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귀순 내막

“한달 전부터 국정원과 접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중국 내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귀순을 하면서 이들의 귀순 동기와 입국 경위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북한처럼 상호 감시체제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가족도 아닌 직장동료끼리 서로 뜻을 맞춰 집단귀순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6일 새벽 중국을 출발해 7일 입국, 8일 정부가 공식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들의 집단귀순에 얽힌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귀순자 13명은 평양시에 30년째 미완공 중인 150층짜리 류경호텔 소속 직원들로 지난해 12월께부터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하이수(海曙)구의 역사문화거리인 난탕라오제(南塘老街)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이들 외에도 5∼7명 정도의 종업원이 더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대 초반 여성들
신혼도 포함

그 전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신싱제(新興街)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해당 식당은 개업한 지 10년가량 된 업소로 북한정권이 직영하지 않고 재일동포 부부가 운영했다. 이들이 지난해 말 옌지에서 중국 내륙으로 이동한 것은 옌지에 조선족 식당이 많은데다 조선족 식당과 북한 식당이 음식 맛에서 별 차이가 없는 반면 가격은 2배 가량 비싸 가격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크다고 한다.

이들은 30대 지배인 외 요리사와 종업원들로 30대 여성 1명과 22∼25세 사이의 여성들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 중엔 “결혼한 지 불과 1년6개월 된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한쪽은 중국에 남고 다른 쪽은 한국행을 택했다”고 귀띔해 탈출 동기와 부부가 헤어지게 된 이유가 연관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통일부의 브리핑이나 북한전문가를 인용한 복수의 매체는 이들의 집단귀순 동기에 대해 대북제재와 충성자금 상납의 어려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게 된 이유 등을 꼽았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며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내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의하면 이들의 귀순엔 좀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동기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3명이 함께 집단 탈출한 것은 그만큼 평양 압송과 처벌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류경식당은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식자재 결제대금이 여러 달 밀렸다고 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충성자금’(연평균 36만불)도 여러 달 밀렸다. 무엇보다 이번 집단귀순자 중에 한 사람이 ‘도박빚’으로 인해 도박장과 지인으로부터 독촉이 심했다고 한다. 식당 개업을 앞두고 한 전기·수도 공사 대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자금 압박이 심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여러 달 전부터 귀순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다. 약 한 달 전부터는 남한 정보당국과의 접촉이 있었는데 우리 측보다는 류경식당 측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지만, 우리 측이 먼저 설득을 하거나 포섭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종업원들이 원하는 대로 빨리 입국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하고 이례적으로 빨리 발표하는 것 등엔 당국자의 관여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상호 감시체제가 일반화돼 있다. 탈북자에 따르면, 해외 파견근무자의 경우 3인 1조로 조를 짜서 상대의 움직임을 ‘2시간에 1회씩’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기획 탈북을 시도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국 파견 평양 류경호텔 소속 13명 탈출
입국 다음날 정부 발표…기획설 모락모락

또 중국 내 북한식당은 첩보활동의 아지트로 손님의 직업 등 신상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고 포섭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정보당국 소속 요원들도 수시로 북한 식당에 드나들면서 동태를 파악한다고 알려졌다. 양측 인사가 서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KBS>는 탈출 전날, 경비원을 인용해 식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큰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경비원은 “전날 싸움이 벌어졌다.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웠다”며 “내부 사람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중국 사업 파트너와 다툼이 있었거나 탈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종업원들 간에 어떤 의견 충돌이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도박빚이 문제?
자금압박 심해

<MBN>도 류경식당 앞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을 인용해 “최근 중국 사업가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큰 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폭행사건까지 일어나 (식당 관계자들이) 공안당국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류경식당이 지난해 10월 개업한 직후부터 식당의 전기, 수도시설 등 각종 설비를 담당해왔다는 이 남성은 “지난 2∼3월 작업비용인 3000위안(53만3430원)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최근 식당에 올 때마다 문이 잠겨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 13명은 함께 탈출을 상의하던 또 다른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하지 않겠다고 돌아서자 북한 당국에 발각될 것을 우려하던 중 감시를 총괄하는 보위부 책임자가 베이징으로 잠시 출장 간 틈을 타 5일 긴급 탈출해 한국정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목숨을 거는 탈출에 한 뜻으로 동조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중엔 최종 목적지를 모르고 따라온 이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 북한전문가는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중간 경유지인 방콕에서 내려 남한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지만,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여타 동남아 국가는 비자가 있어야 갈 수 있다. 닝보공항에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까지 직항이 없고 방콕 경유 노선만 있다. 닝보∼쿠알라룸푸르까지의 10시간 동안 북한 당국에 소식이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경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측에 체포될 수 있으므로 방콕에서 내려 서울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한국에 가고 싶어서?
“매달 상납 충성자금 밀려”

