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주먹’ 이육래 파란만장 인생사

개과천선한 줄 알았더니… 여전히 '해결사 노릇'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명 조폭 두목들에게 선배 대접을 받았다는 ‘호남주먹의 대부’ 이육래. 그가 서울 종로에서 명상 강사로 변신했다. 신분을 속인 채 폭력조직 원로의 영향력을 유지해온 그는 결국 경찰에 꼬리가 잡혔다. 조폭부터 명상 강사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들여다본다.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과 OB파 두목 이동재에게 선배 대접을 받았다는 이육래는 전남 보성 출신으로 호남주먹의 실세로 통했다. 그는 ‘범죄와의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였다. 당시 이육래의 혐의는 이권 갈취. 매립지 인가를 받은 부산의 사업가 송모씨를 납치, 서울 이태원의 한 오피스텔에 사흘 동안 감금해 시가 100억원대의 토지에 대한 양도각서를 강제로 받아냈고, 그 과정에 송씨는 이씨에게 맞아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조폭계 대부
이중생활 탄로

전국 규모의 우익단체인 호국청년연합회 간부이기도 했던 그는 서울에서 몇몇 카바레와 나이트클럽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 고급 건달 행세를 했다. 매립지 업자 납치폭행사건에는 서모씨, 배모씨 등 호국청년연합회의 일부 간부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육래를 수사하기 직전 그가 몇몇 호남 출신 검사와 친분이 깊다는 진정서가 청와대에 접수된 일이 있었다. 청와대는 이를 검찰에 넘겼는데, 조사를 벌인 검찰은 진정서에 이름이 거론된 검사들에게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육래의 검찰 인맥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검사의 모티브가 된 조승식 검사는 “처음엔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육래가 사전에 정보를 입수하고 행방을 감췄기 때문.


권력기관에 있는 사람들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이육래의 수사 상황을 관심 있게 물어보기도 하고, 검찰 내부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전화가 몇 차례 걸려왔다. 이육래를 잡아넣을 때도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 왔다고 조 검사는 전했다.

실제로 이육래를 수사할 때 여당 중진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관심’을 나타냈다. ‘봐달라’는 소리는 안 했지만, 무언의 압력이었다. 1989년 서울시내 모처에 빌라 형태의 별장에서 검거된 이육래는 검찰에 잡혀 오히려 안도했다고 한다.

그쪽 세계에서는 보기 드물게 일류대를 나와 머리가 좋았고 각계 인맥도 넓었던 이육래는 그런 배경들 덕분인지 특이하게도 서로 전쟁을 벌이던 양은이파와 서방파, OB파 등 여러 조직을 자유롭게 오가며 책사 노릇을 했다.

범서방파 김태촌·OB파 이동재 호형호제
인맥 관련 소문 무성… 여당 의원에 전화

그러나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여러 폭력조직에 다리를 걸치다 보면 결국 바로 그 ‘여러 곳’으로부터 공격당하기 마련. 조직과 조직 사이를 오가며 잇속을 챙기던 그는 결국 언제부턴가 여러 조직의 ‘손봐 줄 대상’이 되고 말았다.

수갑을 든 검찰이나 경찰에 쫓기는 것과 칼을 든 조직에 쫓기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그는 잔뜩 겁을 먹고 아무도 모르는 자신의 별장에 숨는 신세가 됐던 것. 몰릴 대로 몰린 상황에 검찰이 들이닥쳐 어찌 됐든 '일단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는 100장에 이르는 자술서를 작성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거물급 주먹이 그토록 방대한 양의 자술서를 써낸 것 자체가 기록적인 일이라 검찰 내에서 화제가 됐다. 이육래는 자술서에 성장 과정과 주먹세계에서 살아온 얘기를 자세히 털어놓았다. 그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주먹계 세력판도가 파악됐다.


얼마나 자세히 썼던지, 조 검사가 “이육래 자술서에서 깡패 수사의 요령을 배웠다”고 말할 정도였다. 검찰 고위층은 이육래의 자술서를 강력부 검사들에게 교재용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조 검사는 이 자술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이육래가 자술서에 자신이 아는 몇몇 검사의 이름을 적어놓았기 때문.

