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경식당 여종업원 집단귀순 내막

“한달 전부터 국정원과 접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중국 내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종업원 13명이 집단귀순을 하면서 이들의 귀순 동기와 입국 경위를 두고 추측이 무성하다. 북한처럼 상호 감시체제가 작동하는 사회에서 가족도 아닌 직장동료끼리 서로 뜻을 맞춰 집단귀순을 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특히 6일 새벽 중국을 출발해 7일 입국, 8일 정부가 공식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이들의 집단귀순에 얽힌 ‘속사정’을 <일요시사>가 들여다봤다.

귀순자 13명은 평양시에 30년째 미완공 중인 150층짜리 류경호텔 소속 직원들로 지난해 12월께부터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 하이수(海曙)구의 역사문화거리인 난탕라오제(南塘老街)에 있는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이들 외에도 5∼7명 정도의 종업원이 더 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20대 초반 여성들
신혼도 포함

그 전엔 지린(吉林)성 옌지(延吉) 신싱제(新興街)의 류경식당에서 근무했다. 해당 식당은 개업한 지 10년가량 된 업소로 북한정권이 직영하지 않고 재일동포 부부가 운영했다. 이들이 지난해 말 옌지에서 중국 내륙으로 이동한 것은 옌지에 조선족 식당이 많은데다 조선족 식당과 북한 식당이 음식 맛에서 별 차이가 없는 반면 가격은 2배 가량 비싸 가격경쟁에서 뒤처진 이유가 크다고 한다.

이들은 30대 지배인 외 요리사와 종업원들로 30대 여성 1명과 22∼25세 사이의 여성들로 알려졌다.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 중엔 “결혼한 지 불과 1년6개월 된 신혼부부가 있었는데, 한쪽은 중국에 남고 다른 쪽은 한국행을 택했다”고 귀띔해 탈출 동기와 부부가 헤어지게 된 이유가 연관이 있는지 관심이 쏠린다.

당초 통일부의 브리핑이나 북한전문가를 인용한 복수의 매체는 이들의 집단귀순 동기에 대해 대북제재와 충성자금 상납의 어려움,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시청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게 된 이유 등을 꼽았다.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해외에서 생활하며 한국 TV,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의 실상과 북한체제 선전의 허구성을 알게 됐다고 한다”며 “한 종업원은 ‘한국에 오는 것에 대해 서로 마음이 통했으며 누구도 거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고 브리핑했다.

그러나 북한과 중국 내부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의하면 이들의 귀순엔 좀 더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동기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13명이 함께 집단 탈출한 것은 그만큼 평양 압송과 처벌에 대한 공포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 관계자에 의하면 류경식당은 운영이 잘 되지 않아 식자재 결제대금이 여러 달 밀렸다고 한다. 매달 정기적으로 상납하는 ‘충성자금’(연평균 36만불)도 여러 달 밀렸다. 무엇보다 이번 집단귀순자 중에 한 사람이 ‘도박빚’으로 인해 도박장과 지인으로부터 독촉이 심했다고 한다. 식당 개업을 앞두고 한 전기·수도 공사 대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등 전체적으로 자금 압박이 심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여러 달 전부터 귀순에 대한 내부 논의가 있었다. 약 한 달 전부터는 남한 정보당국과의 접촉이 있었는데 우리 측보다는 류경식당 측이 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일부에서 이번 사건을 두고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지만, 우리 측이 먼저 설득을 하거나 포섭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다만 종업원들이 원하는 대로 빨리 입국할 수 있도록 제반 조치를 취하고 이례적으로 빨리 발표하는 것 등엔 당국자의 관여가 있을 수 있다.

북한은 상호 감시체제가 일반화돼 있다. 탈북자에 따르면, 해외 파견근무자의 경우 3인 1조로 조를 짜서 상대의 움직임을 ‘2시간에 1회씩’ 상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런 상황 하에서 우리 측이 적극적으로 기획 탈북을 시도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중국 파견 평양 류경호텔 소속 13명 탈출
입국 다음날 정부 발표…기획설 모락모락

또 중국 내 북한식당은 첩보활동의 아지트로 손님의 직업 등 신상을 파악해 상부에 보고하고 포섭 여부를 결정한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정보당국 소속 요원들도 수시로 북한 식당에 드나들면서 동태를 파악한다고 알려졌다. 양측 인사가 서로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KBS>는 탈출 전날, 경비원을 인용해 식당 안에서 서로 치고받는 큰 충돌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경비원은 “전날 싸움이 벌어졌다. 주먹다짐을 하면서 싸웠다”며 “내부 사람에게 들었다”고 진술했다. 중국 사업 파트너와 다툼이 있었거나 탈북을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탈북 과정에서 종업원들 간에 어떤 의견 충돌이 있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도박빚이 문제?
자금압박 심해

