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넥스 불법전용 의혹

법 무시하고 공장 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굴지의 주방가구 업체 에넥스가 토지를 불법 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지차체는 십수 년째 불법이 있었지만 진상 파악조차 못하고 있었고 에넥스는 이제 와서 부랴부랴 해결책 마련에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에넥스는 1971년 서일공업사로 설립돼 1992년 3월 에넥스(ENEX)로 상호를 변경했다. 에넥스는 주방가구 기기 용품 제조 및 판매를 주업으로 하고 있다. 2012년 7월 금감원 이 실시한 신용등급 평가에서 ‘C등급’을 받으며 워크아웃 신청 대상이 되는 수모를 겪었지만 이듬해 대주주의 사재출연과 사업 다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노련하게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십수 년간 몰랐다?

에넥스의 위기 이후의 성장은 실적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에넥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3029억원으로 2014년 2583억원보다 1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지난해 78억원으로 2014년 49억원보다 59%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82억원으로 2013년보다 2배 이상을 기록했다.

지난해 에넥스는 사업부 재편 및 리모델링 시장 공략 등이 성공하면서 사상 최대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명실상부한 국내 주방가구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처럼 주방가구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에넥스가 국내에 운영 중인 2개 사업부(황간·용인공장) 모두에서 임야 및 하천에 대해 불법 점·전용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1978년 11월 준공된 충북 영동에 위치한 황간공장은 용지 면적 8만5000㎡에 연면적 3만3500㎡로 국내 최대 부엌가구 공장이다. 황간공장에서 문제가 되는 불법 전용 토지는 경비실 입구에서 남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마산리 514번지와 경비실 입구에서 북서쪽으로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528-29번지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514번지의 지목은 임야, 소유주는 에넥스 공장에서 1km 가량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는 정모씨다. 정씨 소유로 되어있는 해당 토지는 에넥스가 해당 번지 토지를 포장해 주차장 및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에넥스가 정씨 토지를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정씨는 에넥스에게 보상 및 사용료를 민사적으로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에넥스가 정씨에게 514번지에 대한 사용료를 정당하게 지불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임야를 주차장으로 불법 전용하고 있는 사실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임야는 산림 및 원야를 이루고 있는 수림지·죽림지·모래땅 등의 토지를 의미하는데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산지관리법제 14조에 따른 산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씨에게 에넥스 황간공장이 본인 임야를 주차장 및 도로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거부한 상황. 현재 해당 토지에 대한 영동군 산림과는 “1982년부터 공장부지 일부로 편입된 토지로써 각종 서류 보존연한 경과로 산지전용허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공소시효 7년을 경과했다”고 답변했다.

다만 영동군 삼림과 관계자는 “허가를 받지 않고 임야를 공장용지로 쓰고 있는 것 자체를 불법 전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14번지 불법 전용에 대해 황간공장 관계자는 “마산리 514번지를 해결하려고 영동군과 논의 중”이라고 답변했다.

에넥스는 514번지 임야 토지 이외에 황간공장의 528-29번지도 불법 전용했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에넥스가 1997년5월24일 매매한 528-29토지의 지목은 임야로 면적은 271㎡에 해당한다. 공장을 연지 20여년이 흐른 후에 별개로 528-29번지 임야를 취득했음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임야에 해당하는 토지를 전용허가조차 받지 않고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 땅 포장해 주차장 사용
임야·하천 용도 부지 무허가 점용


영동군 관계자는 “산림청이 2010년 12월1일부터 1년간 ‘불법 전용 산지 양성화’를 시행할 때 에넥스는 양성화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상복구 명령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조치를 취한다고 하더라도 공장 측에서 이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이 안 된다”며 “불법적으로 쓰고 있는 것을 용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조치를 보류하는 개념”이라고 에둘러 설명했다.

공장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임야인 것을 알고 공장으로 쓰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장이 운영된지 무려 20여년이 시점에서 구입한 땅의 지목을 모르고 공장으로 사용했다는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황간공장 관계자는 “528-29번지를 공장용지로 변경 신청해놓은 상태”라고 답했다. 에넥스 황간공장은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서야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모습이다.

에넥스는 제2공장인 용인공장에서도 하천 불법 점용과 임야 불법 전용 사실이 드러났다. 불법 점용을 한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금어리 611-5번지의 지목은 하천이고 면적은 521㎡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611-5번지는 소유자가 용인군으로 되어있다. 등기원인을 보면 1995년 4월15일 공공용지 협의 취득으로 되어 있다. 1995년은 용인군이 용인시로 승격되기 1년 전임을 감안할 때 실질적 소유자가 용인시임을 알 수 있다.

하천을 점용하기 위해서는 하천법 33조에 따라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처인구청은 지난달 19일 서면을 통해 “611-5번지 일원의 에넥스 용인공장에 대해서 하천구역 내 불법 점용이 확인되어 원상복구 통보했다”고 밝혔다. 용인공장 입구를 확인했지만 불법 점용에 대한 원상복구 조치는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 조치 이후 진행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처인구청 하천관리팀에 문의했다.

처인구청 하천관리팀 관계자는 “보통 이행을 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준다”며 “용인공장 관계자가 처인구청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 건에 대해서는 일단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 원상복구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변상금 납부를 한 다음에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보통의 불법 점용자들은 인지를 못하거나 허가를 받아야 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뒤늦게 원상복구

에넥스는 용인공장에서 하천 불법 점용 뿐만 아니라 임야를 불법 전용한 사실도 있다. 해당 임야에 대해 처인구청 공원환경과는 “금어리 612번지가 산지전용허가 없이 주차장 진입로로 이용되고 있다”며 “소유주에게 산지관리법에 따라 원상복구 명령을 했다”고 밝혔다. 612번지는 현재 1m 높이의 잣나무가 수십 그루 심어져 있다. 관할구청의 원상복구 명령에 부랴부랴 나무를 심기는 했지만 십수년 넘게 임야를 주차장 진입로로 사용했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야·하천전용 처벌은? 

산지관리법 제53조에 따르면 산지전용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산지전용을 하거나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산지전용허가를 받아 산지전용을 한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천법 95조에 따르면 토지의점용을 위반하여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하천을 점용한 자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훈>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