이 과정에서 북한 종업원들은 ‘한국 관광객’으로 위장해 혹시 있을 수 있는 감시의 눈길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패딩점퍼, 가죽재킷 등을 입고 가방을 메거나 여행가방을 들고 이동했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탈북과정에서 두만강을 건너면 브로커가 건넨 남한식 옷으로 갈아입고 추적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외식당은 국영 또는 중국인·화교 등과의 합자회사 등 국가직영과 위탁으로 나뉜다. 합자식당들은 중국인 측이 건물 등 장소를 제공하고 북한 측이 인력공급, 음식요리, 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식당마다 보위부요원이 1명씩 파견돼 있다. 옌지 류경식당의 경우 재일동포 A씨 부부가 운영해 오다 지금은 A씨의 처남이 맡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평양에 갔다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억류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정을 알아보려고 북한에 갔던 A씨 부인도 소식이 끊겼다.

<동아일보>는 11일 옌지 소식통을 인용해 “사장 부부가 평양에서 오지 못하는 것은 매달 상납하는 충성자금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까지 대거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가 (앞으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남은 직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남겨진 직원들은 북한에 들어갔거나 처벌이 두려워 귀국을 포기하고 도주했을 수 있다. 한국행을 위해 동남아 한 국가에 머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일부 측은 현재 남은 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신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 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 정보당국과
비밀 협의했다”

한편 이번 집단귀순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지난 4·13총선을 의식한다는 관측이 돌았다. 소위 북풍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북한 변수가 매개가 된 사건이 터지더라도 2000년대 이후엔 집권 여당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캄보디아 북한 식당 러브스토리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로 북한 해외식당의 영업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식당 수가 많은 순으로 중국·러시아·캄보디아·베트남·몽골·태국·라오스·네팔·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12개국에서 1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최근엔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식당 수는 점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식당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봉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북한 식당의 특성상 서빙뿐 아니라 연주와 노래도 겸해야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등 노동강도가 세다. 함부로 외출할 수도 없고 서로 감시하는 공동생활의 연속이다. 1주일에 한 번 생활총화(북한의 각급 조직에서 실시하는 자기비판모임)가 있고 한 달에 1회 휴일이 있다. 급여는 월 10∼15달러로 알려져 있으나 귀국 시 한 번에 지불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방문한 남한 손님들은 주로 북한산 술과 담배를 구입한다.