<MBN>도 류경식당 앞에서 만난 50대 중반의 중국인 남성을 인용해 “최근 중국 사업가들과 북한 사람들이 서로 큰 다툼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어 “폭행사건까지 일어나 (식당 관계자들이) 공안당국 조사를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류경식당이 지난해 10월 개업한 직후부터 식당의 전기, 수도시설 등 각종 설비를 담당해왔다는 이 남성은 “지난 2∼3월 작업비용인 3000위안(53만3430원)을 아직 받지 못했는데 최근 식당에 올 때마다 문이 잠겨있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전했다.

이들 13명은 함께 탈출을 상의하던 또 다른 종업원들이 최근 탈출하지 않겠다고 돌아서자 북한 당국에 발각될 것을 우려하던 중 감시를 총괄하는 보위부 책임자가 베이징으로 잠시 출장 간 틈을 타 5일 긴급 탈출해 한국정부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13명이나 되는 규모의 인원이 목숨을 거는 탈출에 한 뜻으로 동조했다는 것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 중엔 최종 목적지를 모르고 따라온 이도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한 북한전문가는 “원래 새누리당 측이 성명서 발표와 귀순자의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이들 13명 중엔 한국행을 모르고 따라온 사람이 있어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들이 회견 중 어떤 돌발 발언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희태 북한인권선교회장(목사)은 “제2의 ‘김련희 사태’가 우려된다”면서 “북한 사람들은 당이 결정하면 따른다는 개념을 갖고 산다. 영업이 잘되는 말레이로 가야 한다고 하면 아무 것도 모르고 따라나설 수 있다”고 피력했다.   

김련희씨는 친척집 방문을 위해 2011년 5월 중국에 나왔다가 브로커에게 속아 남한으로 왔다. 지난 5년간 줄기차게 북한 송환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앞서의 대북소식통에 의하면 이들은 말레이시아행 비행기를 타고 중간 경유지인 방콕에서 내려 남한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무비자 협정을 맺고 있지만,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등 여타 동남아 국가는 비자가 있어야 갈 수 있다. 닝보공항에서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까지 직항이 없고 방콕 경유 노선만 있다. 닝보∼쿠알라룸푸르까지의 10시간 동안 북한 당국에 소식이 들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 경우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북한 측에 체포될 수 있으므로 방콕에서 내려 서울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보인다.

단지 한국에 가고 싶어서?
“매달 상납 충성자금 밀려”

이 과정에서 북한 종업원들은 ‘한국 관광객’으로 위장해 혹시 있을 수 있는 감시의 눈길을 따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패딩점퍼, 가죽재킷 등을 입고 가방을 메거나 여행가방을 들고 이동했다. 실제로 탈북자들은 탈북과정에서 두만강을 건너면 브로커가 건넨 남한식 옷으로 갈아입고 추적을 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해외식당은 국영 또는 중국인·화교 등과의 합자회사 등 국가직영과 위탁으로 나뉜다. 합자식당들은 중국인 측이 건물 등 장소를 제공하고 북한 측이 인력공급, 음식요리, 서비스 등을 담당하게 된다. 식당마다 보위부요원이 1명씩 파견돼 있다. 옌지 류경식당의 경우 재일동포 A씨 부부가 운영해 오다 지금은 A씨의 처남이 맡고 있다고 한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평양에 갔다가 장기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사실상 억류된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사정을 알아보려고 북한에 갔던 A씨 부인도 소식이 끊겼다.

<동아일보>는 11일 옌지 소식통을 인용해 “사장 부부가 평양에서 오지 못하는 것은 매달 상납하는 충성자금을 제대로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며 “이곳에서 근무하던 종업원들까지 대거 탈출해 한국으로 들어가 (앞으로) 식당 운영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남은 직원들은 어떻게 됐을까. 남겨진 직원들은 북한에 들어갔거나 처벌이 두려워 귀국을 포기하고 도주했을 수 있다. 한국행을 위해 동남아 한 국가에 머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통일부 측은 현재 남은 이들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신변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으므로 류경식당의 남겨진 종업원 수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남 정보당국과
비밀 협의했다”

