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영원한 골프여왕 박세리

국민들 힘들 때 웃게 해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골프여왕 박세리가 필드를 떠난다. ‘맨발 투혼’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세계무대를 주름잡았던 그다. 최근 몇 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그는 최고의 현역 선수들과 겨룬 경기에서 유쾌한 승리로 국민을 기쁘게 했다.

박세리는 지난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1라운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발표했다. 공식 인터뷰에서 박세리는 “2016시즌이 내가 풀타임으로 투어 활동을 하는 마지막 해”라고 선언했다. 이어 “은퇴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며 “내 인생에서 또 다른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혹독한 훈련
두둑한 배짱

박세리는 은퇴 후 꿈이 후진 양성이라고 했다. 박세리는 “한국의 많은 유망주가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내 모든 걸 가르쳐주겠다”고 다짐했다. 박세리는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한국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다.

박세리가 은퇴하기로 한 배경은 부상이다. 지난 몇 년간 왼쪽 어깨뼈의 습관성 탈구로 재활에 힘써왔지만 회복이 더뎌지며 결국 은퇴를 결심한 것이다. 박세리는 지난 수년 동안 왼쪽 어깨뼈 습관성 탈구 등으로 고생했다. 지난해 2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모두 기권하고 재활에 힘써왔다. 파운더스컵은 박세리가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나선 대회다. 박세리는 이날 1라운드에서 버디 3개로 3언더파를 기록, 공동 36위에 올랐다.

박세리는 1977년 대전에서 3녀 중 둘째로 출생했다. 1989년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광인 아버지 박준철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 나이에 훈련장에서 새벽 2시까지 혼자 남아 훈련을 하는 등 엄격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세리는 중3의 어린 나이에 이미 쟁쟁한 프로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30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고의 기대주가 됐다.

1996년에 프로로 전향했고 1년간 세계 최고의 교습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레드베터로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그 결과는 1997년 10월 퀄리파잉스쿨에 수석합격했다. 박세리는 현재 통산 12승을 올리며 투어 정상급 선수로 활동 중인 크리스티 커(미국)와 함께 공동 1위로 퀄리파잉스쿨을 통과, 대망의 미LPGA투어에 화려하게 입성한다.

박세리의 투어 첫 대회는 1998년 1월에 열린 ‘헬스 사우스 이너그럴’이다. 이 대회서 공동 13위를 기록, 데뷔전을 무난히 치러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5월 초까지 참가한 9개 대회에서 공동 11위가 최고였을 뿐 나머지는 30∼40위권을 맴돌았다. 하와이서 열렸던 컵 누들스 하와이여자오픈에서는 컷오프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은 4개월, 10번째 대회 만에 터졌다.

1998년 5월1 LPGA투어의 메이저타이틀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하며 투어 데뷔 첫 승을 올린 것이다. 자신의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렸고 그것도 대회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은 채 정상에 오르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이었다. 신인이 자신의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린 것은 데뷔 해(88년)에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리셀로테 노이만(스웨덴) 이후 처음이었다.

올 시즌 마치고 선수생활 은퇴 발표
잦은 부상 시달리다 필드 떠날 결심

1998년 7월 박세리는 아직도 우리 국민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명장면을 연출하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선다. LPGA US오픈에서 20개 홀을 도는 연장전 끝에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당시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절대 잊혀지지 않은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이 경기에서 나온다.

TV 공익광고에서도 활용된 당시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벙커샷을 날리던 모습은 많은 사람의 뇌리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 장면은 미국 스포츠 전문방송 <ESPN>이 US오픈 5대 명장면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끝난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박세리는 태국의 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과 나란히 6오버파 290타로 공동 선두를 기록, 다음날 18홀 연장 승부를 치른다.

다른 모든 대회가 곧바로 서든데스 플레이오프를 치러 우승자를 가리는 것과는 달리 US여자오픈은 남자들의 US오픈과 마찬가지로 이튿날 18홀 연장전을 치르며 거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서든데스를 치른다.

다음날 열린 승부에서 박세리는 추가 18홀마저 비긴 뒤 가진 서든데스 연장 2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추아시리폰을 극적으로 누르고 메이저 대회 2연속 우승을 금자탑을 쌓는다.

무려 92홀 만에 우열이 가려진 이 대회는 LPGA투어 역사상 가장 긴 승부로 남아 있다. 신인 선수가 같은 시즌에 메이저 타이틀을 두 차례나 차지한 것은 84년 줄리 잉스터(미국) 이후 14년 만에 박세리와 잉스터 단 둘만이 이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4대 메이저대회(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나비스코챔피언십) 중 양대 타이틀로 평가 받는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같은 시즌에 연거푸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99년 줄리 잉스터, 2001년 캐리 웹(호주) 등 투어 역사를 통틀어 6차례에 불과한 대위업이다.

한국스포츠 영웅
골프 대중화 기여

다른 모든 대회가 곧바로 서든데스 플레이오프를 치러 우승자를 가리는 것과는 달리 US여자오픈은 남자들의 US오픈과 마찬가지로 이튿날 18홀 연장전을 치르며 거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서든데스를 치른다.

박세리의 활약은 IMF(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악전고투 끝에 우승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박찬호와 함께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연일 매스컴은 대대적으로 지면을 할애해 박세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고 광복 후 대한민국이 수출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란 찬사가 이어졌다.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타임>이나 <뉴스위크>, 그리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같은 스포츠 전문 잡지들도 박세리 특집을 다루기에 바빴다.
 

