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귀순 내막

“한달 전부터 국정원과 접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중국 내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귀순을 하면서 이들의 귀순 동기와 입국 경위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북한처럼 상호 감시체제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가족도 아닌 직장동료끼리 서로 뜻을 맞춰 집단귀순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6일 새벽 중국을 출발해 7일 입국, 8일 정부가 공식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들의 집단귀순에 얽힌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귀순자 13명은 평양시에 30년째 미완공 중인 150층짜리 류경호텔 소속 직원들로 지난해 12월께부터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하이수(海曙)구의 역사문화거리인 난탕라오제(南塘老街)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이들 외에도 5∼7명 정도의 종업원이 더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대 초반 여성들
신혼도 포함

그 전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신싱제(新興街)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해당 식당은 개업한 지 10년가량 된 업소로 북한정권이 직영하지 않고 재일동포 부부가 운영했다. 이들이 지난해 말 옌지에서 중국 내륙으로 이동한 것은 옌지에 조선족 식당이 많은데다 조선족 식당과 북한 식당이 음식 맛에서 별 차이가 없는 반면 가격은 2배 가량 비싸 가격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크다고 한다.

이들은 30대 지배인 외 요리사와 종업원들로 30대 여성 1명과 22∼25세 사이의 여성들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 중엔 “결혼한 지 불과 1년6개월 된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한쪽은 중국에 남고 다른 쪽은 한국행을 택했다”고 귀띔해 탈출 동기와 부부가 헤어지게 된 이유가 연관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통일부의 브리핑이나 북한전문가를 인용한 복수의 매체는 이들의 집단귀순 동기에 대해 대북제재와 충성자금 상납의 어려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게 된 이유 등을 꼽았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며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내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의하면 이들의 귀순엔 좀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동기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3명이 함께 집단 탈출한 것은 그만큼 평양 압송과 처벌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류경식당은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식자재 결제대금이 여러 달 밀렸다고 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충성자금’(연평균 36만불)도 여러 달 밀렸다. 무엇보다 이번 집단귀순자 중에 한 사람이 ‘도박빚’으로 인해 도박장과 지인으로부터 독촉이 심했다고 한다. 식당 개업을 앞두고 한 전기·수도 공사 대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자금 압박이 심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여러 달 전부터 귀순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다. 약 한 달 전부터는 남한 정보당국과의 접촉이 있었는데 우리 측보다는 류경식당 측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지만, 우리 측이 먼저 설득을 하거나 포섭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종업원들이 원하는 대로 빨리 입국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하고 이례적으로 빨리 발표하는 것 등엔 당국자의 관여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상호 감시체제가 일반화돼 있다. 탈북자에 따르면, 해외 파견근무자의 경우 3인 1조로 조를 짜서 상대의 움직임을 ‘2시간에 1회씩’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기획 탈북을 시도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국 파견 평양 류경호텔 소속 13명 탈출
입국 다음날 정부 발표…기획설 모락모락

또 중국 내 북한식당은 첩보활동의 아지트로 손님의 직업 등 신상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고 포섭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정보당국 소속 요원들도 수시로 북한 식당에 드나들면서 동태를 파악한다고 알려졌다. 양측 인사가 서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KBS>는 탈출 전날, 경비원을 인용해 식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큰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경비원은 “전날 싸움이 벌어졌다.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웠다”며 “내부 사람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중국 사업 파트너와 다툼이 있었거나 탈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종업원들 간에 어떤 의견 충돌이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도박빚이 문제?
자금압박 심해

<MBN>도 류경식당 앞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을 인용해 “최근 중국 사업가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큰 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폭행사건까지 일어나 (식당 관계자들이) 공안당국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류경식당이 지난해 10월 개업한 직후부터 식당의 전기, 수도시설 등 각종 설비를 담당해왔다는 이 남성은 “지난 2∼3월 작업비용인 3000위안(53만3430원)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최근 식당에 올 때마다 문이 잠겨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 13명은 함께 탈출을 상의하던 또 다른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하지 않겠다고 돌아서자 북한 당국에 발각될 것을 우려하던 중 감시를 총괄하는 보위부 책임자가 베이징으로 잠시 출장 간 틈을 타 5일 긴급 탈출해 한국정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목숨을 거는 탈출에 한 뜻으로 동조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중엔 최종 목적지를 모르고 따라온 이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 북한전문가는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중간 경유지인 방콕에서 내려 남한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지만,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여타 동남아 국가는 비자가 있어야 갈 수 있다. 닝보공항에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까지 직항이 없고 방콕 경유 노선만 있다. 닝보∼쿠알라룸푸르까지의 10시간 동안 북한 당국에 소식이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경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측에 체포될 수 있으므로 방콕에서 내려 서울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한국에 가고 싶어서?
“매달 상납 충성자금 밀려”

이 과정에서 북한 종업원들은 ‘한국 관광객’으로 위장해 혹시 있을 수 있는 감시의 눈길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패딩점퍼, 가죽재킷 등을 입고 가방을 메거나 여행가방을 들고 이동했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탈북과정에서 두만강을 건너면 브로커가 건넨 남한식 옷으로 갈아입고 추적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외식당은 국영 또는 중국인·화교 등과의 합자회사 등 국가직영과 위탁으로 나뉜다. 합자식당들은 중국인 측이 건물 등 장소를 제공하고 북한 측이 인력공급, 음식요리, 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식당마다 보위부요원이 1명씩 파견돼 있다. 옌지 류경식당의 경우 재일동포 A씨 부부가 운영해 오다 지금은 A씨의 처남이 맡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평양에 갔다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억류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정을 알아보려고 북한에 갔던 A씨 부인도 소식이 끊겼다.