한편 이번 집단귀순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지난 4·13총선을 의식한다는 관측이 돌았다. 소위 북풍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야당의 승리로 끝났다. 북한 변수가 매개가 된 사건이 터지더라도 2000년대 이후엔 집권 여당이 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캄보디아 북한 식당 러브스토리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이에 따른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로 북한 해외식당의 영업은 갈수록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식당 수가 많은 순으로 중국·러시아·캄보디아·베트남·몽골·태국·라오스·네팔·인도네시아 등 전세계 12개국에서 130여 곳이 영업 중이다. 최근엔 폐업이 속출하고 있어 식당 수는 점점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식당엔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이 봉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북한 식당의 특성상 서빙뿐 아니라 연주와 노래도 겸해야 하고 새벽 일찍 일어나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등 노동강도가 세다. 함부로 외출할 수도 없고 서로 감시하는 공동생활의 연속이다. 1주일에 한 번 생활총화(북한의 각급 조직에서 실시하는 자기비판모임)가 있고 한 달에 1회 휴일이 있다. 급여는 월 10∼15달러로 알려져 있으나 귀국 시 한 번에 지불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을 방문한 남한 손님들은 주로 북한산 술과 담배를 구입한다.

한 화교 여성은 “외모가 뛰어날수록 대도시로 보낸다”며 “봉사료는 1/n로 똑같이 나눈다. 일이 힘들어도 해외근무를 자원하는 여성들이 많다. 보통 3년 정도 일하면 결혼자금을 모아서 북한으로 들어가 결혼한다”고 귀띔했다.

기자가 직접 가본 북한 식당은 남한에선 접하기 어려운 북한 음식과 2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의 상냥함이 인상적이었다. 종업원들은 전원이 25세 이하지만 또래의 남한 여성보다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한 남성은 “음식보다도 평소 듣지 못하던 북한식의 상냥한 말투를 듣기 위해 북한 식당에 자주 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북제재 국면과 상관없이 캄보디아의 북한식당이 최근 3년간 4개소가 폐쇄됐다. 내막은 남남북녀의 연애와 도주였다. 남한 정착 10년차의 한 탈북 남성이 지난 2013년 휴가를 받아 캄보디아에 갔다. 그는 캄보디아를 통해 남한에 입국하면서 약 6개월간 머물렀는데 그때의 기억으로 캄보디아 여행을 간 것이었다. 그곳에서 ‘대동강식당’에 간 이 남성은 한 종업원에게 첫눈에 반했다.

그는 휴가기간 내내 하루도 빼놓지 않고 대동강식당에 갔다. 이후에도 휴가만 받으면 캄보디아에 갔다. 두 사람은 함께 노래도 부르고 대화도 나눴다. 어느 날 여성이 남성에게 악수를 청했다. 여성의 손에서 남성의 손으로 쪽지가 전달됐다. 쪽지엔 단정한 글씨로 “당신과 함께 한국에 가고 싶어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 남성은 이 여성을 한국에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아침 일찍 식당 문이 열기 전에 물건을 사러 나가는 척하며 탈출한 여성을 브로커 편에 태국으로 보냈다. 자신은 밤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다가 출국 직전 ‘납치’ 혐의로 현지경찰에 체포되고 말았다. CCTV를 통해 경찰이 남성과 접촉한 것을 확인한 것이다.

그 즉시 구속돼 재판이 시작됐다. 태국에서 발이 묶인 여성과 캄보디아 법원 간에 이례적으로 화상재판이 진행됐다. 여성은 “납치가 아니고 한국에 가고 싶어서 도움을 청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재판엔 한국대사관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여성의 증언 덕분에 이 남성은 수감 3개월 만에 무죄판결을 받고 추방 형식으로 캄보디아를 빠져나왔다. 여성도 방콕에서 출발해 두 사람은 서울에서 재회할 수 있었다.

같은 식당에서 지난해에도 한 여성 종업원이 탈출에 성공해 서울에 입국했다. 연이은 탈출로 대동강식당은 지난해 9월에 폐쇄됐다. 

북한 만수대 창작사가 지난해 12월 앙코르와트 박물관을 세운 시엠립(Siem Reap)의 ‘평양냉면’ 식당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해당 식당엔 남한 관광객이 많이 드나들었다. 이들을 인솔한 남한 남성 가이드가 수년 동안 식당을 드나들면서 마음에 두는 여성이 생겼다. 어느 날 두 사람이 함께 태국으로 탈출했다.

최근 3년 간 캄보디아에서만 여성 종업원 3명이 한국에 입국한 것이다. 수도 프놈펜에 있는 고려식당이 2월에, 능라도식당이 3월에 영업부진으로 각각 폐쇄됐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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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