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태광그룹회장)·임병석(C&그룹회장) 전격비교

‘정점에서 몰락까지~’ 철저히 다르거나 혹은 쏙 빼닮거나


한때 한 기업의 정점에서 검찰의 타깃으로 전락하게 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임병석 C&그룹 회장. 성격부터 태생까지 닮은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그 말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의 칼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두 사람을 <일요시사>가 전격 비교해봤다.

이회장, 은둔형…임 회장, 꼼꼼하고 치밀
태생 좋은 이 회장…자수성가형 임 회장


태광그룹과 C&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두 그룹의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의 성격부터 인생의 굴곡 고비고비를 낱낱이 들여다봤다.

#성격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은둔형 오너’로 불린다. 그는 평소 남 앞에 나서길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동기 중에서도 그를 뚜렷이 기억하거나 활발히 교류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조용한 성격답게 술도 잘 마시지 않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 일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 중에도 이 회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회장은 전경련 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언론보도엔 아직도 10여년전 사진이 쓰이고 있다. 현장경영 사진은 고사하고, 그 흔한 자원봉사활동 사진도 구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조차 이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없다. 태광그룹은 재계 서열 40위의 대규모 기업집단임에도 불구 대외 공식 창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에 홍보 부서가 있긴 하지만 이 회장 관련해서는 속 시원히 답해주는 이가 없다. 태광그룹 측 관계자는 “회장님 관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잘 알지도 못한다”고 귀띔했다.

그의 이런 성향은 선친인 고 이임룡 창업주의 경영 방침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고 이 창업주는 생전에 “기업은 (다른 일에 나서지 말고) 사업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태광그룹은 90년 일주학술문화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장학사업에 3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하지만 그룹 측은 이를 외부에 널리 알리려 하지 않는다.

이 회장이 이끄는 태광그룹의 분위기도 크게 다를 바 없다.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40위권 기업이라는 것도 모르는 이가 많을 정도다. 외부와 소통을 꺼리는 사풍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1990년 창립 40주년 행사를 한 뒤로 20년간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았다. 60주년을 맞은 올해 들어서야 문화행사를 계획했을 정도다.

이런 사풍은 이 회장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고 이 창업주의 처남이자 이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 강도 높은 세무사찰을 받는 등 정권의 탄압이 만만치 않았다. 거의 매년 세무조사를 받았을 정도다. 1979년엔 6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자연히 ‘눈에 띌 일은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 회장은 씀씀이가 알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장충동 그룹 사옥도 옛 동북고등학교 6층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벌써 4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물론 계열사 사장들도 해외 출장 때는 이코노미석을 주로 탄다고 한다. 지인들은 그가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해왔던 고 이 창업주의 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는 ‘꼼꼼하고 선이 굵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임 회장은 치밀한 사람이었다. 급속히 계열사를 늘려가면서도 거의 모든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꿰뚫을 정도였다. 때문에 계열사의 작은 사업이나 투자, 계열사 간 자금 이동 등에 대한 세세한 결정이 모두 임 회장에 의해 이뤄졌다. 각 계열사마다 대표들이 있었지만 사실상 임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대표였던 셈이다.

임 회장의 꼼꼼한 성격은 검찰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임 회장에게 횡령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제시한 뒤 “C&중공업에서 인출한 90억원 가운데 70억원이 그룹 계열사인 C&라인으로 갔다고 돼 있는데 이 돈이 라인 쪽에 없다. 횡령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리고 자료를 살펴본 임 회장은 “이 70억원은 우방 인수자금에 들어갔다. 증거자료도 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의 자금 이동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80억원의 연봉을 받던 임 회장이지만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직도 전세방에 살고 있으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에 빠진 적도 없다는 것이다.
또 임 회장은 그리 배짱이 두둑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그의 측근들은 임 회장이 직접 로비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의 한 측근은 “임 회장은 유력 인사들을 잘 알지도 못했고 몇몇 소개를 받은 사람에게도 직접 청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성격 탓에 자기 대신 로비를 할 ‘대리인’으로 정·관계와 금융계의 유력 인사를 대거 끌어들였다는 얘기다.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 회장은 대원고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를 졸업했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땄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1993년 흥국생명 이사로 그룹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6년 선친이 세상을 뜬 뒤 35살의 나이에 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 사장이 된데 이어 2004년 태광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단숨에 자리를 꿰찬 것.