범죄와의 전쟁
첫 번째 희생자

대부분 호남 출신인 그들은 조 검사의 선배들이었다. 거기에는 뒷날 김대중정부 시절 검찰 고위직에 오른 두 사람이 포함돼 있었다. 조 검사에 대한 이들의 감정이 좋을 리 없었다. 당사자들은 크게 분개했고 그 일로 조 검사는 두고두고 부담을 안게 됐다.

이육래는 1심에서 5년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후 검찰 상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조사과정에서 고문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일로 대검에서 감찰조사를 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1990년 1월 검찰은 서울지검에 민생특수부를 설치했다. 민생특수부는 검사 5명, 경찰관 15명, 검찰 수사관 24명으로 편성돼 조직폭력 인신매매 음란퇴폐 사범 등을 전담했는데 그해 5월 강력부로 이름을 바꿨다. 심재륜 특수1부장이 민생특수부장을 겸임했다. 심 부장을 따라 조 검사도 민생특수부로 옮겼다.

민생특수부가 발족하면서 전시상태에 돌입했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것은 1990년 10월이지만, 실제로는 1989년 여름 이육래를 수사하면서 조폭과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100장 자술서… 검사들 교재용으로
명상강사로 활동하며 납치·폭행

그런 그가 출소 후 명상 강사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했다. ‘개과천선’을 했나 싶었지만, 알고 보니 진짜 직업은 납치, 협박을 일삼는 ‘채무 해결사’였다. 이육래는 서울 종로의 한 학원에서 가명을 쓰며 직장인들과 학생을 대상으로 명상 수련법을 강의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지인 A씨에게 빌려준 돈 20억원을 받지 못하자, A씨에게 돈을 빌린 사업가 B씨를 표적으로 삼았다. 지난해 8월 B씨를 납치한 이육래 일당은 B씨를 민박집에 가둔 상태에서 마구 폭행했고, 인체에 해가 없는 주사약을 투약하며 성불구자로 만들겠다고 협박했다.
 

B씨는 이육래로부터 직접 돈을 빌린 사람은 아니었다. 지인 A씨에게 빌려준 돈 20억원을 받지 못하게 된 이육래가 그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린 B씨에게 대신 돈을 받겠다고 마음먹은 것. 이육래의 협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한 B씨는 결국 10억원을 송금했다.

검찰은 이육래가 명상강사로 신분을 속인 채 폭력조직 원로의 영향력을 유지해왔다고 판단해 상습공갈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했다.


우리나라 근·현대 조폭계에는 김두한과 시라소니가 활동하던 ‘낭만파 주먹시대’가 있었다. 그 후 3대 조직이 서울을 장악하기 위해 회칼 등 ‘연장’을 사용하면서 ‘전국구 폭력조직시대’가 시작됐다. 그러다 우두머리들이 구속되고 조직이 해체되면서 이들의 시대도 끝이 났다.

부산 칠성파, 광주 무등산파 등은 전국구에 준하는 조직을 갖추고 있으나 서울 진출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공권력의 표적이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서울 일선 경찰서의 한 간부는 “조폭들은 ‘조직’으로 엮이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범죄단체 가입’으로 분류되면 형량이 무거워진다. 또 관리대상 명단에 한 번 오르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해야 한다. 행동지침을 만들고 ‘○○파’라고 하면서 세를 형성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진술로
조폭판도 파악

주먹 하나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이육래의 일대기는 사실상 끝이 났다. 그에게는 평생 폭력·사기·협박 등의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이육래와 호형호제하던 김태촌의 사망 이후 전국구 주먹시대는 막을 내렸다. 전국구 폭력시대는 가고, 대신 ‘기업형 조폭시대’가 본격 도래한 것이다. 


