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전쟁…국민들‘뿔’났다 (3) 가공식품의 위험 바로 알기

멜라민이 함유된 중국산 분유의 불똥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과자에서 줄줄이 멜라민이 검출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난 2006년 KBS에서 과자의 위험성에 대해 방송한 이후 일어난 ‘과자파동’ 만큼이나 그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믿었던 유명 식품사의 과자에서까지 멜라민이 발견되면서 충격은 더욱 깊어만 간다. 그리고 이는 가공식품 전반의 위험성으로 번지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뭘 먹고 살아야 하나’란 한숨 섞인 탄식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세태를 조명했다.

“제2, 제3의 과자파동 또 터질 수 있다”

멜라민 파동으로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중국산 분유에서 그칠 줄 알았던 이번 파동은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과자, 커피 등으로 번지면서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처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먹거리 파동은 잊을 만하면 터져 나와 장을 보는 주부들의 손길을 주춤하게 만든다. 특히 이번 멜라민 파동은 어린이들이 즐겨먹는 과자 등 가공식품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에서 부모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고 있다.

지난 2006년 과자파동
다시 한번 일어날 조짐
아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에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성분이 들어있다는 결과가 나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일어난 ‘과자파동’으로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린 바 있다.
2년 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과자파동의 시초는 KBS ‘추적60분’이 과자의 위험성에 대한 내용을 공개하면서부터다.
당시 이 프로그램은 과자 속에 들어가는 색소, 방부제, 조미료와 같은 첨가물이 아토피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 방송에서는 과자로 인해 아토피가 더욱 악화됐다고 말하는 환자들이 직접 나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 나와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그동안 아무 생각 없이 아이들에게 먹였던 과자들이 위험한 식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공장에서 만들어진 과자를 먹이지 말자는 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이 결과로 과자매출이 급감하는 현상과 ‘홈 메이드 쿠키 열풍’이 함께 불기도 했다. ‘내 아이가 먹을 것은 내 손으로 만들자’는 구호아래 과자 만들기 교실 등이 우후죽순 생기고 과자 굽기에 필요한 오븐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다.
또 잊혀졌던 한과 등의 과자와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떡 등의 간식거리가 인기몰이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에 기름을 부은 것은 책 한 권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과자 회사에서 16년간 근무하다가 과자의 위험성을 직접 체험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과자공장의 비밀을 공개한 안병수 소장(후델식품건강연구소)이다.
그는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이라는 저서를 통해 위험천만한 과자와 가공식품의 위험성을 파헤쳤다. 이 책은 가공식품이 아이의 몸을 망칠 뿐만 아니라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청소년 범죄 등의 정신장애를 일으키고, 선천성 장애아 출산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또 식품회사 이익과 소비자 이익이란 운명적인 엇박자 사이에서 우리와 우리아이들의 먹을거리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은 결국 소비자뿐이란 사실을 기억해내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당시 과자파동과 함께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극에 달하게 했던 내용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국 발 멜라민 파동으로 2년 전 ‘과자파동’ 다시 일어날 조짐
건강 해치는 식품첨가물 들어있는 가공식품 또 한번 집중조명

▲ 세기의 최고 걸작 ‘라면’ = 인스턴트의 가장 큰 문제는 여러 종류의 첨가물을 한꺼번에 섭취하도록 고안된 점이다. 라면의 원료는 열처리 과정을 거친 ‘흰 밀가루’와 ‘첨가물’이다. 라면에 쓰이는 고열처리된 탄수화물은 입자가 작고 성글어서 소화흡수가 비정상적으로 빠르다. 혈당치를 급속히 증가시켜 우리 몸의 인슐린 분비 세포에 타격을 가하는 것이다.
▲ 식품이 아닌 식품인 ‘정크푸드, 스낵’ = 영양가는 없으면서 적은 양으로도 혈당치를 급상승시키고 공복감을 해소시키는 정크푸드. 이런 식품을 지속적으로 탐닉하면 결국 혈당 관리시스템에 빨간 불이 켜지고 만다.
 