이런 이 회장과 달리 임 회장은 자수성가형이다. 85년 한국해양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임 회장은 전공을 살려 5년 동안 마도로스(항해사)의 길을 걸었다. 항해사로 승선생활을 하던 중 세상이 너무 좁다고 느껴 창업을 꿈꾸게 됐다고 한다. 1990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자신의 돈 500만원에 4500만원을 빌려 칠산해운이라는 조그만 회사를 설립했다.

#절정기
이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석유화학·섬유산업에서 탈피해 금융 및 방송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쌍용화재와 예가람저축은행에 이어 투자자문사와 증권사까지 인수하면서, 기존의 흥국생명과 더불어 ‘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에 이르는 종합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특히 방송 분야에서는 워낙 빠른 속도로 외형을 팽창하면서 잡음이 많았다. 1998년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를 세워 케이블방송업계 1위에 올라섰으며, 2009년 큐릭스를 인수함으로써, 씨제이(CJ) 등 다른 재벌 계열 케이블방송사들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과 흥국생명 등 금융업이 주력이던 태광은 그후 유선방송 사업에 뛰어들어 공격적 확장을 계속했다. 결국 지난해 케이블방송사 큐릭스를 약 4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계에서 확고한 1위에 올랐다.

임 회장은 1995년 회사이름을 ‘쎄븐마운틴해운’으로 바꾸고 해운업에 본격 진출했다. 2002년 세양선박을 인수하며 해운업계의 ‘무서운 별’로 떠올랐다. 세양선박은 51년 설립돼 77년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서 깊은 해운전문기업이다.

이후 임 회장은 자금력을 확보한 뒤 부실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방식으로 황해페리, 필그림해운, 세모유람선, 진도, 우방, 생활경제TV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승승장구했다.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최평규 S&T그룹 회장에 비견될 만큼 ‘M&A의 귀재’라는 별명도 생겼다.

#몰락
‘잘나가던’ 태광그룹에 암운이 드리운 것은 이 회장의 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내 비자금에 대한 수사로 번졌다.
이 회장은 고 이 창업주가 남긴 태광산업 주식 누락분을 차명계좌로 보유하다가, 일부를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형태로 현금화해 160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흥국생명 차명보험 계좌를 통해서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가 정관계 로비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그룹이 쌍용화재와 케이블TV업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를 누리며 거침없는 사업확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태광그룹은 기관 경고를 받아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이 없는데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인수승인을 받아냈다. 또 인수경쟁사에는 허가하지 않던 ‘3자 배정 유상증자’도 태광그룹에만 허용했으며, 보통 한 달이 걸리는 지분취득 심사도 불과 열흘 만에 해치워버렸다.
또 태광 계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홀딩스는 2006년 방송법의 독점 규제 조항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였던 큐릭스를 군인공제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인수했고, 이후 방송법이 개정되자 큐릭스 인수합병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은 두 회장 공통점
속출하는 비리에 두 회장 운명 ‘풍전등화’


이외에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 동림관광개발이 춘천시 남산면에 개발 중인 골프장에서 회원권을 계열사들이 구입하는 식으로 건설자금을 ‘지원사격’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이 회장이 차명 부동산을 대규모로 소유·관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밖에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빙산의 일각 아래 시커먼 덩어리가 수면위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C&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력 조선산업의 침체와 무리한 M&A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룹 전체가 급속히 무너졌다. 현재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검찰의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임 회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임 회장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임 회장의 로비행태에 대한 고발과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계열사인 C&진도가 생산한 모피코트를 명절 선물용 등으로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했다거나, 정·관계나 금융권 인사들을 접대할 때를 대비해 승용차 트렁크에 고급 양주인 ‘발렌타인 30년’을 꽉 채우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로비에 활약한 임원에 대해선 충분한 대우를 해줬다는 설명이다. 비리가 드러나도 감싸줄 정도였다. 반대로 로비 실적이 떨어지는 임원들은 쫓아냈다는 주장도 있다. 또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임원들은 비록 전문경영인 영입 케이스로 그룹에 들였다고 해도 권한을 뺏고 따돌리거나 사표를 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전혀 다른 경로로 재계의 정점에 오르게 된 두 사람. 하지만 그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의 칼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두 회장과 두 기업.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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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