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기업 덮친 사정폭풍 내막

대기업 탈탈 털어 정치인 싹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20대 총선 이후 검찰의 사정바람이 매섭다. 먼저 대형 건설사 4곳과 부영그룹이 검찰의 타깃이 됐다. 올해 박근혜정부가 4년차를 맞이한 가운데 앞으로 검찰의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9일 검찰은 ‘철도공사 입찰담합’과 관련해 대형 건설사 4곳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이준식)는 지난 19일 평창올림픽을 위한 원주∼강릉간 철도공사에 참여한 한진중공업과 현대건설, 두산중공업, KCC건설 등 건설업체 4곳에 검사와 수사관 등 60여명을 보내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내사 끝내고…
기업 수사선상

검찰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지 않았다”며 “검찰이 인지수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SK건설 담합 사건 이후 다양한 인지수사를 펼쳐왔고 이번 수사도 그런 활동의 연장”이라며 “검찰이 기계적으로 수사의뢰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인지수사도 하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는 검찰이 대기업 수사에 앞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건설사 4곳의 압수수색을 통해 회계장부, 입찰관련 서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고 이를 분석해 혐의를 입증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은 전 구간 길이가 58.8km에 달하고 사업비는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철도시설공단은 2013년 초에 발주한 강원도 원주∼강릉 간 철도공사에서 4개 건설사가 입찰을 담합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철도시설공단 등에 따르면 4개 건설사가 제출한 입찰금액 사유서는 내용이 서로 완전히 일치했다. 또 각 공구별로 1개 건설사씩 낙찰받을 수 있도록 입찰금액을 저가로 써내는 방법으로 담합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각사가 발주처에 제출한 입찰사유서의 설명 부분과 글자 크기, 띄어쓰기 등 금액을 제외한 문서내용·양식이 완벽하게 일치해 철도공단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입찰금액 사유서를 4개 업체가 제출했는데 내용과 양식이 모두 동일했고 입찰 담합을 의심할만한 투자 패턴이 나타났다”면서 “계약심의위원회를 개최해 계약 체결 여부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당시 계약심의위원회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면 건설사들과 소송이 벌어져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을 염두해 계약을 체결키로 한 것으로 알려진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해당 건설사 임원을 불러 담합 여부에 관해 물었지만 모두 부인했다”면서 “발주처 입장에서는 조사권이 없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에 공정위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선거 끝났다” 칼 빼든 검찰
심상찮은 칼날…비리 정조준

입찰금액 사유서라는 것이 수십 쪽에 달하는 보고서가 아니라 한두 쪽 정도 간단한 내용을 담는 것이기 때문에 건설사들이 서로 참고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A건설사는 “사유서를 낼 때 건설사들끼리 서로 어떻게 냈는지 물어보고 대충 맞춰서 낸 것이지 어떤 이익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문제는 부당한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인데 글자와 내용이 좀 같다고 담합이라고 하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철도공단 측은 “그런 것을 관행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그동안 담합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번 입찰담합 건이 사실로 밝혀져 수천억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받게 되면 실적악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수년전 벌어진 담합 건이다. 수출 외에 내수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산업이 바로 건설업”이라며 “고용이라는 관점에서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과징금 폭탄을 거두고 규제개혁에 정부가 앞장서는 등 업계 살리기에 동참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대 총선이 끝난 뒤 검찰발 기업 사정이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공정위는 2005년 한국가스공사가 삼척·평택·통영 LNG저장탱크 건설공사 시공사로 선정한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등 3개 컨소시엄에 대해 입찰담합 혐의를 확인하고 13개 건설사에 심사보고서를 보냈다.

공정위는 상반기 중 전원회의를 열어 위법성 여부와 제재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건설사들의 입찰담합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난해 자정결의대회에서 대국민 사과를 통해 밝힌 삼진아웃제, CEO 무한책임 등을 이행할지 여부가 주목된다.

민간임대주택 1위에 올라있는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은 수십억원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세무당국의 조사에서 드러나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됐다. 앞으로 이 회장과 부영그룹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국세청은 부영주택이 법인세 수십억원을 포탈한 혐의를 발견하고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2월 서울청 조사4국을 파견해 부영주택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21일 특수1부에 배당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재계 잔뜩 긴장
사업 차질 예상

특수부에 배당한 배경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공정거래조세조사부에 배당하지 않은 것은 해당 부서의 사건 적체가 심하기 때문”이라며 “우선은 고발사건 위주로 살펴볼 것”이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사정당국이 부영과 관련한 비리첩보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정설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국세청의 고발 전에 이미 부영과 관련한 비리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1000억원대 세금부과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조세 포탈 혐의뿐 아니라 부영주택의 외국 송금 의혹들도 제기되고 있다.
 