한 화교 여성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대도시로 보낸다”며 “봉사료는 1/n로 똑같이 나눈다. 일이 힘들어도 해외근무를 자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보통 3년 정도 일하면 결혼자금을 모아서 북한으로 들어가 결혼한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북한 식당은 남한에선 접하기 어려운 북한 음식과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의 상냥함이 인상적이었다. 종업원들은 전원이 25세 이하지만 또래의 남한 여성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 남성은 “음식보다도 평소 듣지 못하던 북한식의 상냥한 말투를 듣기 위해 북한 식당에 자주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북제재 국면과 상관없이 캄보디아의 북한식당이 최근 3년간 4개소가 폐쇄됐다. 내막은 남남북녀의 연애와 도주였다. 남한 정착 10년차의 한 탈북 남성이 지난 2013년 휴가를 받아 캄보디아에 갔다. 그는 캄보디아를 통해 남한에 입국하면서 약 6개월간 머물렀는데 그때의 기억으로 캄보디아 여행을 간 것이었다. 그곳에서 ‘대동강식당’에 간 이 남성은 한 종업원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는 휴가기간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대동강식당에 갔다. 이후에도 휴가만 받으면 캄보디아에 갔다. 두 사람은 함께 노래도 부르고 대화도 나눴다. 어느 날 여성이 남성에게 악수를 청했다. 여성의 손에서 남성의 손으로 쪽지가 전달됐다. 쪽지엔 단정한 글씨로 “당신과 함께 한국에 가고 싶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 남성은 이 여성을 한국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아침 일찍 식당 문이 열기 전에 물건을 사러 나가는 척하며 탈출한 여성을 브로커 편에 태국으로 보냈다. 자신은 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출국 직전 ‘납치’ 혐의로 현지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CCTV를 통해 경찰이 남성과 접촉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 즉시 구속돼 재판이 시작됐다. 태국에서 발이 묶인 여성과 캄보디아 법원 간에 이례적으로 화상재판이 진행됐다. 여성은 “납치가 아니고 한국에 가고 싶어서 도움을 청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재판엔 한국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여성의 증언 덕분에 이 남성은 수감 3개월 만에 무죄판결을 받고 추방 형식으로 캄보디아를 빠져나왔다. 여성도 방콕에서 출발해 두 사람은 서울에서 재회할 수 있었다.

같은 식당에서 지난해에도 한 여성 종업원이 탈출에 성공해 서울에 입국했다. 연이은 탈출로 대동강식당은 지난해 9월에 폐쇄됐다.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지난해 12월 앙코르와트 박물관을 세운 시엠립(Siem Reap)의 ‘평양냉면’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해당 식당엔 남한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었다. 이들을 인솔한 남한 남성 가이드가 수년 동안 식당을 드나들면서 마음에 두는 여성이 생겼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태국으로 탈출했다.

