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동양화가 차영규는 한국화의 한계를 넘어 현대미술을 폭넓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전통 채색화를 바탕으로 화려한 색상과 신비로운 조형성을 더한 그의 작품은 많은 미술인의 귀감이 됐다. 한지로 빚어낸 보석 같은 아름다움은 그가 꿈꿨던 '자연'을 닮았다. "꽃이 좋아 꽃을 따라, 냇물이 좋아 시냇물을 따라서 계곡으로 들어왔습니다. 산이 좋아 산을 바라보면서 산촌으로 들어왔습니다. 해맑은 자연의 품이 좋아 별을 따라 은하수가 펼쳐진 장작골에 들어왔습니다. 나의 작업도 자연 속으로 들어가고파 한지 속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한지로 작업 '한국화의 장인'으로 알려진 차영규 작가가 지난달 28일부터 갤러리그림손에서 '자연을 벗삼아'란 전시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닥나무를 직접 갈아 만든 한지 위에 담아 낸 자연과의 교감, 그리고 자연을 향한 예술가의 끝없는 동경. 도시를 떠나 강원도 강릉 어느 산골마을에서 그려낸 색색의 생명들은 밤하늘을 수놓은 우주만상의 황홀함을 드러냈다. 차 작가는 동양화가 지닌 특유의 깊이감과 색채, 섬세한 필치, 몽환적 화면 등을 구현해 온 중견작가다. 전통 진채화에 대한 내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계가 주목하는 스트리트패션 사진작가 남현범씨의 'Unique Street'전이 오는 2월24일까지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에서 개최된다. 남 작가는 우리나라 스트리트패션 사진가 1세대로 유명 패션지인 <GQ> <마리끌레르> <에스콰이어>와 함께 프라다·팬디 등의 광고사진을 촬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정형화된 패션사진이 범람하던 시기 남 작가는 자신만의 사진으로 승부해 세계 최정상급 포토그래퍼로 도약했다. 서울 에비뉴엘 아트홀은 2015년 첫 전시로 사진작가 남현범씨의 작품을 선보인다. 국내 1세대 스트리트패션 사진가인 남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엄선된 패션사진을 포함해 패션위크의 열기를 담은 작품 100여점을 관객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국내 1세대 남 작가의 사진에는 패션이 있고 상황이 있으며 이야기가 있다. 그에겐 패션을 읽을 줄 아는 안목과 대도시의 독특한 에너지를 포착할 줄 아는 감각이 있다. 기술적인 측면 외에도 남 작가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로 꼽힌다. 그와 작업한 모델들은 훤칠한 한국인의 유머러스함과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한다. 아름다운 결과물은 덤이다. 유명 패션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조각가 김한기는 자신의 작품이 직관적으로 해석되길 원하고 있다. 파랑색이든 붉은색이든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작가가 준비한 조형에서 특정한 영향을 받는다. 김 작가는 그것을 '물들었다'라고 표현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여러 환경이 본인을 물들였듯이 그 또한 작품을 통해 상대를 물들였으면 한다는 바램이다. 서울 삼청로에 있는 갤러리도스가 상반기 기획공모전 '가감유희'를 관객에게 선보인다. 조각가 김한기는 '뜻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번 공모전에 선정됐다. 오는 20일까지 김 작가는 조각과 컴퓨터그래픽을 접목한 이미지 작품을 전시할 계획이다. 더페이즈망 기법 김 작가는 '낯섦'을 토대로 상반된 두 가지의 이미지를 한 작품에 담았다. 이는 초현실주의의 표현 방법인 데페이즈망 기법이다. 전위·전치법이라고도 불리는 이 기법은 특정한 목적을 지니는 물체를 전혀 관계가 없는 곳에 놓거나 상반된 두 오브제를 한 공간 안에 배치해 형식화된 관념을 깨뜨리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실에 존재하는 생물과 사물은 뜻밖의 공간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김 작가는 초현실주의가 유행하던 1930∼40년대보다 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한성필 사진작가가 2년 만에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은 지난 8일부터 2015년을 맞이하는 첫 전시로 한 작가의 개인전 '지극의 상속 Polar Heir展'을 개최한다. 2011년 아라리오 삼청과 2013년 아라리오 청담에서 2번의 개인전을 가진 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미발표된 신작을 공개할 계획이다. 남극권과 북극권의 모습이 담긴 경이로운 사진과 영상 작업 30여점이 관객 앞에 펼쳐진다. 한성필 작가는 그동안 파사드 프로젝트를 통해 사진매체의 근원적인 질문을 풀어왔다. 사진과 영상, 설치작업을 자유로이 넘나들었던 한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2년(2013∼2014년)에 걸쳐 진행한 '북극과 남극 프로젝트'를 최초 공개한다. 