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

형들 ‘제치고’ 2인자 꿰찬 ‘샛별장군’? “이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뒤를 이어 북한을 ‘물려받을’ 후계자가 결정남에 따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김 위원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다.
그는 27살의 젊은 나이로 사실상 북한의 2인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하지만 그에 대해선 대외적으로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북한 공식 매체에 실명이 등장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사진도 어린 시절 스위스 유학 때의 것이 전부다.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있어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김정은을 둘러싼 비밀의 장막을 벗겨봤다.

김 위원장 성격, 외모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
저택에 음악단원 상주시키며 호화로운 생활 즐겨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삼남 김정은은 평북 창성에서 태어났다.
김정은은 당초 1983년 1월8일생으로 알려졌지만 지난해 중반부터 북한 당국은 1982년생이라는 말을 은근히 퍼뜨려 왔다.
1912년생인 할아버지 김일성의 출생 100주년인 2012년에 김 위원장이 70세(1942년생)가 되고 김정은은 30세가 된다는 북한 특유의 ‘끝자리 맞추기’식 우상화 논리를 꿰맞추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항간에는 김정은이 1984년생이라는 소문도 있다.

미국 프로농구 팬
수학, 외국어 능통

유년시절은 큰형인 정남과 작은형 정철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관련 소식이 그나마 외부에 알려진 것은 1996년 여름부터 2000년 가을까지 형 정철과 함께 스위스 베른의 공립학교에서 유학하면서다.
동창생들은 그가 미국프로농구(NBA)의 팬이었으며 수학을 잘했고, 영어·독일어 등 외국어도 제법 능통하다고 증언하고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아들인 줄은 몰랐다고 한다.

스위스에서 김정은은 “자본주의에 물들면 안 된다”는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학교와 집을 오가며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저택 안에 음악단원들을 상주시키다시피 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으며 미성년자 시절부터 술·담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귀국 후 2002년부터 2007년 4월까지 군 간부 양성기관인 김일성군사종합대학(5년제) 특설반을 다녔다. 선발된 교수진은 김정은의 얼굴을 볼 수 없게 한 특수 유리를 사이에 두고 강의했다는 설도 있다.

포병과를 졸업한 김정은은 위성항법장치(GPS)를 활용해 포사격 정확도를 높이는 방법을 졸업논문으로 제출했다.
김정은은 김 위원장의 성격과 외모를 빼닮아 어릴 적부터 총애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은 김정은이 7살 때 호화 별장에서 벤츠600형을 운전하게 했다. 특히 셋째 부인인 고영희가 자리를 비우면 형 정철 대신 김 위원장의 옆자리에서 식사를 할 정도였다.

정치적 야심이 강했던 김정은은 장남이자 이복형인 김정남에 대한 견제심리도 강했다. 2004년 11월에는 노동당 작전부 공작원을 동원해 오스트리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다 현지 정보기관에 의해 제지당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신장 175㎝, 몸무게 90㎏로 추정되며, 20대임에도 고혈압과 당뇨를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이름이 김정운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며 결혼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27일 인민군 대장 칭호를 받으면서 북한 공식 매체에 처음 등장한 김정은의 후계자 낙점설은 지난해 1월 처음 알려졌다.
당시 김 위원장은 김정은의 생일인 1월8일에 맞춰 그를 후계자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결정을 담은 교시를 노동당 조직지도부에 하달하면서 후계를 둘러싼 혼선이 정리됐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시점은 이보다 훨씬 앞선 2006년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이 지난해 5, 6월경 배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외비 문건인 ‘존경하는 김정은 대장동지의 위대성 교양자료’에 “2006년 12월24일 김정은 대장 동지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졸업증서가 기여된 자리에서 주체의 선군혁명위업을 빛나게 이으실 것을 바라시었다”라고 언급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이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돼 후계수업을 받다가 2008년 김 위원장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진 뒤 짧은 시간에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때, 김 위원장과 성혜림(2002년 사망)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이 후계자로 지목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01년 여성 2명과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위조 여권으로 일본에 입국하려다 적발되는 등 기행이 알려지면서 권력에서 멀어졌다.
현재 정남은 북한을 떠나 중국 마카오와 베이징 등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2000년대 초까지는 후계자로 차남 김정철이 거론됐다. 김정은이 그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김정은이 형인 김정철보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에서 앞섰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낸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씨는 그의 저서 <김정일의 요리사>를 통해 권력욕과 리더십이 남다른 김정은이 차기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 바 있다. 그러나 김정은은 권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당 간부들을 무차별 해고하는 등 포악한 면모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은이 강한 면모 외에 세심함도 갖췄다고 적고 있다. 지난 2000년 7월 김정일 일가와 백두산에 올랐을 때 마실 맥주가 떨어져 무심코 김정은에게 이야기 했더니 며칠 후 김정은이 직접 방으로 찾아와 주머니에서 하이네켄 맥주를 두 병 꺼내 내밀었다는 것이다.

