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777호 특별기획>2010 대박 쫓는 사람들 현장보고 ①사행산업 현주소

인생역전 한방?…한방에 훅 갈 수 있습니다!

경기 불황 불구 도박 산업 규모 증가 추세
지난해 총매출 16조5천억…전년비 3.3%↑
연이용객 4천만명 육박…10년만에 140%↑

요즘 날씨만큼 찬바람만 쌩쌩 불고 있는 대한민국 ‘밑바닥 경제’. 서민들은 죽을 맛이다. 각종 경제지표가 나아지고 있지만,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꽁꽁’얼어붙어있다. IMF 시절보다 더 춥다는 게 이들의 이구동성이다. 이렇다 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레 ‘대박’에 쏠릴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인생역전의 한방을 잡으려는 위험한 모험이 시작된다. <일요시사>는 지령 777호를 맞아 대박을 쫓는 사람들과의 밀착 동행을 시도해봤다. 머리말로 사행산업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이어 야바위에서 카지노까지 그 현장을 직접 가봤다.

서민들이 갖고 있는 대박의 꿈은 결국 도박과 직결된다. 창업 등 땀으로 일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베팅’에 한방의 기대를 건다.

국무총리실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2010년 국내 사행산업 이용실태 조사 결과 대한민국 만 20세 이상 일반 성인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6.1%로 나타났다. 성인 100명 가운데 6명이 도박 중독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도박중독 유병률 6.1% 선진국 비해 2배 이상

이중 도박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사람(중위험군)의 비율은 4.4%, 도박으로 인해 심각한 문제를 경험하는 사람(문제군)의 비율은 1.7%로 조사됐다. 이는 2008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조사 결과 9.5%와 2009년 고려대의 조사 결과 6.9%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그러나 영국(2007년 1.9%), 캐나다(2005년 1.7%), 호주(2006년 2.5%)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사행산업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도박중독 유병률이 61.4%로, 2008년 조사 결과 55.0%에 비해 6.4%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약 200만명이 도박중독 문제를 안고 있고, 50만명은 조속한 치료가 필요한 그룹으로 분류되는 셈이다. 사행산업별 이용자의 도박중독 유병률은 카지노(85.6%), 경마 장외발매소(82.9%), 경정 장외발매소(80.1%), 경륜 장외발매소(79.2%), 경정 본장(75.5%), 경마 본장(68.0%), 경륜 본장(66.9%), 스포츠토토(35.5%), 로또(20.3%) 순으로 나타났다.

사행 행위를 하는 이유는 역시 돈이었다. 여가 및 레저보다 참여 동기 비율이 훨씬 높았다. 가장 많이 참여한 종목(?)은 로또(71.8%)였다. 이어 경마(31.4%), 경륜(29.6%), 스포츠토토(28%), 경정(23.3%), 카지노(18.8%), 온라인게임(17.3%) 등의 순으로 경험률이 높았다.

1회 베팅액 상한선 초과 경험은 복권류의 경우 “전혀 없다”의 응답이 90% 이상이었다. 반면 경마와 경륜, 경정은 약 40% 정도가 상한선을 초과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카지노는 60% 가까이 상한선을 초과해 베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감위 측은 “복권류, 온라인 게임 등은 혼자 방문하는 비율이 높은데 비해 경마, 경륜, 카지노, 성인오락실, 카지노 바, 사설스크린 경마는 친구 및 직장동료 등과 함께 가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처음엔 친목목적 게임을 시작으로 해 복권류를 경험한 후 경마와 경륜, 경정, 스포츠 토토, 카지노 등의 합법 사행산업을 거쳐 불법 사행활동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행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생각은 어떨까.

국민들은 사행행위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75.3%가 “문제가 심각하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저 그렇다”는 21.7%, “별로 심각하지 않다”는 3.0%에 불과했다. “전혀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응답자는 없었다.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 합법 사행산업은 카지노(83.8%), 경마(75.0%), 경륜(68.2%), 경정(61.5%), 로또(34.9%), 스포츠토토(28.5%) 등이었다. 불법사행행위는 성인오락실(85.2%), 사설 스크린경마(81.1%), 불법온라인게임(77.3%), 카지노 바(67.5%) 순으로 문제 심각성이 높았다. 응답자의 79.1%는 “사행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국내 사행산업의 호황만 봐도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다. 최근 몇년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국내 도박산업의 규모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사행산업은 카지노(내국인 출입 카지노·외국인 전용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체육진흥투표권 등 총 6개 업종이 허용되고 있다. 업종별 시설은 강원랜드 1개소,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개소, 경마 3개소, 경륜 3개소, 경정 1개소 등이 있으며, 복권 12종, 체육진흥투표권 16종이 판매되고 있다.


사감위의 ‘2009 사행산업 백서’에 따르면 이들 사업의 지난해 총 매출액은 전년대비 3.3% 증가한 16조5337억원으로 집계됐다. 2002년(12조6516억원)에 비해선 30.7%(연평균 3.9%)나 늘었다.

사감위는 “2000년부터 2003년 사이 급격한 증가추세를 나타내다 2004년과 2005년 복권 매출액 감소와 불법사행산업의 확산으로 일시 감소한 이후 2009년까지 다시 지속적인 증가추세”라고 말했다.