최근 3년 간 캄보디아에서만 여성 종업원 3명이 한국에 입국한 것이다. 수도 프놈펜에 있는 고려식당이 2월에, 능라도식당이 3월에 영업부진으로 각각 폐쇄됐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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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단독] ‘도이치 브로커’ ‘청담동 사기꾼’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김건희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준수가 3년간 수백 차례 연락에 사용한 휴대전화를 특검팀이 확보했다. 이준수는 주식·코인 주가조작으로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기다 구속된 이희진에게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소개한 인물이다. 앞서 이희진이 구속된 2016년에도 그를 옹호하는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려 친분을 과시했다. 이준수는 과거 무자본 인수합병(M&A) 혐의 등으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았던 인물이다. 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에도 김건희 계좌와 연관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불기소 처분된 바 있다. 같은 부류 서로 옹호 지난 7월15일 김건희 특검은 김건희와 이준수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내용에서 단순한 투자 조언을 넘어선 사적 관계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의 메시지에는 주식 매매 관련 대화뿐 아니라, 사적인 감정 표현과 비공식적 만남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식 결과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처음 소개한 인물로 드러났다. 2013년 이준수는 김건희에게 보낸 문자에서 “무당이라기보다는 거의 로비스트에 가깝다. 정치권 네트워크가 막강하다”고 표현하며 전씨를 추천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 관계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준수→건진법사→김건희’로 이어지는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특히 건진법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후에도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하고 영향력을 행사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특검은 이 라인과 김건희의 대선 이후 행보와의 연속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후 특검은 이준수의 최근 행적 단서를 발견했다. 지난해 10월, 이준수가 음주 운전 혐의로 적발됐는데, 경찰 조사에서 “가까운 지인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를 받아 술을 마셨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당시 ‘무혐의’를 받은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 불기소 처분을 받은 김건희를 의미한다. 경찰 조사 조서에는 ‘지인’이라고만 기록됐지만, 특검은 실제 진술 내용과 시점을 대조해 그 ‘지인’이 김건희임을 확인했다. 이는 2023년 말까지도 김건희와 이준수 간에 연락이 이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준수가 차명계좌 등을 통해 거래에 참여한 정황을 새롭게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는 음주 운전 혐의로 경찰에 수배된 상태였으며, 특검팀은 지난달 압수수색 현장에서 그를 발견하고 체포를 요청했으나, 경찰이 도착하기 직전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달아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준수는 김건희의 금융 거래와 밀접한 인물로 여러 차례 거론됐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김의겸 의원은 김건희가 2010년 4월 주가가 급등락하던 태광이엔씨 주식을 대량 매수한 뒤 하루 만에 1000만원이 넘는 이익을 보고 매도했다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투자 의혹을 제기했다. 이준수, 김건희-건진법사-도이치모터스 핵심 코인판으로 진화한 주가조작 조직 ‘VIP’까지 당시 태광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인수해 주가를 띄우고 회사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확정받은 인물이 바로 이준수였다. 김건희가 이준수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받아 주식을 사고 팔았던 것 아니냐는 과거 의혹이 재조명되고 있다. 김건희 측은 이에 대해 “이준수가 일방적으로 투자와 관련해 연락을 취한 적은 있으나, 김건희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적이 없으며 이준수와 밀접한 관계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 “이준수와 지난해까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이준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으로 불린다. 과거 증권사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유명한 그는 여러 투자자 명의 계좌를 동시에 관리하며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김건희의 계좌 출고 명령을 직접 수행했다는 내부 증언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그를 기소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과 4범, 닉네임 ‘새강자’”로 유명했다. 이희진 주가조작 사건 당시 검찰 전관 변호사 오광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개했다. 해당 사실은 이준수가 이희진에게 변호사를 알선하고 대가를 받아 챙긴 혐의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이희진은 지난 2016년 9월 무인가 투자매매사를 설립했고, 2014년 7월부터 2016년 8월까지 1600억원대의 주식을 판매해 자본시장법·유사수신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이희진과 조기축구 모임에서 친해진 이준수는 2016년 8월 이희진에게 오광수 등 변호사를 알선하고 그 대가를 받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았다. 당시 이희진은 증권방송 회원들에게 비상장 주식을 매도한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끼리끼리 축구 모임 이희진은 수사기관에서 이준수가 검사·수사관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변호사들을 소개하고, ‘착수금’ 2000만원과 불구속 수사를 받을 경우 성공 보수 5000만원을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 진술했다. 이준수의 혐의에 관한 증거는 대부분 이희진의 진술에서 비롯됐다. 이희진에 따르면 이준수는 “변호사들에게 적지 않은 선임료를 주는데 나도 그동안 너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으니 돈을 달라. 변호사들은 앞선에서 일하고 나는 뒷선에서 일을 볼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를 승낙한 이희진은 자신의 주거지에서 이준수에게 현금 1000만원을 줬다. 