과거 ‘샛별장군’으로 불렸던 김정은은 후계자 결정 이후부터 ‘김 대장’ 혹은 ‘청년대장’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북한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김일성 전 주석과 김 위원장에게만 붙는 ‘친애하는’이라는 수식어가 김정은에게도 붙게 됐으며 같은 시기 김정은을 찬양하는 노래인 ‘발걸음’이 북한 전역에 보급되기도 했다.
김정은의 ‘업적쌓기’도 꾸준히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서른 살도 안된 나이에 후계자로 세우는 것의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라도 ‘업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군사분야에서의 업적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각종 공개 활동을 준비·수행하면서 특히 군사분야에서 보좌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부담 덜기 위해
업적쌓기 꾸준히

이와 함께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지난해 5월 실시된 ‘150일 전투’, 김일성 주석의 97회 생일(4월15일)을 기념해 평양 대동강변에서 펼쳐진 ‘축포야회’(불꽃놀이) 등이 모두 ‘김대장 작품’이라고 주민들에게 은연중에 선전됐다는 것이 북한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또 북한은 김정은 후계 체제를 공고화하기 위해 1966년 이후 44년 만에 개최한 노동당대표자회를 통해 권력지도를 통째로 바꿨다. ‘김정은 시대’의 본격 진입을 앞두고 대대적인 교체·보완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북한은 지난달 28일 개최한 노동당대표자회 및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규모 인사 개편을 단행했다.
1980년 마지막으로 열린 제6차 당대회 이후 최대 규모의 노동당 인사 개편이다. 이날 인사 개편에서는 중앙위원 124명, 후보위원 105명을 결정했다. 위원들의 사망이나 고령에 따른 결원을 대거 보충한 게 특징이다.

규모는 제6차 당대회 직후와 비교해 중앙위원은 145명에서 124명으로 21명 줄었고, 후보위원은 103명에서 105명으로 2명 늘었다. 특히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 부장은 ‘대장’ 칭호를 부여받은 데 이어 당 중앙위 위원 및 정치국 위원으로까지 진출했다.
김 부장의 남편이자 김 위원장의 매제인 장성택 부위원장은 정치국 후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으로 임명되는 등 친족세력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형 제쳐…포악한 면모도
“어머니 누구”…출생의 비밀 아킬레스건 될 것


이 밖에 김정은을 보좌하기 위해 새로 진입한 고위직이 누구인지가 향후 ‘김정은 시대’의 향방을 가늠하는 핵심이다. 노동당이 고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김 위원장으로의 승계과정에서 맡았던 역할을 이번에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권력을 잡고 있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핵심 요직으로, 이번에 6명이 보충됐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인물은 최룡해 전 황해북도 노동당 책임비서와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다.

최 전 비서는 ‘대장’ 호칭을 부여 받았을 뿐 아니라 당 비서로까지 진출하면서 측근의 자리를 공고히 했다. 최 전 비서는 중앙위 정치국 후보위원, 중앙군사위 위원도 겸직한다. 대남전략을 총괄하는 김양건 부장도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이며, 새롭게 비서로 임명된 김영일은 당 국제부장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군을 총괄·통제하는 핵심 기구인 중앙군사위에 군부 내 주요 인사들이 대거 진입했다.

당초 6명에서 19명으로 대폭 늘어난 것도 ‘선군사상’에 입각한 후계구도 안정화 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특히 부위원장 직위가 신설됐고, 김정은과 함께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리영호 총참모장은 향후 권력지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 총참모장이 위원으로 임명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보다 높은 부위원장을 차지한 점도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명실상부한 북한의 2인자로 떠오른 김정은이지만 치명적인 아킬레스가 있다. 그것은 바로 출생의 비밀이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외부에는 김정은의 생모가 김 위원장의 셋째 부인 고영희(2004년 작고)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넷째 부인으로 알려진 김옥이라는 설도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김정은은 김옥의 아들”이라는 얘기를 하고 다녔다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의 정부인은 김영숙 1명뿐이고 고영희 김옥 모두 김 위원장의 동거녀일 뿐이기 때문에 모계의 정통성은 취약하다. 김 위원장의 어머니 김정숙은 김일성 주석의 정부인으로서 ‘백두산 3대 장군’ 중 한 명으로 추앙받는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에서 권력 핵심으로 부상하면 모든 노동당원이 먼저 묻게 되는 것이 ‘노동당에 언제 입당했고, 현직은 무엇이며, 부모는 누구냐’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당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띄우려면 모친이 누구인지를 밝혀야 하는데, 그러면 김 위원장의 복잡한 사생활을 언급해야 하는 결과가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고영희와는 1976년부터, 김옥과는 2006년부터 동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1983년생인 김정은의 생모가 김옥이라면 김 위원장은 부인 김영숙과 동거녀 고영희를 둔 상태에서 당시 19세였던 제3의 여인 김옥을 통해 아이를 낳은 셈이 된다.
대북 소식통은 “당에서 김정은의 초상화 1000만 장을 찍어놓고도 못 돌리는 것이 모친을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고 설명했다.

개혁 개방 가능성
긴장 고조시킬 수도


김정은 체제의 앞 날에 대해서는 외국에서 유학한 김정은이 서방에 대한 문화적 이해를 가진 만큼 집권하면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개혁 개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권력의 불안정성을 만회하기 위해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과정에서 숙청 바람이 일고 고위급 인사의 탈북도 증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향후 행방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김정은 주요 프로필

·1983년 1월8일 출생 (1981년이나 1982년, 1984년생이라는 주장도 있음)
·북한에서 인민학교(초등학교) 다닌 기록 없음
·1996년 여름~2001년 1월 스위스 베른에서 공립 중·고등학교 유학
·2001년 귀국
·2002년~2006년 12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 졸업
·2009년 1월 김정은 후계자 내정설 처음 나 돔
·2009년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당선설
·2009년 6월1일 국가정보원 “북한이 김정은의 후계자 선정 사실 해외 공관 전파” 국회 보고
·2009년 6월24일 국정원 “김정은 우상화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김정일 현지지도 수시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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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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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