북·남극 프로젝트 한 작가는 시간의 층위에 새겨진 대자연의 장엄함과 그 이면에 숨어있는 역사, 현실의 '결정적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지극의 상속'에서 '지극(地極)'은 지축의 양 끝인 남극과 북극을 가리키는 사전적 의미다. 여기에 한 작가는 '양쪽 팔을 수평으로 벌려 좌우 손가락 끝에서 끝까지 가장 긴 직선거리'를 뜻하는 지극(指極)과 '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계적인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이 지난달 16일부터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갖고 있다. 이 작가는 '다시 태어나는 빛'을 주제로 설치미술과 평면 미디어아트 작품 30여점을 소개했다. 특히 이 작가는 전시목록에 인간과 빛에 대한 성찰이 담긴 미발표 신작을 다수 포함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달 국내 미술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광주 출신의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의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초청 소식이다. 이 작가는 오는 5월9일 개최되는 세계 3대 미술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 'Personal Structures(개인적 구축물)'에 초대작가로 선정됐다. 곧 그의 작품은 대륙을 건너 유럽으로 날아갈 계획이다. 특별한 특별전 이 작가 참여하는 특별전은 아르눌프 라이너, 로렌스 와이너, 미켈란젤로 피스톨레토 등 현대미술의 주목받는 거장들이 참여해 화제가 됐다. 한국에선 김아타 작가(2009년)와 이우환·서수경 작가(2011년), 서정민 작가(2013년)가 각각 출품한 바 있다. 베니스비엔날레 특별전은 출품 신청작 가운데 주최 측이 직접 초청작을 고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베니스비엔날레 측은 이 작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 24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는 서양화가 윤정선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엠볼리움'. 엠볼리움(간극)이란 연극 상영 도중 막간의 진행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펼쳐지는 짧은 공연을 뜻한다. 윤 작가의 그림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삶 곳곳에 숨어 있는 엠볼리움을 발견한다. 긴 시간의 흐름 동안 묵묵히 역사를 목격한 사도회관이 서정적인 풍경화로 관객 앞에 펼쳐진다. 윤정선 서양화가는 건물이 지닌 기억의 이야기를 엠볼리움이란 전시로 풀어냈다.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는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 외관과 바로 양 옆에 세워진 가로등 불빛은 그림 속 공간을 연극무대처럼 보이게 한다. 그림을 연극무대처럼 주로 빈 공간을 통해 작품의 모티브를 얻는 윤 작가는 의도된 연출로 화면에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 일가견이 있다. 윤 작가의 작품을 보면 지금 막 연극의 한 세션이 끝난 것처럼 고요하다. 누군가가 무대 뒤편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다음 세션의 막이 열리면 배우가 들어설 것 같은 장면도 있다. 그간 윤 작가는 유화와 아크릴을 번갈아 사용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구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엠볼리움에서는 아크릴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세계적인 텍스타일 디자이너인 도나 윌슨이 서울 중구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갤러리에 작품을 설치했다. 전시 제목은 '러블리 홀리데이 with 도나 윌슨'. 도나 윌슨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귀여운 수제 동물인형과 세라믹 작품 등 100여점을 한국 관객에게 선보였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텍스타일 디자이너인 도나 윌슨은 영국 현대공예가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스코틀랜드 북동부 농장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야생여우와 늑대, 너구리 등과 어울리며 자연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자연에서 영감 도나 윌슨의 작품에는 따뜻한 감성과 유쾌한 상상력이 넘친다. 장난기도 가득하다. '어린 시절' '추억' '가족'이라는 평범한 주제에 재치 있는 표현력이 곁들여져 맛을 더했다. 