또 며칠 뒤 이준수는 이희진에게 “검찰 수사관에게 알아보니 너 골인(구속)될 것 같다. 약속한 1000만원을 달라”고 해 나머지 1000만원을 더 지급했다고 한다. 이에 관해 이준수는 “1000만원은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담보대출을 추진하기 위해 수고비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희진의 공소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진술을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이희진과 다른 증인의 진술이 상반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이희진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이준수와 돌아오는 차 안에서 착수금·성공 보수를 요구받았다고 했지만, 해당 차량 운전사는 이 같은 말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짚었다. 이희진의 진술은 동생 이희문의 말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희진은 동생과 이준수에게 돈을 지급할지, 깎을지 상의했다고 했지만, 동생은 “당시 변호사 소개비 등 명목으로 2000만원을 줬다는 것은 전혀 알지 못했고 나중에 들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7년 2월14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이희진과 그의 동생을 사기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이 2015년 4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피해자 28인에게 허위, 과장된 내용을 말하며 대략 41억원 상당의 비상장 주식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하며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미인가 금융투자업을 영위하며 비상장주식 종목을 추천한 뒤 선행 매매한 주식을 판매해 122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2020년 2월 징역 3년6개월, 추징금 122억6000만원이 확정됐다. 최근 이씨 형제는 현재 가상화폐(피카코인) 시세조종 사건에 연루돼 구속 상태로 재판받고 있다. 국가권력으로 범죄 네트워크 이희진의 절친이자 김건희와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준수는 주가조작 전담 브로커로서 “증권사 내부망 접근, 차명계좌 운용, 대포폰 관리” 등을 통해 시세조작을 총괄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이희진 코인 사건의 자전거래 구조 및 주식시장 조작 방식과 유사하다. 통정·자전 거래 구조가 동일하다. 차명계좌·직원을 동원해 리딩방을 운영하고, 허위 보도자료·루머형 호재를 유포하는 패턴도 동일하다. 지난 2016년 이준수는 웹사이트를 통해 이희진을 두둔하는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해당 방송에서 “언론이 사건을 과장했다”며 혐의 전반을 축소하고, “1600억 허가 안 받은 것뿐이지 큰 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유사수신죄는 원금 보장 약속이 있어야 성립한다. 계약서엔 그런 말이 없다”며 기소 자체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또 이준수는 “주가가 4배, 5배 간다고 했다가 떨어졌다고 죄는 아니”라며, 주가조작을 단순한 ‘예측 실패’로 치부했다. 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목표가를 제시하는 것도 죄냐”고 반문하며, 이희진이 진행했던 거래를 “시장 참여자의 일반적 행위”로 표현했다. 영상에서 이준수는 전환사채 거래와 내부자 정보 이용 혐의를 언급하며 “브로커들이 조작했고, 희진이는 오히려 그 사실을 검찰에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IS동서 전환사채권은 큰 잘못이지만 희진이는 계약 불이행 피해자”라며 범죄의 고의성을 부정했다. 이는 공소장과 재판기록상 사실과는 상충되는 주장이다. 수백억 먹은 이희진 절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소개 또 다른 발언에서 그는 “사기적 부정거래는 회사가 거짓말로 주식을 파는 행위”라며 “이희진은 단지 회사 공시를 믿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리패스 등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을 언급하며 “공시가 취소됐다고 사기라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금융감독 규정상 ‘허위 공시 정보 활용’과 ‘공모 행위’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축소한 해석이다. 영상 말미에서 이준수는 피해자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마저 부정했다. “이희진한테 피해 입었다고 나라가 받아주지 않는다. 민사·형사도 성립 안 된다”며 “다 변호사들이 사기 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법조계를 “돈에 눈먼 집단”이라 비난하며, 피해자들의 소송을 “쓸데없는 짓”이라 재차 강조했다. 한편, 이준수가 옹호한 주가조작범 이희진은 코인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이 2023년 10월4일자로 제출한 공소장에 따르면, 피고인 이희진과 이희문은 A, B, C 토큰을 이용한 대규모 가상자산 시세조종·사기 조직을 운영한 혐의로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두 형제는 실체가 불분명한 ‘스캠(Scam) 코인’을 발행해 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허위 공시와 자전거래(봇 프로그램 활용)를 통해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풀린 뒤 투자자들에게 고점 매도를 유도하는 ‘물량 털기(Pump & Dump)’ 방식으로 약 70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 A 토큰 피해자는 1만564명으로 피해액은 약 217억원, B 토큰 피해자는 4342명, 피해액은 약 341억원, C 토큰 피해자는 1만5641명, 피해액은 약 339억원이다. 김건희 특검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는 그의 단순한 과거 인연을 넘어, 사적 네트워크가 실제 정치권력의 형성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검은 현재 ‘김건희·이준수·건진법사’로 이어지는 삼각관계의 실체를 밝히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이희진과 이준수는 변호사·브로커 인맥을 공유하고, 자전거래 기술을 활용해 주식과 코인 양쪽의 시장 조작 기술도 공유했다. 이희진과 김건희의 접점은 없으나 이준수를 경유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이희진 형제는 ‘코인판 사기’ 혐의로 기소됐지만, 이준수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공소장과 언론 보도를 교차 검증할 때 자전거래 시스템, 차명계좌 운용, 허위 호재 유포 패턴 등이 모두 이준수의 과거 주가 조작 수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검찰의 보강 수사 필요성이 높다. 국정으로 연결 범죄 네트워크 이씨 형제의 범행은 과거 주가조작 사건의 복제판이며, 그 배후에는 이준수 같은 ‘조작 기술자’가 존재한다는 정황이 공소장 등에서 확인된다. 김건희 계좌가 활용된 도이치모터스 사건과의 연계가 입증될 경우, 이 사건은 단순한 금융 사기가 아닌 ‘국가권력과 민간 조작 네트워크의 교차 지점’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