡아라!’ 피 튀기는 구애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정계개편 핵으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구애가 뜨겁다. 각 당의 이해관계 속에 손 전 고문의 고민도 깊어졌다. 손 전 고문이 확실한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를 둘러싼 쟁탈전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국민의당으로 입당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4일 “어젯밤 목포 이난영 가요제 관람 후 손 전 대표 지지자 30명과 막걸리를 마시고, 둘이서 호텔 커피숍에서 약 50분간 대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국민의당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손 전 대표는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더민주 당적을 유지하느냐는 저의 물음에 '그렇다'고 했다”며 “그러나 손 전 대표는 향후 자신의 문제에 고민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저는 느꼈다”고 적었다.

양당 러브콜
어디로 가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손 전 고문 러브콜 행렬에 동참했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손 전 고문을 향해 “우리 사회는 정치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능력을 가진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안 대표는 한 언론사의 ‘손학규 전 고문을 왜 영입하려고 하나’라는 질문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양극단이 정치 변화를 막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진보, 보수, 중도 후보들, 영남, 수도권, 호남 후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그런 플랫폼 정당이 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게 진심”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영입을 통해 외연확장을 노린다는 생각이다. 손 전 고문은 2007년 새누리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행정경험도 풍부하다. 이후 보수진영의 대권주자에서 진보진영의 대권주자까지 경험했다.

이러한 정치적 이력을 바탕으로 손 전 고문은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는 중도노선의 리더가 됐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군 토굴에서 칩거했으나 지난달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판짜기’를 언급하면서 정계 복귀를 언급했다.

지난달 19일 일본 게이오대 특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새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또 진정한 노력을 담아내는 새판이 짜여져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정계복귀를 시사하고 있다. 그는 오는 9월을 기점으로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의당 저돌적 대시 “제발 와달라”
더민주 복잡한 셈법 “의사표시 좀요”

국민의당이 유독 손 전 고문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대구·경북(TK) 연합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중도층이 반 총장 지지로 이동하면서 국민의당도 대응 전략이 절실해진 상태다. 국민의당은 손 전 고문을 영입함으로써 중도층의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처럼 손 전 고문이 합류한다면 외연확장과 내년 대선 경선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려볼 수도 있다. 또한 국민의당은 실질적 대주주 안철수 대표라는 확실한 대선 주자가 있다. 하지만 안 대표 혼자서 1년6개월여 남은 대선 정국을 끌고 가면서 대선 경선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손 고문의 합류는 대선 경선 흥행과 대선 러닝메이트를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국민의당 내에선 ‘대선주자 결정 과정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필패(必敗)’라는 우려가 적잖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국민의당이 손 전 대표 영입에 성공하면 차기 대선 후보 경선이나 당 대표 경선에도 선택지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현재 국민의당 의석은 안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호남에 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이 수도권에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단순 흥행용?
거룩한 계륵?

국민의당이 손 전 고문 러브콜을 보낸 데 이어 더민주에서는 친 손학규계를 중심으로 한 복귀 시도 움직임이 포착됐다. 더민주 이찬열 의원은 지난달 30일 일명 ‘칼퇴근법’을 발의하면서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저울질했다.

이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칼퇴근법’은 손 전 고문이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사용한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과 연관이 있다. 이 의원 측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손 전 고문의 뜻을 받드는 것이자 다시 정계로 돌아올 그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손 전 고문의 더민주 복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민주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손 전 고문에 대해 “손 전 고문이 정치를 정면에서 할 것인지, 정말 은퇴를 할 것인지 정리가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진에서 많이 칩거하시면서 생각도 많이 했고 또 고민도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지금은 저희 당 소속으로 되어 있지 않나. 모호하게 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 전 고문이 제4지대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 총무본부장은 “더민주에 오는 게 더 좋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더민주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은 손 전 고문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에 대해 “와서 나쁠 건 없지만, 오지 않더라도 그분들이 잘 해주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민주 입장에서 손 전 대표가 다시 들어오는게 좋다고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분(손 전 고문)은 정계복귀를 안 했으니까 아직 거론하기 이르다고 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더민주 당 내에서는 손 전 고문의 당내 복귀를 바라면서도 손 전 고문이 확실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전혀 다른 길 선택?
정-손 연대설 솔솔∼