다양한 인종, 세대, 성을 막론하고 '도나 윌슨표 핸드메이드'는 노스탤지어를 이끌어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나 윌슨은 모직과 면직 등 섬유 소재에 아기자기한 색감을 불어넣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다. 니트가 주는 물성과 재질, 편안한 색 구성, 형태적인 자유로움은 '시골'이나 '가정의 따뜻함'을 연상케했다. 도나 윌슨은 스코틀랜드 애버딘에서 태어났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순백의 캔버스가 작은 조각으로 무수히 나눠졌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서양화와 판화를 전공한 김서연 작가는 캔버스 천을 칼로 자르는(혹은 파내는) 형태의 작업을 하고 있다. 작가는 캔버스를 조각하는 일에 대해 "빈집을 두드리는 것 같은 무모한 시도일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 작가의 작업은 '비움으로써 더욱 채워지는' 동양적인 미덕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될 수 있다. 지난 10일부터 서울 삼청로 갤러리도스에서는 김서연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무의미로의 회귀'다. 김 작가는 자신의 작업노트에서 "의미를 담기보다는 더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의미를 비우고, 지우는 시간과도 같았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나아가 그는 "무의미는 의미 없음이 아니라 오히려 의미를 견고하게 만드는 이면"이라고 부연했다. 무의미의 이면을 찾아서 김 작가는 몇 해 전부터 캔버스에 색을 더하는 붓질을 내려놓고, 화면을 잘라 패턴을 만드는 조각 작업에 몰입했다. 원근법 등을 활용해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방식의 작업은 어느새 고전이 됐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무중력 상태에 있는 야채와 과일들. 동양화를 전공한 유진희 작가는 '식탁의 꿈'이라는 주제로 일곱 번째 개인전을 준비했다. 그가 그린 식탁에는 식재료가 있고, 주방용품이 있다. 때로는 동물들이 부유하고, 소파와 같은 일상용품이 떠다닌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경험을 담은 작품이지만 관객에게는 생활 속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이 진한 여운으로 스민다. 유진희 작가는 식탁을 그린다. 식탁 위에 있을법한 재료와 그렇지 않은 무생물(가끔은 생물)을 함께 올려놓는다. 솜씨 좋은 요리사인 유 작가는 이들을 한데 버무린다. 가족 혹은 작가 자신이 조미료처럼 그림 속 한 요소로 불려나온다. 유 작가의 식탁은 화가의 일상과 그 주변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신선한 정물로 가득하다. 예술가의 원재료는 자기 자신 유 작가가 그리는 대상은 작가의 기억 속에서 소환되거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형성시켜준 지층으로부터 캐낸 원재료다. 식탁 위로 펼쳐진 사물들은 현실세계와 달리 우와 열이 없고, 경과 중이 없다. 모든 사물은 똑같이 비중의 의미를 부여 받고 세심하게 그려진다. 그림의 모티브가 된 것들은 유 작가에게 하나같이 의미 있고 귀한 존재들이다. 유 작가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조각가로 유명한 나점수 작가가 이미지 작업으로 관객을 만난다. 지난달 26일부터 서울 삼청로 갤러리도스에서는 'The Korean(이하 더 코리안)'이란 제목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나 작가는 더 코리안 프로젝트를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개인들의 기억에 대한 '표피적 보고서' 형태의 작업"이라고 정의했다. 재기 넘치는 작품에 감춰진 날카로운 메시지가 흥미롭다. 조각가이자 '자유인'인 나점수 작가는 그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을 여럿 선보였다. 과거 도록 등을 참고하면 한비야씨 못지않은 여행 경력이 탄성을 자아낸다. 아프리카를 세 차례나 종단했고, 중앙아시아와 유럽 다시 몽골에 이르기까지 지구촌 곳곳을 누볐다. 러시이와 중국의 오지를 탐험한 기억은 나 작가의 예술세계에 깊은 영감을 주었다. 세계 누리는 방랑자 이번 더 코리안 전시에서 나 작가는 '세계인과 구별된 한국인만의 정체성'에 대해 주목했다. 마치 순례자처럼 세계를 방랑한 그는 낯선 풍경을 지켜보며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디에서건 이방인으로 머물렀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노트에서 "개인을 서술하는 기억이 교육의 산물이거나 사회적 현상읽기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서울 삼청로 갤러리도스에서 오는 25일까지 서양화가 안중경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다. '방랑(Wandering)전'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그가 지난 2012년부터 지속해 온 '인간연구' 프로젝트의 연장선에 있다. 