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 키맨 손학규 쟁탈전

‘손 잡아라!’ 피 튀기는 구애작전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야권의 정계개편 핵으로 떠오른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고문에 대한 구애가 뜨겁다. 각 당의 이해관계 속에 손 전 고문의 고민도 깊어졌다. 손 전 고문이 확실한 의사를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발걸음이 향하는 곳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를 둘러싼 쟁탈전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상임고문에게 국민의당으로 입당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4일 “어젯밤 목포 이난영 가요제 관람 후 손 전 대표 지지자 30명과 막걸리를 마시고, 둘이서 호텔 커피숍에서 약 50분간 대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국민의당에서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손 전 대표는 소이부답(笑而不答·웃기만 할 뿐 대답하지 않았다). 더민주 당적을 유지하느냐는 저의 물음에 '그렇다'고 했다”며 “그러나 손 전 대표는 향후 자신의 문제에 고민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저는 느꼈다”고 적었다.

양당 러브콜
어디로 가나?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도 손 전 고문 러브콜 행렬에 동참했다. 안 대표는 지난 7일 손 전 고문을 향해 “우리 사회는 정치 변화가 필요하고, 그런 능력을 가진 분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러브콜을 보냈다.

안 대표는 한 언론사의 ‘손학규 전 고문을 왜 영입하려고 하나’라는 질문에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양극단이 정치 변화를 막고 있다”며 “국민의당은 진보, 보수, 중도 후보들, 영남, 수도권, 호남 후보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그런 플랫폼 정당이 되겠다고 이미 말씀드렸고 그게 진심”이라고 말했다.

손 전 고문 영입을 통해 외연확장을 노린다는 생각이다. 손 전 고문은 2007년 새누리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을 창당했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경기도지사를 역임하면서 행정경험도 풍부하다. 이후 보수진영의 대권주자에서 진보진영의 대권주자까지 경험했다.

이러한 정치적 이력을 바탕으로 손 전 고문은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는 중도노선의 리더가 됐다. 손 전 고문은 2014년 7·30재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군 토굴에서 칩거했으나 지난달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차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판짜기’를 언급하면서 정계 복귀를 언급했다.

지난달 19일 일본 게이오대 특강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새그릇을 만들기 위한 정치권의 각성과 헌신, 또 진정한 노력을 담아내는 새판이 짜여져야 한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정계복귀를 시사하고 있다. 그는 오는 9월을 기점으로 정계복귀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민의당 저돌적 대시 “제발 와달라”
더민주 복잡한 셈법 “의사표시 좀요”

국민의당이 유독 손 전 고문의 영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최근 반 총장을 중심으로 한 ‘충청+대구·경북(TK) 연합 시나리오’가 부상하고, 중도층이 반 총장 지지로 이동하면서 국민의당도 대응 전략이 절실해진 상태다. 국민의당은 손 전 고문을 영입함으로써 중도층의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이처럼 손 전 고문이 합류한다면 외연확장과 내년 대선 경선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려볼 수도 있다. 또한 국민의당은 실질적 대주주 안철수 대표라는 확실한 대선 주자가 있다. 하지만 안 대표 혼자서 1년6개월여 남은 대선 정국을 끌고 가면서 대선 경선 흥행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손 고문의 합류는 대선 경선 흥행과 대선 러닝메이트를 얻게 되는 효과가 있다.

현재 국민의당 내에선 ‘대선주자 결정 과정에서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필패(必敗)’라는 우려가 적잖다. 박성민 민컨설팅 대표는 “국민의당이 손 전 대표 영입에 성공하면 차기 대선 후보 경선이나 당 대표 경선에도 선택지가 많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현재 국민의당 의석은 안 대표를 제외하고는 모두 호남에 있기 때문에 손 전 고문이 수도권에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는 점 또한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단순 흥행용?
거룩한 계륵?

국민의당이 손 전 고문 러브콜을 보낸 데 이어 더민주에서는 친 손학규계를 중심으로 한 복귀 시도 움직임이 포착됐다. 더민주 이찬열 의원은 지난달 30일 일명 ‘칼퇴근법’을 발의하면서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를 저울질했다.

이 의원이 국회에 제출한 ‘칼퇴근법’은 손 전 고문이 지난 2012년 대선 경선 당시 사용한 슬로건 ‘저녁이 있는 삶’과 연관이 있다. 이 의원 측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녁이 있는 삶’이 한층 더 가까워질 것으로 보인다”며 “손 전 고문의 뜻을 받드는 것이자 다시 정계로 돌아올 그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했다.

손 전 고문의 더민주 복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더민주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지난달 26일 손 전 고문에 대해 “손 전 고문이 정치를 정면에서 할 것인지, 정말 은퇴를 할 것인지 정리가 필요할 때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강진에서 많이 칩거하시면서 생각도 많이 했고 또 고민도 많이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어쨌든 지금은 저희 당 소속으로 되어 있지 않나. 모호하게 하는 것은 좋은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손 전 고문이 제4지대로 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 총무본부장은 “더민주에 오는 게 더 좋다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더민주 김홍걸 전 국민통합위원장은 손 전 고문의 더민주 합류 가능성에 대해 “와서 나쁠 건 없지만, 오지 않더라도 그분들이 잘 해주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민주 입장에서 손 전 대표가 다시 들어오는게 좋다고 보느냐에 대한 질문에는 “그 분(손 전 고문)은 정계복귀를 안 했으니까 아직 거론하기 이르다고 본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처럼 더민주 당 내에서는 손 전 고문의 당내 복귀를 바라면서도 손 전 고문이 확실히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은 만큼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전혀 다른 길 선택?
정-손 연대설 솔솔∼

하지만 정작 그가 어느 쪽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세력 구도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우선 국민의당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화답해 합류하게 되면 더민주 입장에서는 난처해질 수 있다. 손 전 고문이 수도권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민주 내 수도권 지지층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또한 손 전 고문이 친노·친문세력에 떠밀려 국민의당에 합류하는 그림이 그려질 경우 친노패권주의가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오를 수도 있다.

