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키맨 손학규 쟁탈전

‘손 잡아라!’ 피 튀기는 구애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정계개편 핵으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구애가 뜨겁다. 각 당의 이해관계 속에 손 전 고문의 고민도 깊어졌다. 손 전 고문이 확실한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를 둘러싼 쟁탈전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국민의당으로 입당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4일 “어젯밤 목포 이난영 가요제 관람 후 손 전 대표 지지자 30명과 막걸리를 마시고, 둘이서 호텔 커피숍에서 약 50분간 대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국민의당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손 전 대표는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더민주 당적을 유지하느냐는 저의 물음에 '그렇다'고 했다”며 “그러나 손 전 대표는 향후 자신의 문제에 고민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저는 느꼈다”고 적었다.

양당 러브콜
어디로 가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손 전 고문 러브콜 행렬에 동참했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손 전 고문을 향해 “우리 사회는 정치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능력을 가진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안 대표는 한 언론사의 ‘손학규 전 고문을 왜 영입하려고 하나’라는 질문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양극단이 정치 변화를 막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진보, 보수, 중도 후보들, 영남, 수도권, 호남 후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그런 플랫폼 정당이 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게 진심”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영입을 통해 외연확장을 노린다는 생각이다. 손 전 고문은 2007년 새누리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행정경험도 풍부하다. 이후 보수진영의 대권주자에서 진보진영의 대권주자까지 경험했다.

이러한 정치적 이력을 바탕으로 손 전 고문은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는 중도노선의 리더가 됐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군 토굴에서 칩거했으나 지난달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판짜기’를 언급하면서 정계 복귀를 언급했다.

지난달 19일 일본 게이오대 특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새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또 진정한 노력을 담아내는 새판이 짜여져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정계복귀를 시사하고 있다. 그는 오는 9월을 기점으로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의당 저돌적 대시 “제발 와달라”
더민주 복잡한 셈법 “의사표시 좀요”

국민의당이 유독 손 전 고문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대구·경북(TK) 연합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중도층이 반 총장 지지로 이동하면서 국민의당도 대응 전략이 절실해진 상태다. 국민의당은 손 전 고문을 영입함으로써 중도층의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처럼 손 전 고문이 합류한다면 외연확장과 내년 대선 경선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려볼 수도 있다. 또한 국민의당은 실질적 대주주 안철수 대표라는 확실한 대선 주자가 있다. 하지만 안 대표 혼자서 1년6개월여 남은 대선 정국을 끌고 가면서 대선 경선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손 고문의 합류는 대선 경선 흥행과 대선 러닝메이트를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국민의당 내에선 ‘대선주자 결정 과정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필패(必敗)’라는 우려가 적잖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국민의당이 손 전 대표 영입에 성공하면 차기 대선 후보 경선이나 당 대표 경선에도 선택지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현재 국민의당 의석은 안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호남에 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이 수도권에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단순 흥행용?
거룩한 계륵?

국민의당이 손 전 고문 러브콜을 보낸 데 이어 더민주에서는 친 손학규계를 중심으로 한 복귀 시도 움직임이 포착됐다. 더민주 이찬열 의원은 지난달 30일 일명 ‘칼퇴근법’을 발의하면서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저울질했다.

이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칼퇴근법’은 손 전 고문이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사용한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과 연관이 있다. 이 의원 측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손 전 고문의 뜻을 받드는 것이자 다시 정계로 돌아올 그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손 전 고문의 더민주 복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민주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손 전 고문에 대해 “손 전 고문이 정치를 정면에서 할 것인지, 정말 은퇴를 할 것인지 정리가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진에서 많이 칩거하시면서 생각도 많이 했고 또 고민도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지금은 저희 당 소속으로 되어 있지 않나. 모호하게 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 전 고문이 제4지대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 총무본부장은 “더민주에 오는 게 더 좋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더민주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은 손 전 고문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에 대해 “와서 나쁠 건 없지만, 오지 않더라도 그분들이 잘 해주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민주 입장에서 손 전 대표가 다시 들어오는게 좋다고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분(손 전 고문)은 정계복귀를 안 했으니까 아직 거론하기 이르다고 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더민주 당 내에서는 손 전 고문의 당내 복귀를 바라면서도 손 전 고문이 확실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전혀 다른 길 선택?
정-손 연대설 솔솔∼

