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식’ 예비군훈련 가보니…

놀러가는 훈련장 ‘많이 좋아졌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향토예비군이 창설된 지 올해로 48년을 맞이했다. 전시를 대비하는 예비군의 중요성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지난해 내곡동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예비군 훈련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요시사>는 말 많은 예비군 훈련 모습을 직접 살펴봤다.

올해로 6년차. 지난 7일 오전 7시 기자는 예비군 훈련을 위해 셔틀버스에 몸을 실었다. 훈련지는 일명 과림교장으로 불리는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에 위치한 52사단이다. 버스에 탄지 1시간이 흘러 과림교장에 도착하자 개구리 모자(전역모)와 구형 전투복을 입은 예비군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공용 총기로 사격

이날 8시30분경 입소를 위해 4열로 줄이 길게 늘어선 곳으로 향했다. 예비군 지휘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무링과 벨트 확인하겠습니다. 미착용하신 분들은 옆으로 열외 해 주십시오” 옆을 확인해 보니 고무링, 벨트, 전투화, 전투모를 파는 간이 판매대가 보였다. 대부분 착용을 완료했지만 몇몇은 구매를 위해 판매대로 가는 모습이었다.

복장 확인을 마치고 신분확인에 들어갔다. 휴대폰 제출함이 보이자 취재기자는 휴대폰을 건넸다. 기자 옆에 있던 예비군이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자 지켜보았다. 그때 신분 확인을 하던 기간병이 해당 예비군에게 “휴대폰 없으십니까?”라고 묻자 예비군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기간병은 “훈련기간 중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이 적발되면 퇴소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 예비군은 휴대폰이 없다는 말만 남기도 훈련장으로 향했다. 휴대폰 제출이 강제사항은 아닌 듯했다.


집결지로 향하자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가 눈에 띄었다. 의자는 동대별로 나뉘어져 있었고 기자는 본인이 해당하는 동대에 맞춰 의자에 착석했다. 다시 한 번 신분 확인을 마치고 방탄모, 탄띠를 수령했다. 특이할 점은 총을 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군인에게 있어 총은 생명과도 같기 때문에 총기 수령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기자는 의아했다.

게다가 지난해 같은 교장에서 훈련을 받았던 경험을 되살려보면 그 당시는 M16 소총을 수령했었다. 이유를 살펴보니 지난해 5월 발생한 내곡동 총기난사사건을 계기로 총기 수령이 제한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당 동대에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기자에게 분대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졌다. 분대장에게는 서류꾸러미 하나를 주었는데 1개 조에 1번부터 10번까지 10명씩 편성된 것을 알리는 서류였다. 해당 서류에는 8시간 동안 훈련받아야 할 훈련목록과 합·불 체크란이 있었다. 훈련목록은 구조물, 화생방, 구급법, 사격, 수류탄, 시가지전투(서바이벌), 안보교육 등 7가지로 나뉘어져 있었다.

조편성을 마치고 필승관이라고 불리는 강당으로 다시 한 번 예비군 전체가 집결했다. 강당 연단에는 'XX동 예비군 동대장'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예비군 지휘관이 위치했다. 예비군 지휘관은 8시간 동안 훈련을 받게 될 일정에 대해 다시 한 번 소개했다. 지휘관은 “예비군들의 참여도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측정식 합격제와 조기퇴소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측정식 합격제란 기존의 교관 주도하에 수동적으로 임하던 기존 훈련방식을 탈피해 예비군들이 능동적으로 예비군훈련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당에서 지휘관의 설명을 듣고 2반 3조에 속한 기자는 구조물 극복 훈련장으로 향했다. 앞 조에 있던 분대장의 목소리가 눈에 띄었다. 해당 분대장은 큰 목소리로 “전 분대원을 들어라. 1조 약진 앞으로!”를 외쳤다.
 

이에 교관은 해당 분대장에게 “상점 1점을 부여한다”고 했다. 비록 예비군이지만 진지하게 훈련에 임해 상점을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예비군훈련 기간 중 상점 5점을 달성하거나 모든 훈련에 합격할 시 조기퇴소의 자격이 주어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구조물 극복 훈련을 마치고 화생방 훈련에 돌입했다.