<ktikt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조폭과의 전쟁사

“저는 우리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범죄와 폭력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의 모든 권한을 동원해서 이를 소탕해나갈 것입니다. 둘째는 민주사회의 기틀을 위협하는 불법과 무질서를 추방할 것입니다. 셋째는 과소비와 투기 또 퇴폐와 향락을 바로 잡아 일하는 사회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1990년 10월 4일 청명 계획이 폭로돼 여론이 끓어오르자 정국을 전환하기 위해 13일 등장한 노태우 전 대통령 특별선언이다.

제5∼6공화국 당시에 공안정국을 조성하면서 경찰력 상당수가 시국사건에 배당돼 치안 공백이 지적되었고 강력범죄가 급증했다. 한편으로 1980년대 호황으로 인해 유흥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인신매매와 납치가 여성을 중심으로 극성을 부렸다. 당시 윤락업은 흑산도나 경북 시골에까지 뻗어 있었던 상황이었다. 인신매매 관련 괴담의 상당수가 이때 만들어졌다. 실제로 납치됐다가 경찰의 윤락가 단속 혹은 자력 탈출로 인해 신병이 확인된 여성의 수가 많았다. 더불어 어선 등으로의 남성 납치와 매매도 존재했다.

특별선언 1년 전인 1989년부터 치안본부는 이미 5대 사회악의 특별단속을 지시해 실행 중인 상황이었다. 경찰은 단속강화를 위해 인력 및 장비를 보강했고 서울, 부산, 대구, 광주, 인천, 대전 등 6대 도시에 무술유단자 등의 전문요원을 뽑아 사안별로 편성해 운영하는 한편, 광역화된 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공조수사 체제를 구축했다.

검찰 역시도 1989년부터 범죄 단속을 위해 조직을 강화했는데, 대검찰청에 민생치안 문제를 전담하는 강력부를 신설해 인신매매, 가정파괴, 조직폭력, 마약, 부정식품 사범 등 5대 사회악에 강력히 대처했다. 검찰은 이와 함께 공직자의 뇌물수수 사건 등 공직부패 사범에 대한 국민의 수사 요구가 높아지자 이를 직접 조사하기 위한 조사부를 서울지검 등에 설치했다.

대통령령이기 때문에 그 전에는 적당히 묵인되었던 조직들도 깡그리 소탕됐고 1년 동안 전국 200여개 조직에서 700여명이나 구속됐던 대규모 검거가 이뤄졌다. 다만 이런 과정에서 전국의 경찰국과 경찰서에 실적을 올리라고 압력을 넣는 바람에 애꿎은 사람들이 사소한 트집 하나로 범죄자로 몰려 수없이 체포됐고, 고문수사 역시 늘어나면서 문제시되기도 했다. 또 범죄와의 전쟁 기간에 경찰과 함께 군 병력이 동원되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이유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때 소탕된 범죄조직 수가 적지 않았으며 이 기간에 숨죽이고 있던 범죄자들도 많아 대외적으로는 치안이 상당히 좋아지는 효과가 있었다고는 하나, 이미 1989년부터 진행됐던 검찰 수사로 폭력조직 상당수가 검거된 상황에서 선포된 것으로, 검찰의 수사 실적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범죄율이나 마약사범이 감소했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별 효과가 없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한편 이와 관련해서 체포, 수감됐던 범죄 조직원들이 기간을 채우고 풀려날 2000년대 초중반에 조직이 재건될 것이라고 경찰에서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검거된 범죄자들이 형량을 마치고 점차 풀려나와 조직 재건을 시도하다가 꼬리가 잡히는 경우가 있었지만, 치안에 큰 영향을 줄 정도의 사회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가시적인 피해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 서울과 부산을 중심으로 하는 거대조직들은 법인을 내세우는 ‘기업형 조폭’을 표방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조직들을 지탱해오던 수익구조가 시대가 바뀌면서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단순히 폭력을 통한 보호비 갈취가 주였지만 지금은 주식, 부동산, 금융, 이익단체 등에 개입하며 불법적인 성향을 내포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비교적 실체를 파악하기 쉬웠던 범죄와의 전쟁 전의 조폭들과는 달리 요즈음의 조폭들은 점조직의 네트워크로 움직이며 범죄를 저지르고 있으므로 이전처럼 대통령의 결단으로 대대적인 발본색원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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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