하지만 정작 그가 어느 쪽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세력 구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당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화답해 합류하게 되면 더민주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수 있다. 손 전 고문이 수도권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민주 내 수도권 지지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손 전 고문이 친노·친문세력에 떠밀려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그림이 그려질 경우 친노패권주의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더민주 입장에서 손 전 고문이 더민주로 복귀할 경우에 대한 걱정도 있다. 대권 주자로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손 전 고문이 비노 및 비주류를 대표해 대권에 도전한다면 주류 세력인 친노·친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대권 후보군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손 전 고문까지 대결 양상을 펼친다면 대선 경선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친노·친문 세력에 칼을 겨눌 수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도 더민주 주류에게는 부담을 다가온다. 박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 영입 의지를 밝히면서 “더민주는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로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 야권 인사는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갈 경우 더민주를 흔들고 압박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화-손학규
‘제4세력화’

야권이 구애를 받고 있는 손 전 고문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설이 떠올랐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퇴임하면서 ‘제4세력화’에 나섰다. 정 전 국회의장은 손 전 고문이 추천사를 쓴 김택환 교수의 <21세기 대학민국 국부론>이란 책을 19·20대 의원 전원에게 선물했다.

최근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텐트론’을 제시했던 정 전 의장과 손 전 고문이 결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정 전 의장은 “손 전 고문이 추천사를 썼다는 걸 몰랐다”며 “의장 직속 국회 미래전략자문위원이었던 김 전 교수가 좋은 책을 썼다기에 미래전략자문 결과보고서를 보내면서 같이 보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둘의 연대설이 제기 된 이유는 ‘개헌론’이라는 교집합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개헌논의를 제안했다. 손 전 고문은 내년 대선의 화두를 개헌론으로 제시하면서 개헌론을 통한 새판짜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손 전 대표는 "지난 국회에서도 이원집정제나 내각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았지만, 앞으로 권력구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해질 것"이라며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에 대한 각자의 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향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당장 ‘제4세력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손 전 고문이 정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는 없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과의 목포 회동과 관련해 지난 6일 “(손 전 고문이)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함께 하지 않는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싱크탱크와 손 전 대표의 새판짜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어차피 이제 정권 재창출, 혹은 정권 교체의 시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여러가지 문제제기나 토론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토론이 전 국민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활성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그렇게 주장하고 희망하는 대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 여기에 대해 가장 충실하고,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과 능력이 있는 세력을 제시하는 쪽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손 전 고문의 세력화에 대한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아직 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몸값 올리고
관망 한다?

최근 손 전 고문의 행보를 두고 더민주의 한 의원은 “정계개편론이 나올 때마다 ‘몸값’이 올라가는 손 전 고문 입장에선 조금 더 상황을 관망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 대권도전?

손학규는 1947년 생으로 교사로 근무하던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경기중·고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학생들과 함께 시청 앞 국회의사당에서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했다. 1965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 시위에 참여해 무기 정학을 받기도 했다. 훗날 복학 한 그는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 고 김근태 의원과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손학규는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이후 14대 총선 보궐 선거를 통해 경기도 광명시 국회의원이 됐다.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진보진영에 둥지를 틀고 제17대 대통령 선거 국민경선에 참여했지만 정동영 의원에게 낙선했다.

2008년에는 통합민주당의 18대 총선을 이끌었지만 299석 중 81석을 얻는 데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했다. 이후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는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시절이던 2012년 6월 14일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손학규는 문재인에 패해 대선주자가 되지 못했다. 2014년 7·30 수원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 패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