교관은 “화생방 상황 시 10초 이내에 방독면을 쓰면 목숨을 구할 수 있다”며 “훈련 측정은 10초 이내에 방독면을 쓰고 머리뭉치가 뒤통수에 위치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빠르게 방독면을 쓰고 방탄헬멧까지 착용하자 합격을 받을 수 있었다.


측정식 합격제 도입…조기퇴소 가능
가성비 고려한 식사에 총 없이 이동

화생방 측정을 마치고 수류탄 교장으로 향했다. 과림교장의 수류탄 측정 방식은 7∼8m 가량 떨어진 구조물의 홈을 통과시키는 것이다. 각 개인에게 4번씩의 기회가 주어졌고 교관은 수류탄을 넣지 못하는 훈련병에게 “위를 향해 던지세요. 아래를 향해 던지세요”등 설명을 했다.

한 번에 성공하는 예비군이 있는가 하면 4번을 모두 실패해 재측정을 준비해야하는 예비군들도 있었다. 교관은 분대장 직책을 맡고 있던 기자를 불러 “2반3조에는 2명이 탈락했는데 이의신청이 있으면 바로 말씀하라고 전해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불합격 인원에게 이의신청 여부를 묻자 불합격 인원은 “이의신청할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의신청 자체가 의미하는 것은 불합격자가 교관을 찾아가 합격으로 바꿔달라고 고집 피우는 것을 사전에 차단함과 동시에 다시 한 번 불합격한 자에게 확실한 의사표현 기회를 준다는 점이다. 예비군 부대가 노련한 절차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수류탄 투척을 마치고 사격장으로 향했다. 사격장 아래에서 대기하던 중 예비군 교관은 “사격장에 조교들이 대거 투입돼 기간병 숫자가 부족하다”며 “다른 곳에서 군인들을 끌어오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격장에 올라가보니 사격장은 총 20사로로 구성돼 있었다. 각 사로별로 부사수들이 배치됐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총기가 틀과 안전고리에 의해 고정돼 있었다.

지난해에만 해도 총기는 고정돼 있지 않았음을 고려해 볼 때 눈에 띄는 변화였다. 또한 총기는 개인별로 분출된 총으로 사격을 진행했었지만 올해부터는 공용으로 지정된 총으로 사격을 진행했다. 지난해 총기사고의 여파로 사격훈련에 부쩍 신경을 쓴 모습이었다.

사격을 마치고 30분이 지나 점심식사를 했다. 한때 예비군 식사 부실 논란이 일었던 점을 떠올렸다. 예비군 점심식사에 식비는 6000원이다. 지난 7일 과림교장의 점심식사에는 벼다귀해장국, 김치, 깍두기가 나왔다. 주 메뉴인 뼈다귀해장국에서 뼈는 개인 당 3개씩 배식됐다. 같이 훈련을 받은 예비군에게 점심식사에 대해 묻자 “생각보다 괜찮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점심식사를 마치자 안보교육과 시가지 교전 훈련이 남아 있었다. 안보교육은 예비역 소장이 진행했다. 약 1시간가량의 교육 동안 북한군의 위협과 공작, 이에 우리 예비군의 역할 등을 강조했다.

마지막 훈련인 시가지 교전의 경우 서바이벌로도 불렸는데 개인에게 10개 가량의 페인트볼을 주어 분대별로 조를 나눠 승패를 겨룬다. 상대편에 페인트볼을 많이 맞히는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패하는 팀은 일과를 마치고 재측정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심기일전해 싸웠다. 하지만 기자가 속한 분대는 3명이나 페인트볼에 맞으면서 패했다. 운 좋게도 해당 교관은 “교관의 지시를 잘 따랐다”며 승리팀에는 상점1점을 부여했고, 패한 팀에는 훈련을 통과를 명했다.

게임방식 코스

훈련을 마치고 대기시간 중 만난 예비군 지휘관 중 한 명은 예비군부대의 현역군인들의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지휘관은 “예비군부대로 전입을 오면 처음에는 서울에 왔다고 좋아한다”며 “하지만 예비군 훈련 준비 때문에 밤11시에 취침해 5시에 일어나는 군인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병사들은 차라리 전방에 가서 보초를 서고 싶어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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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