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귀순 내막

“한달 전부터 국정원과 접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중국 내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귀순을 하면서 이들의 귀순 동기와 입국 경위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북한처럼 상호 감시체제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가족도 아닌 직장동료끼리 서로 뜻을 맞춰 집단귀순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6일 새벽 중국을 출발해 7일 입국, 8일 정부가 공식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들의 집단귀순에 얽힌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귀순자 13명은 평양시에 30년째 미완공 중인 150층짜리 류경호텔 소속 직원들로 지난해 12월께부터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하이수(海曙)구의 역사문화거리인 난탕라오제(南塘老街)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이들 외에도 5∼7명 정도의 종업원이 더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대 초반 여성들
신혼도 포함

그 전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신싱제(新興街)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해당 식당은 개업한 지 10년가량 된 업소로 북한정권이 직영하지 않고 재일동포 부부가 운영했다. 이들이 지난해 말 옌지에서 중국 내륙으로 이동한 것은 옌지에 조선족 식당이 많은데다 조선족 식당과 북한 식당이 음식 맛에서 별 차이가 없는 반면 가격은 2배 가량 비싸 가격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크다고 한다.

이들은 30대 지배인 외 요리사와 종업원들로 30대 여성 1명과 22∼25세 사이의 여성들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 중엔 “결혼한 지 불과 1년6개월 된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한쪽은 중국에 남고 다른 쪽은 한국행을 택했다”고 귀띔해 탈출 동기와 부부가 헤어지게 된 이유가 연관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통일부의 브리핑이나 북한전문가를 인용한 복수의 매체는 이들의 집단귀순 동기에 대해 대북제재와 충성자금 상납의 어려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게 된 이유 등을 꼽았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며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내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의하면 이들의 귀순엔 좀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동기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3명이 함께 집단 탈출한 것은 그만큼 평양 압송과 처벌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류경식당은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식자재 결제대금이 여러 달 밀렸다고 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충성자금’(연평균 36만불)도 여러 달 밀렸다. 무엇보다 이번 집단귀순자 중에 한 사람이 ‘도박빚’으로 인해 도박장과 지인으로부터 독촉이 심했다고 한다. 식당 개업을 앞두고 한 전기·수도 공사 대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자금 압박이 심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여러 달 전부터 귀순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다. 약 한 달 전부터는 남한 정보당국과의 접촉이 있었는데 우리 측보다는 류경식당 측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지만, 우리 측이 먼저 설득을 하거나 포섭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종업원들이 원하는 대로 빨리 입국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하고 이례적으로 빨리 발표하는 것 등엔 당국자의 관여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상호 감시체제가 일반화돼 있다. 탈북자에 따르면, 해외 파견근무자의 경우 3인 1조로 조를 짜서 상대의 움직임을 ‘2시간에 1회씩’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기획 탈북을 시도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국 파견 평양 류경호텔 소속 13명 탈출
입국 다음날 정부 발표…기획설 모락모락

또 중국 내 북한식당은 첩보활동의 아지트로 손님의 직업 등 신상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고 포섭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정보당국 소속 요원들도 수시로 북한 식당에 드나들면서 동태를 파악한다고 알려졌다. 양측 인사가 서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KBS>는 탈출 전날, 경비원을 인용해 식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큰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경비원은 “전날 싸움이 벌어졌다.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웠다”며 “내부 사람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중국 사업 파트너와 다툼이 있었거나 탈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종업원들 간에 어떤 의견 충돌이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도박빚이 문제?
자금압박 심해

<MBN>도 류경식당 앞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을 인용해 “최근 중국 사업가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큰 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폭행사건까지 일어나 (식당 관계자들이) 공안당국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류경식당이 지난해 10월 개업한 직후부터 식당의 전기, 수도시설 등 각종 설비를 담당해왔다는 이 남성은 “지난 2∼3월 작업비용인 3000위안(53만3430원)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최근 식당에 올 때마다 문이 잠겨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 13명은 함께 탈출을 상의하던 또 다른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하지 않겠다고 돌아서자 북한 당국에 발각될 것을 우려하던 중 감시를 총괄하는 보위부 책임자가 베이징으로 잠시 출장 간 틈을 타 5일 긴급 탈출해 한국정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목숨을 거는 탈출에 한 뜻으로 동조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중엔 최종 목적지를 모르고 따라온 이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 북한전문가는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중간 경유지인 방콕에서 내려 남한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지만,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여타 동남아 국가는 비자가 있어야 갈 수 있다. 닝보공항에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까지 직항이 없고 방콕 경유 노선만 있다. 닝보∼쿠알라룸푸르까지의 10시간 동안 북한 당국에 소식이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경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측에 체포될 수 있으므로 방콕에서 내려 서울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한국에 가고 싶어서?
“매달 상납 충성자금 밀려”

이 과정에서 북한 종업원들은 ‘한국 관광객’으로 위장해 혹시 있을 수 있는 감시의 눈길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패딩점퍼, 가죽재킷 등을 입고 가방을 메거나 여행가방을 들고 이동했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탈북과정에서 두만강을 건너면 브로커가 건넨 남한식 옷으로 갈아입고 추적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외식당은 국영 또는 중국인·화교 등과의 합자회사 등 국가직영과 위탁으로 나뉜다. 합자식당들은 중국인 측이 건물 등 장소를 제공하고 북한 측이 인력공급, 음식요리, 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식당마다 보위부요원이 1명씩 파견돼 있다. 옌지 류경식당의 경우 재일동포 A씨 부부가 운영해 오다 지금은 A씨의 처남이 맡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평양에 갔다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억류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정을 알아보려고 북한에 갔던 A씨 부인도 소식이 끊겼다.