예술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진실에 다가가고자 하는 안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피부'를 모티브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인간연구-어두운 대낮'이라는 전시를 열었던 안중경 작가가 1년여 만에 갤러리도스로 돌아왔다. 안 작가는 자신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자 세 번째 인간연구 프로젝트인 '방랑전'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비추고 있다. 미지의 영역 그동안 안 작가는 작품 소재로 피부(주로 얼굴)를 즐겨 사용했다. 작품 속 피부는 고정된 형태가 아닌 뇌처럼 독립적으로 사유하며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비유됐다. 실제로 안 작가는 사람의 얼굴을 움직이는 액체처럼 묘사했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피부는 그 속에 감춰진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상상하게끔 의도됐다. 전시를 기획한 최주연 갤러리도스 큐레이터는 "인간을 화두로 내세운 안중경의 궤적이 예술이 나아갈 제3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했다.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어린이를 주 관람층으로 삼은 미술관은 2000년대 중반까지도 한국에 없었다. 헬로우뮤지움은 지난 2007년 11월14일 국내 최초의 사립 어린이미술관으로 문을 열었다. 개관 당시 초등학교에 입학했던 아이는 어느덧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다. 아이들의 키가 자라는 동안 헬로우뮤지움의 위상도 함께 높아졌다. 수준 높은 전시와 놀이형 맞춤 프로그램으로 국내 미술교육의 차원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다.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관장을 만나 개관 7주년을 맞은 소감을 물었다. 김이삭 헬로우뮤지움 관장은 전도유망한 큐레이터였다. 이화여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개인 작업보다는 전시 기획에 흥미를 느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 무렵 김 관장의 마음속에는 미술교육 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이 자라고 있었다. 개관 7주년 맞아 김 관장은 미국 조지워싱턴대 교육대학원에서 미술관교육학을 전공했다.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 한국관에서 경력을 쌓았다. 귀국 즈음에는 국내 1세대 '에듀케이터'가 돼있었다. 2001년 국립중앙박물관이 추진한 용산박물관 개관에 참여한 그는 어린이박물관 전문가로 활동했다. 그러나 김 관장은 어린이박물관이 아닌 어린이미술관의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젊은 천재작가의 오싹한 그림이 관객을 만난다. 키스갤러리는 오는 16일까지 '초월적 존재-Transcendence'라는 주제로 서재현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다. 담채와 진채를 혼용한 그림들은 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오롯이 드러냈다. 어두운 분위기를 극대화했던 이전 전시와 달리 이번 전시는 어둠을 초월한 형상을 구현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간 본연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작가의 냉철함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견고하다. 동양화가 서재현 작가는 이제 갓 미술계에 자리 잡은 신진작가다. 2010년 학부를 졸업했으니 30대 초반에 불과한 셈이다. 하지만 서 작가의 그림은 웬만한 중견작가도 확보하기 어려운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그의 그림을 잘 표현한 문구가 있다. '그대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 볼 때, 심연 역시 그대를 들여다본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가 쓴 <선악을 넘어서>에 나오는 문장이다. 독창적인 표현 서 작가의 그림은 선악을 초월한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다. 그의 작품에는 괴물과 같은 심연이 자리한다. 괴물의 야수성은 인간의 본성 중 하나다. 야수성에 홀린 사람들은 심연을 바라보다 괴물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지난달 17일 청담동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르뮤제에서 차형록 작가와 다비드 예가네의 초대전 오프닝 파티가 진행됐다. 