업종별 매출액은 ▲경마 7조2865억원(전년대비 1.8%↓) ▲복권 2조4712억원(3.2%↑) ▲경륜 2조2238억원(8.4%↑) ▲체육진흥투표권 1조7590억원(10.2%↑) ▲강원랜드 1조1553억원(5.3%↑) ▲외국인 전용 카지노 9196억원(22.1%↑) ▲경정 7183억원(4.6%↑) 순이었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경마는 2002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나타낸 이후 2006년 증가추세로 전환됐다. 복권은 2003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2009년 소폭 증가했다. 경륜은 2002년을 정점으로 감소추세를 나타낸 뒤 2007년 증가추세로 돌아섰다. 카지노와 체육진흥투표권은 각각 2000년, 2001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추세다. 경정은 2006년 일시 감소한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친목목적 게임→복권→경마 등→불법도박’

이용객 수는 ▲경마 2167만5000명 ▲경륜 942만9000명 ▲경정 349만9000명 ▲강원랜드 304만5000명 ▲외국인 전용 카지노 167만6000명 순으로 나타났다. 체육진흥투표권은 총 1억7536만건이 판매됐다. 복권과 체육진흥투표권을 제외한 국내 사행산업 이용객은 2000년 1637만6000명에서 지난해 3932만4000명으로 140.1% 증가했다. 사행산업 이용객 추이는 2004년 경마 이용객 감소에 따른 일시적인 감소를 제외하면 2000년부터 2009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합법적인 사행산업 뿐만 아니라 불법도박도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도박산업 규모 확대와 함께 불법도박도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 불법 사행산업은 합법 사행산업에 비해 도박중독, 한탕주의 등 사회적 부작용의 폐해를 야기하는 직접적 원인이 된다.

국내 불법도박의 정확한 규모는 집계된 바 없다. 다만 아주대 산학협력단이 2008년 발표한 ‘불법도박의 실태조사 및 대책 연구 보고서’를 통해 추정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불법도박 산업의 순매출액은 약 5조3000억원으로 파악된다. 이를 경제적 규모로 환산할 경우 무려 53조원에 이른다. 유형별론 사설경마 2조6885억원, 사설경륜 1044억원, 사설경정 3888억원, 사설카지노 6조9615억원, 사행성게임장 11조5596억원, 온라인도박 32조원 등으로 추산된다.

이중 특히 인터넷상의 불법 사설경마나 경륜, 경정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폐쇄한 온라인 사설경마 사이트는 2006년 27개였지만, 지난해 225개로 8배 이상 늘었다. 국민체육공단의 불법 온라인 경륜·경정 사이트 단속건수도 2005년 47건에서 지난해 346건으로 7배나 증가했다.

사법기관의 적발 건수도 마찬가지다.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불법 도박이 판을 쳤다. 경찰청의 단속 현황을 보면 불법도박의 발생 및 검거 건수는 2000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현상을 보이다 ‘바다이야기’사태가 확산되던 2006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 정책개입이 이뤄진 이후 2007년 그 규모가 크게 감소하다 2008년부터 다시 그 건수가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경찰청의 불법도박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07년 7031건이었던 불법도박 검거건수는 2008년 1만849건으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엔 무려 2만9634건으로 전년 대비 173%나 늘었다. 지난해 불법도박으로 경찰에 검거된 인원도 2007년(3만9177명)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6만5828명을 기록했다.


사감위는 “사행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 덩달아 규모가 커진 불법도박은 정부의 소홀한 감시를 틈타 2년 전부터 폭증하고 있다”며 “불법 사행산업은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대규모의 세금포탈행위로 연결될 뿐더러 도박 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고 전했다.

사행산업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순기능과 역기능이다. 우선 합법적인 사행산업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지급하는 세금과 기금, 기업의 이윤, 관광객 유치로 인한 외화 획득, 여가시설 제공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또 고용창출과 소득창출, 지역사회의 경제 활성화 등의 기능도 있다.

반대로 부정적 효과도 존재한다. 개인에겐 우울증, 신체적 질병, 자살, 별거와 이혼, 가정폭력, 경제적 파산 및 사회적 고립 등을 유발한다. 가족 및 친지들에겐 경제적 및 정신적 고통을 야기한다. 사회적으론 노동에 대한 윤리의식을 무너뜨려 생산성 저하, 실업 증가와 살인, 폭력, 사기, 절도 등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가적으론 도박중독의 예방과 치료 등을 위한 재정지출 및 도박 산업관련 규제비용 투자 등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의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1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도박에 한 번 중독되면 치유가 어렵고 재발이 잦아 평생에 걸친 관리가 필요하다. 따라서 도박중독 예방·치유 사업의 적극적인 추진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미흡한 게 현실이다.

불법도박 단속 3만건, 검거 인원 6만5천명

전국도박피해자모임 한 관계자는 “도박은 개인의 몰락뿐 아니라 가정의 파탄과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더 이상 피해자가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현재 도박중독 치유를 위한 국가기관은 사감위 산하 중독예방치유센터가 유일하다. 여기에 투입되는 예산도 정부와 민간을 합쳐 연간 160억원에 불과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중독자 33만명을 위해 연 366억원을 쓴다.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 마사회 유캔센터 등 사행산업 시행사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도박중독 상담·치료시설도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실정이다.

전혜숙 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감에서 “도박중독은 심각한 정신 질환임에도 불구, 각종 도박중독치유 프로그램이 보건복지부와 협의가 전무하고 의료기관과의 연계가 되지 않아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도박중독치유센터의 운영에 있어서도 상담 후 도박중독 정도에 따라 의료기관에서의 중점적 진료가 필요하나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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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