<동아일보>는 11일 옌지 소식통을 인용해 “사장 부부가 평양에서 오지 못하는 것은 매달 상납하는 충성자금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까지 대거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가 (앞으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남은 직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남겨진 직원들은 북한에 들어갔거나 처벌이 두려워 귀국을 포기하고 도주했을 수 있다. 한국행을 위해 동남아 한 국가에 머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일부 측은 현재 남은 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신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 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 정보당국과
비밀 협의했다”

한편 이번 집단귀순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지난 4·13총선을 의식한다는 관측이 돌았다. 소위 북풍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북한 변수가 매개가 된 사건이 터지더라도 2000년대 이후엔 집권 여당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캄보디아 북한 식당 러브스토리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로 북한 해외식당의 영업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식당 수가 많은 순으로 중국·러시아·캄보디아·베트남·몽골·태국·라오스·네팔·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12개국에서 1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최근엔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식당 수는 점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식당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봉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북한 식당의 특성상 서빙뿐 아니라 연주와 노래도 겸해야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등 노동강도가 세다. 함부로 외출할 수도 없고 서로 감시하는 공동생활의 연속이다. 1주일에 한 번 생활총화(북한의 각급 조직에서 실시하는 자기비판모임)가 있고 한 달에 1회 휴일이 있다. 급여는 월 10∼15달러로 알려져 있으나 귀국 시 한 번에 지불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방문한 남한 손님들은 주로 북한산 술과 담배를 구입한다.

한 화교 여성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대도시로 보낸다”며 “봉사료는 1/n로 똑같이 나눈다. 일이 힘들어도 해외근무를 자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보통 3년 정도 일하면 결혼자금을 모아서 북한으로 들어가 결혼한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북한 식당은 남한에선 접하기 어려운 북한 음식과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의 상냥함이 인상적이었다. 종업원들은 전원이 25세 이하지만 또래의 남한 여성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 남성은 “음식보다도 평소 듣지 못하던 북한식의 상냥한 말투를 듣기 위해 북한 식당에 자주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북제재 국면과 상관없이 캄보디아의 북한식당이 최근 3년간 4개소가 폐쇄됐다. 내막은 남남북녀의 연애와 도주였다. 남한 정착 10년차의 한 탈북 남성이 지난 2013년 휴가를 받아 캄보디아에 갔다. 그는 캄보디아를 통해 남한에 입국하면서 약 6개월간 머물렀는데 그때의 기억으로 캄보디아 여행을 간 것이었다. 그곳에서 ‘대동강식당’에 간 이 남성은 한 종업원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는 휴가기간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대동강식당에 갔다. 이후에도 휴가만 받으면 캄보디아에 갔다. 두 사람은 함께 노래도 부르고 대화도 나눴다. 어느 날 여성이 남성에게 악수를 청했다. 여성의 손에서 남성의 손으로 쪽지가 전달됐다. 쪽지엔 단정한 글씨로 “당신과 함께 한국에 가고 싶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 남성은 이 여성을 한국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아침 일찍 식당 문이 열기 전에 물건을 사러 나가는 척하며 탈출한 여성을 브로커 편에 태국으로 보냈다. 자신은 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출국 직전 ‘납치’ 혐의로 현지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CCTV를 통해 경찰이 남성과 접촉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 즉시 구속돼 재판이 시작됐다. 태국에서 발이 묶인 여성과 캄보디아 법원 간에 이례적으로 화상재판이 진행됐다. 여성은 “납치가 아니고 한국에 가고 싶어서 도움을 청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재판엔 한국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여성의 증언 덕분에 이 남성은 수감 3개월 만에 무죄판결을 받고 추방 형식으로 캄보디아를 빠져나왔다. 여성도 방콕에서 출발해 두 사람은 서울에서 재회할 수 있었다.

같은 식당에서 지난해에도 한 여성 종업원이 탈출에 성공해 서울에 입국했다. 연이은 탈출로 대동강식당은 지난해 9월에 폐쇄됐다.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지난해 12월 앙코르와트 박물관을 세운 시엠립(Siem Reap)의 ‘평양냉면’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해당 식당엔 남한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었다. 이들을 인솔한 남한 남성 가이드가 수년 동안 식당을 드나들면서 마음에 두는 여성이 생겼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태국으로 탈출했다.

최근 3년 간 캄보디아에서만 여성 종업원 3명이 한국에 입국한 것이다. 수도 프놈펜에 있는 고려식당이 2월에, 능라도식당이 3월에 영업부진으로 각각 폐쇄됐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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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