전시제목은 <reminiscence (회상)>.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삼은 차 작가는 프랑스 추상화가 다비드 예가네와 공동으로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오랜 유학 경험과 다양한 삶의 이력을 갖고 있는 차 작가의 작품세계를 조명했다. 주로 밝은 톤의 그림을 그려온 차형록 작가가 청담동 복합문화공간 르뮤제에서 오는 30일까지 전시를 갖는다. 전시제목은 <reminiscence (회상)>. 한국의 강렬한 색채와 사랑에 빠진 프랑스 추상화가 다비드 예가네(David Yeghaneg)는 차 작가와 함께 전시를 진행 중이다. 풍부한 색감 차 작가의 이번 작품은 생텍쥐페리가 만든 어린왕자가 지구에 남아 어른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그렸다. 어린아이가 성장하면서 다양한 관계맺음을 통해 경험을 쌓듯 차 작가의 어린왕자도 이곳저곳을 누비며 어른으로 변했다. 아마도 작가는 오랜 타지생활을 경험한 자신을 어린왕자에 빗댄 것으로 보인다. 작품 속 왕자는 '반어른'의 모습으로 지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지난 15일부터 한국의 대표 원로화가인 윤명로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정신의 흔적(Traces of the Spirit)>. 한국 현대미술의 거대한 흐름 속에 독자적인 추상회화 세계를 구축한 그의 작품이 다음달 23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회고전을 통해 이제까지의 작업을 정리한 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그의 예술적 활기의 기원과 앞으로 나아갈 또 다른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현대 추상미술의 거장 윤명로 작가는 50년 넘게 독창적인 작업을 해왔다. 1960년대 엥포르멜부터 1990년대 액션 페인팅을 연상케 하는 추상화까지 윤 작가의 작업은 늘 변화를 시도했다. 이번 신작에서는 더욱 성숙해진 절제미와 노련함, 완급조절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작가는 마치 선승이라도 된 듯 여유로운 터치와 화면 어느 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는 완벽함을 표현하고 있다. 독창적인 50년 윤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작품 안에 한 터치, 한 구석이 불편하게 느껴지면 자다가도 일어나 고치게 된다. 결국 정신과 행위의 흔적들이 나 자신의 근원인데 그런 것들을 표현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최근 개관한 키스갤러리가 젊은 작가 기획전 중 하나로 '이은경전'을 개최했다. 전시 제목은 부자연스러운 풍경. 유럽 유학 후 서울대에서 판화를 전공한 이은경 작가는 예술가로서의 정체성과 작품에 대한 진정성 있는 고민으로 화랑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인간관계의 여러 모습들을 특유의 조형언어로 담았다. 피상적인 관계 맺음에 대한 작가만의 솔직한 표현법이 돋보였다. 지난 9일 서울 신사동에 있는 키스갤러리(구 갤러리192)에서 서양화가 이은경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키스갤러리가 젊은 작가 기획전 중 하나로 준비한 이번 전시는 '부자연스러운 풍경'이란 주제로 관객을 만났다. 이 작가의 작품은 서울 이태원에 있는 키스갤러리 2호에서도 지난 19일까지 전시됐다. 유학파 출신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다소 익살스럽거나 기형적으로 꾸며진 인물들을 그려냈다. 과장된 그림 속 인물들은 저마다 크고 작은 불편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시대상을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작가는 진솔함과는 거리가 먼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대한 혐오감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이익을 앞세운 인간관계에서 오는 씁쓸함이 그의 작품에 담겼다. 이 작가는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일본 막부는 조선백자를 동경했다. 임진왜란·정유재란 당시 조선도공은 일본으로 대거 납치됐다. 후일 일본은 황금보다 비싼 '아리타(有田)자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누렸다. 그에 반해 우리는 '원류'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 한국전쟁을 겪고 나서는 도자를 찾는 수요마저 줄었다. 값싼 공산품은 생활 속의 예술인 도자를 대체했다. 그럼에도 지금껏 우리 전통의 명맥을 이어 온 이가 있다. 조선백자의 명인, 정두섭 작가다. 정 작가는 최근 강원도 춘천·양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세계가 탐냈다는 조선백자의 자태는 허언이 아니었다. 