더민주 입장에서 손 전 고문이 더민주로 복귀할 경우에 대한 걱정도 있다. 대권 주자로서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손 전 고문이 비노 및 비주류를 대표해 대권에 도전한다면 주류 세력인 친노·친문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게다가 더민주는 문재인 전 대표뿐만 아니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부겸 의원 등 대권 후보군이 대거 포진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손 전 고문까지 대결 양상을 펼친다면 대선 경선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친노·친문 세력에 칼을 겨눌 수도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도 더민주 주류에게는 부담을 다가온다. 박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 영입 의지를 밝히면서 “더민주는 사실상 문재인 전 대표로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해 왔다. 한 야권 인사는 “손 전 고문이 국민의당으로 갈 경우 더민주를 흔들고 압박하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화-손학규
‘제4세력화’

야권이 구애를 받고 있는 손 전 고문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설이 떠올랐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 퇴임하면서 ‘제4세력화’에 나섰다. 정 전 국회의장은 손 전 고문이 추천사를 쓴 김택환 교수의 <21세기 대학민국 국부론>이란 책을 19·20대 의원 전원에게 선물했다.

최근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텐트론’을 제시했던 정 전 의장과 손 전 고문이 결합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와 관심을 끌었다. 정 전 의장은 “손 전 고문이 추천사를 썼다는 걸 몰랐다”며 “의장 직속 국회 미래전략자문위원이었던 김 전 교수가 좋은 책을 썼다기에 미래전략자문 결과보고서를 보내면서 같이 보냈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 둘의 연대설이 제기 된 이유는 ‘개헌론’이라는 교집합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 전 국회의장은 지난달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개헌논의를 제안했다. 손 전 고문은 내년 대선의 화두를 개헌론으로 제시하면서 개헌론을 통한 새판짜기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손 전 대표는 "지난 국회에서도 이원집정제나 내각제를 지지하는 의원들이 많았지만, 앞으로 권력구조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상당히 활발해질 것"이라며 "대선 출마자들이 개헌에 대한 각자의 안을 공약으로 제시하고 다음 대통령이 취임해 개헌을 추진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구체적인 시기와 방향까지 언급했다. 하지만 당장 ‘제4세력화’는 어려울 전망이다.

손 전 고문이 정 전 국회의장과의 연대는 없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손 전 고문과의 목포 회동과 관련해 지난 6일 “(손 전 고문이)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함께 하지 않는다. 이것만은 확실하게 답변했다”고 주장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정의화 전 국회의장의 싱크탱크와 손 전 대표의 새판짜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원 지사는 <YTN 라디오>에 출연해 “어차피 이제 정권 재창출, 혹은 정권 교체의 시기를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여러가지 문제제기나 토론을 통해 국가적 차원의 토론이 전 국민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이야기가 활성화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신 그렇게 주장하고 희망하는 대로,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어떻게 될 지는 두고 봐야 하는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과 국민의 요구, 여기에 대해 가장 충실하고, 가장 가능성 있는 대안과 능력이 있는 세력을 제시하는 쪽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 지사는 손 전 고문의 세력화에 대한 가능성은 인정했지만 아직 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몸값 올리고
관망 한다?

최근 손 전 고문의 행보를 두고 더민주의 한 의원은 “정계개편론이 나올 때마다 ‘몸값’이 올라가는 손 전 고문 입장에선 조금 더 상황을 관망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손학규 대권도전?

손학규는 1947년 생으로 교사로 근무하던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경기중·고를 졸업한 그는 고등학교 3학년 시절 대학생들과 함께 시청 앞 국회의사당에서 한일협정 반대투쟁에 참가했다. 1965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후 사카린 밀수 사건 규탄 시위에 참여해 무기 정학을 받기도 했다. 훗날 복학 한 그는 전태일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 고 김근태 의원과 함께 서울대 삼총사로 불리며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손학규는 1993년 민주자유당에 입당해 정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 이후 14대 총선 보궐 선거를 통해 경기도 광명시 국회의원이 됐다.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 지사를 역임하면서 거물급 정치인으로 거듭났다. 한나라당을 탈당해 진보진영에 둥지를 틀고 제17대 대통령 선거 국민경선에 참여했지만 정동영 의원에게 낙선했다.

2008년에는 통합민주당의 18대 총선을 이끌었지만 299석 중 81석을 얻는 데 책임을 지고 사임하면서 강원도 춘천에서 칩거했다. 이후 정계에 복귀한 손학규는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시절이던 2012년 6월 14일 18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손학규는 문재인에 패해 대선주자가 되지 못했다. 2014년 7·30 수원 병 재보궐선거에 출마했지만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에 패해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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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