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기관 타깃' 야권 저격수들 액션플랜

국정원, 검·경 군기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검경 출신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다. 이들은 19대 국회 동안 말 많고 탈도 많았던 사정기관에 대한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된다. <일요시사>는 야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표적인 사정기관 저격수들을 추려봤다.

지난달 30일,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야권이 검경 및 국정원 등 사정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손보기 작업에 착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당내 ‘민주주의회복 특별위원회’(이하 민특위)를 설치하고 국정원, 검찰, 경찰 출신 의원들을 전면 배치했다.

더민주 중심
큰소리 낸다

더민주 송옥주 대변인은 “우리 당의 총선 공약인 국민 인권 보장과 민주주의 회복을 관철시키기 위해 TF를 구성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민특위에는 경찰대 교수를 지낸 표창원 의원, 국정원 인사처장 출신의 김병기 의원, 검사 출신의 금태섭, 백혜련 의원 등이 합류할 것으로 알려진다. 

우선 검찰 개혁의 선봉장에는 금태섭, 백혜련 의원이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금 의원은 2006년 검찰 생활 10년차 한 언론사에 <현직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썼다. 이 글은 당시 검찰 내부에서 엄청난 파문이 일었고 이후 검사복을 벗었다. 이번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금 의원은 검찰 내부에 대해 능통해 검찰 개혁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금 의원뿐만 아니라 야권에서는 백 의원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다. 2000년 수원지검에서 검사 생활을 시작했던 그는 서울중앙지검 재직시절에는 삼성물산 재개발 비리의혹, 국세청 비리의혹 등 굵직한 사건을 처리하며 관심을 받았다.


이후 2011년 대구지검 수석검사 당시 이명박정부에 의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이 훼손된 것을 비판하며 검사직에서 물러났다. 공직에서 내려온 뒤 2013년 민주통합당 MB정권 비리 및 불법비자금 진상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해 비리 척결에 앞장서기도 했다.

야권의 기대에 부응하듯 백 의원은 20대 국회 의정활동 목표에 대해 “검찰개혁은 저의 정치적 사명”이라며 “‘정의 사회’를 위한 마지막 보루여야 할 검찰이 정권의 눈치보기와 검찰 스스로 정치적 독립을 훼손하는 행태를 많이 보여왔다”고 말해 검찰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는 “이런 검찰을 바꾸고자 검사 옷을 벗은 사람”이라며 “검찰 개혁은 제 인생의 목표”라고 재차 검찰 개혁 의지를 강조했다. 백 의원은 국토위, 교문위, 법사위 등의 상임위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위와 교문위로 배정될 경우 산적한 지역 현안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법사위 배정 때는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해 본다는 생각이다. 백 의원은 20대 국회에 법조인 출신이 많고 곧 대선이 다가오기 때문에 검찰개혁안이 탄력을 받을 여지가 많다고 했다.

지난 5년여 동안 검찰은 2011년 벤츠검사 사건, 넥슨 주식 보유로 구설수에 오른 진경준 전 부장검사 등 비리로 얼룩졌다. 이에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비리 검사 퇴출 등 공약이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당이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검찰개혁에 어려움이 있었다.

정치권 및 법조계는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면서 야권발 검찰개혁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0대 국회 수사기관 출신 대거 입성
재벌 저승사자도…재계 바짝 긴장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더민주엔 유난히 검찰과 악연인 의원들이 많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우리의 강경 수사로 잃었다고 생각하는 친노는 말할 것도 없고 검찰에 대해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전직 검사들까지 배지를 달게 돼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더민주는 검찰 개혁의 방안으로 청와대 파견 검사의 검찰 재임용을 2년간 금지하도록 ‘검찰청법’을 개정하고,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재정신청 대상은 현행 고소 사건에서 고발 사건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야권이 검찰개혁과 더불어 역점을 두고 있는 또 다른 사안은 국정원개혁이다. 우선 더민주는 국정원의 자료 수집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으로 전기통신사업법·통신비밀보호법·테러방지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는 지난 총선에서 국정원장 탄핵소추 대상 포함, 국정원 예산의 특례 조항 축소, 감사원의 국정원 감사 등 국정원 관련법 개정을 공약했다. 이러한 중점 법안을 추진할 의원으로는 국정원 출신의 김병기 의원, 전 청와대 비서관 출신의 조응천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김병기, 조응천 의원에 대해 “권력 내부 속성과 잘못된 국정 운영 방식을 낱낱이 아는 분들”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경찰
개혁의 화두

더민주에서 국정원 개혁에 앞장설 것으로 예상되는 김병기 의원은 1987년부터 2013년까지 국정원에 몸담았다. 국정원 인사처장을 끝으로 퇴직 때까지 인사 전문가로 활약했다. 그가 처음 바깥 세상에 얼굴을 내비친 것은 지난해 7월 국정원 인터넷·스마트폰 불법 해킹 의혹 사태가 터졌을 때다.

