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입수> 더민주 당선인 계파 문건 공개

국회 개원하기도 전에 편 나누기?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내부에서 작성된 ‘20대 총선 당선인 계파 분류 문건’을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했다. 해당 문건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선거 전략을 짜는 데 활용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20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당선인들의 계파를 분류한 문건이 공개되면서 차기 국회에서도 사실상 계파 청산은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더민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당 내부에서 20대 총선 당선인(※ 비례대표 당선인은 제외) 110명에 대한 계파 분류 문건이 작성됐다. 해당 문건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선거 전략을 짜는 데 활용하기 위해 지난 달 28일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계파 분류
우리 편 누구?

해당 문건은 당초 지역구별로 당선인들을 정리했으며 당선인들의 개인 연락처까지 모두 적혀있었다. 4일 치러진 원내대표 경선까지 시간이 촉박해 당선인들에게 전화로 선거운동을 하기 위해 기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요시사>는 이 문건의 내용을 토대로 계파별로 당선인들을 정리해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었다. 더민주는 지난 2014년에도 계파 분류 문건이 작성된 사실이 밝혀져 당이 발칵 뒤집힌 바 있다. 당시 문건은 19대 국회 더민주 국회의원 126명 중 친노 인사를 55명, 비노 인사를 71명으로 분류하고 각 의원의 이념적 성향도 표시했다.

특히 해당 문건은 당 내부인사들이 작성해 당시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에게까지 보고가 된 것으로 알려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문건이 공개되자 상당수 의원들은 당 대표실에 항의했다.


친노 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던 두 공동대표가 친노 인사들을 견제하기 위해 해당 문건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공동대표는 “해당 문건을 보고 받은 적도, 본 적도 없다”며 악의적인 보도라고 규정한 뒤 해당 문건을 공개한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구했다.

이번 문건은 지난 2014년과는 달리 당 지도부가 주도해 만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너나 할 것 없이 계파 청산을 외쳤던 더민주 원내대표 후보들이 뒤에선 계파 분류 문건을 작성하는 등 이중적인 행태를 보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친문계 당내 최대 계파로 성장
손학규계의 약진도 눈에 띄어

또 20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당선인들의 계파를 분류한 문건이 작성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차기 국회에서도 계파갈등 청산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일요시사>가 단독으로 입수한 ‘20대 총선 당선인 계파 분류 문건’에 따르면 현재 더민주 내 최대 계파는 단연 친문(친 문재인)계다. 전통적인 친노 인사와 20대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사 7명까지 합쳐 26명이나 친문 인사로 분류됐다.

특히 20대 총선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추미애 의원이 친문 인사로 분류된 것이 눈길을 끈다. 추 의원은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던 전력이 있어 주로 비노 진영으로 분류되어 왔고, 지난 2014년 작성된 문건에서는 중도로 분류됐었다.
 

그런데 최근 당대표 선거 출마의사를 밝힌 추 의원은 호남 참패의 책임을 김종인 대표에게 돌리며 난데없이 문 전 대표의 편을 들고 나섰다. 문 전 대표는 그동안 호남 참패의 책임을 두고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때문에 이미 정치권에서는 추 의원이 친문 쪽으로 돌아섰고, 전당대회에서 친문 측의 지원을 약속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계파 갈아타기도
영원한 적 없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차기 대선 경선을 관리할 당 대표 자리를 다른 계파 인사에게 무작정 내 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친문계 인사를 당 대표로 후보로 내세웠다가는 친노 패권주의 논란이 또 불거질 수 있어 골치 아팠을 것”이라며 “추 의원과의 전략적 연대를 한다면 두 사람 모두 ‘윈-윈’ 할 수 있으니 남는 장사”라고 분석했다.

더민주 내에는 친문계 26명 외에도 친노(친노무현)계 5명, 범친노 3명과 역시 범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세균(SK)계 12명, 안희정계 4명까지 최대 50명이 문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인물들로 분류되고 있다. 지역구 당선인 절반가량이 친문계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친문계의 뒤를 이어 손학규계의 약진도 눈에 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손학규계로 분류된 당선인들은 전혜숙, 전현희, 박찬대, 이찬열, 김병욱, 조정식, 김민기, 염종성, 양승조, 강훈식, 어기구, 이춘석, 이개호, 고용진 당선인 등 14명이나 됐다. 비례대표 당선자들까지 합치면 더민주 내 손학규계 인사는 최대 20명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 2014년 문건에서는 비례대표까지 모두 합해 손학규계가 14명인 것으로 분류됐었다. 손학규 전 상임고문이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손학규계가 20대 총선에서 굉장히 선전한 셈이다.