하지만 정작 그가 어느 쪽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세력 구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당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화답해 합류하게 되면 더민주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수 있다. 손 전 고문이 수도권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민주 내 수도권 지지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손 전 고문이 친노·친문세력에 떠밀려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그림이 그려질 경우 친노패권주의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더민주 입장에서 손 전 고문이 더민주로 복귀할 경우에 대한 걱정도 있다. 대권 주자로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손 전 고문이 비노 및 비주류를 대표해 대권에 도전한다면 주류 세력인 친노·친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대권 후보군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손 전 고문까지 대결 양상을 펼친다면 대선 경선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친노·친문 세력에 칼을 겨눌 수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도 더민주 주류에게는 부담을 다가온다. 박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 영입 의지를 밝히면서 “더민주는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로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 야권 인사는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갈 경우 더민주를 흔들고 압박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화-손학규
‘제4세력화’

야권이 구애를 받고 있는 손 전 고문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설이 떠올랐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퇴임하면서 ‘제4세력화’에 나섰다. 정 전 국회의장은 손 전 고문이 추천사를 쓴 김택환 교수의 <21세기 대학민국 국부론>이란 책을 19·20대 의원 전원에게 선물했다.

최근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텐트론’을 제시했던 정 전 의장과 손 전 고문이 결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정 전 의장은 “손 전 고문이 추천사를 썼다는 걸 몰랐다”며 “의장 직속 국회 미래전략자문위원이었던 김 전 교수가 좋은 책을 썼다기에 미래전략자문 결과보고서를 보내면서 같이 보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둘의 연대설이 제기 된 이유는 ‘개헌론’이라는 교집합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개헌논의를 제안했다. 손 전 고문은 내년 대선의 화두를 개헌론으로 제시하면서 개헌론을 통한 새판짜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손 전 대표는 "지난 국회에서도 이원집정제나 내각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았지만, 앞으로 권력구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해질 것"이라며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에 대한 각자의 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향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당장 ‘제4세력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손 전 고문이 정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는 없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과의 목포 회동과 관련해 지난 6일 “(손 전 고문이)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함께 하지 않는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싱크탱크와 손 전 대표의 새판짜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어차피 이제 정권 재창출, 혹은 정권 교체의 시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여러가지 문제제기나 토론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토론이 전 국민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활성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그렇게 주장하고 희망하는 대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 여기에 대해 가장 충실하고,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과 능력이 있는 세력을 제시하는 쪽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손 전 고문의 세력화에 대한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아직 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몸값 올리고
관망 한다?

최근 손 전 고문의 행보를 두고 더민주의 한 의원은 “정계개편론이 나올 때마다 ‘몸값’이 올라가는 손 전 고문 입장에선 조금 더 상황을 관망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 대권도전?

손학규는 1947년 생으로 교사로 근무하던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경기중·고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학생들과 함께 시청 앞 국회의사당에서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했다. 1965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 시위에 참여해 무기 정학을 받기도 했다. 훗날 복학 한 그는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 고 김근태 의원과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손학규는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이후 14대 총선 보궐 선거를 통해 경기도 광명시 국회의원이 됐다.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진보진영에 둥지를 틀고 제17대 대통령 선거 국민경선에 참여했지만 정동영 의원에게 낙선했다.

2008년에는 통합민주당의 18대 총선을 이끌었지만 299석 중 81석을 얻는 데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했다. 이후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는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시절이던 2012년 6월 14일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손학규는 문재인에 패해 대선주자가 되지 못했다. 2014년 7·30 수원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 패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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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