무명의 신인에서 두 달 사이 ‘골프여왕’으로 등극한 것이다. US여자오픈에 이어진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에서 또 다시 우승, 2주 연속 우승이자 시즌 3승째를 올렸다. 더욱이 이 대회 2라운드에서는 10언더파 61타를 쳤고 합계는 23언더파 261타였다.

지금은 깨졌지만 두 가지 스코어 모두 당시까지는 신기록으로 평가받았다. 2위를 무려 9타 차로 제친 완벽한 우승이었다. 이후 빅애플클래식에서 숨고르기를 했던 박세리는 한 주 뒤 자이언트 이글클래식에서 시즌 4승째를 올렸다.

LPGA투어에 불어 닥친 ‘세리 광풍’은 무서웠다. 신인왕 타이틀은 당연히 박세리의 것이었다. 이 부문 2위였던 제니스 무디(스코틀랜드)와는 무려 904점의 격차가 있었고 시즌 9개를 대회를 남긴 시점에서 신인왕 타이틀을 확정지었을 만큼 일방적인 독주였다. 박세리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단숨에 세계 랭킹 2위가 됐다. 그 때까지 소렌스탐-캐리 웹(호주) 양대 체제였던 미LPGA투어는 박세리를 포함한 ‘3강 체제’로 굳혀졌다.

신인왕 등 투어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박세리에게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시즌 중반까지 다소 주춤했지만, 6월 들어 숍 라이트 클래식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7월 초에는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특정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페이지넷 투어챔피언십에서는 캐리 웹, 로라 데이비스(영국)를 상대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우승,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시즌 4승(상금 랭킹 3위)을 기록했다.

동양인 최초
명예의 전당

2001년 투어 데뷔 3번째 시즌 박세리는 침체기를 맡게 된다. 단 1승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부상이나 나태함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준우승조차 하지 못했다. 3위가 최고 성적이었으며 상금 순위도 처음으로 10위권 밖(12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박세리는 2001년부터 3년간 그야말로 전성기를 보낸다. 아니카 소렌스탐이 버티고 있어 상금왕이나 올해의 선수는 되지 못했으나 이 기간 무려 13승을 기록, 자신의 통산 승수(24승)의 절반 이상을 이때 몰아친다.

시즌 개막전인 유어라이프 비타민스클래식에 우승, 첫 단추를 잘 끼운 박세리는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만 세 번째로 우승, 특별한 인연을 이어간 뒤 그 해부터 새로이 메이저대회로 편입된 위타빅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 자신의 세 번째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하는 등 2001년 시즌에만 5승을 올리며 전성기의 서막을 연다.

박세리는 2004년 미켈럽 울트라오픈에서 통산 22승째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최고 선수의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 명예의 전당 헌액을 위해서는 총 27점이 필요하다. 일반 대회 우승 1점, 메이저 대회 우승 2점, 그리고 올해의 선수, 베어 트로피 등 타이틀 수상시 1점 등 점수가 부과되며 27점이 될 경우 투어 데뷔 10년을 마치는 해에 정식으로 헌액된다. 그런데 박세리는 자신의 투어 생활 7년 반 만에 조건을 구비했다.


US오픈 ‘맨발 투혼’ 명장면
IMF 당시 힘과 용기 북돋아

22승으로 22점, 이 중 4차례의 메이저 우승으로 추가 4점, 그리고 2003년 베어 트로피 수상으로 1점 등 27점을 모두 충족한 것이다. 이후 박세리는 투어 10시즌을 모두 채운 2007년 11월, 미LPGA투어 명예의 전당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로 헌액되는 영광을 안았다. 물론 동양인으로는 처음 있는 업적이다.

박세리가 길지 않은 기간에 많은 승수를 올리며 투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 말처럼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사냥개 근성’에 있는 듯하다. 박세리는 일단 한 번 우승 기회를 잡으면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다.

리드를 잡으면 그대로 지키고 추격권 내에 있으며 반드시 뒤집는 그야말로 승부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역전승이 많고 역전패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의 뛰어난 승부 근성을 숫자로 대변하는 것이 바로 연장전 결과다. 박세리는 지난 10년간 총 5차례에 걸쳐 연장전을 치렀다. 결과는 5승 무패. 통산 24승 중 5승이 100% 승률을 자랑하는 연장 승부 끝에 얻어진 것이다.

그의 라이벌인 캐리 웹과 아니카 소렌스탐과 비교하면 얼마다 박세리의 근성이 강한가를 알 수 있다. 웹은 총 10번의 연장전에서 4승 밖에 올리지 못했다. 여섯 번의 연장 패배 중에는 박세리에게 진 것이 세 번이나 된다. 소렌스탐은 16승6패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박세리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으며 현재 당대 최강으로 불리는 로레나 오초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연장전서는 단 1승도 없이 3패만을 기록 중이다.

세계무대 주름
‘박키즈’들 활약

10년의 세월이 흘러 ‘박세리 키즈’들인 박인비(KB금융그룹), 신지애(스리본드), 최나연(SK텔레콤), 유소연(하나금융그룹) 등은 LPGA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해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며 한국의 이름을 드높였다.

이후에도 박세리의 영향을 받은 많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 무대를 접수했다. 박세리의 영향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한국 낭자들은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15승을 합작하며 여자 골프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박세리가 외로이 LPGA 무대에서 뿌린 씨앗은 박세리 키즈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한국이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박세리는 떠나도 박세리 키즈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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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