이처럼 20대 총선에서 손학규계가 약진하면서 강진 토굴에서 칩거 중인 손 전 고문의 정계복귀설도 힘을 받고 있다. 손 전 고문이 5월 중·하순 일본에서의 강연을 시작으로 7월까지 정치권 외곽에서 각종 일정을 활발히 소화할 예정이라서 이르면 8월쯤 복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20대 총선에선 정세균계(SK계)도 선전했다.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꺾고 당선된 정세균 의원 본인을 포함해 12명의 당선인이 정세균계로 분류됐다. 안규백, 김영주, 이원욱, 권칠승, 오제세, 변재일, 김상희, 백재현, 박병석, 이석현, 김진표 당선인 등이다.

달라진 위상
중진 희비 엇갈려

이중 김진표 당선인은 정세균계로 분류됐지만 동시에 범친노 그룹으로도 분류됐다. 정세균계는 그동안 정 의원 본인을 포함한 대부분이 범친노로도 분류됐지만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노 주류 측과 사이가 멀어졌다는 분석이 있어 20대 국회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미지수다. 이외에도 자신의 이름으로 계파를 형성한 사람은 당내 4명이 있었다.

김종인계로 분류된 인사는 진영, 최명길 당선인 등 2명이었으며, 송영길계로 분류된 인사는 송영길 당선인 본인을 비롯해 윤관석, 신동근 등 3명이었다. 안희정계로 분류된 인사는 정재호, 박완주, 김종민, 조승래 등 4명이었는데 대부분 친노 인사로도 분류됐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본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파 성향이 친노와 겹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동안 야권 내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차지했지만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박원순계 인사는 기동민 당선인 단 한명 뿐이었다.

지난 2014년 문건과 이번 문건을 비교해보면 중진 정치인들의 달라진 위상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문건에서는 4명의 현역 의원이 속해 있던 김두관계는 이번 문건에선 단 한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경남도지사 출신으로 유력 대선후보였던 김두관 당선인은 지난 재보선에서 정치 신인 홍철호 후보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했다.


원내대표 경선에 활용 의혹
이번에도 계파 청산 어렵다?

이후 김 당선인은 대권에 대한 꿈을 접고 지역구 활동에만 전념하겠다고 밝혔는데 때문에 계파 수장의 자격을 상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외에도 한명숙계, 이해찬계, 김한길계, 박지원계 등 지금은 당을 떠난 인물들의 측근으로 분류됐던 의원들은 이번 문건에서는 대거 중도 또는 중도/비주류로 분류됐다.

중도로 분류된 인사들은 민병두, 김영호, 금태섭, 한정애, 박영선, 이훈, 신경민, 심재권, 김영춘, 김부겸, 백혜련, 박광온, 안민석, 소병훈 당선인 등 14명이었고, 중도/비주류로 분류된 인사들은 유승희, 노웅래, 이상민, 신창현, 박 정, 김두관, 정성호, 안호영, 강창일, 오영훈, 위성곤, 이언주, 김철민, 이종걸 등 역시 14명이었다.

이외에도 해당 문건은 민평련계(민주평화국민연대) 우원식, 설훈, 유은혜, 인재근 당선인 등 4명,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 박홍근, 우상호, 이인영, 김영진, 박용진 당선인 등 5명, 동교동계 김한정 당선인 등 1명, 기타 유동수, 송기헌 당선인 등으로 분류했다.
 

아울러 문건에 따르면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이상민(중도/비주류), 강창일(중도/비주류), 우상호(486), 노웅래(중도/비주류), 민병두(중도/통합행동), 우원식(민평련) 등으로 분류됐다.

이번에 입수한 문건이 얼마나 정확하게 계파를 분류한 것인지는 미지수다. 계파는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특정 계파와 친했던 인물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자신의 계파와는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또 이번 총선 당선인 중 상당수가 초선이라 정확한 계파 분류를 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14년 문건이 공개됐을 당시에도 대부분의 의원들은 자신에 대한 계파 분류가 엉터리라며 반발했었다.