가공식품의 무서운 실체
각종 생활습관병 만들어
▲ 충치는 빙산의 일각 ‘캔디’ = 캔디에 들어 있는 설탕과 정제물엿은 당 대사 기능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 경화시킨 유지와 첨가물을 동시에 섭취하면 그 유해성은 더욱 커진다. 캔디야말로 영양분이 전혀 없는 정제당 70%와 향료, 색소, 유화제, 가소제, 향 보조제 등 첨가물 30%가 주원료다. 오직 문제 있는 물질로만 이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입 청소에 가려진 껌의 진짜 모습= 껌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물질이 들어있다. 합성물질인 껌베이스와 일반식품에 비해 향료사용 비율은 10배를 넘는다. 껌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하나에 0.1g이나 들어가는 향료다. 향료는 ppt(1조분의 1)단위에서도 활성화하는데 체중 50kg인 사람이 껌 하나를 씹으면 향료의 체내 농도는 무려 2백만ppt에 이른다.
▲ 양의 탈 쓴 이리 ‘아이스크림’ = 물과 기름을 섞어 만드는 아이스크림에 반드시 필요한 유화제는 발암물질을 비롯한 각종 유해성분을 체액에 섞이도록 돕는다. 당류와 지방질 원료가 다량 사용된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향료와 색소, 안정제, 인공감미료 등 유해 첨가물 투성이기 때문이다.
▲ 아메리칸 사료 ‘패스트푸드’ =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첨가물이란 것과 높은 지방 함량 때문에 생기는 고칼로리 등 두 가지다. 하지만 고칼로리보다 더욱 해로운 것은 튀김과정에서 함유되는 트랜스지방산이다.
▲ 허울 좋은 너울 ‘가공치즈와 버터’ = 물성을 좋게 하기 위해 유화제를 넣고 맛을 위해 조미료나 향료를 넣고, 거기에 색소와 보존료까지 넣은 가공치즈. 가공치즈에는 조미료와 향, 색소, 보존료 등 첨가물 투성이다.
▲가장 위험한 것 ‘햄과 소시지’= 햄과 소시지는 바로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있다. 아질산나트륨이 육류라면 반드시 ‘아민’ 성분과 결합해 니트로사민을 만드는 게 문제다. 동물실험에 따르면 니트로사민 0.3마이크로그램을 단 한번 투여했더니, 간암이나 폐암이 유발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노란 우유 ‘가공유’=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 바나나 우유에도 바나나는 없다. 그 깊숙한 바나나 맛을 내는 수백 가지의 화학물질, 향료 속에 뇌 활동을 왜곡하는 물질, 호르몬 교란 물질, 알레르기 유발 물질들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는 모른다. 단맛은 액상과당과 백설탕으로, 노란색은 치자황색소로, 바나나 맛은 바나나 향으로 낸다. 일본 ‘식품첨가물평가일람’은 치자황색소를 ‘위험등급 3급’첨가물로 분류한다.
▲액체사탕 ‘청량음료’ = 콜라의 유해성이 두려워 사이다를 대신 선택했다면 이는 ‘호랑이를 피하기 위해 늑대 굴로 들어서는 격’이다. 액상과당, 탄산가스, 인산, 향료 등을 주원료로 하는 청량음료가 비만의 원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인산 성분이 아이들의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행동 독리학상의 물질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고가의 청량음료 ‘드링크류’ = 피로회복제로 알고 있는 드링크 제품은 정제당과 향료로 맛을 내고 각성물질이나 방부제와 같은 해로운 성분을 첨가해 만든 고가의 청량음료일 뿐이다. 드링크류의 경우 카페인 못지 않게 안식향산나트륨이 문제다. 개를 대상으로, 체중 1㎏당 인식향산나트륨 1g씩을 매일 투여했더니 운동이 불가능해지고 간질성 경련을 일으키더니 2백50일만에 죽음에 이르는 것이 확인됐다.
이처럼 안병수 소장은 자신이 직접 체험했던 각종 가공식품의 위험성을 고발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책에서 밝힌 가공식품의 위험성은 하루 종일 가공식품에 노출되어 있는 많은 이들을 긴장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잊혀졌던 과자의 위험성, 멜라민 파동으로 다시 불거져
세계적인 식품업체 제품도 위험해 소비자 불안감 커져

그러나 이 같은 파동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금세 잊어버리는 우리 사회의 특성은 과자파동에도 어김없이 발휘됐다.
또 그해 제과업체들이 과자에 들어간 식품 첨가물이 아토피성 피부염을 유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KBS ‘추적 60분’의 보도와 관련, 제과업체가 공동으로 KBS를 상대로 수백원대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과자파동은 주춤했다.
당시 롯데·오리온·크라운·해태 등 4개 제과업체가 “아토피의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KBS가 마치 과자 속 첨가물을 아토피 피부염의 주범인 것처럼 보도함으로써 천문학적인 손실을 일으켰다”며 과자파동의 책임을 물었다.

세계적 식품업체도 못 믿어
“뭘 믿고 사먹어야 되나?”
그 후 많은 이들은 일상적으로 먹는 과자 등 가공식품의 위험성에 대해 잊어버렸다. 물론 업체들이 트렌스지방 등의 첨가물이 적게 들어간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며 자사의 제품의 안정성에 대해 홍보한 것도 안심하고 과자를 먹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소비자들은 공장에서 만들어진 과자를 섭취함으로써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에 무감각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최근 맞이한 멜라민 파동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특히 세계적인 유명식품회사에서 만든 과자에서까지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 충격은 헤아릴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다국적 식품업체인 나비스코푸드가 중국에서 생산한 리츠 샌드위치 크래커 치즈에서 멜라민이 검출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수  많은 가공식품 중 뭘 믿고 먹어야 하나’라는 고민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리고 가공식품의 종류와 식품첨가물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제2, 제3의 식품파동은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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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