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태광그룹회장)·임병석(C&그룹회장) 전격비교

‘정점에서 몰락까지~’ 철저히 다르거나 혹은 쏙 빼닮거나


한때 한 기업의 정점에서 검찰의 타깃으로 전락하게 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임병석 C&그룹 회장. 성격부터 태생까지 닮은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그 말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의 칼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두 사람을 <일요시사>가 전격 비교해봤다.

이회장, 은둔형…임 회장, 꼼꼼하고 치밀
태생 좋은 이 회장…자수성가형 임 회장


태광그룹과 C&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두 그룹의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의 성격부터 인생의 굴곡 고비고비를 낱낱이 들여다봤다.

#성격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은둔형 오너’로 불린다. 그는 평소 남 앞에 나서길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동기 중에서도 그를 뚜렷이 기억하거나 활발히 교류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조용한 성격답게 술도 잘 마시지 않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 일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 중에도 이 회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회장은 전경련 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언론보도엔 아직도 10여년전 사진이 쓰이고 있다. 현장경영 사진은 고사하고, 그 흔한 자원봉사활동 사진도 구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조차 이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없다. 태광그룹은 재계 서열 40위의 대규모 기업집단임에도 불구 대외 공식 창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에 홍보 부서가 있긴 하지만 이 회장 관련해서는 속 시원히 답해주는 이가 없다. 태광그룹 측 관계자는 “회장님 관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잘 알지도 못한다”고 귀띔했다.

그의 이런 성향은 선친인 고 이임룡 창업주의 경영 방침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고 이 창업주는 생전에 “기업은 (다른 일에 나서지 말고) 사업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태광그룹은 90년 일주학술문화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장학사업에 3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하지만 그룹 측은 이를 외부에 널리 알리려 하지 않는다.

이 회장이 이끄는 태광그룹의 분위기도 크게 다를 바 없다.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40위권 기업이라는 것도 모르는 이가 많을 정도다. 외부와 소통을 꺼리는 사풍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1990년 창립 40주년 행사를 한 뒤로 20년간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았다. 60주년을 맞은 올해 들어서야 문화행사를 계획했을 정도다.

이런 사풍은 이 회장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고 이 창업주의 처남이자 이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 강도 높은 세무사찰을 받는 등 정권의 탄압이 만만치 않았다. 거의 매년 세무조사를 받았을 정도다. 1979년엔 6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자연히 ‘눈에 띌 일은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 회장은 씀씀이가 알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장충동 그룹 사옥도 옛 동북고등학교 6층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벌써 4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물론 계열사 사장들도 해외 출장 때는 이코노미석을 주로 탄다고 한다. 지인들은 그가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해왔던 고 이 창업주의 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는 ‘꼼꼼하고 선이 굵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임 회장은 치밀한 사람이었다. 급속히 계열사를 늘려가면서도 거의 모든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꿰뚫을 정도였다. 때문에 계열사의 작은 사업이나 투자, 계열사 간 자금 이동 등에 대한 세세한 결정이 모두 임 회장에 의해 이뤄졌다. 각 계열사마다 대표들이 있었지만 사실상 임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대표였던 셈이다.

임 회장의 꼼꼼한 성격은 검찰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임 회장에게 횡령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제시한 뒤 “C&중공업에서 인출한 90억원 가운데 70억원이 그룹 계열사인 C&라인으로 갔다고 돼 있는데 이 돈이 라인 쪽에 없다. 횡령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리고 자료를 살펴본 임 회장은 “이 70억원은 우방 인수자금에 들어갔다. 증거자료도 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의 자금 이동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80억원의 연봉을 받던 임 회장이지만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직도 전세방에 살고 있으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에 빠진 적도 없다는 것이다.
또 임 회장은 그리 배짱이 두둑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그의 측근들은 임 회장이 직접 로비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의 한 측근은 “임 회장은 유력 인사들을 잘 알지도 못했고 몇몇 소개를 받은 사람에게도 직접 청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성격 탓에 자기 대신 로비를 할 ‘대리인’으로 정·관계와 금융계의 유력 인사를 대거 끌어들였다는 얘기다.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 회장은 대원고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를 졸업했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땄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1993년 흥국생명 이사로 그룹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6년 선친이 세상을 뜬 뒤 35살의 나이에 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 사장이 된데 이어 2004년 태광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단숨에 자리를 꿰찬 것.

