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타깃' 야권 저격수들 액션플랜

국정원, 검·경 군기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검경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은 19대 국회 동안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사정기관에 대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야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정기관 저격수들을 추려봤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야권이 검경 및 국정원 등 사정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 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민주주의회복 특별위원회’(이하 민특위)를 설치하고 국정원, 검찰, 경찰 출신 의원들을 전면 배치했다.

더민주 중심
큰소리 낸다

더민주 송옥주 대변인은 “우리 당의 총선 공약인 국민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 회복을 관철시키기 위해 TF를 구성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민특위에는 경찰대 교수를 지낸 표창원 의원,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의 김병기 의원, 검사 출신의 금태섭, 백혜련 의원 등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검찰 개혁의 선봉장에는 금태섭, 백혜련 의원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 의원은 2006년 검찰 생활 10년차 한 언론사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당시 검찰 내부에서 엄청난 파문이 일었고 이후 검사복을 벗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금 의원은 검찰 내부에 대해 능통해 검찰 개혁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금 의원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는 백 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2000년 수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서울중앙지검 재직시절에는 삼성물산 재개발 비리의혹, 국세청 비리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11년 대구지검 수석검사 당시 이명박정부에 의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이 훼손된 것을 비판하며 검사직에서 물러났다. 공직에서 내려온 뒤 2013년 민주통합당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비리 척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야권의 기대에 부응하듯 백 의원은 20대 국회 의정활동 목표에 대해 “검찰개혁은 저의 정치적 사명”이라며 “‘정의 사회’를 위한 마지막 보루여야 할 검찰이 정권의 눈치보기와 검찰 스스로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는 행태를 많이 보여왔다”고 말해 검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이런 검찰을 바꾸고자 검사 옷을 벗은 사람”이라며 “검찰 개혁은 제 인생의 목표”라고 재차 검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백 의원은 국토위, 교문위, 법사위 등의 상임위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위와 교문위로 배정될 경우 산적한 지역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법사위 배정 때는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본다는 생각이다. 백 의원은 20대 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많고 곧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검찰개혁안이 탄력을 받을 여지가 많다고 했다.

지난 5년여 동안 검찰은 2011년 벤츠검사 사건, 넥슨 주식 보유로 구설수에 오른 진경준 전 부장검사 등 비리로 얼룩졌다. 이에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비리 검사 퇴출 등 공약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검찰개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치권 및 법조계는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면서 야권발 검찰개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대 국회 수사기관 출신 대거 입성
재벌 저승사자도…재계 바짝 긴장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더민주엔 유난히 검찰과 악연인 의원들이 많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리의 강경 수사로 잃었다고 생각하는 친노는 말할 것도 없고 검찰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전직 검사들까지 배지를 달게 돼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더민주는 검찰 개혁의 방안으로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재임용을 2년간 금지하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고,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재정신청 대상은 현행 고소 사건에서 고발 사건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야권이 검찰개혁과 더불어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국정원개혁이다. 우선 더민주는 국정원의 자료 수집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통신비밀보호법·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지난 총선에서 국정원장 탄핵소추 대상 포함, 국정원 예산의 특례 조항 축소,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 등 국정원 관련법 개정을 공약했다. 이러한 중점 법안을 추진할 의원으로는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의원, 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조응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병기, 조응천 의원에 대해 “권력 내부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경찰
개혁의 화두

더민주에서 국정원 개혁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되는 김병기 의원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원에 몸담았다. 국정원 인사처장을 끝으로 퇴직 때까지 인사 전문가로 활약했다. 그가 처음 바깥 세상에 얼굴을 내비친 것은 지난해 7월 국정원 인터넷·스마트폰 불법 해킹 의혹 사태가 터졌을 때다.

이후 지난 1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그를 인재영입 18호로 발표했다. 김 의원은 당선 후 “문 전 대표의 영입 제의에 응한 건 국정원을 어떤 식으로든 개혁해야 하는데, 개혁할 수 있는 곳이 더민주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이 인생의 ‘마지막 임무’”라며 “(개혁에 대한) 내 자세가 국정원이 생각하는 정도였다면 국회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기존의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데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음을 밝혀 국정원이 외압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조직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정부 탄생 공신으로 지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인해 청와대서 쫓겨났고 그 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후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 정권의 실세로 활약했던 인물이 야권의 국회의원이 돼 돌아온 만큼 청와대 및 사정기관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의원은 “자신이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와 국가권익위원회,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을 두루 경험한 만큼 권력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바로잡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면서 “국민의 대표로서 현재 정부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오랜 공직경험으로서 당연히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잘못하면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포부를 밝혔다.

금태섭·백혜련 검찰 개혁 시동
표창원·김병기 국정원 손보기


경찰 출신의 표창원 의원도 국정원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표 의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나도 있고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도 있고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도 있으니 2012년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 같은 일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제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 주요 권력기관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국정원이 그렇게 한 결과 얻은 것은 없고 완전 망가지고 있다며 그들 내부에서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검찰, 국정원과 더불어 경찰개혁도 20대 국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정원에 쓴소리를 했던 표 의원은 경찰대 출신답게 경찰 개혁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는 “검찰이 내부 문제를 스스로 수사하고 결론 내리는 왜곡되고 잘못된 현재의 형사사법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 “경찰의 수사권 확보 등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의원 외에 경찰 출신 의원은 8명에 달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힘을 실어줄 정치권 세력이 커진 만큼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긍정적 기대에 찬 모습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원 배출이 많은 검찰에 비해 경찰은 정치권에서 힘을 받지 못했는데 20대 국회에선 정치권이 경찰의 현안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초긴장 모드


검경 및 국정원 등 사정기관 뿐 아니라 재계를 긴장시키는 이른바 야권 ‘저격수’ 의원들도 대거 20대 국회에서 입성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규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더민주에서는 4선 고지에 올라 당권을 노리고 있는 박영선·이종걸 의원은 ‘반 대기업 프레임’을 내세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왔다. 박 의원은 지난해 당내 재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만큼 재벌개혁에 큰 목소리를 냈었다.

박 의원은 삼성 저격수로도 통하는데 지난해 2월 불법 취득한 주식을 통해 얻은 시세 차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대기업 계열회사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19대 국회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홍영표 의원도 ‘원샷법’ 처리에 대해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될 여지가 크고, 주주총회 무력화 등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원식, 서영교 의원도 대기업을 타깃으로 잡고 재벌 규제 강화에 앞장섰다.
 

국민의당 대기업 저격수로는 김성식, 채이배 의원이 거론된다. 김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대기업 규제를 강조해왔다. 당시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하기도 했던 그는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 의원은 지난 1월, 국민의당의 인재영입 제안을 받아 들여 국회에 입성했다. 채 의원은 공정거래법, 상법, 증여세법 등 패키지 개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철폐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의 별명인 ‘재벌 저격수’에 대해 “재벌 저격수라는 용어는 저에게 맞지 않다. 저는 반 기업, 반 시장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 가치를 보호하고 시장원칙을 지키려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합리적 국회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무조건 규제로 옭아매고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비판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나 공정성장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합리적 정책 입안이 20대 국회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