국세청은 이 회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과 별도로 세무조사 결과 부영주택 등이 캄보디아에 송금한 자금의 흐름에 수상한 점을 적발해 부영 측에 수백억원대의 추징금을 통보할 방침이다. 이에 부영 측은 “일부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그간 세금을 충실히 내왔으며 고의적으로 탈세한 일은 없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에 충분히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도 올해 초 전직 부영그룹 직원을 참고인 신분으로 2·3차례 불러 조사하는 등 자체적으로 수사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은 국세청 조사내용과 함께 차명계좌를 통한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 국민주택 사업과정에서 부당하게 세금을 감면 받았다는 의혹 등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영그룹은 1983년 3월 설립돼 임대주택 사업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현재 이 회장의 부영에 대한 지분은 93%이상을 차지한다. 부영은 올해 상호출자제한 기업진단지정 결과 자산 총액이 20조4000억원으로 재계 순위 21위에 올라 있으며, 부영그룹은 호텔업과 레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오투리조트를 매입했고 임대사업을 위해 서소문 삼성생명 본관 건물도 함께 사들였다. 경남 진해 글로벌테마파크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가운데, 마산 해양신도시 복합개발 시행자로도 참여해 지방까지 전방위로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번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진행 중인 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더불어 해외에서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펼쳐온 이 회장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에도 아프리카 르완다까지 직접 건너가 디지털 피아노와 칠판 등을 기증하는 등 친선활동과 교육지원사업을 벌여왔다.

부영그룹은 이번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추진 중인 대형사업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조사가 진행 중이며 검찰에서 아직 우리 쪽에 따로 통보한 내용은 없다”며 “그동안 고의적으로 탈세한 일은 없다”고 했다.

부영 비자금 추적
건설사 담합 도마

수사선상에 오른 부영은 임대아파트 분양 때 1조6000억원대 폭리를 취했다는 이유로 줄 소송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과 청주지법, 부산고법 등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부영과 계열사 부영주택, 동광주택 등을 상대로 낸 소송을 심리 중이다.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가격을 높게 책정해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것이 분쟁의 이유다.

공공임대아파트 분양가를 둘러싼 분쟁은 임대주택 분양 전환가격을 산정하는 기준에 의해 불거졌다. 문제는 건축비는 ‘상한 가격을 국토부가 고시한 표준건축비로 한다’고만 언급돼 있을 뿐 구체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이로써 임대아파트 사업자들은 관행대로 표준건축비를 건축비로 계산해 분양전환가를 정해 법 테두리 안에서 가장 높게 책정할 수 있는 금액을 적용했다.

대법원은 2011년 LH와 임대주택 입주민 간 소송에서 분양 전환가격의 건설원가는 표준건축비가 아닌 ‘택지비와 건축비의 합’이라고 보고 입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이후 임대아파트 사업자들 대상으로 한 줄 소송이 이어졌다. 부영도 전국적으로 소송을 당했다.
 

부영 측은 공기업으로써 분양 전환가격을 정하는 LH와 달리 민간 사업자인 부영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잇달아 패소했다. 지난해 7월 청주 상당구 금천동 부영1단지와 부영5단지 아파트 주민 500여명이 낸 소송에서 “부영은 주민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일부 소송에서만 부영이 승소했을 뿐이다.

검찰의 칼끝은 줄기세포 업체 STC라이프도 겨냥했다. 검찰은 줄기세포 업체 STC라이프의 이계호 회장(57)의 수십억대 조세포탈·혐의도 포착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세무당국은 이 회장의 10억원대 조세포탈 정황을 잡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회장이 법인자금을 유용한 혐의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초로 만능 줄기세포를 만들고, 이를 활용한 화장품을 제조, 판매해 주목받던 STC라이프는 코스닥 상장 20여년 만인 지난 2011년 상장폐지됐다.

이 회장은 2004년 1500억원대 다단계 사기를 벌인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2009년에는 모 종합일간지 회장이 STC라이프 전환사채 60억원을 인수한다는 미공개 정보를 입수한 뒤 지인 명의로 주식 4만9000여주를 산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지난 2014년 만능 줄기세포를 췌장세포로 분화시키는 연구에 성공하는 등 재기를 시도했지만 이번에 다시 검찰에 비리가 포착된 것이다.

진짜 타깃은…
정계 검은고리?

검찰의 연이은 기업 사정 수사에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비리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번 각종 수사를 시작으로 향후 다양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선 총선이 끝난 만큼 물밑에서 진행됐던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앞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 재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에 뜬 ‘재벌 저격수’

노회찬, 채이배…대기업 긴장

재계는 제20대 국회에서 활동하게 될 ‘재계 저승사자’들에 주목하고 있다.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박영선 의원이 4선에 성공했다. 박 의원은 당내 재별개혁특별위원회를 이끌며 주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 등을 문제 삼아왔다.

야권의 재벌 저격수로 유명한 정의당 심상정, 노회찬 의원이 각각 3선에 성공했다.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해 강성기조를 보여온 공인회계사 출신 국민의당 채이배 당선자의 활약도 지켜볼만 하다.

재계 개혁파 대거 입성

채 당선자는 “기업의 일감몰아주기,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행위”라며 “19대 국회 연장선상에서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려 한다”고 예고했다. ‘대기업 갑질’에 목소리를 높였던 ‘을지로위원회’의 우원식 의원도 3선에 성공해 재계를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서영교 당선자도 지난해 8월 ‘대기업 복합쇼핑몰 규제법’을 발의하는 등 재벌 규제 강화에 앞장선 인물로 꼽힌다. 이밖에 박범계·원혜영·이언주 등 19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의원 상당수가 이번 총선에 대거 당선된 점도 재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여당 내 재계저격수’로 불리는 이혜훈 의원의 국회입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혜훈 전 의원은 여당 의원임에도 불구하고 특별범죄가중처벌법과 기업지배관련법 을 강조해 왔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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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