정확도 미지수
분류 한계 있어

하지만 일각에선 이번 문건이 지난 2014년에 공개된 문건보다는 발전했다는 평가도 있다. 일례로 당시 김두관계로 분류된 원혜영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저 스스로는 원조친노라고 생각하지만 언젠가부터 변두리 친노가 된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아예 (친노에서) 빼버렸다”며 불만을 제기했었다. 그런데 이번 문건에서는 원 의원을 친노계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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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윤석열 수사’ 공수처·검찰 엇박자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하는 공수처가 검찰과의 줄다리기를 끝냈다. 대통령 기소권이 없는 공수처로서는 검찰의 요청을 쉽사리 거절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구속이라는 성과를 거뒀으나 사건 이첩을 막을 순 없었던 셈이다. 오히려 공수처가 시간 끌기에 나섰다면 자칫 수사 자체가 꼬여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수사에 비협조로 일관했다. 불법 수사로 규정하면서 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 측은 사건이 검찰로 이첩되면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쇼핑’ 논란을 자처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친정을 믿겠다는 무리수로 해석된다. 수사는 끝났는데… 공수처는 지난달 22일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대통령을 체포한 뒤 제대로 된 수사나 조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조사를 거부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구인은 이날까지 총 세 차례나 불발됐다. 앞서 공수처는 구인 시도 첫날인 같은 달 20일, 윤 대통령이 완강하게 거부하자 대치만 하다가 6시간 만에 철수했다. 전날에는 탄핵 심판 변론을 마친 윤 대통령을 상대로 구인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이 외부 진료를 받고 오후 9시가 넘어 복귀하면서 무산됐다. 인권 보호 규정상 오후 9시 이후 심야 조사는 피의자 동의 없이 불가능하다. 윤 대통령은 체포 당일인 지난달 15일 첫 대면조사 때부터 모든 질문에 묵비권을 행사했다. 7차례에 걸친 출석 및 조사 요구를 모두 거부한 셈이다. 공수처는 최근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실과 대통령 관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려고 했으나 대통령실은 오후 3시쯤 집행을 불승인했고 관저 압수수색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일정 등을 감안해 오후 4시50분쯤 집행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압수수색은 윤 대통령이 사용했던 비화폰 서버 기록을 확보하기 위한 조처였다. 경찰도 같은 이유로 대통령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으나 대통령경호처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비화폰을 통해 군·경찰에 “국회에 들어가려는 국회의원들 다 체포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 “문짝을 도끼로 부숴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등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전날 탄핵 심판 3차 변론기일에 직접 출석해 “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지난달 23일 과천청사에서 윤 대통령 내란혐의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서울중앙지검에 공소제기(기소) 요구 처분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판·검사나 경무관 이상 경찰관만 직접 기소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과 공모해 지난해 12월3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함으로써 폭동을 일으킨 혐의를 받는다. 직무권한을 남용해 경찰 국회 경비대 소속 경찰관들과 계엄군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고, 국회의원들의 계엄 해제 요구권 행사를 방해한 혐의도 있다. 공, 불법 수사 규정 강제구인도 실패 어쩔 수 없이 이첩…구속 제외 성과 ‘0’ 공수처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및 국방부 조사본부의 공조가 없었다면 오늘 수사 결과는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검찰청 역시 공수처의 이첩 요청권에 응해 사건을 적시에 이첩하고 이후 다수의 조서 및 공소장 관련 자료 등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도 공수처에는 비상계엄과 관련된 피의자들 및 관련자들 사건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대상자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책임 있는 수사 대상자는 모두 의법 조치될 수 있도록 수사를 엄정히 계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은 아직 검찰 조사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들은 “검찰에 사건이 이첩된 이후 판단하겠다”며 유보해 왔다. 공수처 조사와 달리 검찰 조사엔 응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사기관의 수사를 계속 거부할 명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향후 재판 과정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찰 수사 분위기를 봐가며 수사에 응할 가능성이 크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갈등을 이용해 일부분 협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친정을 더 신뢰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종 기소권을 가진 검찰 조사 단계에선 구치소 방문 조사 등 최소 범위로 응하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전면 부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노태우·전두환·노무현·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 검찰 조사에 응했던 바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엔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 조사 거부 명분으로 내세웠던 ‘내란죄 수사권’을 다시 꺼내 들며 검찰 조사도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위고하 막론하고 윤 대통령 측은 지금까지 공수처와 검찰 모두 법적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으며, 내란죄 수사권은 경찰만 가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윤 대통령 조사를 시도하는 것은 ‘불법 수사’라며 공수처 수사를 거부해 온 것과 대응 방식이 별반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권이 없는 기관에 협조도 안 했는데 검찰에 협조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초 검찰도 윤 대통령에 대해 강하게 수사해 왔고 그런 검찰에 윤 대통령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지난달 검찰의 소환조사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변론일에 출석해 여론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검찰은 구속 기간을 보수적으로 해석하는 실무 관행을 고려해 연장을 신청했다. 