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기업 덮친 사정폭풍 내막

대기업 탈탈 털어 정치인 싹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20대 총선 이후 검찰의 사정바람이 매섭다. 먼저 대형 건설사 4곳과 부영그룹이 검찰의 타깃이 됐다. 올해 박근혜정부가 4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앞으로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검찰은 ‘철도공사 입찰담합’과 관련해 대형 건설사 4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지난 19일 평창올림픽을 위한 원주∼강릉간 철도공사에 참여한 한진중공업과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건설업체 4곳에 검사와 수사관 등 60여명을 보내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내사 끝내고…
기업 수사선상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지 않았다”며 “검찰이 인지수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건설 담합 사건 이후 다양한 인지수사를 펼쳐왔고 이번 수사도 그런 활동의 연장”이라며 “검찰이 기계적으로 수사의뢰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인지수사도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는 검찰이 대기업 수사에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건설사 4곳의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 입찰관련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고 이를 분석해 혐의를 입증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전 구간 길이가 58.8km에 달하고 사업비는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초에 발주한 강원도 원주∼강릉 간 철도공사에서 4개 건설사가 입찰을 담합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철도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4개 건설사가 제출한 입찰금액 사유서는 내용이 서로 완전히 일치했다. 또 각 공구별로 1개 건설사씩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입찰금액을 저가로 써내는 방법으로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각사가 발주처에 제출한 입찰사유서의 설명 부분과 글자 크기, 띄어쓰기 등 금액을 제외한 문서내용·양식이 완벽하게 일치해 철도공단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입찰금액 사유서를 4개 업체가 제출했는데 내용과 양식이 모두 동일했고 입찰 담합을 의심할만한 투자 패턴이 나타났다”면서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계약 체결 여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계약심의위원회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건설사들과 소송이 벌어져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염두해 계약을 체결키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해당 건설사 임원을 불러 담합 여부에 관해 물었지만 모두 부인했다”면서 “발주처 입장에서는 조사권이 없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에 공정위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거 끝났다” 칼 빼든 검찰
심상찮은 칼날…비리 정조준

입찰금액 사유서라는 것이 수십 쪽에 달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한두 쪽 정도 간단한 내용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서로 참고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A건설사는 “사유서를 낼 때 건설사들끼리 서로 어떻게 냈는지 물어보고 대충 맞춰서 낸 것이지 어떤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문제는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인데 글자와 내용이 좀 같다고 담합이라고 하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철도공단 측은 “그런 것을 관행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동안 담합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번 입찰담합 건이 사실로 밝혀져 수천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받게 되면 실적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수년전 벌어진 담합 건이다. 수출 외에 내수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이 바로 건설업”이라며 “고용이라는 관점에서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과징금 폭탄을 거두고 규제개혁에 정부가 앞장서는 등 업계 살리기에 동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대 총선이 끝난 뒤 검찰발 기업 사정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공정위는 2005년 한국가스공사가 삼척·평택·통영 LNG저장탱크 건설공사 시공사로 선정한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 3개 컨소시엄에 대해 입찰담합 혐의를 확인하고 13개 건설사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공정위는 상반기 중 전원회의를 열어 위법성 여부와 제재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난해 자정결의대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힌 삼진아웃제, CEO 무한책임 등을 이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민간임대주택 1위에 올라있는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은 수십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세무당국의 조사에서 드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앞으로 이 회장과 부영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국세청은 부영주택이 법인세 수십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발견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서울청 조사4국을 파견해 부영주택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21일 특수1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재계 잔뜩 긴장
사업 차질 예상

특수부에 배당한 배경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배당하지 않은 것은 해당 부서의 사건 적체가 심하기 때문”이라며 “우선은 고발사건 위주로 살펴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정당국이 부영과 관련한 비리첩보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정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국세청의 고발 전에 이미 부영과 관련한 비리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1000억원대 세금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조세 포탈 혐의뿐 아니라 부영주택의 외국 송금 의혹들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과 별도로 세무조사 결과 부영주택 등이 캄보디아에 송금한 자금의 흐름에 수상한 점을 적발해 부영 측에 수백억원대의 추징금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에 부영 측은 “일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그간 세금을 충실히 내왔으며 고의적으로 탈세한 일은 없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도 올해 초 전직 부영그룹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2·3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자체적으로 수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국세청 조사내용과 함께 차명계좌를 통한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 국민주택 사업과정에서 부당하게 세금을 감면 받았다는 의혹 등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그룹은 1983년 3월 설립돼 임대주택 사업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현재 이 회장의 부영에 대한 지분은 93%이상을 차지한다. 부영은 올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진단지정 결과 자산 총액이 20조4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21위에 올라 있으며, 부영그룹은 호텔업과 레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오투리조트를 매입했고 임대사업을 위해 서소문 삼성생명 본관 건물도 함께 사들였다. 경남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마산 해양신도시 복합개발 시행자로도 참여해 지방까지 전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번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진행 중인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 해외에서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온 이 회장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아프리카 르완다까지 직접 건너가 디지털 피아노와 칠판 등을 기증하는 등 친선활동과 교육지원사업을 벌여왔다.