이런 이 회장과 달리 임 회장은 자수성가형이다. 85년 한국해양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임 회장은 전공을 살려 5년 동안 마도로스(항해사)의 길을 걸었다. 항해사로 승선생활을 하던 중 세상이 너무 좁다고 느껴 창업을 꿈꾸게 됐다고 한다. 1990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자신의 돈 500만원에 4500만원을 빌려 칠산해운이라는 조그만 회사를 설립했다.

#절정기
이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석유화학·섬유산업에서 탈피해 금융 및 방송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쌍용화재와 예가람저축은행에 이어 투자자문사와 증권사까지 인수하면서, 기존의 흥국생명과 더불어 ‘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에 이르는 종합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특히 방송 분야에서는 워낙 빠른 속도로 외형을 팽창하면서 잡음이 많았다. 1998년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를 세워 케이블방송업계 1위에 올라섰으며, 2009년 큐릭스를 인수함으로써, 씨제이(CJ) 등 다른 재벌 계열 케이블방송사들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과 흥국생명 등 금융업이 주력이던 태광은 그후 유선방송 사업에 뛰어들어 공격적 확장을 계속했다. 결국 지난해 케이블방송사 큐릭스를 약 4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계에서 확고한 1위에 올랐다.

임 회장은 1995년 회사이름을 ‘쎄븐마운틴해운’으로 바꾸고 해운업에 본격 진출했다. 2002년 세양선박을 인수하며 해운업계의 ‘무서운 별’로 떠올랐다. 세양선박은 51년 설립돼 77년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서 깊은 해운전문기업이다.

이후 임 회장은 자금력을 확보한 뒤 부실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방식으로 황해페리, 필그림해운, 세모유람선, 진도, 우방, 생활경제TV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승승장구했다.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최평규 S&T그룹 회장에 비견될 만큼 ‘M&A의 귀재’라는 별명도 생겼다.

#몰락
‘잘나가던’ 태광그룹에 암운이 드리운 것은 이 회장의 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내 비자금에 대한 수사로 번졌다.
이 회장은 고 이 창업주가 남긴 태광산업 주식 누락분을 차명계좌로 보유하다가, 일부를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형태로 현금화해 160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흥국생명 차명보험 계좌를 통해서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가 정관계 로비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그룹이 쌍용화재와 케이블TV업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를 누리며 거침없는 사업확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태광그룹은 기관 경고를 받아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이 없는데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인수승인을 받아냈다. 또 인수경쟁사에는 허가하지 않던 ‘3자 배정 유상증자’도 태광그룹에만 허용했으며, 보통 한 달이 걸리는 지분취득 심사도 불과 열흘 만에 해치워버렸다.
또 태광 계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홀딩스는 2006년 방송법의 독점 규제 조항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였던 큐릭스를 군인공제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인수했고, 이후 방송법이 개정되자 큐릭스 인수합병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은 두 회장 공통점
속출하는 비리에 두 회장 운명 ‘풍전등화’


이외에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 동림관광개발이 춘천시 남산면에 개발 중인 골프장에서 회원권을 계열사들이 구입하는 식으로 건설자금을 ‘지원사격’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이 회장이 차명 부동산을 대규모로 소유·관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밖에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빙산의 일각 아래 시커먼 덩어리가 수면위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C&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력 조선산업의 침체와 무리한 M&A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룹 전체가 급속히 무너졌다. 현재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검찰의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임 회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임 회장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임 회장의 로비행태에 대한 고발과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계열사인 C&진도가 생산한 모피코트를 명절 선물용 등으로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했다거나, 정·관계나 금융권 인사들을 접대할 때를 대비해 승용차 트렁크에 고급 양주인 ‘발렌타인 30년’을 꽉 채우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로비에 활약한 임원에 대해선 충분한 대우를 해줬다는 설명이다. 비리가 드러나도 감싸줄 정도였다. 반대로 로비 실적이 떨어지는 임원들은 쫓아냈다는 주장도 있다. 또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임원들은 비록 전문경영인 영입 케이스로 그룹에 들였다고 해도 권한을 뺏고 따돌리거나 사표를 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전혀 다른 경로로 재계의 정점에 오르게 된 두 사람. 하지만 그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의 칼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두 회장과 두 기업.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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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