판사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10일을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구속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연장 허가 시 구속 만료 시점은 오는 5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전후로 윤 대통령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검찰은 공수처와 별도로 지난해 12월18일부터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해 왔다.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조지호 경찰청장, 문상호 전 국군정보사령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 핵심 관련자 10명을 군검찰과 함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 밖에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등 비상계엄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과 군·경찰 간부들도 조사하며 윤 대통령 혐의를 다졌다. 후배들이 나설 차례 검찰은 그간 확보한 물적·인적 증거를 토대로 윤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캐물을 계획이다. 최 대행에게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을 지시했는지, 곽·이 전 사령관 등에게 계엄 해제 요구 의결을 위해 모인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는지, 주요 인사 체포를 지시했는지, 총기 사용을 지시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윤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부르기보다는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조사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면조사가 이뤄지면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은 친정인 검찰 후배들과 마주 앉아 조사받게 된다.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23기로, 특수본부장인 박 고검장은 29기, 김종우 차장은 33기다. 수사팀 최순호 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국정 농단 수사팀서 당시 팀장이던 윤 대통령 지휘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우선 윤 대통령에 대한 혐의 다지기를 위해 국방부 조사본부를 압수수색했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달 23일, 요인 체포조 편성 및 운영 혐의와 관련해 국방부 조사본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비상계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우원식 국회의장,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 정계와 법조계 주요 인사 14명에 대한 체포조 운영 정황을 포착해 최근까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체포조 운영 정황을 상세히 적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는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충암고 후배 여 전 사령관은 박헌수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에게 전화를 걸어 “계엄령 선포됐으니까 너희 수사관 100명 우리한테 보내줘야 한다”며 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국방부 조사본부는 요인 체포조를 위해 조사본부 차원서 100명의 수사관을 동원했다고 보고 있다. 체포조에는 방첩사 수사관 50명과 경찰 수사관 100명도 동원됐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헌재 여론전 윤 믿을 건 친정뿐? 검 “대면조사 필요…봐주기 없다” 비상계엄 선포 당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네진 쪽지도 핵심 물적 증거다. 지난달 22일 민주당이 공개한 해당 쪽지에는 ‘기획재정부 장관’이라는 제목 아래 ▲예비비 조속 편성 ▲국회 관련 각종 운용자금 완전 차단 ▲국가비상 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민주당은 이 쪽지를 윤 대통령이 최 대행에게 직접 전달했다며 “최 대행은 명백한 내란 공범”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 측은 해당 쪽지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국회를 위헌적으로 해산하려 한 핵심 증거라고 보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 변론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란 쪽지를 기재부 장관에게 준 적이 있냐”고 묻자, “저는 준 적도 없고, 나중에 계엄 해제 뒤 한참 있다가 언론서 메모가 나왔다는 기사를 봤다”며 부인했다. 쪽지의 존재가 처음 드러난 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 현안 질의서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최 대행이 “윤 대통령이 저를 보시더니 ‘참고하라’며 옆에 누군가가 자료를 하나 줬는데, 접혀 있었다”는 발언부터였다. 이날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민주당 고민정 의원의 “대통령께서 직접 주셨냐”는 질문에, 최 대행은 “대통령이 직접 주시진 않으셨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대행은 “한 장짜리 자료인데, 접혀있었다”며 “제 직원(기재부 차관보)한테 ‘이것 가지고 있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4일 새벽 1시쯤 기재부 간부회의를 한 뒤, 차관보가 저한테 ‘아까 주신 문건이 있다’고 말해 확인했고, ‘비상계엄 상황서 유동성 확보를 잘 해라’라는 문장이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다만 최 대행에게 쪽지를 건네준 인사가 누구인지까지는 국회 회의록만으로는 알 수 없는 상태다. 최 대행은 해당 문서를 계엄 해제 이후 폐기하지 않고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최 대행의 과거 발언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의 “쪽지를 준 적도 없다”는 말은 최소한 사실과 거짓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최 대행에게 직접 건네지 않은 것은 맞지만, 그 존재를 언론을 보고 알았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은, 최 대행의 “참고하라고 했다”는 발언과 배치되기 때문이다. 휴가도 반납 혐의 다지기 전날 국회 비상계엄 국정조사 청문회서도 윤 대통령의 쪽지를 두고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쪽지를 직접 준 게 맞다”고 증언했고, 한 총리는 “전체적인 것들을 기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 11명 중 한 총리를 포함해 최 대행 등 7명을 조사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도 소환조사했다”고 전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