부영그룹은 이번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추진 중인 대형사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검찰에서 아직 우리 쪽에 따로 통보한 내용은 없다”며 “그동안 고의적으로 탈세한 일은 없다”고 했다.

부영 비자금 추적
건설사 담합 도마

수사선상에 오른 부영은 임대아파트 분양 때 1조6000억원대 폭리를 취했다는 이유로 줄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과 청주지법, 부산고법 등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부영과 계열사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중이다.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격을 높게 책정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 분쟁의 이유다.

공공임대아파트 분양가를 둘러싼 분쟁은 임대주택 분양 전환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에 의해 불거졌다. 문제는 건축비는 ‘상한 가격을 국토부가 고시한 표준건축비로 한다’고만 언급돼 있을 뿐 구체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임대아파트 사업자들은 관행대로 표준건축비를 건축비로 계산해 분양전환가를 정해 법 테두리 안에서 가장 높게 책정할 수 있는 금액을 적용했다.

대법원은 2011년 LH와 임대주택 입주민 간 소송에서 분양 전환가격의 건설원가는 표준건축비가 아닌 ‘택지비와 건축비의 합’이라고 보고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임대아파트 사업자들 대상으로 한 줄 소송이 이어졌다. 부영도 전국적으로 소송을 당했다.
 

부영 측은 공기업으로써 분양 전환가격을 정하는 LH와 달리 민간 사업자인 부영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잇달아 패소했다. 지난해 7월 청주 상당구 금천동 부영1단지와 부영5단지 아파트 주민 500여명이 낸 소송에서 “부영은 주민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일부 소송에서만 부영이 승소했을 뿐이다.


검찰의 칼끝은 줄기세포 업체 STC라이프도 겨냥했다. 검찰은 줄기세포 업체 STC라이프의 이계호 회장(57)의 수십억대 조세포탈·혐의도 포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무당국은 이 회장의 10억원대 조세포탈 정황을 잡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회장이 법인자금을 유용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로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한 화장품을 제조, 판매해 주목받던 STC라이프는 코스닥 상장 20여년 만인 지난 2011년 상장폐지됐다.

이 회장은 2004년 1500억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에는 모 종합일간지 회장이 STC라이프 전환사채 60억원을 인수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뒤 지인 명의로 주식 4만9000여주를 산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만능 줄기세포를 췌장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에 성공하는 등 재기를 시도했지만 이번에 다시 검찰에 비리가 포착된 것이다.

진짜 타깃은…
정계 검은고리?

검찰의 연이은 기업 사정 수사에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각종 수사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선 총선이 끝난 만큼 물밑에서 진행됐던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재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에 뜬 ‘재벌 저격수’

노회찬, 채이배…대기업 긴장

재계는 제20대 국회에서 활동하게 될 ‘재계 저승사자’들에 주목하고 있다.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4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당내 재별개혁특별위원회를 이끌며 주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아왔다.

야권의 재벌 저격수로 유명한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각각 3선에 성공했다.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강성기조를 보여온 공인회계사 출신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의 활약도 지켜볼만 하다.

재계 개혁파 대거 입성

채 당선자는 “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라며 “19대 국회 연장선상에서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려 한다”고 예고했다. ‘대기업 갑질’에 목소리를 높였던 ‘을지로위원회’의 우원식 의원도 3선에 성공해 재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서영교 당선자도 지난해 8월 ‘대기업 복합쇼핑몰 규제법’을 발의하는 등 재벌 규제 강화에 앞장선 인물로 꼽힌다. 이밖에 박범계·원혜영·이언주 등 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 대거 당선된 점도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여당 내 재계저격수’로 불리는 이혜훈 의원의 국회입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은 여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특별범죄가중처벌법과 기업지배관련법 을 강조해 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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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