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타깃' 야권 저격수들 액션플랜

국정원, 검·경 군기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검경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은 19대 국회 동안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사정기관에 대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야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정기관 저격수들을 추려봤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야권이 검경 및 국정원 등 사정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 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민주주의회복 특별위원회’(이하 민특위)를 설치하고 국정원, 검찰, 경찰 출신 의원들을 전면 배치했다.

더민주 중심
큰소리 낸다

더민주 송옥주 대변인은 “우리 당의 총선 공약인 국민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 회복을 관철시키기 위해 TF를 구성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민특위에는 경찰대 교수를 지낸 표창원 의원,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의 김병기 의원, 검사 출신의 금태섭, 백혜련 의원 등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검찰 개혁의 선봉장에는 금태섭, 백혜련 의원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 의원은 2006년 검찰 생활 10년차 한 언론사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당시 검찰 내부에서 엄청난 파문이 일었고 이후 검사복을 벗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금 의원은 검찰 내부에 대해 능통해 검찰 개혁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금 의원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는 백 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2000년 수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서울중앙지검 재직시절에는 삼성물산 재개발 비리의혹, 국세청 비리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11년 대구지검 수석검사 당시 이명박정부에 의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이 훼손된 것을 비판하며 검사직에서 물러났다. 공직에서 내려온 뒤 2013년 민주통합당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비리 척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야권의 기대에 부응하듯 백 의원은 20대 국회 의정활동 목표에 대해 “검찰개혁은 저의 정치적 사명”이라며 “‘정의 사회’를 위한 마지막 보루여야 할 검찰이 정권의 눈치보기와 검찰 스스로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는 행태를 많이 보여왔다”고 말해 검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이런 검찰을 바꾸고자 검사 옷을 벗은 사람”이라며 “검찰 개혁은 제 인생의 목표”라고 재차 검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백 의원은 국토위, 교문위, 법사위 등의 상임위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위와 교문위로 배정될 경우 산적한 지역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법사위 배정 때는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본다는 생각이다. 백 의원은 20대 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많고 곧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검찰개혁안이 탄력을 받을 여지가 많다고 했다.

지난 5년여 동안 검찰은 2011년 벤츠검사 사건, 넥슨 주식 보유로 구설수에 오른 진경준 전 부장검사 등 비리로 얼룩졌다. 이에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비리 검사 퇴출 등 공약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검찰개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치권 및 법조계는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면서 야권발 검찰개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대 국회 수사기관 출신 대거 입성
재벌 저승사자도…재계 바짝 긴장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더민주엔 유난히 검찰과 악연인 의원들이 많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리의 강경 수사로 잃었다고 생각하는 친노는 말할 것도 없고 검찰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전직 검사들까지 배지를 달게 돼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더민주는 검찰 개혁의 방안으로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재임용을 2년간 금지하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고,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재정신청 대상은 현행 고소 사건에서 고발 사건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야권이 검찰개혁과 더불어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국정원개혁이다. 우선 더민주는 국정원의 자료 수집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통신비밀보호법·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지난 총선에서 국정원장 탄핵소추 대상 포함, 국정원 예산의 특례 조항 축소,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 등 국정원 관련법 개정을 공약했다. 이러한 중점 법안을 추진할 의원으로는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의원, 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조응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병기, 조응천 의원에 대해 “권력 내부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경찰
개혁의 화두

더민주에서 국정원 개혁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되는 김병기 의원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원에 몸담았다. 국정원 인사처장을 끝으로 퇴직 때까지 인사 전문가로 활약했다. 그가 처음 바깥 세상에 얼굴을 내비친 것은 지난해 7월 국정원 인터넷·스마트폰 불법 해킹 의혹 사태가 터졌을 때다.

이후 지난 1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그를 인재영입 18호로 발표했다. 김 의원은 당선 후 “문 전 대표의 영입 제의에 응한 건 국정원을 어떤 식으로든 개혁해야 하는데, 개혁할 수 있는 곳이 더민주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이 인생의 ‘마지막 임무’”라며 “(개혁에 대한) 내 자세가 국정원이 생각하는 정도였다면 국회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기존의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데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음을 밝혀 국정원이 외압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조직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정부 탄생 공신으로 지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인해 청와대서 쫓겨났고 그 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후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 정권의 실세로 활약했던 인물이 야권의 국회의원이 돼 돌아온 만큼 청와대 및 사정기관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의원은 “자신이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와 국가권익위원회,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을 두루 경험한 만큼 권력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바로잡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면서 “국민의 대표로서 현재 정부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오랜 공직경험으로서 당연히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잘못하면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포부를 밝혔다.

금태섭·백혜련 검찰 개혁 시동
표창원·김병기 국정원 손보기


경찰 출신의 표창원 의원도 국정원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표 의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나도 있고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도 있고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도 있으니 2012년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 같은 일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제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 주요 권력기관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국정원이 그렇게 한 결과 얻은 것은 없고 완전 망가지고 있다며 그들 내부에서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검찰, 국정원과 더불어 경찰개혁도 20대 국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정원에 쓴소리를 했던 표 의원은 경찰대 출신답게 경찰 개혁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는 “검찰이 내부 문제를 스스로 수사하고 결론 내리는 왜곡되고 잘못된 현재의 형사사법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 “경찰의 수사권 확보 등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의원 외에 경찰 출신 의원은 8명에 달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힘을 실어줄 정치권 세력이 커진 만큼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긍정적 기대에 찬 모습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원 배출이 많은 검찰에 비해 경찰은 정치권에서 힘을 받지 못했는데 20대 국회에선 정치권이 경찰의 현안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초긴장 모드


검경 및 국정원 등 사정기관 뿐 아니라 재계를 긴장시키는 이른바 야권 ‘저격수’ 의원들도 대거 20대 국회에서 입성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규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더민주에서는 4선 고지에 올라 당권을 노리고 있는 박영선·이종걸 의원은 ‘반 대기업 프레임’을 내세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왔다. 박 의원은 지난해 당내 재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만큼 재벌개혁에 큰 목소리를 냈었다.

박 의원은 삼성 저격수로도 통하는데 지난해 2월 불법 취득한 주식을 통해 얻은 시세 차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대기업 계열회사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19대 국회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홍영표 의원도 ‘원샷법’ 처리에 대해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될 여지가 크고, 주주총회 무력화 등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원식, 서영교 의원도 대기업을 타깃으로 잡고 재벌 규제 강화에 앞장섰다.
 

국민의당 대기업 저격수로는 김성식, 채이배 의원이 거론된다. 김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대기업 규제를 강조해왔다. 당시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하기도 했던 그는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 의원은 지난 1월, 국민의당의 인재영입 제안을 받아 들여 국회에 입성했다. 채 의원은 공정거래법, 상법, 증여세법 등 패키지 개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철폐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의 별명인 ‘재벌 저격수’에 대해 “재벌 저격수라는 용어는 저에게 맞지 않다. 저는 반 기업, 반 시장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 가치를 보호하고 시장원칙을 지키려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합리적 국회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무조건 규제로 옭아매고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비판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나 공정성장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합리적 정책 입안이 20대 국회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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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