이후 지난 1월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는 그를 인재영입 18호로 발표했다. 김 의원은 당선 후 “문 전 대표의 영입 제의에 응한 건 국정원을 어떤 식으로든 개혁해야 하는데, 개혁할 수 있는 곳이 더민주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혁이 인생의 ‘마지막 임무’”라며 “(개혁에 대한) 내 자세가 국정원이 생각하는 정도였다면 국회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기존의 시스템이 무력화되는 데 몇 개월이 걸리지 않았음을 밝혀 국정원이 외압에 의해 흔들릴 수 있는 조직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정부 탄생 공신으로 지난 2014년 이른바 ‘정윤회 문건’으로 인해 청와대서 쫓겨났고 그 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았다. 후로 재판에 회부됐지만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 정권의 실세로 활약했던 인물이 야권의 국회의원이 돼 돌아온 만큼 청와대 및 사정기관은 긴장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조 의원은 “자신이 검사 출신이고 법무부와 국가권익위원회,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력기관을 두루 경험한 만큼 권력기관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바로잡는 일에 앞장설 것”이라면서 “국민의 대표로서 현재 정부가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오랜 공직경험으로서 당연히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잘못하면 내버려 두지 않아야 한다”고 언론을 통해 포부를 밝혔다.

금태섭·백혜련 검찰 개혁 시동
표창원·김병기 국정원 손보기


경찰 출신의 표창원 의원도 국정원 문제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으로 알려진다. 표 의원은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나도 있고 김병기 전 국정원 인사처장도 있고 조응천 전 청와대 비서관도 있으니 2012년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 같은 일은 불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이제 현재의 대한민국 정부 주요 권력기관 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이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표 의원은 국정원이 그렇게 한 결과 얻은 것은 없고 완전 망가지고 있다며 그들 내부에서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검찰, 국정원과 더불어 경찰개혁도 20대 국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개혁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정원에 쓴소리를 했던 표 의원은 경찰대 출신답게 경찰 개혁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그는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는 “검찰이 내부 문제를 스스로 수사하고 결론 내리는 왜곡되고 잘못된 현재의 형사사법구조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면서 “경찰의 수사권 확보 등 정치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표 의원 외에 경찰 출신 의원은 8명에 달한다.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에 힘을 실어줄 정치권 세력이 커진 만큼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긍정적 기대에 찬 모습이다. 경찰 관계자는 “의원 배출이 많은 검찰에 비해 경찰은 정치권에서 힘을 받지 못했는데 20대 국회에선 정치권이 경찰의 현안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도
초긴장 모드


검경 및 국정원 등 사정기관 뿐 아니라 재계를 긴장시키는 이른바 야권 ‘저격수’ 의원들도 대거 20대 국회에서 입성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제민주화’와 ‘대기업 규제’에 무게를 싣고 있다.

우선 더민주에서는 4선 고지에 올라 당권을 노리고 있는 박영선·이종걸 의원은 ‘반 대기업 프레임’을 내세워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왔다. 박 의원은 지난해 당내 재벌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을 만큼 재벌개혁에 큰 목소리를 냈었다.

박 의원은 삼성 저격수로도 통하는데 지난해 2월 불법 취득한 주식을 통해 얻은 시세 차익을 환수하는 이른바 ‘이학수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 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대기업 계열회사들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강하게 질타했다.

지난 19대 국회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홍영표 의원도 ‘원샷법’ 처리에 대해 “지배구조 강화에 악용될 여지가 크고, 주주총회 무력화 등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원식, 서영교 의원도 대기업을 타깃으로 잡고 재벌 규제 강화에 앞장섰다.
 

국민의당 대기업 저격수로는 김성식, 채이배 의원이 거론된다. 김 의원은 18대 국회에서 대기업의 기술 탈취 문제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등 대기업 규제를 강조해왔다. 당시 이명박정부의 감세 정책을 비판하면서 한나라당을 탈당하기도 했던 그는 법인세를 현행 22%에서 25%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채 의원은 지난 1월, 국민의당의 인재영입 제안을 받아 들여 국회에 입성했다. 채 의원은 공정거래법, 상법, 증여세법 등 패키지 개정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철폐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는 본인의 별명인 ‘재벌 저격수’에 대해 “재벌 저격수라는 용어는 저에게 맞지 않다. 저는 반 기업, 반 시장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기업 가치를 보호하고 시장원칙을 지키려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규제보다는
합리적 국회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을 무조건 규제로 옭아매고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비판한다고 해서 경제민주화나 공정성장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서민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합리적 정책 입안이 20대 국회에서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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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