<동아일보>는 11일 옌지 소식통을 인용해 “사장 부부가 평양에서 오지 못하는 것은 매달 상납하는 충성자금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까지 대거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가 (앞으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남은 직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남겨진 직원들은 북한에 들어갔거나 처벌이 두려워 귀국을 포기하고 도주했을 수 있다. 한국행을 위해 동남아 한 국가에 머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일부 측은 현재 남은 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신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 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 정보당국과
비밀 협의했다”

한편 이번 집단귀순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지난 4·13총선을 의식한다는 관측이 돌았다. 소위 북풍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북한 변수가 매개가 된 사건이 터지더라도 2000년대 이후엔 집권 여당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캄보디아 북한 식당 러브스토리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로 북한 해외식당의 영업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식당 수가 많은 순으로 중국·러시아·캄보디아·베트남·몽골·태국·라오스·네팔·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12개국에서 1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최근엔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식당 수는 점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식당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봉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북한 식당의 특성상 서빙뿐 아니라 연주와 노래도 겸해야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등 노동강도가 세다. 함부로 외출할 수도 없고 서로 감시하는 공동생활의 연속이다. 1주일에 한 번 생활총화(북한의 각급 조직에서 실시하는 자기비판모임)가 있고 한 달에 1회 휴일이 있다. 급여는 월 10∼15달러로 알려져 있으나 귀국 시 한 번에 지불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방문한 남한 손님들은 주로 북한산 술과 담배를 구입한다.

한 화교 여성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대도시로 보낸다”며 “봉사료는 1/n로 똑같이 나눈다. 일이 힘들어도 해외근무를 자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보통 3년 정도 일하면 결혼자금을 모아서 북한으로 들어가 결혼한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북한 식당은 남한에선 접하기 어려운 북한 음식과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의 상냥함이 인상적이었다. 종업원들은 전원이 25세 이하지만 또래의 남한 여성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 남성은 “음식보다도 평소 듣지 못하던 북한식의 상냥한 말투를 듣기 위해 북한 식당에 자주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북제재 국면과 상관없이 캄보디아의 북한식당이 최근 3년간 4개소가 폐쇄됐다. 내막은 남남북녀의 연애와 도주였다. 남한 정착 10년차의 한 탈북 남성이 지난 2013년 휴가를 받아 캄보디아에 갔다. 그는 캄보디아를 통해 남한에 입국하면서 약 6개월간 머물렀는데 그때의 기억으로 캄보디아 여행을 간 것이었다. 그곳에서 ‘대동강식당’에 간 이 남성은 한 종업원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는 휴가기간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대동강식당에 갔다. 이후에도 휴가만 받으면 캄보디아에 갔다. 두 사람은 함께 노래도 부르고 대화도 나눴다. 어느 날 여성이 남성에게 악수를 청했다. 여성의 손에서 남성의 손으로 쪽지가 전달됐다. 쪽지엔 단정한 글씨로 “당신과 함께 한국에 가고 싶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 남성은 이 여성을 한국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아침 일찍 식당 문이 열기 전에 물건을 사러 나가는 척하며 탈출한 여성을 브로커 편에 태국으로 보냈다. 자신은 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출국 직전 ‘납치’ 혐의로 현지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CCTV를 통해 경찰이 남성과 접촉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 즉시 구속돼 재판이 시작됐다. 태국에서 발이 묶인 여성과 캄보디아 법원 간에 이례적으로 화상재판이 진행됐다. 여성은 “납치가 아니고 한국에 가고 싶어서 도움을 청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재판엔 한국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여성의 증언 덕분에 이 남성은 수감 3개월 만에 무죄판결을 받고 추방 형식으로 캄보디아를 빠져나왔다. 여성도 방콕에서 출발해 두 사람은 서울에서 재회할 수 있었다.

같은 식당에서 지난해에도 한 여성 종업원이 탈출에 성공해 서울에 입국했다. 연이은 탈출로 대동강식당은 지난해 9월에 폐쇄됐다.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지난해 12월 앙코르와트 박물관을 세운 시엠립(Siem Reap)의 ‘평양냉면’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해당 식당엔 남한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었다. 이들을 인솔한 남한 남성 가이드가 수년 동안 식당을 드나들면서 마음에 두는 여성이 생겼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태국으로 탈출했다.

최근 3년 간 캄보디아에서만 여성 종업원 3명이 한국에 입국한 것이다. 수도 프놈펜에 있는 고려식당이 2월에, 능라도식당이 3월에 영업부진으로 각각 폐쇄됐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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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