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타깃' 야권 저격수들 액션플랜

국정원, 검·경 군기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검경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은 19대 국회 동안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사정기관에 대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야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정기관 저격수들을 추려봤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야권이 검경 및 국정원 등 사정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 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민주주의회복 특별위원회’(이하 민특위)를 설치하고 국정원, 검찰, 경찰 출신 의원들을 전면 배치했다.

더민주 중심
큰소리 낸다

더민주 송옥주 대변인은 “우리 당의 총선 공약인 국민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 회복을 관철시키기 위해 TF를 구성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민특위에는 경찰대 교수를 지낸 표창원 의원,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의 김병기 의원, 검사 출신의 금태섭, 백혜련 의원 등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검찰 개혁의 선봉장에는 금태섭, 백혜련 의원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 의원은 2006년 검찰 생활 10년차 한 언론사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당시 검찰 내부에서 엄청난 파문이 일었고 이후 검사복을 벗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금 의원은 검찰 내부에 대해 능통해 검찰 개혁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금 의원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는 백 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2000년 수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서울중앙지검 재직시절에는 삼성물산 재개발 비리의혹, 국세청 비리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11년 대구지검 수석검사 당시 이명박정부에 의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이 훼손된 것을 비판하며 검사직에서 물러났다. 공직에서 내려온 뒤 2013년 민주통합당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비리 척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야권의 기대에 부응하듯 백 의원은 20대 국회 의정활동 목표에 대해 “검찰개혁은 저의 정치적 사명”이라며 “‘정의 사회’를 위한 마지막 보루여야 할 검찰이 정권의 눈치보기와 검찰 스스로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는 행태를 많이 보여왔다”고 말해 검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이런 검찰을 바꾸고자 검사 옷을 벗은 사람”이라며 “검찰 개혁은 제 인생의 목표”라고 재차 검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백 의원은 국토위, 교문위, 법사위 등의 상임위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위와 교문위로 배정될 경우 산적한 지역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법사위 배정 때는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본다는 생각이다. 백 의원은 20대 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많고 곧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검찰개혁안이 탄력을 받을 여지가 많다고 했다.

지난 5년여 동안 검찰은 2011년 벤츠검사 사건, 넥슨 주식 보유로 구설수에 오른 진경준 전 부장검사 등 비리로 얼룩졌다. 이에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비리 검사 퇴출 등 공약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검찰개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치권 및 법조계는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면서 야권발 검찰개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대 국회 수사기관 출신 대거 입성
재벌 저승사자도…재계 바짝 긴장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더민주엔 유난히 검찰과 악연인 의원들이 많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리의 강경 수사로 잃었다고 생각하는 친노는 말할 것도 없고 검찰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전직 검사들까지 배지를 달게 돼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더민주는 검찰 개혁의 방안으로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재임용을 2년간 금지하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고,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재정신청 대상은 현행 고소 사건에서 고발 사건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야권이 검찰개혁과 더불어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국정원개혁이다. 우선 더민주는 국정원의 자료 수집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통신비밀보호법·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지난 총선에서 국정원장 탄핵소추 대상 포함, 국정원 예산의 특례 조항 축소,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 등 국정원 관련법 개정을 공약했다. 이러한 중점 법안을 추진할 의원으로는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의원, 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조응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병기, 조응천 의원에 대해 “권력 내부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경찰
개혁의 화두

더민주에서 국정원 개혁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되는 김병기 의원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원에 몸담았다. 국정원 인사처장을 끝으로 퇴직 때까지 인사 전문가로 활약했다. 그가 처음 바깥 세상에 얼굴을 내비친 것은 지난해 7월 국정원 인터넷·스마트폰 불법 해킹 의혹 사태가 터졌을 때다.

이후 지난 1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그를 인재영입 18호로 발표했다. 김 의원은 당선 후 “문 전 대표의 영입 제의에 응한 건 국정원을 어떤 식으로든 개혁해야 하는데, 개혁할 수 있는 곳이 더민주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이 인생의 ‘마지막 임무’”라며 “(개혁에 대한) 내 자세가 국정원이 생각하는 정도였다면 국회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기존의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데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음을 밝혀 국정원이 외압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조직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정부 탄생 공신으로 지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인해 청와대서 쫓겨났고 그 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후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 정권의 실세로 활약했던 인물이 야권의 국회의원이 돼 돌아온 만큼 청와대 및 사정기관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의원은 “자신이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와 국가권익위원회,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을 두루 경험한 만큼 권력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바로잡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면서 “국민의 대표로서 현재 정부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오랜 공직경험으로서 당연히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잘못하면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포부를 밝혔다.

금태섭·백혜련 검찰 개혁 시동
표창원·김병기 국정원 손보기


경찰 출신의 표창원 의원도 국정원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표 의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나도 있고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도 있고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도 있으니 2012년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 같은 일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제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 주요 권력기관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국정원이 그렇게 한 결과 얻은 것은 없고 완전 망가지고 있다며 그들 내부에서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검찰, 국정원과 더불어 경찰개혁도 20대 국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정원에 쓴소리를 했던 표 의원은 경찰대 출신답게 경찰 개혁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는 “검찰이 내부 문제를 스스로 수사하고 결론 내리는 왜곡되고 잘못된 현재의 형사사법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 “경찰의 수사권 확보 등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의원 외에 경찰 출신 의원은 8명에 달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힘을 실어줄 정치권 세력이 커진 만큼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긍정적 기대에 찬 모습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원 배출이 많은 검찰에 비해 경찰은 정치권에서 힘을 받지 못했는데 20대 국회에선 정치권이 경찰의 현안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초긴장 모드


검경 및 국정원 등 사정기관 뿐 아니라 재계를 긴장시키는 이른바 야권 ‘저격수’ 의원들도 대거 20대 국회에서 입성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규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더민주에서는 4선 고지에 올라 당권을 노리고 있는 박영선·이종걸 의원은 ‘반 대기업 프레임’을 내세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왔다. 박 의원은 지난해 당내 재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만큼 재벌개혁에 큰 목소리를 냈었다.

박 의원은 삼성 저격수로도 통하는데 지난해 2월 불법 취득한 주식을 통해 얻은 시세 차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대기업 계열회사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19대 국회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홍영표 의원도 ‘원샷법’ 처리에 대해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될 여지가 크고, 주주총회 무력화 등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원식, 서영교 의원도 대기업을 타깃으로 잡고 재벌 규제 강화에 앞장섰다.
 

국민의당 대기업 저격수로는 김성식, 채이배 의원이 거론된다. 김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대기업 규제를 강조해왔다. 당시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하기도 했던 그는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 의원은 지난 1월, 국민의당의 인재영입 제안을 받아 들여 국회에 입성했다. 채 의원은 공정거래법, 상법, 증여세법 등 패키지 개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철폐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의 별명인 ‘재벌 저격수’에 대해 “재벌 저격수라는 용어는 저에게 맞지 않다. 저는 반 기업, 반 시장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 가치를 보호하고 시장원칙을 지키려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합리적 국회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무조건 규제로 옭아매고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비판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나 공정성장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합리적 정책 입안이 20대 국회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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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