이달 강원도 남이섬에서는 의미 있는 전시가 기획됐다. 지난 20여년 동안 꾸준히 도예품을 제작해 온 정두섭 작가의 개인전이 열린 것이다. 정 작가가 발표한 현대도자는 지난 1일부터 양구백자박물관(양구백자랑)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전통의 명맥 이어 전시 제목은 '양구백토 & 양구백자'전이다. 조선백자의 정신과 멋을 계승한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작품 수는 20여점으로 강원도 양구에서 굴취된 양구백토가 재료로 사용됐다. 같은 제목의 전시는 양구근현대사 박물관에서 동시에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김선숙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달 29일 마무리됐다. '붉은 지붕2'는 타이틀로 구성된 전시는 많은 관객의 호응을 이끌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예술가로서 품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은 다채로운 색상으로 꾸밈없이 표현됐다. 김선숙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달 24일부터 6일간 서울 인사동 갤러리그림손에서 열렸다. 전시 제목은 '붉은 지붕2'. 캔버스마다 다양한 색이 시원스레 펼쳐졌고 자유로이 그은 선은 흥겨운 리듬으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더했다. "인간내면 조준" 김 작가는 한 아이의 엄마이자 예술가로 살고 있다. 전시가 없는 날이면 일곱 살 난 아들과 오순도순 행복한 일상을 꾸미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아들 또래 아이들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았다. 대가들의 작품과는 다른 순수한 상상력에 매료된 것이다. "아이들은 그냥 그리는 게 좋아서 그려요. 무엇을 그릴지 억지로 짜내어 그리진 않지만 선 하나, 색 하나 모든 것이 예사롭지 않죠. 학습되지 않은 구도와 색 조합이 너무 신선해서 아이들은 모두 예술가 같아요." 김 작가에게 그림은 정서적 탈출구와 같다. 과거 김 작가가 썼던 작업노트를 빌면 그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디자인은 어렵지 않다? 조명을 소재로 다방면의 작업을 하고 있는 디자이너 신수지씨. 그는 수학 선생이 되고 싶어 했던 평범한 학생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떠난 어학연수는 호기심 많은 소녀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었다. 신씨는 영국에서 돌아올 때쯤 유능한 디자이너가 돼 있었다. 이제 신씨는 한국에 자리 잡고 자신의 재능을 사람들과 나누고 있다. 작품으로 때로는 커뮤니티로 사람들과의 접점을 늘려가는 중이다. 그가 선택한 조명처럼 신씨는 차가운 세상의 따뜻한 빛이 되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수지씨는 영국 유학시절 설치미술에 관심을 보였다. 본인이 직접 도안을 짜고 작업도 했다. 큰 조형물에 와이어를 연결시킨 뒤 전기 센서를 달아 스스로 움직이도록 했다. 신비한 바다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이 작업은 조형 한 가운데 라이트(조명)를 넣어 포인트를 줬다. 신씨의 설명에 따르면 라이트는 심장, 와이어는 미래를 향한 동력이다. 은은하면서 정돈 당시 신씨의 작업 주제는 "물체에 생명을 입히자"였다. 큰 조형 안에 있는 불빛은 깜빡이며 살아 숨 쉬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 문득 신씨의 머릿속에는 '라이트를 주제로 작업을 해보
[일요시사 사회팀] 강현석 기자 = 공공미술로 유명한 서양화가 오경환 교수의 작품이 관객을 만났다. 지난달 22일 'KISS갤러리'의 첫 개관전으로 기획된 오 교수의 개인전은 현대 미술의 정수를 음미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전시를 준비한 KISS갤러리의 설명과 그간의 평론을 종합한 자료로 오 교수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지난 8월22일 서울 대학로 동숭동에 있는 '갤러리192'가 강남구 신사동으로 이전하면서 'KISS 갤러리'(이하 키스캘러리)로 새 단장했다. 첫 개관전으로는 오경환 교수의 개인전이 준비됐다. 오 교수는 서울88올림픽 주경기장 벽화 등 다양한 벽화작업을 해온 한국 공공미술 1세대다. 키스갤러리의 아트컨설턴트 이유미씨는 오 교수를 소개하면서 "벽화작업에서 얻은 기법적 특성을 회화·사진·설치 등 다양한 장르와 매체로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스 유학파 오 교수는 근작인 모노크롬 시리즈를 통해 여백과 균제의 미학, 동양적인 필선을 극대화시켰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작가 고유의 '터키블루'색과 벽화식 마띠에르(질감)가 결합하면서 그의 작품은 형식적으로 독특한 조형미를 보여준다. 키스갤러리는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